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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차 옥수같은 계곡에 취해버려 칠백이고지 길은 잊어버리고 엉뚱한 왕사봉에 오르다
산행일시 : 2007년 2월15일 목요일 맑음 11시-15시
산행지 : 왕사봉
참여 : 전귀옥, 김지선, 한태순, 김수영(4명)
2월13일 화요일은 신입생 진단평가날이라 산행을 다음 날 14일 오후 3시로 정하여
집합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나기에 내일로 기약하며 집에 돌아오
는데 아쉬워 마음을 달래보려고 전주천변을 걸어 치명자산으로 가는 중에 하염없이
내리는 겨울비를 한쪽 손 양산으로 받아내며 걷는 중에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고 있
는 길 한벽당 천변 쪽이 아닌 교동 쪽으로 향하고 있기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돌려 한
벽당 천변쪽으로 방향을 바로 잡고 걸어가며 무념무상이라는게 이런 것인가하는 교
만한 생각이 들어 나같은 속인이 어찌 무념무상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니
입가엔 그저 미소가 그려진다.
드디어 치명자산 14처에 이르렀다.
14처란 예수가 빌라도에게 사형선고를 받고 힘에 버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사형장에 이르는 중에 일어나는 열네 번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하여 전주 카톨릭 센
타에서 세계 유일의 동정부부 이루갈다 시신이 안치된 치명자 산에 14처를 만들어
놓았는데 특히 사순절이면 전국 카톨릭 신자들이 이곳 성지를 찾아들어 기도 들이는
곳이다.
평소 산행하지 않는 날에는 저녁 식사 후 14처 아래까지 산책하는 코스인데 왕복 80
분이 소요되는 한적한 거리라 즐겨 찾곤 한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치명자 산에는 오르는 이가 아무도 없어 고즈넉하기만 하
다.
1처에서 마지막 14처까지 오르면서 마음속 깊숙이 찌들고 찌든 죄를 조금이나마 용
서받으려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 드리는 중에도 워낙 죄가 많은 몸인지라 마음 속
한 켠에는 분심이 찾아들어 ‘나같은 죄인 위하여 대신 십자가 지신 주님 용서하소
서.’ 하며 14처까지 올라가 이 순이 루갈다 동정부부 묘지에서 경의를 표하고 돌아서
니 뿌옇게 솟아오른 고덕산이 아는 체 한다.
내일 산행하는 날인지라 내일을 위해 밤 8시30분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어 억지로 잠
을 청하여 꿈나라에 들었는데 그 꿈나라가 현실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나게 아름
다운 산이 트루칼라로 보이는데 그 산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그만 눈이 떠지고 말아
주위를 살펴보니 아까 세상과는 다른 깜깜한 적막의 세상이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
로 꿈이었던 것이다.
그 아름다운 산! 내가 좋은 일을 많이 하여 천당에 가면 볼 수 있으려나.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여 그 꿈의 후편을 보려 안간힘을 썼으나 한 번 깨어버린 잠
은 다시 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새벽 3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가 밤 기운
을 흔든다.
머리맡의 라디오 소리를 조그맣게 켜 놓고 비몽사몽하다가 7번 치는 괘종소리에 화
들짝 놀라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물을 팔팔 끓여 보온병에 놓고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학교에 가 기다리니 약속 시간 8시에 정확하게 한태순 선생님이 오
기에 바로 2차 모임 장소에 가 전귀옥, 김지선을 만나 고산길을 달리는데 어제와는
달리 햇빛이 찬란하여 주위 연이어 포개진 산들의 선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아름다운 자연의 선이다.
우리 자연의 저러한 곡선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옥의 하늘을 향하여 약간 치켜 든
처마의 곡선, 도자기, 여인들의 우아한 한복과 버선, 초가 등의 선이 바로 곡선이 아
닌가.
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자연의 가르침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곡선의 아름다움.
한국의 미는 곡선이라 한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서구적인 직선보다는 곡선이 더 정감이 가는
것을 보니 나도 영락없는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는 한국인이다.
이른 아침 시원하게 새로난 도로를 달리다 경천에 이르니 공사가 덜 끝나서인지 도로
가 좁아져 구도로에 접어들어 속도를 낮추어 운주 방면으로 가니 게임과학고등학교
옆 엘지 칼텍스 주유소 옆에 고당리 청소년 수련원이란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하여
가는데 우리 일행 중에 칠백이고지를 가 본 사람이 없기에 전귀옥 선생님의 김정길씨
가 회장인 ‘전북산사랑회’에서 발행한 산행안내서에 의지하며 가고 있는 것이다.
좁은 외길을 따라 가는데 천등산 정상의 바위가 동녘에서 찬란히 솟아오르는 햇살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데 장관이어 그 정경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둔다.
그제 내린 겨울비 때문인지 동네 앞 한여름의 냇물처럼 물소리를 힘차게 내며 이른
아침의 동네를 휘감아 돌아가는 정경이 바로 한 폭의 산수화가 아니던가.
목적지 길이 확신이 안 서기에 마침 인자하게 생기신 할아버지가 나오시기에 칠백이
고지 가는 길을 물으니 뭐 하러 가느냐기에 웃으며 산에 간다며 정중하게 아뢰니 친
절하게 알려 주신다. 안내 받은 대로 가는데 계속 냇물만 끼고 도는 좁은 도로만 나오
기에 우리가 안내받은 데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아해 하며 주변 자연경관이 너무
좋아 길을 잘못 들어 산행 못할지라도 후회될 일이 없다며 이 냇물 따라 가보는 데까
지 가자기에 운전대를 잡은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 들어 그냥 달린다.
다행히도 어제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빵빵히 넣어 오늘만큼은 기름 걱정 없다.
안내서의 말대로 피목 마을이 나오기에 더 냇물길 따라 가니 고당 청소년 수련원이
나오기에 길을 물어보려 하나 지나는 행인이 아무도 없어 그냥 지나치고 말아 한참
후에야 수퍼가 나오기에 한태순 선생님이 가게 주인을 찾았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인
기척은 전혀 없어 다시 길 따라 가는 중에 어느 할아버지가 나오시기에 우리의 목적
지를 물으니 저 너머 산이라는데 이 동네 아무개에게 자동차로 안내를 받아야 편히
갈 수 있다는 둥 여러 이야기를 친절하게 하시는데 도무지 초점이 잡히질 않는다.
대충 길 따라 가는데 마침 어느 농부 아저씨가 일을 하기에 물으니 저기 앞쪽으로 가
면 나온다고 하는데 마침 뒤돌아보니 길이 너무 좁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망설
이고 있는데 마침 뒤쪽에서 차가 경적을 울리며 길을 비켜 주라고 하기에 간신히 길
을 비켜 주고 아무튼 차가 가는 것으로 보아 길이 있을 것 같다며 생각하고 가는데 이
상스럽게도 길을 잘못 들어 초조감보다는 그냥 느긋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 주위에 있는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산행하지 못하면 이 자연에서 쉬어 가
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리라.
가면서도 이 비좁은 길에 차량을 만나면 어떡하나 걱정되는데 다행히도 길을 비켜 주
어야 할 차량은 만나지 않아 다행이다.
어느 정도 달리다 보니 국도처럼 잘 닦여진 2차선 도로가 나와 참 이상하다. 이 깊은
산중에 이러한 도로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지방하고 연결된 도로이겠지 생각하며
가는데 안내 받은 가든이 나오기에 살펴보니 알려준 대로 앞에 냇물이 흐르기에 저
냇물을 건나면 산행로가 나오겠지 생각하며 도로 한 쪽 넓은 곳에 차를 주차하고 내
를 건너는데 산행로는 보이질 않아 가든 집에 가 길을 물으려 했으나 도시 인기척이
없어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막내가 잘 지어진 슬라브 집에 가 주인을 찾으니 반팔 런
닝셔츠 차림의 주인이 나와 상세히 안내를 해 주며 어디에서 오셨느냐고 묻기에 전주
에서 왔노라 하니 아주 반가워하며 잘 가라고 하기에 우리도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안
내 받은 쪽으로 가고 있는 중에 뒤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아까 그
가든 주인이 커피 한 잔하고 가라기에 우리는 사양하지 않고 참 친절하신 분하고 이
야기를 나누면 재미있을 것 같아 우리는 다시 그 슬라브 집으로 등산화를 벗고 거실
에 들어서는데 마침 막내 김지선 선생이 대학 졸업식 때 찍은 사각모 사진을 보더니
아무개 아니냐며 물으니 주인 아저씨 내외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묻는
다. 막내는 전주여고 학창시절 같은 반이었다며 말하니 아주 반가워하며 간호사로 근
무하고 있는 따님에게 전화를 걸어 막내에게 바꾸어주니 막내가 자세히 자신을 소개
한다.
전화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막내를 보며 주인 아저씨 내외는 흐뭇해 한다.
주인 아주머니는 주방에서 커피를 따끈하게 끓여와 우리 일행에게 공손히 대접하며
마셔보라기에 마셔보니 커피 맛 또한 주인내외 마음씨 못지 않게 은은하며 달콤하
다.
시골에 사시면서도 얼굴이 뽀얀 모습이 도시 사람 같다. 50대 중반이라는데 40대 초
반처럼 참 젊어 보인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에서 욕심 없이 세상을 사노라니 이
러한 모습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커피 대접도 황송한데 직접 만든 곶감을 내오시는데 촉감이 부드럽기가 그지없고 분
도 적당히 나 있어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여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입안에서 저절로 녹
는 것 같다.
어제 곶감을 많이 먹어 배탈 난 한태순 선생님도 덜컥 곶감을 들어 입에 넣어 아주 맛
있다고 하기에 우린 그저 웃음이 나온다.
내 동창인 주인집 따님 학사모 사진을 보니 주인 내외처럼 참 예쁘게 생긴 규수다.
막내 말에 의하면 여고시절에도 예뻐 인기가 많았다 한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주인집 내외분 마음씨 닮아서 마음도 고운 백의의 천사이리
라.
이 곳이 너무 좋아 다시 찾아들고 싶어 정중하게 주인집 명함을 청하니 운주농협 감
사도 역임하면서 수룡가든을 경영하는 강한규씨이다.
깔끔한 외모처럼 집안도 깔끔하게 잘 가꾸어 놓아 자연과 잘 어울린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차 한 잔 대절할 줄 아는 강한규씨가 아닌가.
곶감을 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집사님 내외분 손님의 방문이 있어 우리
는 인사를 나누고 현관을 나서는데 아쉬운 감이 들어 현관 앞에서 강한규씨 내외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우리 하늬뫼사랑 카페 주소를 적어드리며 이 곳에 들어오셔서
오늘 사진을 보아 주십사 하는 인사를 드리고 산행길에 나섰다.
신록의 계절 때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일행 모두가 이
심전심이었던지 다시 한번 오자고 다짐한다.
정확하게 안내 받은 산행로를 자신감을 가지고 콧노래를 부르며 외길 따라 가는데 비
포장 도로변에 빨간 리본이 20미터 간격으로 나뭇가지에 묶여 있는 게 눈에 띄기에
산행로 표지기인가 보다 우리는 이제 제대로 산행로에 들어섰구나 안심하며 비포장
자갈 도로를 덜커덩거리며 가는데 전귀옥 선생님은 승용차로는 이 곳에 올 생각은 아
예 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하니 막내는 이 곳은 깊은 계곡에 물이 힘차게 흘러내리고
숲은 우거져 있고 인적은 전혀 없는 곳이어서 마치 사파리에 든 느낌이 든다고 하는
데 우리 모두 웃으며 그 말에 동감했다. 계속 비포장 도로를 가는데 막내가 빨간 표지
기가 산행 표지기에 숫자가 씌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산림청에서 임도에 표시한 것 같
다고 한다.
우리는 그저 빨간 표지기를 따라 가면서 힘차게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는 깊은 계곡
에 넋을 잃고 계곡에 끌려 가다가 안내 받은 칠백이고지 입구는 벌써 벗어나고 말아
거의 산 끝머리에 이르고 말았는데 이러다가는 끝없이 펼쳐진 임도 따라 산 위까지
가는 게 아닌 가 싶어 주차하기 좋은 널찍한 주차하고 임도 따라 본격적인 산행에 들
어갔다.
임도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돌길이다.
오르막 돌길 임도를 따라 올라 가는데 계곡에선 힘차게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데 파란
하늘에 물소리가 잘 어울려 우리의 시청각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헉헉거리며 능선에 오르는 중에 길바닥에 웬 낚시줄 같은 게 깔려 있어 의아심이 생
긴다.
산중에 낚시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인데 도대체 용도가 무얼까 혹시 덫은 아닐
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능선 꼭대기에 오르니 비로소 표지기에 왕사봉 834미터 모산악회라고 씌어
있다.
사방이 확 터진 곳에서 운장산의 동봉, 중봉, 서봉, 연석산, 운암산, 고산 대아리 호수
등이 맑은 하늘 아래 또렷이 자태를 드러내는 모습에 우린 그저 환호성을 올리며 좋
아할 뿐이다.
또한 우리 한국의 전형적인 푸른 하늘아래 죽 펼쳐진 산능선의 고아한 곡선!
이러한 대자연이 고려 사람들에게 신비한 비치색의 우아한 고려청자를 빚게 하지 않
았을까.
아무튼 우리 눈앞에 펼쳐진 한국의 미를 맘껏 우리의 동공과 카메라 렌즈에 열심히
옮겼다.
이 곳에 무턱대고 오래 머물 입장이 아니라 바삐 서둘렀다.
막내 김지선 선생이 엄마와 2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어 그 시간까지 가려면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아 그저 표지기만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길 몇 차례 반복하는데도
칠백이고지는 나오질 않고 점점 주차한 곳으로부터 멀어지고만 있어 조바심이 생긴
다.
시계를 보니 12시 35분이다. 다른 때 같으면 점심 먹을 시간인데 지금 그럴 경황이
아닌지라 나부터라도 서둘러 주차한 곳에 가서 차를 가지고 오면 많은 시간을 단축
할 수 있을 것 같아 칠백이고지는 다음 산행으로 미루고 이쯤해서 하산하자고 하니
좋다고 하기에 멀리 보이는 임도를 찾아 나서는데 하산 표지기는 전혀 보이질 않는
다.
표지기는 없지만 소나무 사잇길을 택하여 내려가면서 뒤따라오는 전귀옥 선생님께
난 먼저 하산하여 차를 가져 올 것이니 나머지 분들하고 같이 하산하라고 부탁하고
서둘러 하산하는데 내가 가는 하산 길은 자꾸 주차한 장소와는 점점 멀어져만 간다.
이제 와서 왔던 길로 되돌아 갈 수도 없어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바삐 내려가면서 시계
를 보니 13시10분이다.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14시까지 전주에 가질 못하겠지만 그
래도 해보는 데까지는 하려고 길 아닌 길을 따라 가면서도 길을 잘못 든 게 아니가 하
는 의아심이 들어 아래쪽을 살펴보니 눈에 보이는 임도는 까마득하기만 하다.
다른 가까운 길은 없을까 하고 좌우 살피니 낭떠러지 길뿐이다.
깊은 산중은 아닌지라 공포심은 들지 않으나 그저 시간에 쫓겨 초조감이 들뿐이다.
그런데 다행히 표지기는 없는 길이지만 길 같아 보이고 가끔 가다가 나무 밑에 소주
병이 있어 반갑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러한 자연에 버려진 빈 병을 보면 울화통이 치미
는데 오늘만큼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정신 없이 내려가는 중에 산행객 한 명이 올라오기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하산 길
을 물었다. 이대로 내려가서 냇물을 건너면 된다고 하기에 안심하고 내려가는데 낙엽
이 수북하게 쌓인 바닥엔 얼어서인지 미끄러워 엉덩방아도 찧어가며 급경사 길을 조
심스럽게 내려가는데 키가 넘는 산죽 숲이 나와 한참동안 헤쳐가며 내려오니 바로 앞
에 맑은 냇물이 힘차게 흐른다. 냇물을 건너 임도에 가야하는데 징검다리는 없다.
이리저리 살폈으나 달리 방법이 없다.
등산화를 벗고 건너든지 아니면 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가며 가야할 상황이다.
발 닿는 데는 건너뛰고 발이 닿지 않는 데는 돌을 던져 징검다리를 만들려고 했으나
던진 돌은 물살에 그냥 흘러가고 말아 흔들리는 돌에 양발을 딛고 중심 잡아 집중 사
격하니 돌무덤이 생기기에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훌쩍 건너뛰었다.
성공이다 싶었는데 아뿔싸 그만 손에 가시덤불의 가시가 박혀 손이 아려 오는 데 한
시 바삐 차를 가져 와야한다는 생각이 앞서 바삐 걸으니 아픈 곳이 나도 모르게 가신
다.
시간에 쫓겨 바삐 걷는 두 시의 햇빛이 따가울 정도여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어볼까
하는데 그 시간마저 아깝다 싶어 지퍼만 활짝 열고 가는데 이마와 등에서는 땀이 쪼
르르 흘러내리기 시작하며 시장기까지 든다.
주머니를 뒤져보는데 마침 산중에서 먹다 남은 한 개의 귤이 손이 잡히기에 걸으면서
먹는데 달콤하기가 그지없다.
그 달콤함이 원기를 북돋아주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 귤 한 개의 힘으로 가는데 무슨 오르막길이 그리 많이 나오는지 오르면 또 나오는
돌길이 나를 무척 땀나게 만든다.
오르면서 임도에 난 차 발자국이 참 반갑다.
물론 이 산중에 나의 백마가 아침 흔적을 낸 것이련만 정겨운 눈길을 보내며 오르는
중에 방정맞은 생각이 나도 모르게 찾아 든다.
“만약 이 깊고 호젓한 곳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어쩌나?
나를 방어할 무기라곤 스틱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작년 여름 방학 때 오성리에서 이른 아침 임도 산책 중 새끼들을 데리고 먹이
찾아 나선 송아지만 한 멧돼지를 다행히 정면에서 만나지 않고 나만 뒤에서 보아 피
했는데 이 곳에서 정면에서 만나면 어떡하나.
내가 그렇게 황당한 일을 당하지는 않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50여 분 헉헉거리며 오르락 거리니 저 멀리 나무 사이로 반짝거리
는 반사 빛이 눈에 띄기에 자세히 살피니 낯익은 하얀 산타페이다
차 앞에 이르러 제일 먼저 타이어를 살폈다.
만약 이 바쁜 와중에 거친 돌길에 오른 차가 펑크가 나면 참 난감할 것 같아 말이다.
다행히도 네 바퀴는 튼튼하게 차체를 지탱하고 건각의 그저 고맙기만 하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비로소 배낭 속의 물을 맛있게 한 모금 들이키니 뱃속까지 따르
르 거리며 시원하다.
차를 몰고 내려가는데 힘겹게 마음 졸이며 올라오던 내 모습이 떠올라 여유있는 웃음
까지 나온다.
내려가는 중에 멀리서 등산복 차림의 3명이 보이는데 바로 우리 팀이다.
“뭐 하러 힘들게 올라오느냐. 하산지점 냇물에서 기다리지 않고. 내가 이렇게 내려가
는데.”
“김선생님이 걱정되어 올라오지 않을 수 없다. 혼자 올라오느라고 얼마나 고생하셨
어요.”
하며 떡을 떼어 주기에 받아먹으니 바로 달콤한 꿀맛이다.
냇물이 휘도는 피목마을을 거쳐가는데 아침처럼 사람하나 보이질 않는다.
냇물과 갈대 숲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세우고 기념촬영
을 하며 막내 눈치를 살피는데 엄마와의 두 시의 약속은 포기했는지 현재의 이 대자
연의 찬란한 모습에 행복을 가득히 머금은 모습이 참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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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왕사봉 산행의 많은 사진은 '산행 중 한 컷' 난에 많이 있습니다.
수룡가든 강한규사장님 내외분께서 저희 하늬뫼 산행객들에게 따끈 한 커피와 담콤한 곶감을 주셔서 맛있게 들어 산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 었습니다. 그 덕으로 무사히 산행을 잘 마침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