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의 팔라티나 미술관(Galleria Palatina)에 보관된 이 유화는 이탈리아 화가 죠반니 안토니오 바치(Giovanni Antonio Bazzi, 1477~1549)의 1525년작 유화 〈성자 세바스티안(Saint Sebastian)〉이다.
더욱 유명한 이탈리아 화가들인 라파엘로(Raffaello, 1483~1520)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죠반니 안토니오 바치는 특히 인체의 官能美를 훌륭하게 표현했을뿐더러 이른바 “바로크 미술(Baroque art)”의 일면을 예고한 과대화된 신비감정(神秘感情)마저 빼어나게 표현하는 재능을 발휘했다.
바치는 35세 무렵인 1512년부터 동셩애자로 소문나서 “일 소도마(Il Sodoma; 男色者)”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바치의 무례함과 기행(奇行)을 싫어하던 이탈리아 화가 겸 건축가 겸 전기작가(傳記作家) 죠르죠(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는 걸핏하면 바치를 소도마로 비칭(卑稱)하면서 바치의 품행뿐 아니라 작품들마저 싸잡아 조롱하고 깎아내리기를 일삼았다.
죠르죠 바사리는 “소도마라는 별명은 농담결에 바치에게 붙었다”고 훗날 변명하듯이 기록했지만, 바치는 오히려 그 별명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오늘날에까지도 바치는 소도마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인지되었다.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의 자서전소설 《가면의 고백(仮面の告白)》에서 주인공은 성자 세바스티안의 순교장면이 묘사된 그림에 자신의 동셩애 환상을 투영한다.
그런데 죡변은 한때 그 그림이 어쩌면 죠반니 안토니오 바치(일 소도마)의 유화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미시마 유키오의 환상을 촉진한 그림은 실제로 이탈리아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 1575~1642)의 1615년작 유화 〈성자 세바스티안(Saint Sebastian)〉(아래왼쪽)이었다.
귀도 레니의 또 다른 걸작은 이탈리아 귀족여인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 1577~1599)의 초상화(아래오른쪽)인데, 그녀의 참담한 일대기는 잉글랜드 시인·극작가 퍼시 비쉬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의 희곡 《첸치 일가(The Cenci)》와 그의 희곡을 각색하고 연출한 프랑스 작가·배우·연극연출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1896~1948)의 희곡 겸 연극 《첸치 일가(Les Censi)》를 탄생시킨 원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