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정신과 의사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서 거제로 가는 길에 저를 오랜만에 만난 지도 좀 됐고 해서 어제 통화를 한 후에 커피숍에서 한 두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냥 잠시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대전에서 일어난 하늘이 양 사건을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당분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묵상글을 조금은 텀을 주려고 했는데 오늘 친구랑 나눈 이야기는 혼자만 생각하기엔 조금 아까운 내용이라 공유를 하려고 합니다. 친구는 개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어도 정신과 의사라서가 아니라 집안 자체도 독실한 신앙관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그런 개신교 신자가 아닙니다. 개신교 신자이지만 정말 집안 사람들이 모두 예수님 말씀처럼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예수님 앞에서 칭찬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진짜 신앙인이라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그런 집안에서 성장했고 친구도 그런 친구입니다. 절친인 친구인지라 제가 개종을 했다고 해도 천주교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친구입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하는 말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강도가 약해서 그렇지 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말할 정도로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고 하는 사실에 조금 놀라웠습니다. 그 문제를 일반화하기엔 힘들지만 그럼 보통의 사람인 경우에 있어서 누가 봐도 겉보기엔 정상적인 사람 같은데 실제는 정상이 아닌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는 비정상인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는 비정상인데 일반 보통 사람이 봐서는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상한 현상 가운데 요즘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가장 큰 이상 징후에 대해 말해줬는데 이건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 또 특히 친구도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신앙인에게만 나타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통 보면 신앙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친구는 자기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도 그렇고 아무튼 아무도 개신교 신자라는 걸 모른다고 합니다. 보통 보면 어떤 경우는 병원에 액자 같은 걸 통해서 하나님이나 하느님을 믿는 걸 표시하기도 합니다. 근데 친구는 자신의 신앙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업적인 의식과 윤리 때문에 숨긴다기보다는 그냥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환자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스님, 목사 등등 우리가 흔히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직자들도 많이 진료를 했다고 합니다. 제가 기독교 성직자는 편의상 제외하겠습니다. 조금은 민감한 부분이 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편의상 스님의 예를 들겠습니다.
친구가 스님 이야기를 하길래 제가 한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에 환자 중에 스님이 있다면 너 솔직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상담을 하니 하고 물었습니다. 확실히 똑똑한 친구인지라 이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빨리 파악해서 그런지 단번에 하는 말이 설령 나랑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어떤 편견을 가지고 진료를 한다면 그게 의사냐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의사라면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혹시나 해서 마치 노파심에서 그랬던 것입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이지만 일반적인 내용만 언급해줬습니다. 친구가 불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친구가 언급한 스님은 불교계에서도 좀 유명세가 있는 스님입니다.
친구는 스님과 상담을 하면서 그 스님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저에게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이 이야기를 저에게 해 준 이유는 알면 저도 가톨릭 신앙이지만 신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포괄적으로 말해서 종교를 가진 사람은 자기가 믿는 신이나 어떤 절대자에 대한 믿음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평가가 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은 종교를 불문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느냐 하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남에게 좋은 평가라든지 또는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려고 자신을 과대포장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데 그게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마치 인간의 욕망이 끝없듯이 이 또한 욕망처럼 계속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포장을 계속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치 가면을 쓰고 살게 되는 이중 인격자 아닌 이중 인격자처럼 변장한 모습으로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이 장기화되면 포장된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이전의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런 것입니다.
여자의 화장에 비유하면 아주 적절한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화장을 했는데 나중에는 화장을 지우고 해야 하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해야 하는 경우였다고 해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모습으로 변화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피부도 건강할 테니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야 정상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는 많다는 것입니다. 친구는 역설적으로 말을 합니다. 오히려 신앙을 가진 사람이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도 포용과 이해, 관용이 더 없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친구는 신앙을 가지고 있고 또 정신 의학적인 면을 고려해서 두 개념을 포괄적으로 설명을 하면 단 하나로 진단을 해줬습니다. 신앙을 하면서 신앙이 어떤 정신적인 자유를 주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고 신앙이 한 사람의 정신을 구속시켜 자유롭지 못하고 경직된 사고를 가지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친구를 만나고 난 후에 참 아이러니한 걸 발견했습니다. 신앙생활도 잘못하면 오히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말 이렇게 된다면 참으로 불행한 신앙생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불행한 신앙생활이 되지 않으려면 어딘가에 갇혀 굳어지는 사고에 빠지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각으로 폭넓게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신앙도 그런 시각으로 바라봐야 건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 친구랑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묵상을 한 다음에 공유를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서 짧은 생각이었지만 그 내용만이라도 전해드리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공유를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