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happire입니다.
퇴근하고 밥먹을라보니 밥이 없길래 밥솥 얹혀놓고 여기 들렸다가 어느분이 호주회사문화에 대해 궁금해 하시길래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경력은 불과 몇년차 안되지만 그사이에 다양한 회사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기에 보고 느낀 그대로 개인적인 의견을 쓰는것입니다.
우선 객관적인 부분을 다뤄보겠습니다.
풀타임직원의 경우 대체로 주당 35-38시간 사이로 오버타임과 주말과 공휴일 특별수당으로 1.5배에서 최대 2.5배까지 나옵니다.
유급휴가의 경우 대부분 연휴가 4주 (20 working days), 병가 7-14일전후, 출산휴가, 장기근로 휴가 (10년이상 근무시 보통 3개월유급휴가) 그 외 회사에 따라 여러 종류의 단기 휴가가 나옵니다. 직종에 따라 RDO라고 하여 (Rostered Day Off) 한달에 1-2일씩 유급휴가가 나오는 직장도 있다.
뭐 이정도 되겠군요. 법적인 부분만 보면 상당히 좋아 보이죠.
자 이제 중요한 '실상' 입니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이경우는 일반적으로 다음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봅니다.
1. 회사규모
2. 산업 분야 / 직종
3. 노동조합의 여부, 있다면 얼마나 회사내 파워가 강한지
4, 부서 동양인의 비율 (1-1.5세대 이민자동양인)
그럼 하나씩 짧게 다뤄보지요.
1. 회사규모
중소기업, 특히 회사사장과 얼굴맞대고 일할만큼 작은 소기업이라면, 법으로 정하는 최소한 이외에는 따로 휴가 및 혜택이 전무한 경우가 많습니다. 중소기업 생활 빠듯한건 어디나 마찬가지인듯 싶네요. 중기업정도만 되도 경우에 따라 혜택이 왠만한 대기업보다 좋은곳도 보긴 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는 대외인지도와 기타 여러 이유로 인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예산상 이유로 일반적으로 혜택이 많이 갑니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별 차이가 없군요.
2. 산업분야/직종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겉으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공기업/사기업의 차이, 금융업/제조업(사무직)등등의 차이에 따라 그리고 같은 업계라도 그안에서 부서에 따라 회사 문화가 천차 만별입니다.
현재 몸담고 있는 금융업계의경우, 부서에 따라 말그대로 칼퇴근에 심심하면 티타임에 1시간풀 런치하며 여유있게 일해도 아무문제가 없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한국 저리가라 할정도로 하루 14시간이상 쉴시간 없이 점심도 일하면서 햄버거 먹는 부서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고객영업부서의 경우 칼퇴근에 RDO가 가능한 경우가 있는가하면 리서치, 트레이딩등의 경우 쉴시간, 심지어 쉴생각 할 틈도 없이 일하다보면 12시간 훌쩍가는 부서도 있습니다. 그런곳은 여유있는 호주 직장문화의 꿈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죠.
그런가하면 어느 의료계통회사에서 일하던 친구의 부서는 9시출근 10시 모닝티 12시런치 3시 애프터눈티 5시반 칼퇴근에 이마저도 시간 안가서 지루해 합니다 (전공선택의 후회가..OTL)
3. 노동조합
호주에 유난히 강한부분이 바로 유니언, 노동조합인데, 회사 근로자 대부분이 노동조합화 되어있는 회사를 들어가면 일단 엄청 편해집니다. 조합에서 수시로 사람이 나와서 휴식시간은 제대로 주는지, 오버타임은 반드시 1.5배 2배 계산되서 나오는지, 매니저가 부당한 요구를 하지는 않는지, 심지어 정수기 고장난거나 카페트 벗겨진것(work hazard) 이런것까지 다 챙겨줍니다. 이렇게 되면 남아서 일좀 하려해도 매니저가 먼저 가라고 합니다 -_-;; 임금도 인플레 계산해서 단체교섭해줍니다. 내가 일일이 매니저랑 눈치싸움 안해도 됩니다.
반대로 노동조합이 없다시피한 회사들이 있죠. 이건 개인플레이입니다. 부서와 운에 따라 차이가 많지요.
4. 동양인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러나 당장 몸에 와닿는 것중하나가 부서내 동양인의 비율이란걸 직장생활하고 느낍니다. 호주화 다 된 2세들 말고, 이민 1세대 혹은 1.5세대의 동양인이 많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죠.
인종차별이니 뭐니해도, 왠만한 대기업, 상경계열 특히 금융쪽은 실력 실적 위주기 때문에 동양인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왠만한 중견급 매니져도 동양인들이 이제 많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동양인들이 백인애들에 비해 훨씬 work-life 발란스에 work의 비중이 높습니다. 백인애들 칼퇴근할때 동양인들 보통 30분-1시간 일찍나와서 1-2시간 늦게 퇴근들 많이 하죠. 별 불평 없습니다. 처음에 영어라던가 등등을 메꾸기 위해 장시간 일을 시작하는경우를 많이 보는데, 막상 업무에 익숙해져도 장시간업무에 길들여(?)져 여전히 하루 10시간이상 근무를 많이 합니다.
물론 자기 일만 끝내놓는다면 칼퇴근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을 못끝내면서 계속 회사에 오래 있어도 그리좋게 보이진 않지요. 하지만 내가 100%채워놓고 칼퇴근할때 주위 대부분이 1시간 더 남아 110%씩 해나가면, 장기적으로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요.
이때 여유있는 백인이 매니져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만, 매니져가 동양적사고를 가진 워커홀릭이면, 부서사람중 나만 칼퇴근하기도 뭐 합니다. (단 남들이 다 100% 못채워서 오버타임하는동안 제시간에 100%끝낼수있음 얼마든지 당당하게 칼퇴근가능합니다)
같은층에서 근무를 해도 동양인이 많은부서와 백인중심부서는 평균 출퇴근시간이 눈에 띄게 다르더군요.
간단히 썼는데도 글이 길어지네요. 쓰자면 책으로 낼만큼 쓸수있는게 직장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회사에 따라, 부서에 따라, 상사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게 문화인만큼, 호주의 회사문화는 이거다! 라고 딱 말할수는 없다고 보네요. 위에 언급한 내용들도 저의 직간접 경험일 뿐이고, 위 내용이 전혀 몸에 와닿지 않는 분들도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냥 호주의 직장생활은 100% 천국이나 낙원이라는 허상을 벗기고, 결국 어디서나 사람이 일하는곳이라는걸 이야기하고싶어 어설프게 끄적여 봤습니다.
* 아참, 백인이나 동양인이나 회식이나 회사동료끼리 일끝나고도 어울리는경우는 꽤 드문편입니다. 기껏해야 잠깐 맥주한잔. 하루종일 보는 회사동료를 일끝나고도 보고싶지 않아서일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