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검정 가방을 메고 경보하듯이 잰걸음으로 교문을 들어서는 선생님이있다.
댁은 학교에서 버스 두 서너 정거장 정도의 거리에 있지만, 걷는 게 좋아서 항상 웬만한 거
리면 걷는 걸 즐기신다는 선생님.
언제 한 번 화들짝 웃는 걸 본 기억이 없는 , 언제나 잔잔한 빙그레 웃음으로 이웃을 대하
는 난초 같은 조용한 남자.
남성을 난초에 비유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지만,그래도 나는 이선생님에게서 소박하고 우
아한 난의 은은한 향기를 느낀다. 난 치는 것을 취미 아니 특기로 가지고 있어 그새 그들을
닮은 것일까?
요즘처럼 자신의 처세에 눈 밝히고 귀 밝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세상에, 조용희
아니 살그머니 아이들 곁에서 그들을 토닥여 주고 사랑을 일깨워 주는 교사가 있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아직도 세상이 살맛 나는 거" 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게 한다.
학년초의 일이다.
아이들을 모두 타지로 낸 보내고, 새 학교에서 여유가 생겨 평소 그리워만 했었던 난을 가
까이 하고 싶었다. "어디서 어떤 종류룰 구하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선생의 여러 가지 도
움말을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방과후 교외에 있는 난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나는 방과후 시
간을 뺏은 것이 마음에 걸려 신경이 쓰였는데, 난원을 다녀혼 후 미안함이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순수하게 나를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견학지를 물색할 겸으로 해서 시간을
낸 것이었다.
이유인즉 선생님은 우리 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체험 학습" 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로 하여금 일의 소중함을 깨닭게 하고, 일과 직업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을 갖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함으로써,
일에 대한 긍정적 관심과 직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모색과 꿈을 발전
시키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실행 취지였다.
이 프로그램은 "성공한 직업인과 함께 하는 현장 체험 학습" 이라는 제목으로 실시하고 있었다.
울산시 관내에 소재하는 한의원,동물병원,외과병원,내과병원.치과병원,공인회계사사무소,난농원,변호사 사무실,중.고등학교,초등학교,유치원,방송국,신문사 등 을 현장학습 장소로 선정하여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학생들이 체험하도록 하였다.
물론 이런 장소를 선택한다고 해서 다들 선뜻 체험학습 장소로 허락해 주는 것은 아니다.
고향이 울산도 아닌 외지인으로서 장소 섭외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하지만 선생님은
평소 원만했던 대인 관계 덕분이었을까? 무었보다 선생님은 울산 난우회 회원 으로 활동하며
익힌 지인(知人)들의 도움도 컷으리라 생각된다.
어쨋던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여 체험하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알맞는 직업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학생들 자신의 소질과 흥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학생들이 장래의 꿈을 구체와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학습
동기를 증진시킨다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체험학습 장소를 선정하고 방문하여 대상 기관으로부터 체험학습 협조 승낙을 얻고,
방문 일시를 정한 후 학생들과 학습 내용을 미리 계획하고, 체험학습 내용에 대한 자료를 수
집하는 등의 준비를 한다.
작년에는 학교의 재정적인 뒷받침도 없이 선생님 혼자서 사비를 들여 체험 장소를 섭외하고
학생을 인솔하는 등 힘든 작업도 있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일을 지켜보시던 교감선생님께서
올해에는 제대로 계획을 세워 연구대회에도 도전해 보라고 하셨지만, 그런 곳엔 관심이 없고
그냥 하던 일만 묵묵히 하시는 그런 선생님이시다. 그래도 올해엔 학교에서 예산을 세워
섭외비 등 소소한 경비를 뒷바라지해 준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도 교무실 한켠에서 학생과 마주 앉아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본다. 학생들의
진로 선택, 다시 말하면 학생들의 직업관에 대해서 자주 상담을 하시곤 한다. 거의 날마다
진로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방과후까지 오랫동안 대화가 오가고 있다. 너무도 진지한 자세로
순수한 아이들의 꿈을 가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의 진지함이 맑은 아이들의 눈에도
묻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 키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그 꿈은 이루어지리라. 선생님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장래를 생각해 보고, 지금 해야할 일을 찾고 하는 동안에 학교에 대한 애정
이 생기고 힉습에 대한 열의가 더해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나의 난이 푸르름을 더해 가듯 선생님의 "꿈 키우기" 작업은 어느듯 결실의 계절을 맞고 있다
참고로 이글은 같은 학교에 근무 하시는 선생님이 울산교육청 울산 교육 마당이란 책에 실린
글입니다 제가 옮겨 적었구요 11월 11일자 울산매일 신문에도 사설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늘리 알리고쟈 옮겨 봅니다.
독수리 타법으로 적다보니 20분이란 시간이 걸리내요 긴 내용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아렇게 옮긴 저의 성의를 봐서라도 읽어주세용^^* 2004.12.16 울산세월회장드림
첫댓글 좋은 일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