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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加平) 북배산(867m), 가덕산(858.1m)을 가다.
글 쓴 이 都 庵 高 枓 永
6월27일 보슬 보슬 장맛비가 오락 가락하는 속에 우산을 받쳐들고 대문을 나서니, 착찹한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슴니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들의 바램과는 빗나갈때가 많아서...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마음으로 차에 오르니 빈 자리가 없다.(44명) 간밤에 ‘한국 대 우르과이 월드컵 16강전 축구경기’를 보느라 모두들 밤잠을 설쳤을 텐데... 참가하신 분들의 정성이 고마우시다!
군위 휴게소(休憩所)에서 간단히 조반을 드시고는 줄곧 내달아 단양 휴게소와 홍천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는 다시 춘천으로 달린다. 오늘은 차내도 조용하시다! 간밤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시느라... 얼마를 졸았는지 차는 춘천 IC를 벗어나 서울 방향으로 46번 국도를 타고 달린다.
구~불 구~불 북한강변을 따라 20여 분을 달리니, 10여 년전에 산행 했던 “삼악산(三岳山)”의 이정표가 보이고, 다시 10여 분을 나아가니 강촌유원지(江村遊園地)를 가로질러 놓인 철다리가 예나 지금이나 그림같이 아름답슴니다!
그 아래로 경춘선(京春線)의 철로는 강변을 따라 달리고... 천인단애(千仞斷崖)한 절벽 옆으로 난 길을 돌아 들면... 오래전에 산행 했던 봉화산(烽火山)의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 오름니다!
그동안 163차의 산행을 통해 웬만큼 이름난 절경의 산들은 거의 답산(踏山)을 한지라... 이제는 원거리(遠距離) 산행이 불가피(不可避)한 것이다. 100산을 목표로 출발했던 산행이 어느덧 164차를 달리고 있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고 해야 겠제! 올해도 벌써 절반이 아닌가...!
가평읍(加平邑)에서 다시 20여 분을 더 달려 출발기점(出發起點)인 북면 화악리(華岳里) 작은멱골 종점에 이르니 시계는 벌써 11시가 넘어있다. 작은 실개천 다리를 지나 적당한 곳에서 준비운동을 마치고 일렬로 걸어 오르니... 녹색으로 수(繡)놓아진 긴 골짜기에 울~긋 불~긋 활기가 넘쳐나고, 행열이 어찌나 긴지 선두(先頭)는 운무(雲霧)에 가리워져 보이지를 않는구나!
선두는 최대장이, 중간은 정국진 부 대장이, 후미는 황부회장님과 필자가 진행을 도우시니 행진이 순조롭다. 작은멱골 계곡의 양쪽 언덕 위로는 근래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전원주택과 최근에 유행하는 팬션들이 즐비하게 들어 서 있다.
아름답고도 고즈넉한 계곡의 양(兩) 언덕에 개발이라는 미명(美名)으로 엄청난 생채기를 내고 있으니, 이래도 되는것인지... 할 수도, 아니 할 수도 없는 일이 개발이라!
보슬비는 여전히 오다 말다를 반복하고, 이런 저런 세상사를 주고 받으며 10여 분 이상을 오르니... 거대한 자연석에 “정암산방(丁巖山房)”이라 새겨져 있고, 그 옆에 “ 숨. 밥. 잠. 똥” 이라 각인(刻印)돼 있다.
그렇다! 산다는게 별거 있느냐! 숨 잘쉬고, 밥 잘먹고, 잠 잘자며, 똥 잘싸면 되는게지요!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아는 것을... 팔십 늙은이도 행하기는 어렵지 아니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일이 행하기는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아십니까, 모르심니까...?
정암산방의 뒷산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면서 몇 걸음을 더 오르니... 넓은 잔디 밭에는 흑염소와 닭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그 옆으로 강아지 한 마리가 쫄랑 쫄랑 따라 다닌다. 전원적이요, 목가적이라 할만 하도다!
운무(雲霧)가 휩싸인 날씨에 안개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해서 시원하기는 하나, 그래도 여름날씨라 송골 송골 땀이 베어 나온다.
선두는 얼마큼 올랐는지 가끔씩 무전기(워키토키)로 위치를 연락 해 오고, 후미에 황부회장님은 꽤나 떨어져 오르신다. 중간쯤 오르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데, 뒤따르던 무량덕보살님이 “후미에 언니가 많이 힘들어 하신다”는 전갈을 해 주셔서 다시 내려가 보니... 오늘따라 집사람이 무척이나 지쳐있다.
지압봉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응급처치를 해 드리니 한결 좋으시단다. 평소 업무에다 빙모(聘母)님의 환후(患候)까지 겹치시니... 그 피로가 오죽하실까! 미련한 이 중생이 그대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닐는지...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쉬~엄 쉬~엄 오르면서 쉬고, 쉬면서 올라 1시간 여를 오르니... 후미에는 황부회장님 내외분과 필자 내외뿐이다. 간간이 최대장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긴~ 긴~ 숲 터널을 오르는데... 이름모를 산새가 노래하며 반기신다! “반가워요! 반가워요!”를 반복하면서...
그럭 저럭 북배산(北培山) 정상에 다가서니 고장석 회원님이 갈림길의 이정표를 개념도와 비교하면서 혼자 서 계신다. 정상표석(頂上標石)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해 드리고, 20여 미터 떨어진 헬기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회원님들과 합류하여 적당한곳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드시니... 날씨도 개여서 그간의 피로를 한꺼번에 다 풀어 봅니다.
모든 회원님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하시니... 시산제 이후에는 처음이로다! 점심후 여러 회원님들에게 기념촬영을 해 드리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운무(雲霧)로 휩싸여서 천지를 분간키 어려워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이곳 북배산(北培山 867m)은 한북정맥(漢北正脈)의 백운산(904m) 부근에서 남동쪽으로 석룡산(1155m), 화악산(1468m), 응봉(鷹峰), 촛대봉, 몽덕산을 거쳐 가덕산(958.1m)과 북배산(867m)에 이르고, 다시 계관산(665.4m)을 지나 삼악산(654m)에서 그 맥을 북한강에 떨구고 있으니... 화악지맥(華岳支脈)이라 한다.
서쪽으로는 가평군 북면에, 동으로는 춘천시 서면에 접하고 있으며, 그 무량한 지덕(地德)과 빼어난 정기를 받아 무수한 인걸(人傑)들의 산실(産室)이 되고 있슴니다.
춘천시 서면 방동리(芳洞里)에는 고려 개국공신(開國功臣)인 신숭겸 장군이 잠들어 계시며, 그 이웃마을 금산리(錦山里)에는 근세에도 박사가 105명 이나 배출되어 마을 어귀에 기념비(記念碑)가 세워져 있으니... 어찌 하늘의 뜻이 없다 하리요!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는 옛 말이 과연 허언(虛言)이 아니외다!
신숭겸(申崇謙 ?~927)장군은 태조 원년(918)에 배현경, 홍유, 복지겸 등과 더불어 궁예(弓裔)를 폐하고 왕건(王建)을 추대하여 고려건국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초명(初名)은 능산(能山)으로 광해주(光海州:현재의 춘천지방) 출신(다른 기록에는 전라도 곡성 출신이라고도 함)이라 한다.
또한 그는 평산 신씨(平山 申氏)의 시조(始祖)이기도 하여서 그 내력이 전해오고 있으니... 어느날 태조 왕건이 장군들과 평주(平山)에 사냥을 나가 삼탄(三灘)이라는 곳을 지날 때 세 마리의 기러기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누가 저 기러기를 쏘아서 맞힐 수 있는가”하고 물으니 능산이 자신이 쏘겠다고 하여, 왕건이 활을 주며 쏘라고 하자, “셋째 기러기 왼쪽 날개를 맞히겠다”고 하고, 날아가는 세 번째 기러기 왼쪽 날개를 쏘아 떨어 뜨렸다. 이에 태조 왕건이 탄복하고, 기러기가 날던 땅 300결을 하사하고, 본관(本貫)을 그 지역인 평산으로 삼게 하였으며, 이름을 숭겸(崇謙)이라 사명(賜名) 했다고 한다.
그리고 태조 10년(927) 현재의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후백제 견훤(甄萱)에게 포위되어 전세가 위급하자 태조와 용모가 비슷한 그는 태조를 피신케 하고, 대신 어거(御車)를 타고 출전하여 용전(勇戰)하다 전사(戰死) 하였다.
이에 태조는 장군의 시호(諡號)를 장절(壯節), 삼한벽상공신(三韓壁上功臣)으로 추대하고, 그의 아들 신보장(申甫藏)을 원윤(元尹)으로 삼았으며, 달성군 공산면에 지묘사(智妙祠)를 세워 그의 명복(命福)을 빌었다.
이후 고려 예종15년(1120)에 왕이 서경에 행차하여 팔관회(八關會)가 열렸을 때 “도이장가(悼二將歌)”를 지어 김락(金樂)과 신숭겸(申崇謙)의 공(功)을 추도(追悼) 하였다. (도이장가는 고려 16대 예종 15년에 지은 경기체가로 태조왕건을 위해 純節순절한 신숭겸과 김락 두 장수를 찬양한 작품이다.)
주군(主君)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기꺼이 내던질 수 있는 충절(忠節)이 인류의 역사속에서 과연 몇이나 있었던가? 지극히 작은 일에도 불평과 불만을... 내몸 대우(待遇) 없슴에 섭섭해 했던 지난날들이 참으로 부끄럽고 참람(僭濫)하게 느껴 짐니다. 살아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를 드리면서...
天地의 은혜가 있어 만물이 생겨 나며
비오고 새 잎 나니 녹음이 만발하네!
풀잎에 맺힌 이슬을 지팽이로 치니
월광(月光)은 튀어 천지에 가득하구나!
가덕산(加德山) 가는 길은 억새풀이 우거져서 허리까지 자라있다. 능선 우측으로는 철조망이 가리워져 접근 금지고, 가운데로 약 10여 미터 폭으로 나무를 베어 내고 인위적으로 다듬어져 있으니...
6.25사변 당시에 전사하신 국군들의 유해(遺骸)를 발굴했던 현장인가...? 이름모를 풀꽃들이 함초롬히 비에 젖어서 싱그럽고도 향기롭다! 산나리 꽃들은 간 간이 녹색풀밭에 외롭게 피어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수줍어 수줍어 보기에도 민망하구려!
부슬 부슬 안개비는 풀잎을 간지러시니... 하반신은 이슬에 젖어 휘어져 감기우고, 남산님들은 휴식없는 행군으로 나아가신다.
30여 분을 걸어 나리니 우측으로 장절공(壯節公) 묘소(墓所)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오래전에 답사한 기억으로는 장절공 신숭겸 장군의 묘소는 3기로 모셔져 있는데, 팔공산 전투에서 견훤에게 패하여 순절(純節)하신 후 목을 베고 몸뚱이만 있는 시신을 수습해 태조임금께서 황금으로 머리를 만들어 모셨는데, 후세에 도굴을 방지하기 위해 3기의 묘를 썼다고 전해온다.
예나 지금이나 황금에 눈이 어두운 것은 다를바가 없어서... 사자(死者)의 유택(幽宅)에 까지 도굴하여 치부(致富)를 하려고 하시니... 무슨말이 더 필요하리요!
저만큼 앞서가는 선두는 운무(雲霧)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중간 중간 줄지어 오르는 회원님들의 뒷모습을 디카에 담으면서 다시 30여 분을 더 오르니, 가덕산의 표석(標石)이 넘어져 있다.
기초석(基礎石)을 너무 얕게 파서 표석이 쉬이 넘어지니... 애써 운반한 정성이 아쉽구나! 넘어진 정상표석(頂上標石)을 별이님이 거들어 주셔서 다시세우고, 몇몇 회원님들에게 기념촬영을 해 드림니다.
그 옆으로 디카맨 황부회장님 취산님께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으시고, 오늘은 삼총사(황재덕님,취산님,김해진님)중 한분(김해진님)이 불참하셨다. 그는 말이 없으시고 자기 삶에 충실한 분이시다. “군자(君子)는 있는 듯 없는 듯”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면서 살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뒤이어 노장 서부장님과 박영화(천지산악회 전회장)님 께서 싱글 벙글 웃으시면서...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여(如如)하시다!
디카맨 김해진님과 서부장님, 박영화님은 초창기부터 많은 도움과 협조를 해 주신분들이라 그 고마움을 말과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으니... 늘 건강하시고 만수무강(萬壽無疆)을 빔니다!
10여 분을 더 걸어 “앵상골고개” 마루에서 큰멱골 계곡으로 하산길에 접어듬니다. 얼마를 걸어 나렸을까? 깊은 山中에는 잣나무가 빽빽이 조림되어 하늘을 덮어있다. 잣나무 숲을 지나니 밤나무가 띄엄 띄엄 아람드리 거목(巨木)으로 자라서 하얀줄기꽃이 만발하다! 인가(人家)가 그리 멀지 않은가 보다.
하늘은 개이고 솔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 주시니... 밤꽃향기가 코끝을 즈미운다! 저만큼 흐르는 개울물에 남산님들은 신발을 신은채로 첨벙 첨벙 들어가시니... 유월의 녹향(綠香)이 천지를 진동합니다!
단기 4343년(서기 2010년) 6월27일
경기도 가평 북배산(867m), 가덕산(858.1m)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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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로지 생각나는것은 강원도 먼 곳까지 가서 아무도 잘 다니지 않았던 길에다 비맞은 억새풀 숲속에서 아랫도리가뻑 젖어 등산화까지 물장화가 된것 밖에는 다른 기억이 없고 쉴래야 쉴 장소도 마땅찮아 계속 걸어야만 하는 고생길 이었습니다.
취산님과 황까페지기님의 사진 자료에서 많이 활용하였으며, 좋은자료 올려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림니다. 산행 당일 여러가지로 어려운 여건에서 산행하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으며, 동참하신 모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더 좋은 산행이 되도록 노력하겠슴니다.
장마가 온다고 해서 은근히 걱정을 하였으나 남산이 가는 산행에서는 오던 빗님도 잠시 비켜 주니...고맙고...거워 하면서..
안개비가 조금씩 와도 모두 다
북배산 가덕산을 완주 하고 보니 힘이 들어서
다리가 후들 거려도...무사히 도착하고...
산나리가 가는길에 다소곳이 피여 있으니 ...
위안이 되고...한치 앞을 볼수가 없어도
공기가 맑고 시원해서 모든 것들이 신기 하도다,
힘든 산행이었을텐데... 즐겁게 산행을 하셨다니 그저 감사할뿐입니다! 앞으로도 남산의 발전을 위해서 좋은사진 많이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회장님의 산행후기는 정말 역사를 공부하고 지리를 공부하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추억을 더듬을수 있으며 그 걸어왔던 순간들이 다 기록되어진것을 볼수 있네요..
정말 유익한 산행 후기... 계속 기대되어집니다.... 감사합니다...
보슬 보슬 내리는 비도.. 오히려.. 기한 추억을 만들어준것 같아요.. 우중 미끄러운 길이지만..
모두가 무사하게 산행을 마치고 오니..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별이님! 산행이 힘드셨을텐데...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 오셨다니 기쁨니다. 보잘것 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좋은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슴니다. 건강 조심하셔서 산행에 열심히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중에도 남산회원님 많이 참석하시고 정말 보기 좋아요 ! 회장님 산행 후기 감타사가 나옵니다 ~~~좋은글 즐감하고 갑니다 !~~~~
공주님은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7월 산행때는 꼭 참석하시길 바라오며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