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와인하면 프랑스 보르도나 최근 들어 많이 수입되는 칠레 와인 같은 것들이 많이 떠오르실텐데요..
사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지역도 세계적인 와인 생산 단집니다.
이 곳에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땀흘리는 한국인이 있습니다.
이동채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한적하게 뻗은 도로를 따라 포도 농장이 고즈넉히 펼쳐져 있습니다. 멀찌감치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수줍은 듯 고개를 드는 포도 나무들. 이제 막 꽃이 진 자리에 땀방울 만한 포도 알갱이가 송글송글 맺히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에 맞서 세계 최고의 와인 생산지로 자리잡은 나파밸립니다.
뜨거운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는 경사면과 평지 곳곳에 펼쳐진 500백 개 가까운 와이너리. 아침이면 두어 시간 농장을 감싸면서 덮어주는 안개가 일조량을 적절하게 조절해 줍니다. 나파밸리가 와인 생산단지로 자리잡은 건 이미 120년 전. 여기에 와인 시장의 미래를 본 미국의 자본이 뛰어들면서 최근들어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카메론 보더(나파밸리 와인 전문가): “이 지역의 와인은 알콜 도수가 낮고 신맛이 강합니다. 두 가지가 잘 어울려 음식과 좋은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생산하기 훌륭한 지역입니다.”
세계 최고 와인을 만드는 데 한 한국 기업인이 뛰어들었습니다. 식품업을 통해 명성을 쌓은 뒤 국내로 와인을 수입해 온 와인 마니아 이희상 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라도 두달에 한 두번은 꼭 현장을 찾습니다.
<인터뷰> 이희상 9회장): “무명의 외국 사람이 와서 와인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았지요. 고생을 많이 했지만, 최고 와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현지 기업 이름은 '다나'. 자비의 정신이라는 뜻의 범어인 단하를 쉽고 부드럽게 불리도록 만들었습니다. 1883년 독일계 이민자가 시작한 포도 농장을 6년 전 인수해 완전히 탈바꿈 시켰습니다. 농장 안팎도 동양의 멋과 신비가, 익어가는 포도와 묘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 단계에서 부터 공을 들였습니다.
좋은 와인의 첫 조건은 좋은 포도입니다. 그래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수준 이하의 포도는 과감히 버립니다. 여기에 자연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우리 철학을 접목시켰습니다.
다나의 자랑은, 힘들지만 포도 재배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하다는 것. 전 세계 와인 제조사 가운데 1%만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재만 (다나 상무): “진인사 대천명의 정성 정신으로 자연의 힘과 최대한 조화를 이루려...”
수확된 포도를 고른 뒤 압축해서 60일 동안 쉬게되는 발효실입니다. 양질의 토양 때문에 많아진 떫은 맛을 길들이기 위해 시멘트 발효를 택했습니다.
4톤 무게의 참나무 통이 늘어선 동굴 속 숙성실에는 낮 시간 내내 잔잔한 고전음악이 흐릅니다. 과일 맛과 신맛, 떫은 맛이 잘 어우러진 와인을 만들기 위해 꾸며놓은 조건입니다.
<인터뷰> 피트 페리(다나 총 감독): “인턴 직원이 힙합 음악을 틀어놨다가 "와인 숙성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줄 지 생각이나 해 봤느냐?"고 크게 혼난 뒤 조심한 적이 있습니다.”
제조 과정을 거친 와인은 동굴 속 참나무 통에서 깊은 잠에 빠집니다. 스무달에서 스물 여덟달이 지나면 마침내 와인은 병속으로 옮겨집니다.
병속에 옮겨져서도 1년이 지나야 세상 밖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3~4년 기간 동안 우리만의 장인 정신이 함께 합니다.
<인터뷰> 이희상: “도자기 공들이 완벽한 작품이 안 나오면 부셔버리잖아요? 끈기와 정성을 가지라고 직원들에게 늘 가르치고 있습니다.”
나파밸리 와인 전문가들과 다나 가족들이 한 식탁에 모였습니다. 자기 검증을 위한 와인 시음을 위해섭니다. 이른바 블라인드 테이스팅.
<녹취>"보르도 와인과 나파 와인 2가지씩을 각각 시음하겠습니다."
먼저 향기를 느끼고, 깊이 들이키고, 4가지 와인의 장,단점을 비교합니다. 전문가들인 만큼 와인 이름 알아 맞추기는 모두 100점. 그리고 가차없는 비판을 쏟아냅니다. 최고 와인 명성을 얻기는 어렵지만, 명성을 잃는 것은 한 순간이기에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시음을 통해 맛과 향을 유지하도록 노력합니다.
<인터뷰> 하윤석 (소믈리에):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서만 고정 관념 없이 와인 맛을 느끼지요. '자기 만족'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 행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과학적인 분석 또한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당도와 밀도, 성분의 조화까지 시음회가 끝난 뒤 통계로 분석합니다.
<인터뷰> 데이몬 하비(다나 분석실장): “자체 실험, 분석 시설이 있기 때문에 알콜 도수와 당도 같은 와인의 품질을 곧바로 측정하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불과 6년의 짧은 와인 만들기에서 얻어낸 성과는 놀라울 정돕니다. 2007년 산 원액으로 만든 다나 와인 한 종이 2년 전 세계 최고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은 겁니다. 당시 수만 종의 세계 와인 가운데 100점은 불과 18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샬롯 마이랜드(와인 홍보대행사): “이 지역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로 팀을 만들었습니다. 긴 안목을 가지고 농장을 가꾼 점도 다나의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다나가 생산하는 와인은 한 해 5천병. 30만원 넘는 고가에도 전량 미국에서 소비됩니다. 지난해 부터 미국은 세계 최대 와인 소비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올해 매출액은 5백억 달러. 50조 시장이 될 전망입니다. 이 초거대 와인 시장에서 명성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게 다나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급성장 할 것이 분명한 중국 시장이 다음 목표입니다.
<인터뷰> 이희상: “순간적인 최고가 아니라 수십년 지나도 세계 와인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꿈.. 중국 와인 애호가들도 관심이 크다.”
국민의 생존을 위한 생계형 식품을 만들어 오다, 맛과 멋에 문화까지 갖춰야만 하는 와인 시장에 뛰어든 다나. 최고의 와인에 한류를 얹어 세계 와인 시장을 누비기 위한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1.06.05 (09:06) 이동채 기자
자료출처: http://news.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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