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늙은 5학년>을 읽고 ???????????????????????????????호박감자 김윤희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탈북자가 나와 이야기하는 프로를 봤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했다. <나는야, 늙은 5학년>은 5학년이 된 열다섯 살 명우의 서울이야기이다. 형, 명철이를 따라 중국을 거쳐 북에서 온 탈북자 명우는 키 130cm, 몸무게 27킬로그램에 아직도 유치를 가지고 있다. 나이로 보면 중학교 2학년이지만, 북에서 2학년밖에 다니지 못한 명우의 늙은(?) 초등 5학년생이 되어 겪는 달콤 쌉싸래한 서울 살이가 그려진다. 작가 조경숙은 이 글을 쓰면서 탈북 여성과 한 분을 소개받아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여기 나오는 대화는 물론,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단다. 그래서 명우의 말투며, 탈북자로서의 마음과 실상이 이 책에 잘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작가가 만난 사람은 어른인데 반해, 이 책의 주인공은 열다섯 살 남자 아이이기에 모든 것을 그 아이의 눈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브로커이야기와 형이 여자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명우가 영어는 남조선을 덮고 있는 괴물 같이 느끼고, 모두 그 괴물에게 잘 보이려고 굽실거리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것과 짝인 은지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장면에서 북한의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참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도 좋았다. 글을 쓰면서 내가 너무 초등학생의 실상을 모르고 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전의 기억을 가지고 무작정 쓴다면 읽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무엇을 쓸 것인가?가 정해지면 자료를 수집하고, 거기에 맞는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탈북한 열다섯 살이 5학년에 들어가는 독특한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만들어 냈다. 그리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들이 쓰는 말투나 심리, 실상을 잘 묘사해 냈다. 내가 배워야 할 점이다. 요즘 도서관 어린이실에 가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로 된 책을 읽고 있다. 재미있기에 쑥쑥 잘 넘어 간다. 아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금방 책을 놓는다. 동화가 살아남으려면 이런 만화와 경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탄탄해서 술술 잘 읽혀야 한다.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을 짜임새 있고 개연성 있게 쓰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이 책은 명우의 학교생활과 학교 친구와의 관계, 그 친구들의 이야기, 형과 누나, 엄마의 이야기 등 사건의 연결이 매끄러워 술술 읽혔다. 그 점이 부러웠다. 책을 읽을 때마다 주의 깊게 보고 배워야겠다. ?결말도 깔끔하다. 땅끝마을로 여행을 가는 것으로 희망적 미래를 암시한다. 항상 글을 쓸 때 제일 애먹는 것 중에 하나가 결말을 어찌 처리하는가? 이다. 방법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어렵다.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점은 이 책에는 간간히 북한단어를 쓰고 있다. 모든 단어를 북한말로 쓴다면 오히려 독자들이 생소하여 외면을 받을 수도 있는 점을 작가는 몇몇 단어로 한정지어 잘 전달한 것 같다. 명우는 북한에서는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렸지만 남한에서는 마음고픔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명우가 나이에 맞게 키도 쑥쑥 자라고 살도 찌고, 사랑으로 마음도 빵빵하게 부르기를 바라며 북한에서 즐겨 불렀다는 노래를 옮겨 본다.
나라에서 쌀을 주어 근심 모르네. 나라에서 집을 주어 걱정 없다네. 아 고마워, 우리 당이 고마워. 해마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는 쌀도 없고 돈도 없는 우리들에겐 언제 가면 배부르게 먹어 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