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금 > 속 동의보감 이야기- 불면증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출간한 출판사에 다니고 있는 저란 여자, 그리고 남산강학원에서 ‘횡단의역학’ 강의를 들으며 의역학적 소양을 쌓아 가고 있는 저란 여자, 그런 저는 몸과 인간 그리고 병에 대해 좀더 공부를 해야 하겠기에 얼마전 드라마 <대장금>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응?). 『동의보감』인데 왜 <허준>이 아니고 <대장금>이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제가 지진희를 좋아해서요! 전광렬보다는 지진희죠!!! “서 나인!” 혹은 “서 의녀님!” 하고 부를 때면 제 가슴이 얼마나 콩닥콩닥 뛰는지!! 지...진심입니다만 일단 여기까지. 『동의보감』 하면 물론 허준이지만, 그리고 <대장금>은 마지막회, 중종이 병상에서 “내 병은 여의가 안다”고 한 것 외에는 모두 허구지만, 그래도 드라마 <대장금>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금이의 인생역정은 분명 『동의보감』이 전하는 양생의 도와도 통하는 것이 있기에 본 것입니다…흠흠, 정말입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 봐요~! 제가 장금이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대장금>은 조선 중종(中宗) 시대를 주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금이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중종반정과 함께 수라간 생각시로 들어가 궁녀가 되고, 그 안에서 각종 음모에 휘말리면서 죽을 고비도 겪고, 사랑도 하고, 나중엔 엄마와 장금이의 멘토 한상궁을 죽음으로 몰고간 세력들을 단죄하는 것이 주요 스토리였는데요. 오늘은 아쉽게도(뭐...뭐가;;;) 그 얘기는 아니옵고, 암튼 시작해 볼까요~! 뿌잉뿌잉!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장금이. 이날만은 의녀 처소에서 버선을 벗고 맨발을 주무르며 쉬고 있었어요. 그런데 웬 남자, 아니 임금님이 들어왔어요. 들어와서는 장금이에게 사랑을 고백한 것이 아니옵고 “임금이 된 후에는 늘 민망하고 할 말이 없었다”며 주먹을 ‘불끈’합니다. 혼자 있는 처소에 사내와 둘이 있는 상황에서도 의원정신을 놓치지 않는 장금이, 산책을 하자고 유도합니다. 분명 '의...원 정신'은 어디? 라고 하시는 분이 계시겄지요. 곧 밝혀집니다.
장금이의 발. 어쨌든 이이~뻐! 복숭아뼈가 아주 그냥~!!
암튼 산책을 하며 장금이는 중종에게 호흡법을 가르쳐 주며 매일 그렇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중종은 놀라며 자신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것을 어찌 알았느냐고 묻습니다. 장금 왈,
“전하께선 말씀하실 때 한쪽 주먹을 꼭 쥐고 계시는 걸 아시는지요? 그리하시면 어깨에 무리가 가고, 그리하시면 뒷골에 무리가 가서 늘 불안하시어 잠을 이루시기가 어렵사옵니다. 또한 간에도 침습하여 옥체를 상하시게 되옵니다. 실제로 지난번 전하의 옥체를 진맥하였을 때 칠정울결이 적체되어 있었습니다. 칠정울결은 옥체와 마음을 모두 상하게 하옵니다.”
그러니까 장금이는 척 보고 안 거죠. 아 저 양반이 지금 잠을 잘 못 자는구나, 지금 상태가 어떻겠구나 하고요. 드라마라 그런 거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동의보감』에 진짜 이렇게 나옵니다.
보아서 아는 것을 신(神)이라 하고, 들어서 아는 것을 성(聖)이라 하며, 물어서 아는 것을 공(工)이라 하고, 맥을 짚어서 아는 것을 교(巧)라고 한다.
─『동의보감』,「잡병편」, ‘심병’
그러니까, 그냥 한번 보고 바로 뭐가 병이다 나오면 그건 ‘의느님’(의원+하느님;;; 이런 거 설명해야 할까도 싶었지만 호 혹시나;;;), 맥을 짚어 봐야 아는 건 재주나 꾀 같은 거라는 건데, 그...그럼 소위 ‘첨단’ 장비로 사람의 몸을 샅샅이 훑어내는 건 뭐...뭘까요?;;;;(궁금하신가요? 그럼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7장을 꼭 읽어보세요^^)
중종의 불끈 쥔 주먹. 여러분 주변에도 누군가 주먹을 꼭 쥐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살펴보세요. 있다면 장금이처럼 저 주먹을 살살 펴 주셔요^^
다시 장금이로 돌아오면…, 병증을 알았으니 이제 처방을 내려줘야겠지요? 장금이의 처방은 이렇습니다. “잠을 이루시지 못하실 때는 억지로 침수에 드시지 마시고 오늘과 같이 산책을 하시옵소서. 또한 심려되시는 일이 있으실 때에는 화기를 억누르지만 마시고 가장 믿고 가장 전하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으십시오. 좋아하셨던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장금과 중종의 심야데이트는 끝납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 하루종일 중종의 뜻을 꺾으려는 신하들에게 시달리고 어젯밤 장금이가 0으로 만들어놓은 칠정울결지수를 다시 만땅으로 채운 중종은 또 다시 주먹을 불끈! 어쨌든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는 장금이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하여 이날 밤에는 중종의 궁궐투어가 시작됩니다. “중궁전으로 가자.” 그 앞에 가서는 다시 “이 숙원 처소로 가자” 또 갔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머뭇거리는 중종. “그냥 산책이나 하자.”
다음날, (이제 낮입니다) 장금이와 함께 또 산책에 나선 중종. “어느 날 밤이면 내 손으로 폐한 신씨가 나온다. 또 어느 날 밤이면 내 손으로 사사한 경빈(아시죠? <여인천하>의 도지원;;; ‘뭬~야!’라는 유행어를 남긴;;;)이 나오고 또 어느 날은 정암 조광조가 나오고…” 이렇게 속마음을 마구 털어내니 장금이는 놀라서 민망하니 그만두라 하는데 중종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이리 하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합니다. 이렇게 해서 삼각관계로 진입하는 대장금의 러브라인은 여기서는 중요치 않으니 일단 제쳐 둡니다. 궁금하시면 이건 드라마로 확인하세요ㅋ. 좌우간 중종은 그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장금이한테 마구마구 쏟아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고백,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자책이다. 왕의 재목이 아니라는 자책.”
중종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장금이. 듣고만 있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후각을 동원해서 왕의 병을 찾고 있는 걸지도;;;
자, 여기서 잠깐 중종은 어떤 임금이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중종은 반정(反正)을 통해 왕이 된 인물입니다. 형이었던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이 되기는 했지만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던 세조처럼 적극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니고, 반정세력의 추대에 의해 왕이 되었지요.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어린 장금이가 반정세력의 러브콜을 중종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중종반정이 그려졌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없었습니다. 단적인 예가 첫번째 부인이었던 신씨를 폐위한 사건입니다. 신씨의 아버지, 그러니까 중종의 장인인 신수근은 반정 당시 박원종을 위시한 반정세력에 의해 피살됩니다. 박원종 등은 역적의 딸은 중전이 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중종은 어쩔 수 없이 신씨를 폐위합니다. (폐위 당한 신씨는 궁궐에서도 중종이 볼 수 있게 인왕산 자락에 자신의 치마를 걸쳐놓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요것이 바로 치마바위 전설입니다. 흑) 후궁이었던 경빈에게는 사약을 내리기도 했구요. 조광조와는 함께 정치개혁을 시도하다 결국 좌절되어 또 자신의 손으로 그를 사사해야 했습니다. 문정왕후와는 <대장금>에서조차 뒤로는 칼을 갈고 있는 라이벌 세력입니다. 비록 본의나 고의는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르면서 피붙이들까지도 내치고 죽여야 했고, 사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당했다는 기묘사화도 중종 재위 기간에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상했으니 그로 인한 자책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중종시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종횡무진 한국사』를 추천합니다! 상권부터 보시면 좋지만 이때만 궁금하시면 하권 112쪽부터 보세요^^).
자, 이제 장금이 출동해야겠지요? 그...그러나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자신을 자책하며 내면에 쭈그리를 키워가고 있는 중종에게 장금이는 어떤 처방을 내려줄까요? 우리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