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 배경을 형성하게 할 수 있었던 영화이론의 초기 양대 학파는 당연히 형식주의 이론과 사실주의 이론일 것이다. 이 두 학파는 당대 자국의 영화산업을 황금기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영화이론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확보하게 하였고 후기 영화이론 발전의 탄탄한 주춧돌의 역할을 하였다.
간단히 두 이론에 대해 적어보자. 형식주의는 일상의 시간과 공간적 의미를 재 설하게 한다. 영화의 형식적이며 구조적인 기술들인 편집과 구성을 통해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새로운 감정과 꿈과 환상의 실체를 창조하게 하는 영화의 특별한 능력을 강조하였고 러시아의 Sergei Eisenstein과 그의 몽타주기법이 대표적이다.
반면 사실주의는 영화를 단순한 현실의 창으로 간주하였다. 이것은 단순히 기록영화만을 선호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관중들의 정신분석학적 경험으로부터 동떨어진 기존의 영화에 대한 반발이었고 새로운 시도였다.”
사실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활개를 편 neo-realist의 도래를 예고하였다.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많은 인물들이 있지만 앙드레 바쟁을 여기선 논의하고자 한다.
1. 형식주의(Formalism)
19세기의 과학은 검증되지 않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라는 실증주의적인 방법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과학적 태도는 문학의 연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문학의 실증주의적 태도를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한 것이 바로 러시아의 형식주의이다. 러시아의 형식주의는 문학이 함의한 구조와 기호들의 체계, 그리고 문학의 재료에 대한 발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려 한다.
빅토르 어얼리치는 형식주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실로 문학적 대상에 직면했을 때 형식주의 비평가들은 왜, 또는 누가 그것을 창조했는가 하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그것이 만들어졌나 하는 점을 알고자 했다. 그들은 특정한 문학의 유형에 내재하며 작가에게 부과된 미학적 규범들을 연구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형식주의자들의 주요한 모티브는 작가, 배우, 작품 등 개개의 구성요소보다는 작품 및 문학 일반을 일종의 구조, 시스템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의미나 개념을 가능케 한 특별한 기법이나 장치에 중점을 두었고 그 기법과 장치들의 연구에 몰두하였다. 이러한 문학적 형식주의의 영향은 러시아 영화산업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과 그의 화법인 몽타주이다. 아이젠슈타인이 사회주의 영화를 대표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는 타락한 세상 속에서 사회주의 영화를 통해 희망적 단서를 찾고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창출하기를 갈망하였다. 그 대표작이 <전함 포템킨> (1925)이다. 전함 포템킨의 수병 반란, 그리고 오데사 계단에서의 대학살극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영화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며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향하게 하는 신개념의 사회적, 역사적 무기를 발견하게 된다. 전함 내에서 모든 것을 수탈하는 장교와 억눌리며 섬겨야 하는 수병들의 모습, 압살하는 군대에 의해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인민들, 모든 것이 극단적인 대조를 통하여 표현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그의 대표적인 몽타주 기법인 것이다.
그의 스승인 Kuleshov에 의해 몽타주이론이 체계화되었고 그의 선배 Pudovkin이 필름의 결합을 통해 서술적 의미의 확대와 강조로 그 이론을 발전시켰다면 아이젠스타인은 두 개의 대조적인 쇼트들을 총합해 새로운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몽타주이론의 완성을 꾀하였다.
또한 그는 찍힌 것들을 어떻게 편집하느냐가 영화 창작의 처음이자 출발이라고 생각함으로써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의 편집효과는 영화 전체를 통해 잘 나타나 있다. 포템킨호의 선상 반란에서 오데사 계단, 그리고 마지막 승리에 이르기까지 이미 천연색과 화려하고 놀라운 과학적 기술로 만들어진 현대 영화에 익숙해진 우리들조차 무성영화의 특유한 지루하고 나른한 느낌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꿈꾸던 아이젠스타인의 꿈은 말 그대로 단지 꿈에 불과한 것이었다. 비록 새로운 시도와 형식으로 기존 영화의 서술적 구성을 비웃고 사회주의 영화의 결과를 기대하던 그의 조국은 이미 사회주의로서의 과업 달성에 실패하였다. 그의 몽타주 기법 역시, 비록 당시에는 무서운 사상교육과 선동의 무기로 사용되었지만, 그에게만 전유되는 기법으로 남지 않고 이제 거의 모든 영화 속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편집기법이 되어버렸다. 더욱 기막힌 것은 그의 사회주의 이상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할리우드 영화의 통속적 기법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젠스타인의 새로운 도전과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위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의 형식주의를 대표하는 만큼 그의 작품에는 전문배우나 클라이맥스 같은 기존 영화 체계 속의 극적 구도는 따로 준비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대비되는 형상의 교차적 표현(몽타주)을 통해 영화의 전체적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작가의 표현력을 상투적 기존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극대화함으로 새로운 영화의 각도를 제공해 주었다.
또한 그의 형식주의는 작품과 문학 일반을 시스템으로 보며, 시스템의 역사 자체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 것이라는 점에서 이후에 소쉬르의 구조언어학의 모태가 되었고, 구조주의라는 하나의 사조로 세력을 형성, 확산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