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이렇습니다] Q : 여자이름 뒤 (여)표기 왜 없앴나?
신문이 여자 이름을 쓸 때 대개 김○○(여·37)처럼 괄호 속에 성별을 쓰는데, 요즘 조선일보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 인천 남구 오선녀
A : 다른나라 신문에는 없는불필요한 관행
조선일보는 최근 모든 기사에서 (남)이나 (여) 표기를 없앴습니다. 불필요한 관행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도 기사의 성격상 꼭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표현방법으로 독자의 이해를 도울 것입니다.
우리나라 신문들은 오래전부터 여자 이름 뒤에 성별 표기를 해왔습니다. 연유는 확실치 않습니다. 남자 위주의 사회상이 은연중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추정일 뿐입니다. "보수신문의 뿌리 깊은 남녀 차별"이라고 성토하는 이들이 있으나, 이른바 '진보'를 표방하는 매체들도 별 고민 없이 성별표기를 계속하는 걸 보면 설득력이 없습니다. 반대로 성별표기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우리 이름에 '박정희' '육영수'같이 남녀가 헷갈리는 이름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든지, 성별도 엄연한 정보이므로 신문이 이를 전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폅니다. 그러나 그 주장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왜 남자는 그냥 두고 여자 이름에만 (여)를 쓰느냐"는 반박에 답변이 궁합니다. 결국 뚜렷한 근거나 논리도 없는 관행을 오랜 세월 타성에 끌려 유지해온 것입니다.
외국 신문에서는 성별표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선 이름만 보면 남녀 구별이 가능한 나라가 많습니다. 미국 남자는 존, 마이클, 피터 같은 이름들을 많이 쓰고 여자는 마거릿, 수전, 제니퍼 같은 이름들을 많이 쓰는데, 이런 인기 있는 이름의 가짓수가 생각만큼 많지도 않습니다. 러시아는 여자 이름이 거의 '아'나 '야'로 끝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의 부인 이름은 류드밀라 푸티나입니다. 중국은 간혹 이름만으로 구분이 어려울 때라도 이어지는 문장에서 나오는 인칭대명사가 '他(남자)'와 '女也(여자)'로 다르기 때문에 성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신문은 이름으로 성별 구분이 어려울 때에는 기사 내용에 여의사, 남자 선수 등 단서를 포함시키는 방법을 씁니다. 프랑스는 직업을 나타내는 명사가 남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름 앞에 직업을 먼저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남녀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일보 200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