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아트하우스 모모 나들이
이화여자대학교에 ''아트하우스 모모''라는 예술영화전용극장이 개관을 했습니다. 개관기념으로 영화제를 하고 있죠. 우리가 본 것은 이름하여... ''세상의 모든 애니메이션''입니다. 때마침 오늘까지 하는 영화제라 박물관 계획을 취소하고 영화제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즐기는 ''낯선 재미''
만화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신났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생각한 거죠. 속으로 혼자 웃으며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답니다. 일반 극장용 만화영화에 익숙한 아이들이 예술영화에 적응할까, 혹 투덜거리지는 않을까 말입니다. 원래 ''예술''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심각하거나 따분하잖아요. ^^ 아무튼 익숙한 재미는 아니겠지만 낯선 재미를 느껴보라고 상영관으로 갔습니다.
* 오타와 애니메이션 필름페스티벌 역대 수상작을 보다
예술영화 전용관답게 영화관이 훌륭합니다. 어느 곳에 앉아도 화면이 관객의 정중앙으로 느껴지고, 앞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도 않는답니다. 오로지 영하 그 자체에 빠질 수 있게 해 놓았더군요. 이런 시설에 약간 주눅든 채 아이들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본 것은 일본 오타와 애니메이션 필름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역대 수상작들이었습니다. 원래 만화영화는 두 개의 만화영화제가 유명합니다. 프랑스 안시 영화제와 일본 오타와 영화제이죠. 안시 영화제 수상작은 이미 상영되었기에 볼 수 없었답니다.
* 무슨 만화영화가 이래?
첫 작품은 영국 작품으로 제목이 ''A-Z''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라이트닝 두들 프로젝트 2007'', ''독솔로지'', ''존과 카렌'', ''늙고 늙어 아주 늙은 노인'', ''톰'', ''말괄량이 지하르카'', ''애니메이션 황금기''를 보았습니다.
첫 작품은 다들 어리둥절한 채 보더군요. 이어 두세 편이 상영되자 아이들이 난처해합니다. ㅋ ㅋ ㅋ... 예술영화에 대해 전혀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존과 카렌''이라는 영화가 나오자 그때부터 아이들이 영화에 빠져드네요. 이어지는 작품들도 다 독특한 재미를 주며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주었죠.
* 기획 의도에 충실히 따르다
이번 영화제에는 감독과의 인터뷰를 촬영해서 넣었더군요. 영화를 보고나면 감독이 자기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에 대해 말해줍니다. 또 어떻게 표현했는지, 기법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등도 밝힙니다. 그런데 이 화면이 나오기 전에 친절한 자막이 뜨죠. ''감독의 의도에 관계없이 내 식대로 영화를 즐기고 싶은 관객은 인터뷰가 나오는 동안 눈을 감고 있어도 된다''고 말입니다.
진혁이가 이 친절한 자막을 보고 눈을 감았답니다. 왜냐하면 감독의 의도에 관계없이 영화를 이해하고 싶었다는군요, 그리고는 꿈나라로 갔답니다. ^^ 결국 영화가 다 끝날 때 눈을 떴답니다. ^^ 축구 때문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피곤했답니다.
* 예술은 역시 낯설어!
뜻밖의 만화영화를 본 아이들이 제각각 한 마디씩 합니다.
"처음엔 어렵더니 나중에는 재미있었어."
"앨빈과 슈퍼밴드를 패러디한 거 였지?"
"존과 카렌은 너무 귀여워!"
일반 만화영화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빠르게 화면이 바뀌는 데다, 색깔도 화려하고 음향도 자극적이어서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오로지 순간을 즐기면 되지요. 순간의 느낌들이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죠.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낌이 이어져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예술영화들은 느낌 이전에 ''생각''을 해야 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영화들이 2D 작업을 해서 3차원 4차원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시시할 수 도 있죠. ''생각''해야 하는 걸로도 힘든데, 거기다 시시하기까지!
그런데도 아이들이 잘 보았습니다. 물론 영화를 즐긴 친구들도 있었구요.
* 나중에 모모극장에 놀러 가세요
덤으로 정보 하나 알려드리죠. 9월 4-10일, 10월 23-29일까지 ''라틴아메리카로 떠나는 영화 배낭여행''이라는 영화제가 있습니다. 볼만한, 봐야할 영화들이 상영되네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바벨''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비포 나잇 폴스'' ''작별'' ''아퀴레 신의 분노'' ''시티 오브 갓''과(9월 상영) "판의 미로''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이 투 마마'' ''큰스탄트 가드너'' ''빵과장미'' ''거미의 계략''입니다.
이외에도 국제 다큐멘터리 필름 페스티벌과 칸느 국제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