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culture: [박재규 총장 인터뷰] "핵폐기 문제 반드시 거론돼야"
역사적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총괄한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현 경남대 총장)은 이번 제2차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 문제가 분명히 거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장관은 1일 경남신문 김재익 정치부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정상회담의 의제인 ‘핵 폐기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2·13합의 이행을 위해 6자 회담이 계속되고 있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서도 핵 폐기가 선 조건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도 분명히 거론되어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장관은 그러나 “남북간의 포괄적인 이산가족에 대해선 당연히 논의되어야겠지만. 북한 내부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UN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을 했기에 김 위원장도 북한 인권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질문과 답변 요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주무장관으로서 2차 회담에 대한 소감과 기대는.
△ 지난 7년 간 직·간접적으로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 서울이 아닌 평양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1차 회담을 총괄했던 주인공으로서 남다른 기쁨을 느낀다. 성공적인 회담으로 이어져 국민들로부터 환영과 박수를 받으며 귀국하기를 기대한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비밀리에 금수산궁전을 참관했다는 설은 왜 나왔는가.
△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금수산 궁전’의 참관을 강하게 요청하였으며. 이 요청은 6월 14일 만찬 때까지 계속됐다. ‘금수산궁전’의 참관은 1차 정상회담 과정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회 요청을 김정일 위원장이 받아들이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6·15남북공동선언의 서명을 두고 양 정상이 긴 시간을 보냈다는데. 2차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문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서명할 것으로 보는가.
△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는 달리 김 위원장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 위원장은 ‘6·15남북공동선언’이 자신이 만든 남북간의 역사적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2차 남북정상회담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논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격상으로 김 위원장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준비할 것으로 보나.
△ 정상회담 같은 중요한 행사는 김 위원장이 철저하게 모든 것을 직접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보수집은 물론 남측에서 관심 있는 의제들에 대한 연구·검토와 북측의 제안 의제들을 준비했을 것이다. 행사 전반적인 준비뿐 아니라 남북공동선언문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
-아리랑 공연 관람에 대한 찬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금수산궁전 참관 대신에 아리랑 공연의 관람을 제안한 것으로 이해한다. 아리랑 공연은 수령 체제와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작품이지만 북한이 아리랑 공연 내용 중 남북 갈등요소 내용을 제거한다면 큰 문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리랑 관람 후 정치적 갈등이 없기를 바란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제2.3공단 건설 후보지로 ‘남포’와 ‘해주’가 거론되고 있는데 가능성은.
△ 김 위원장이 동의한다면 큰 성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서 개성공단 조성 때처럼 북한 군부의 동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이 성공하면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 제2.3의 개성공단들을 남측에 요청할 것으로 생각된다.
-회담을 앞두고 국가보안법의 ‘유지’냐 ‘폐지’냐에 대한 논의의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북측은 2000년 정상회담 전부터 계속 ‘폐지’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북한 노동당 규약에도 유사법이 있으며. 아직은 남북관계가 폐지할 단계가 아님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 매우 예민한 사항임을 정상회담 준비팀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앞으로 ‘프리랜서 통일부장관’으로 남아 한반도 평화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박 전 장관은 1일 경남신문 정치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40년 넘게 북한문제를 연구했고 또 그 덕분에 통일부 장관이 되었던 만큼 국내외 학술연구를 지원하고 현직 실무자 뒤에서 자문을 하면서 돕는 것이 전 장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와함께 “경남대학교와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서 두 기관이 목적대로 잘 가도록 하는 것이 본업이다”며 “북한대학원대학교와 극동문제연구소를 통일을 위한 연구와 인재양성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또 그동안 세 차례 만남을 가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인물평과 관련. 서방세계에 상당히 즉흥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대화와 행동 모두 손색없을 정도로 예리함을 지닌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세 차례 만나본 결과 긴 세월 후계자 교육을 받고 지도자로서 오랫동안 생활해서인지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외유내강’적인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 달변가는 아니지만 식사시간에는 농담도 즐겨하고 친근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남북통일 성사 시기에 대해 남북이 평화통일을 위해 평화공존 속에서 화해협력을 열심히 한다면 20~30년 후 가능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도 2000년 정상회담 당시 30년 이상으로 예측한 만큼 당장 성급하게 ‘통일노래’를 부르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서독이 통독 전 20년 동안 매년 20억달러를 동독에 지원했고. 통일 후엔 매년 평균 150조원을 지원해도 갈등을 겪고 있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남한이 북한과의 경제적인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대북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호기자]
박재규 전통일부장관은 누구?
1944년 마산에서 태어나 1967년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1969년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졸업. 1974년 경희대학교 대학원을 졸업(정치학 박사)한 뒤 경남대학교 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장을 거쳐 경남대학교 총장. 한국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북아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경남대총장을 맡고 있다.
1999년 12월부터 2001년 3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냈으며 2000년 4월부터 6월까지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 2000년 7월부터 2001년 3월까지 남북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지냈다.
• 경남신문 입력 : 2007-10-02 오전 9: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