마라도에서 나온 후 우리들은 가이드의 안내로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관람했다. 마침 월드컵을 치른 뒤 일 년이 지난 시점이라 관련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운동장은 개관을 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은 순풍에 돛단배가 대망의 21세기에 5대양 6대주로 항진해 나가는 제주인의 진취적인 기상을 상징하여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현대적 개념으로 해석하여 형상화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붕은 폭풍으로 찢어져 아예 철거를 했다는 말을 듣고 아쉬움이 남았다. 그 규모를 보면 약 42,000여명이 관람을 할 수 있고 지하2층 지상 4층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전광판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선전을 하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고 다시 한번 일년 전의 감격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우리들은 천지연 폭포를 향했다. 주차장에 내려서 폭포 쪽으로 오르고 있을 때 여름이 한 걸음 더 와 있는 것을 느꼈다. 입구 계곡에 제주도의 배가 설치되어 있었다. 폭포 쪽으로 올라가면서 초록의 물결을 만났고 관광객들과 어우러져 자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드디어 나는 천지연(天地淵)폭포에 닿았다. 기암절벽이 하늘높이 치솟아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황홀경을 느끼게 했다. 천지연계곡에는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된 담팔수 자생지 이외에도 가시딸기, 송엽란 등의 희귀식물과 함께 계곡 양쪽에 구실 잣밤나무, 산유자나무, 동백나무 등의 난대성 식물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379호로도 지정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야간조명시설이 돼 있어 11-3월에는 밤 10시까지 4-10월까지는 밤 11시까지 야간관광이나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코스여서 신혼여행객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천지연 폭포를 둘러보면서 언제 와도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다시 입구로 나오면서 시비를 찾았다. 내 기억 중 입구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인데 유자나무옆에 서있는 김광협(金光協)시인의 시를 만날 수 있었다. 제목은 '유자꽃 피는 마을'이었고 전문은 다음과 같다.
유자꽃 피는 마을
내 소년의 마음엔
유자꽃이 하이얗게 피더이다
유자꽃 꽃잎 사이로
파아란 바다가 촐랑이고
바다 위론 똗딱선이 미끄러지더이다
툇마루 위에 유자꽃 꽃잎인 듯
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
내 소년도 오롯 잠이 들면
보오보오 연락선의 노래조차도
갈매기들이 나래에 묻어
이 마을에 오더이다
보오보오 연락선이 한 소절을 울때마다
떨어지는 유자꽃
유자꽃 꽃잎이 울고만 싶더이다
유자꽃 꽃잎이 섧기만 싶더이다
김광협 시인(1941-1993)은 서귀포에서 태어나 향토의 서정과 서민의 애환을 노래했는데 김광협 시인의 시비 제막식은 96년 10월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곳을 가든지 시비에 대한 나의 관심은 아마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을 출발해서 우리들이 들른 곳은 가이드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감귤농장과 동충하초를 생산하는 비닐 하우스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그들의 목적인 동충하초 판매에 들어갔다. 처음엔 동충하초의 재배에 관한 것과 약효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시음식을 가지기도 했다. 설명자의 말을 들으면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먹어 본 동료가 그것을 사자 몇 동료들이 그들의 지갑을 비웠고 나도 그 무리 속에 끼였다. 사실 그 판매액의 일정 부분이 가이드의 몫이라고 했다.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식당이나 각종 판매점에서 판매액에 의해서 가이드의 몫이 정해진다고 한다.
그 곳을 출발한 우리들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 한 음식점으로 갔다. 고등어 찜으로 식사를 했는데 맛이 아주 좋다고 생각을 했다. 식사를 하고 잠시 바닷바람에 몸을 담갔다. 식당에서 나와 길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몰려왔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눈을 붙였다.
호텔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바닷가에 위치한 호텔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다거나 빼어난 풍광을 품고 있지는 않았지만 바닷가와 가깝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호텔을 끼고 있는 작은 공원엔 몇 점의 설치 미술품이 있었고 잠시 그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몇 동료들은 전날과 같은 위치에서 그들의 놀이에 열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