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08년 9월 21일. ☆ 여행지 : 신안 증도. ☆ 함께한 인원 : 11명.
수천 년 선인(先人)의 삶을 바다 속에 품고 있는 보물섬 증도. 밀물에 실려온 ‘역사의 오디세이’는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처럼 증도 앞 바다에서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그뿐이랴, 증도가 간직한 자연의 비경은 발길 닿는 곳 어디에서나 행인의 마음을 잡아챈다.
증도는 보물섬이다. 방축리 검산 앞바다에서 중국 송·원대의 유물이 발견되면서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2만여 점의 청자, 백자, 엽전 등의 유물은 증도에 ‘보물섬’이라는 낭만 넘치는 이름을 안겨주었다. 갯벌 저 깊숙이 박혀 있는 보물은 바닷물에 하나씩 벗겨져 금세라도 ‘고대의 오디세이’를 토해낼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런 보물보다도 더 값진 보물이 증도에는 더 많다.
증도면은 신안군청으로 부터 북서쪽으로 49.4㎞(동경126도 10" 북위 37도 57"), 지도에서 해상 3Km 지점에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지도읍 사옥도와 임자면이 인접하고 있으며 남쪽에 자은도와 암태도가 있다. 총 면적 40.03㎢(경지 11.2㎢, 임야 18.5㎢, 기타 10.33㎢)로 면적으로 볼때 목포시에 조금 못 미치는 면적이며, 해안선 길이 약 122㎞, 간척 면적 약 3,600,000㎡에 인구 약 2,200명과 가구는 약 1,000여 세대이고 14개의 법정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1896년 지도군에 속하였다가 1914년 무안군에 편입되었으며, 1969년도 부터 신안군에 소속 되었다.
옛 부터 섬 전체가 물이 귀하다 하여 시리(시루,甑), 도자는 한자어로 섬 島자를 써서 지은 증도라는 지명으로 최고점 약 150m(상정봉)로 주로 100m 안팎의 낮은 산지가 늘어져 있으며 산지와 산지 사이에 간척지가 발달하여 논으로 개발되어 농경지가 비교적 넓기 때문에 농업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고, 주요 농산물로는 쌀, 보리, 마늘, 양파, 고추, 참깨 등이며, 이곳 간척지에서는 미질이 좋은 게르마늄 성분이 다량 함유된 간척지 쌀을 생산하여 북신안농협에서 판매하고 있고, 해태(김), 어장, 염전업 등이 주업이다.
문화 생태자원으로는 태평염전, 해저유물발굴기념비, 섬 경관(대단도, 소단도, 내·외갈도 등), 짱뚱어다리, 소금박물관, 화도노두(1.2㎞), 모래미 섬 노두(돌 노두 그대로 보존됨) 등, 한반도해송공원, 갯벌생태전시관, 소금박물관, 엘도라도리조트 등이 있다.
짱뚱어다리는 증도면의 중심 상가와 한반도해송공원을 잇는 길이 472m의 나무다리다. 128만 평의 갯벌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모양새가 꽤나 멋스럽다. 사각의 관문을 지나는 단순한 형태는 친근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다. 두세 사람이 지날 정도의 좁은 폭이지만 갯벌 위에 놓인 다리를 거니는 기분은 각별하다. 밤이면 가로등 불빛이 또 다른 세상을 연다. 짱뚱어다리 계단을 내려오면 곧장 갯벌이다. 다리의 이름처럼 갯벌에서는 짱뚱어와 농게 등이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인다.
다리 아래에는 짱뚱어가 많이 살고 있어 물이 빠지면 관광객들은 갯벌에 들어가지 않고도 갯벌에 사는 짱뚱어와 농게들을 살펴볼 수가 있다.
도시 생활의 묵은 체증을 훌훌 털어버리고 물 빠진 갯벌 위를 마음껏 뒹굴어보자. 갯벌 위에 놓인 짱뚱어다리를 건너려면 먼저 신발부터 벗어야 한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나무로 이어진 다리를 맨발로 걸으며 본격적으로 갯벌에 들어갈 채비를 하자. 갯벌을 가로질러 길게 이어진 짱뚜어다리를 건너가면 ‘뻐꿈뻐꿈’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물이 빠진 후 짱뚱어들이 공기를 쐬러 갯벌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소리다. 짱뚱어들은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로 기다란 지느러미를 이용해 물이 들어올 때는 진흙 속에 꽁꽁 숨어있다가 물이 빠지면 땅 위로 올라와 먹이를 찾아다니는 갯벌의 대표적인 생물이다. 짱뚱어며, 낙지며, 대합이며, 참방개며 이곳 증도 갯벌에 사는 생물은 40여 종이 넘는단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말 그대로 살아 있다. 살아 꿈틀거린다. 뭇 생명이 먹이 사슬 찾아 송송 뚫린 구멍사이로 바삐 드나든다. 짱뚱어가 뛰어다니고 농게 들이 바삐 움직인다.
갯벌의 생성과 변화, 갯벌의 자연 정화능력은 거기에 사는 생명체의 안위와 밀접하다. 이들은 우리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본다. 우리는 이를 지배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공존의 동반자로 보아야 하지 않을는지.. 그런데도 인간이 오염시키고 변형시킨 자연을 살리려고 애쓰는 것은 인간이 아니고 그 속에 사는 생명체들이다.
밀물 때 물 속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갯벌, 이 갯벌 속에 사는 생합, 맛조개, 바지락, 소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뭇 생명은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요 보배들이다.
바닷물에 사는 이끼라 하여 해태(海苔)라고도 불리는 증도 김은 전국에서 그 맛을 으뜸으로 쳐준다. 다도해 주민 절반 이상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터라 이들에게 있어 바다는 터전이요, 삶 자체인 법. 언제 풍랑이 덮칠지 모르는 망망한 바다를 상대로 생을 이어가는 어부들의 삶은 때론 거칠기도, 때론 순하기도 하다.
※ 슬로 시티(Slow City)란?
전통 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 등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뜻하는 말. 1999년 이탈리아에서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지역 전체로 확대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70개 이상의 도시 또는 지역이 "Slow City"로 선포되었으며 유럽 그중에서도 이탈리아가 중심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2007년) 아시아에서 처음 전남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담양 창평면, 장흥 유치면이 인정되었다.
[슬로 시티] 인증을 위해 완도군 청산도는 다랑논과 구들장논, 해녀 등 전통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점을, 신안군 증도는 재래식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과 자전거를 이용한 친환경 교통시스템 구축 등을 내세웠다. 또 장흥군 유치면은 전통방식의 장 담그기와 생태농업을, 담양군 창평면 일대는 전통 돌담과 한과, 쌀엿 등 전통음식을 두각시켜 슬로시티 인증을 받게 되었다
[슬로 시티] 인증 도시 조건은 인구가 5만 명을 넘지 않아야 하고, 패스트푸드와 대형 마트, 자동판매기, 대량운송 수단도 없어야 한다. 또 전통 산업과 슬로푸드는 물론, 아름다운 경관도 갖춰야 하며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는 보편적 문화도 보유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남 무안과 함께 갯벌로는 올해에 전국 첫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증도 갯벌. 증도 갯벌은 화도를 중심으로 한 폭 4㎞의 광활한 갯벌과 조류에 의해 생성, 갯골이 아름답고 학술적 연구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 빠진 바다 위에 온갖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널렸으니 이걸 갯벌이라 할까, 밭이라 할까?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140만 평의 태평염전엔 증도 사람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국 제일의 명성답게 태평염전은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사각으로 반듯하게 구획된 염전의 풍경은 뭍에서 볼 수 있는 논밭 풍경과 닮았다. 하지만 소금을 만들어내는 대파질은 도심이나 농촌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염전 한쪽에는 나무로 지은 수십 채의 소금창고가 길을 따라 규칙적으로 자리한다.
증도의 태평염전은 국내에서 가장 좋다는 갯벌(소련위성의 촬영으로 게르마늄 성분이 다량 함유된 사실이 밝혀진 증도갯벌)의 효험 덕분에 국산 천일염의 탁월한 명성을 아직까지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연간 약 1만 톤 ~ 1만 5천 톤의 질 좋은 미네랄(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이 풍부한 천일염을 생산하여 인기리에 판매하고 있고, 2007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증도에서 구릿빛 피부의 염부(鹽夫)들은 ‘소금이 온다’고 표현합니다. 해질 무렵, 온종일 내리쪼인 따가운 볕으로 염전의 결정지에서 군데군데 흰 소금이 맺힙니다. 이른 새벽부터 잠을 털고 나선 염부들이 기다리던 소금이 온 것입니다. 소금결정이 서로 달라붙은 것을 그들은 또 ‘꽃이 피었다’고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소금결정이 엉겨 붙은 모습은 마치 순백의 꽃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핀 소금꽃을 대파(소금을 긁어모으는 도구)로 썩썩 밀어대자, 바닥에는 금세 흰 소금이 산처럼 쌓입니다.
소금은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품 중 하나이다. 그래서 유사 이래 사람이 사는 곳이면 소금 확보에 온갖 노력을 다하여 왔다. 옛날이야기 중에 소금장수에 얽힌 이야기기가 많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증도 사람들 특히 노인네들 삶의 애환이 깊게 서린 소금밭이다.
바다 속에 잠들어 있는 소금을 불러낸 것은 인간이 아니다. 햇볕이고 바람이다. 햇볕이 만들고 바람이 가져온 것이다. 인간은 소금을 받을 뿐이다. 소금을 먹는 인간은 자연이 된다. 자연은 병이 들면 스스로 치료한다. 자연이 주는 소금을 먹는 인간도 그렇다. 그래서 소금은 자연이고 약이다.
2010년이면 고물로 처리될 철부선. 그 동안 증도와 부속된 섬 사람들의 발이 되어 주었기에 진한 아쉬움이 배인 채 무거운 발걸음을 내 딛는다.
버지(증도) 선착장의 모습
연육교가 완공된 2010년 이후에 무엇으로 먹고 살까? 선문답을 주고 받을까?
황토골로 유명한 무안반도의 한가로운 풍경.
함평 엑스포공원에서 원예종인 "흰꽃나도샤프란"의 자태를 마지막으로…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토악질하는 갈매기도 요란한 뱃고동소리도 먼 바다에서 달려온 허기진 파도가 삼켜버렸다.
언제인 듯 흘린 눈물은 한낮의 햇살을 물고 영롱한 무지갯빛을 띄운다.
조개잡이와 고기잡이로 흥겨웠던 섬 친구들을 찰랑대는 한 잔 술에 담아..
불그스레 달아오른 수평선 넘어 두고두고 그리워해야 할 옛 이야기로 묻어 둔 채..
어둠에 쌓인 회색도시를 향해 닻을 올렸다. 그 언젠가 훌훌 벗어 던졌던 잿빛삶의 허물을 찾아 비릿한 일상을 걸쳐 입어야 한다.
첫댓글 뿅~~사진 하나하나가 예술입니다.사진에도 남다른 감각이 있으시군요~음악도 좋구요!
이미 가 본 곳들이지만..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본 증도가 새롭네요..
우리나라에도 이런곳이 있군요 넘 아름다운 곳이군요 걈사 합니다
유목민님 때문에 섬구경 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