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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가산 이효석 선생의 고향이자 그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에는 해마다 가을이면 메밀꽃이 사방에 지천으로 피어난다. 강원도 평창군에서도 1999년부터는 메밀꽃이 한창인 매년 9월이면 효석문화제를 열어 이효석의 문학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효석문화제에서는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하지만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1930년대를 그대로 재현한 봉평 재래장터에서 전통 먹거리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청정 자연환경 아래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메밀꽃과 이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메밀국수, 메밀묵, 메밀부침, 메밀꽃술을 음미하는 것은 그 자체로 웰빙이며, 문화와 먹거리의 완벽한 퓨젼(Fusion)이다. 흐드러진 메밀꽃과 예술작품, 메밀음식을 동시에 즐기려면 9월이 제격이겠지만 호젓함을 찾는 여행자에게는 9월이 아닌 것이 더 좋을 것같다. 정점의 메밀꽃을 볼 수 없을지라도 메밀꽃의 자태와 영감을 담은 예술작품들은 사시사철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고 장날이 아니더라도 봉평면내의 메밀음식점들은 항상 손님맞이의 준비가 되어 있다.
옛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묵이나 면을 만들어 먹는 것을 즐겼기때문에 메밀묵, 메밀국수가 봉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봉평에서 맛보는 메밀요리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봉평의 청정환경에서 자란 훌륭한 재료도 한 몫을 하고 음식과 멋스럽게 어우러진 문학, 미술도 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봉평의 메밀요리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오랜 시간 메밀과 함께 살아온, 그리고 메밀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노력일 것이다. 이 고장 사람들의 이러한 사랑과 노력이 살아있는 한 봉평의 메밀요리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도 봉평에는 옛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래된 곳에서부터 새로 지은 현대적인 곳까지 메밀요리의 향연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그렇지만 선택은 어렵지 않다. 뜨내기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면 어느 곳에서나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절묘한 맛과 문화와 인간사의 Fusion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