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 대강줄거리)
형제간 차별대우에 불만이 많았던 우리의 주인공 "쬬다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다. 역전앞 농사짓는 친구집에서 생전 처음 막걸리를 취토록 마셔보고는 다음날 울산 7촌아저씨를 찾아가게 되는데, 이곳에서 슬픈 사랑의 여주인공 "채린"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미모에 비해 절름발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 연상의 여인일줄이야! 그래도 "쬬다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처음 사랑을 느끼고는 교회장노이신 아저씨의 서슬을 피해 몰래 사랑을 주고 받게 된다. 그러다가 작은 형이 징집영장을 갖고 나타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온다. "채린"이 고향 대구로 돌아갔다는 얘길 듣고는 입대전에 만나볼 생각으로 대구를 방문한다. "채린" 아버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 정식으로 청혼을 한다. 그리곤 "채린"에게 3년만 기다리라 하고는 입대한다. 군에서 애인 콘테스트 1등으로 25일간 포상휴가를 얻어 집에 들렸다가는 "채린"을 보고픈 일념으로 대구행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과수원에 도착해 보니, 지난가을 "채린"의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입원, 일손이 부족하여 과수원을 내놓곤 어디론지 이사를 해버린 뒤였다.
(슬픈 사랑의 연가 16)
그해 겨울은 더욱 쓸쓸하고 더욱 추운것 같았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고 이 쬬다는 귀대를 했어. 혹시나 집으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생각으로 끝이 나고 말았지...
1월이 가고 2월도....3월도...4월이 시작되던 어느 일요일이었어. 이 쬬다리에게 면회를 왔다는 행정반의 연락을 받고 이 쬬다는 생각을 했지, 나에게 면회를 올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집에서는 면회올 만큼 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면회실로 들어선 순간 이 쬬다는 자기 눈을 의심하고 말았어, 거기에는 꿈에도 그리던 채린씨가 앉아 있는게야....정말 너무 뜻밖이었어, 편지 한 장 없더니...이 먼곳까지 무슨 일로....
"채린씨, 챼린씨가 맞습니까?" "예 쬬다씨, 제가 채린이 맞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편지를 해도 답장도 없더니...어떻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우선 자리에나 앉으이소" 이래서 둘은 마주보고 앉았어, 작년 입대하기 전에 대구에서 보았으니 이게 몇 개월만인가... 얼굴은 전에 보다 많이 수척해 보였지만 눈동자는 더 맑아져 보였고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우수에 젖은 듯한 느낌이었어. 엷게 바른 화장품은 그냥 자연의 얼굴같이 보일 정도이고 아직도 그 독특한 채린씨의 향기는 이 쬬다의 코를 자극하고 있었어.
채린씨는 갈증이 나는지 음료수를 두 병을 시키더니 자기가 한 병을 마시고 한 병은 쬬다리에게 권했어..
그리고 이렇게 말문을 열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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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쬬다씨 내 말을 잘 들어 보이소. 그라고 생각을 잘 해야 하는기라 예."
지난 가을 가을추수가 한창일때, 남동생이 하교 하는 길에 교통 사고를 당했어. 그런데 그 가해자는 그만 뺑소니를 치고 말았어. 지나가는 행인들에 의하여 병원으로 옮겨지고....
잘못하면 두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에 채린씨는 이렇게 기도를 했다는게야.
"하나님 저희집에 장애인은 저 하나로만 남게 해 주세요 그리고 제 동생은 다시 정상인으로 돌려 주세요." 간절히 간절히 기도를 드렸었데... 그런데...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그리고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고... 그래서 실망이 너무 크다는 게야..
어째 이런 일이 우리 집에....
그래서 지난번 대구에 갔을 때 새로운 주인(채린 과수원) 아주머니 말씀대로 과수원을 넘기고, 대구로 이사를 하고, 언니와 채린씨는 취직을 하고....
집이 완전히 풍지 박산이 나고 말았다는게야. 이렇게 이야기 하는 채린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어... 그런데 작년 연말에 대구 mbc 방송국에서 생활수기 공모가 있었는데 여기에 채린씨가 생활수기를 제출했다는군. 그런데 그 작품이 당선이 되어서 그 내용이 전파를 타게 됐다는게야..
전국 각지에서 성원과 성금이 도착하고, 격려 편지가 하루에도 수 십통이 도착하고...
그 중에 한 사람의 편지는 하루에 한통씩 두달이 넘도록 배달이 됐다는군...
채린씨의 수기에는 분명히 이 쬬다의 말도 썼고 사랑한다는, 그리고 우리는 결혼까지 약속 했다는 말을 썼는데도 계속해서 이 사람의 편지는 배달이 됐다는게야....그런데 그 사람의 편지 내용이 우리의 채린씨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말았어... 이 사람 자기는 근육이완근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했었데..
근육이완근, 그 병은 근육이 죽어 들어오는 병이야... 처음에는 발 끝에서부터 차차 다리로....
그래서 채린씨가 답장을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결과는 .....
여기서 채린씨의 긴 이야기는 끝이 났어. 그러나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어....
쬬다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으나, 표정은 분노로 일그러져 가고 있었어...
그러면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은 다 거짓이었나... 아니면 그 사람의 사정이 딱하여 동정을 하는겐가...
내가 채린씨를 사랑한 것도 동정이었나? 장애인이라고?
속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어. 나에게 3년을 어떻게 기다리겠느냐며 울던 그 마음이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서....그 채린씨가 마음이 변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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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도 몰랐던 그리고 힘도 되어 주지 못한 자기 자신이 너무 바보같고 너무 한심한 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어...
그러나 난 어쩌란 말인가? 채린씨가 가버린 나의 가슴은 ..나의 사랑은 ...나의 삶은 어쩌란 말이냐?...
이 쬬다는 가슴이 답답해서 죽겠는게야. 그런데 채린씨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
"쬬다씨, 우린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된 기라에, 쬬다씨는 정상인을 만나야 되는기고 나는 나대로 가야 되는 길이 틀리다는 것을 지금이야 알았는기라예. 이해 하이소."
그리고 가방속에서 조그마한 상자 하나를 꺼냈어.
"이것은 내가 간 후에 뜯어 보이소, 그라믄 몸 건강히 군무에 충실 하시고 제대하여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사시소...."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런데 그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어...
"사랑했었어예, 사랑했는기라예, 죽어도 쬬다씨는 못 잊을꺼라예....."
이렇게 중얼 거리며 면회실을 절룩거리며 나갔어,
쬬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어...그래서 채린씨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거야,
그런데도 속으로는 채린씨 이름만 중얼거리는게야 채 린 씨 채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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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17)
면회실에서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어, 다른 면회자들은 웃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어..
이 쬬다는 채린씨가 주고 간 조그마한 상자를 조물락 거리고 있었어,
채린씨가 가 버린 문쪽은 쳐다 보지도 않았어.
그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시는 님은 보지도 말고 잡지도 말자, 나보다 더 좋은 쌔끼 있으면 가라고 해, 이렇게 생각했으나 그 가슴은 쓰리고 아팠지...
한참을 생각하던 쬬다는 이렇게 결정했어.(안돼 이렇게 헤어지면 안돼. 나도 할말은 해야해)
그리고 면회실을 뛰어 나갔어. 그리고 채린씨가 가야 하는 곳 바로 버스 정류장으로 쫓아 갔어.
"채린씨, 잠깐만요. 나도 말할 기회를 주세요."
아직 버스가 오질 않아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채린씨에게 말을 한게야.
4월초라 하지만 전방은 아직 추웠어. 얼음도 아직 다 녹질 않았고 바람도 무척 쌀쌀했어,
채린씨는 대구 생각만 했는지 옷이 너무 춥게 보였어. 그래서 근처 다방으로 들어 갔어.
따끈한 커피 두잔을 시키고 쬬다는 커피를 두 모금 마시고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지,
그리고 이렇게 말을 시작했어.
"좋아요 채린씨, 채린씨의 이야기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나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셔야지. 그렇게 일방통행을 하고 가 버리면 나는 어쩌라고 그러지요?"
그리고 이렇게 말을 덧붙였어. "정식적으로 청혼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그리고 저는 벌써 채린씨 어머님께도 인사를 드렸지 않습니까? 저와 결혼해 주세요. 이렇게 애타게 말합니다. 다른 생각은 마시고 저와 결혼해 주세요." 결혼해 달라고 세 번을 말했어.
그러나 채린씨의 대답은 한결같았어. "아이 됩니더, 지는 예,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기라예. 미안합니더"
"아니예요 채린씨, 채린씨가 무엇을 잘못 알고 그러시는 모양인데요, 지금 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여기 있어요. 나는 채린씨를 나의 목숨같이 사랑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세요. 저 멀리 남창에서의 일을 생각해 보세요.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후회하게 될꺼에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그러나 정말 채린씨의 마음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리고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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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입니더 아니라예. 지는 그 사람캉 결혼하기로 마음을 정했어 예." 이 쬬다는 너무 안타까웠어.
(아....어떻게 저렇게 마음이 변할수 있을까..아직도 내 입술에 당신의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보고 싶어요'라고 했던 말은.... 어쩌면 저렇게 변할 수 있지?)
그리고 이 쬬다는 이렇게 마음을 정했어. 이제는 채린씨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그리서 나도 결정을 해야 해.
"좋습니다 채린씨, 저는요, 나중에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서 그 여자를 품에 안고 있어도 이 여자는 채린씨다 이렇게 생각을 하겠습니다. 그래도 좋으면 가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 품에 안겨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 그러나 지금 결정을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되면 나는 평생을 간음죄를 지으며 살지도 모르겠군요. 한사람, 나 한사람의 일생을 아렇게 망가트려도 좋으시다면 가세요. 제가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차를 마져 마셔 버렸어. 그리고 일어 났지,
"채린씨 지금 당장 결정을 하라는것은 아닙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채린씨의 말에 따라 나는 장기 지원도 할 수 있고 탈영까지도 할겁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어. 내무반으로 돌아온 이 쬬다는 채린씨가 주고간 상자를 뜯었어. 이제껏 쬬다가 보낸 편지가 거기 다 있었고 그 뒷면에는 채린씨의 깨알같은 글씨로 자기의 수기가 적혀 있었어.... 그래서 이 쬬다는 그 수기의 내용을 읽어 내려 갔어. 그 내용은 대강 이랬어....
어릴때 다섯살 때 언니와 놀다가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를 다쳤고 그때부터 다리를 절게 된거고....그리고 쬬다를 만나게 된 동기와 그렇게 사랑한다는 것, 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일..
보기만해도 가슴이 찡한 그런 내용이었어. 지금 뒤 돌아 섰는데도 채린씨가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어...
몇장을 읽다가 눈물을 닦고 또 몇장을 읽다가 눈물을 닦곤 했어... 다 읽지도 못하고 편지를 접고 말았어.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울었어. 속이 풀릴 때까지.....
그리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어. 두가지가 있는게야. 첫째는 탈영... 둘째는 장기복무지원...
여기서 생각이 꽉 막혀 버렸어..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채린씨의 마음의 결정을 따르자. 일주일.....아니면 한달...
그래 한달만 기다리자. 앞으로 한달만.....
앞으로 한달 ...기다린다...답을 해다오...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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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18)
그리고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게야,
그러는 중에 이 쬬다는 채린씨의 수기를 너무 많이 읽어서 달달 외울정도가 되어 버렸지.
그러나 그 내용 중에는 마음이 변할만한 이유는 아무데도 찾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더 억울하고 화가 난게야. 도대체 그 쌰끼가 어떤 쌔끼야....
열흘 스므날이 지나도 소식은 영~~~~그리고 쬬다가 생각했던 한달이 지나도록 끝내 아무런 소식이 없었어....그래서 이 쬬다는 어떻게 할까....어떻게 할까...결정을 못 내리는게야.
장기 지원을 하느냐 아니면 탈영을 해서 두 X X 을 가만 두질 말어??? 결정을 못 내리는것이야.
그런데 행정반 사무실에서 중장비 기술병 지원병 모집 공고가 붙었어.
이 쬬다도 기술병이지만 그냥 차량 운전이지만 이번은 중장비 기술병이야. 그래서 무조건 도장을 찍었지. 지원서에.. 그리고 중대장님이 휴가 서열을 따져 보더니 휴가를 주시더라고. 교육중에는 휴가를 갈수 없다고 당겨서 보내주는게지.
휴가증을 받아들고 집으로 와 보니 바로 위의 형이 마침 방위 소집에 응하기 위해 마침 집에서 놀고 있더라구. 그래서 형에게 모든 일을 이야기 하고 같이 대구로 찾아간게야. 먼저 안심면 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 담당자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전출자 명부를 받아서 몇 개월전부터 전출한 사람들의 명부를 찾아 보았으나 없더라구. 그래서 그 주소로 주민등록 명부를 찾아 보니까, 이사는 했으나 주민등록은 이전을 하지 않은게야. 둘은 허탈한 마음으로 면사무소 정문을 나왔어. 다시 채린과수원에라도 들릴까 했지만 포기를 하고 말았어. 그래, 잘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 잘. 잘. 잘, 그렇지만 마음은 영~~~~아닌거지. (지가 무슨 천사라구. 마음이 좋으면 어쩔건데...)
그런데 형의 이 한마디에 잘했다 싶더라구.
"야, 쬬다야. 그 여자가 현명한거야. 너 너무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 말어. 다 너를 위해 그렇게 결정을 했다고 생각해. 그리고 빨리 잊어 버려 그게 쉬운건 아니라곤 알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슴 아파하겠어? 세상은 다 그런게야. 그리고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해 봐."
그러나 그러나 이 쬬다는 쉬운 일이 아니야.
아~~~작년 이맘 때는 그때는 우리가 서로 만나서 그 뒷동산에서 채린씨의 그 입술.... 떨리던 그 볼록한 가슴....어떻게 쉽게 잊겠어....
휴가 기간 중에 이 쬬다는 집안일을 열심으로 도와 주었어.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 농부 친구에게 가서 농사일도 열심으로 도와 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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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대를 해서 3개월 동안 열심히 운전 연습을 했어. 교관이 가르쳐 주는 것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아주 열심으로 교육에 임한게야 . 3개월 후에 이 쬬다는 중장비 면허증을 받았지 페이로다(바가지차) 면허증....
그리고 다시 공병대에 배속이 되어서 열심으로 일했어. 도로 공사에...또 다른 공사에... 채린씨를 잊기 위해 더욱 열심으로 일을 했었지...
그리고 군 복무를 마쳤어. 개구리복으로 갈아 입고 부대 정문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내가 군 생활을 하면서 잃은 것보다 얻은게 많다. 그리고 이젠 여자는 절대로 않 믿는다....
3년동안 쬬다는 너무 많이 변해있었어. 옛날에 그 쬬다가 아닌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집에 도착하여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고 한 일주일 정도는 집에서 푹 쉬었어.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게야.
그 당시 한창 중동 바람이 불고 있었어....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어. '중동에 가서 돈을 벌어서 오겠습니다'라고....
중동에서 버는 돈은 거의 다 재형저축에 들었고, 부모님 용돈으로 조금씩 받을 수 있는 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어머니 손에 쥐어 주면서 "어머니, 이건 어머니와 아버지만 쓰세요. 다른 자식은 주지말고...." 그리고 갔어.
어디로? 어디긴 어디야 중동지역이지.. 마음 속으로는 3년을 생각했어. 그래야 사업 자금이라도...
그리고 정말 중동에서 3년간을 잘 버팅겼어. 다달이 늘어나는 통장의 돈을 보며 괴로움을 참았지.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상상의 나래를 피면서....
가끔 집에서 형이 보내는 편지외에는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어. 다른 소식이야 알 필요도 없었지만.... 만 3년이 지났어. 귀국 준비에 바쁘게 며칠을 보내고 드디어 김포 국제 공항에 내렸지.
얼굴은 말도 못하게 그을렸고. 눈가엔 살짝 주름도 잡혀 있었어....
공항 대합실에서 마중 나온 형을 만나고야 집안 사정을 알수 있었어. 무슨 일이 있을까봐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일도 소식을 안 전했더라구. 그리고 남창에 계신 그 아저씨도 돌아 가시고, 그리고 그 형제들은 다 대구로 이사를 했다는 말....
그 3년 동안 너무 많이 변해 있었어 너무 많이 ... 쬬다의 주위의 사람들의 일들이....
이 쬬다는 공항 대합실에 주저 앉고 말았어,
아~~이제는 그 말씀도 들을 수가 없게 되어 버렸구나. "너 같은 놈은 우리 가문엔 없다"던...
아버지 아버지, 전 아버지 가업을 이어 받을려고 했는데.....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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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19)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어.
이 쬬다는 자기가 중동에서 벌어온 돈으로 바로 위의 형과 동업으로 조그마한 공장을 하고 있었어.
처음에는 자기 아버님이 하시던 옹기 공장을 하려 했으나 일이 너무 힘이 들고 기술이 없어서 생각을 바꾸었어. 그리고 집에서도 많이 말렸지....
미싱으로 수를 놓고 수놓은 천으로 이불을 만들고 ,또 한쪽에서는 천 위에 솜을 놓으면 그것을 통채로 미싱을 하는 누비 이불도 만드는 이불 공장이었어 그래서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에 납품을 하고 형수님이 조그마한 이불 가게를 하고 있었어. 일이 너무 많아 공장을 확장할까 하는 중이었어. 일하는 아가씨들이 15명 정도이고 밥하는 아주머니와 경리 아가씨 그리고 쬬다와 그의 형 이래서 약 20명 정도인 조그마한 공장이었어..
이 쬬다의 나이가 40줄에 가까워 오고 있었으나 아직 결혼은 하지 않고 있었어. 주위에서는 늦었다고 야단들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생각이 모양이야.
이 쬬다는 이렇게 생각이 되는게야.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중매장이가 오고 가고 하면 겁이나더래.
자꾸만 옛날 채린씨 생각이 나고 이젠 돈도 좀 있고 하니까 사람보고 하는 결혼이 아니고 돈 보고 결혼을 하자고 하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만 든다는게야. 그래서 여자들이 돈만 챙기면 도망을 간다....이런 피해 망상에 사로 잡혀 있는 것 같았어....
그렇게 나를 사랑한다던 채린씨도 가버린 세상에.....그래서 자기 자신도 못 믿을 세상에 어떻게 여자를 믿겠느냐 뭐 이런 이야기겠지....그래서 결혼을 아예 포기한 상태였어....
어느해 10월 말쯤인가? 대구에서 이 쬬다리의 가문에 종친회가 있다고 참석하라는 연락이 왔어. 종친회라는 말도 생소한데 참석이라니....그리고 내용인즉슨 쬬다의 가문에 족보도 만들 예정이니 호적등본과 여러 가지 서류를 가져 오라는 내용이었어....
그래서 형과 의논을 하고 쬬다리는 대구로 향했어 대구에 내려서 종친회 장소에 도착하여 생소한 사람들과 족보의 서열을 따져가며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저쪽에 눈에 많이 익은 얼굴이 보이는게야. 다름아닌 남창에 살던 영범이었어. 벌써 몇년이 지났나? 중동에서 돌아와 아버님 산소에 들려 보고 아저씨가 돌아 가셨다는 말을 듣고 남창에 들렸다가 대구로 가서 영범이를 만난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던게야....
"영범아, 너 영범이 맞지?" "형 쬬다리 형이 아닝교? 우짠일로 대구까지 왔능교?"
둘은 서로 얼싸 안았어. "그래 형들은 다 잘 있겠지?"
둘은 거기서 일들을 대강 마치고 근처의 다방으로 들어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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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영범아 어떻게 살고 있니? 우리가 너무 무심한 것 같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이 공장을 팔아서 대구로 이사를 하고 무슨 사업을 한다고 하다가 돈을 다 날리고 우리는 거의 알몸이 되다시피 된게 아인교? 그러나 그냥 그냥 먹고 사는데는 괜찮십니더. 걱정일랑 마이소"
옛날에는 그렇게 밝게만 보이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어 보였다.
"참 형은 돈도 많이 벌었다든데 우째 장가는 못 갔는교?" "장가...글쎄.....그런데 그 소문이 대구 까지 나 있었어? 세상 참 좁구나. 못 간게 아니라 안간게지..."
"가만 있어 보이소. 참말로 그 채린이 누나 때문에 안간거 아입니껴? 내가 알기로는 그 누나를 엄청나게 좋아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예." "글쎄 그게 그럴까?...."
"참 가만이 있어 보이소. 내가 그 누나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한데예....그러니까 계린이 누나가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다가 거기서 만났다 하데예. 가만히 있어 보이소...."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서 한참을 찾더니,
"형요, 보이소. 여기에 주소가 있는기라예, 그래 ㅇㅇㅇ 미술학원 대구 북구....아 이 주소는 여기서 멀지 안니더. 한번 만나 볼랍니껴?'
너무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말문이 막혀 버렸어. (그래 나를 버리고 가더니 미술 학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쬬다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우짤겁니껴? 만날랑교 안 만날랑교?"
"가만히 가만히 있어봐. 생각을 좀더 해보자구...."
순간적으로 옛날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게야, 서생 바닷가... 옹기굴 앞에서...그리고 그 뒷동산에서 있었던 일 하며...아~~보고 싶다, 보고 싶어... 그래 그래 만나 보자...
그리고 다방 레지를 불렀어. 전화 번호를 적어 주고....
"전화를 남자가 받으면 사모님을 바꾸어 달라고 하고 왜 그러냐고 하면 우리집 아이를 학원에 보낼려고 하는데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하세요. 그리고 여자분이 받으면 나를 바꾸어 주세요"
레지가 전화를 하고 상대방에게 채린씨냐 확인을 하고 전화기를 쬬다에게 넘겨 주었어...
"여보세요 저 쬬다리입니다. 기억 나시겠어요?"
저쪽에서 한동안 말이 없었어, 그래서 또 불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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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채린씨 채린씨," 다급하게 불렀어.
"안녕 하셨능교 오랫만이네예" 아~그 목소리 그 목소리 그 목소리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어. 그 때 그 목소리....."저 지금 대구에 와 있는데요 한번 뵙고 싶습니다."
"저도예. 그런데 어떻게 알았능교? 우리집 전화 번호 말입니더."
"그건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금방 갈께요"그리고 영범이와 함께 택시를 탔어. 학원 근처에서 차를 세우고 영범이는 다방에 앉아 있으라 하고 이 쬬다는 차가 올만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지금이 2시 40분, 10분후면 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이 앞에서 서겠지...
옛날 생각하면 정말 많이 변했지. 벌써 40줄에 들어 서고 있었고...머리에는 조금씩 새치도 있고....
잠시후에 승용차 한대가 쬬다리 앞에서 멈추어 섰어. 그리고 클락숀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어. 그리고 문이 열리더니, "쬬다씨 여기에요 여기요...." 아~~꿈에도 그리던 채린씨의 얼굴이 쬬다 앞에 있는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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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20)
문을 열고 내리더라구. 그리고 앞 뒤 문을 다 열고서 꼬맹이 아이들을 내려 주었어.
꼬맹이들이 학원 안으로 다 들어간 후에야 쬬다 앞으로 오더니 손을 내밀더라구. 그러면서 악수를 청했어.
"쬬다씨 이게 얼마만입니꺼? 사람 많이 변했네예. 전에 보다 몸도 많이 불었고... 일단 안으로 들어 가입시더"
"안에는 남편이 있질 않습니까?" "아 내가 말을 다 해놓았어예. 괞찮을꺼라예 "
학원 문을 열고 들어 섰더니 꼬맹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먼저 반겨 주었다.
한쪽 구석에 어떤 남자 한분이 어린아이 한 명에게 그림 지도를 하고 있었다.
그 어린 아이가 가고 또 다른 아이가 오고...그 아저씨가 채린씨의 남편이었다.
채린씨의 안내로 그 분앞에 섰다. 그 아저씨가 이러는게야.
"안녕 하십니까? 저의 집 사람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앉으시지요 ."자리까지 권하더라구.
"아닙니다 제가 시간도 없구요. 원장님도 아이들을 지도하셔야 하니까, 제가 채린씨와 30분만 이야기를 하고 가겠으니 허락해 주세요." 얼굴엔 사람이 선하게 보였어. 매일 집안에서만 있어서 그런지 피부색은 하얗고 말은 서울 말씨를 쓰고 있었어.
"그러세요. 저는 여기서 배웅을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여보 당신이 잘 배웅해 드려."
그리고는 다시 아이들을 지도하기 시작했어.
"안녕히 계세요." 쬬다리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채린씨와 밖으로 나왔어. 그리고 채린씨의 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어. 그 근처에 공원이 있더라구. 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둘은 이야기를 시작했어.
"어떻게 지냅니꺼? 결혼은 했능교? 무슨일을 하는데예?"
"너무 한번에 많은 걸 묻지 마세요. 결혼은 아직 않했구요, 조그마한 이불 공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채린씨는 아이가 몇명 입니까?"
"예 지는예 아이가 둘입니더. 둘다 다 가시나들이라예, 그런데 와 결혼을 않했습니껴?"
"글쎄요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더라구요."둘은 서로의 얼굴을 살피기에 바빴다.
채린씨의 얼굴은 전에 얼굴보다는 더욱 성숙해 있었고 눈가엔 주름살이 살짝 잡혀 있었다.그 채린씨의 독특한 향기는 여전했고 그래서 차 안이 온통 그 향기로 가득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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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향기 채린씨의 향기는 여전하군요, 그래 나를 버리고 저 사람에게 시집을 가서 행복합니까? 어쩌면 나는 채린씨 덕분에 결혼을 못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누구는 딸을 두명이나 낳았다구요?..."
원망인지 푸념인지 쬬다의 입에서 한숨 소리와 함께 이런 말이 나왔어. 그리고 살며시 채린씨의 손을 잡았어. "채린씨의 손은 여전히 따뜻하군요"
밖에는 가을 바람이 제법 싸늘하게 불고 있었어. 코스모스의 잎사귀들이 반은 떨어졌고 반은 씨를 익혀 가고 있었다. 하늘은 왜 그렇게 파아란지....
그리고 시계를 힐끗 보았어. 벌써 20분이나 지나고 있었어...
"쬬다씨, 나를 잊고 다른 좋은 사람과 빨리 결혼 하이소. 그래야 마음의 안정이 되는기라예"
"아니요, 그렇게 쉽게 잊혀지겠습니까? 차라리 혼자 사는게...참 다음에 만날수 있을까요?"
"다음 언제예? 그래도 되겠능교? 바쁜 사람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라고 해도 되겠능교?"
채린씨의 눈빛이 애처럽게 보였다. 어느새 눈가엔 이슬이 맺혀 있었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얼마만인데 십 몇년만인데 이 30분으로 그 많은 이야기를, 그 세월을 어떻게 거꾸로 돌리란 말이냐?....안타까웠다. 이사람 때문에 15년이라는 세월을 홀로 그리워하고 안타까워 했었나...
그러나 그 세월 전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잊기 위해 애를 썻던 몇년과 그리고 잊어 버렸던 시간들...
중매로 선을 볼 때마다 상대방의 얼굴에 채린씨의 얼굴이 겹쳐 지던 그 얼굴이 지금 앞에 있질 않는가...
밤마다 수없이 울고, 수없이 그리워 했던 채린씨가 아닌가? 그런데 또 헤어져야 하나...
이젠 약속 시간이 5분도 채 남질 않았다.
"언제 어떻게 전화를 해야 채린씨가 바로 받을 수 있습니까? 아저씨를 통하지 않고...."
그 당시는 헨드폰이 없을 때였어. 삐삐도 없는 시절이 었으니....서울 올림픽 전이었던가????
"우리 애들 아빠가 항상 전화기 앞에 있어서..전화는 먼저 그 사람이 받지예, 참말로 뭐라 해야 전화를 바꿔 줄꼬..." 자기 육신이 그래서 인지 부인을 못 믿는 모양이더라구. 자연히 애들에게도 그렇겠지.....
"참 주소나 적어 주세요. 안 그러면 저에게 전화를 주세요. 그러면 제가 내려올께요. 편지를 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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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운 손으로 메모지에 주소를 적어 주었다. 주소는 영범이에게도 있었지만 그래도 채린씨의 글씨를 볼 수 있다는 욕심이겠지.....
"가십시다, 시간이 다 됐네요." "조금만 더 있다가.조금만.. 약속이 뭐 그리 대단합니꺼?"
"헤어지기 싫은건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갑시다 한 보름후에 다시 한번 내려 오겠습니다."
(야 이 쬬다야. 또 내려오면 채린씨 가정이 잘못 될 수도 있어, 임마.)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는 손이 떨리고 있었어..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눈 근처를 살짝 찍어 누르더라고. 그리고는 차를 출발했어. 학원이 보이는 곳에서 차를 세웠어. 그리고 쬬다는 내렸지,
"꼭 편지 하이소. 안녕히 가시소."
차가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어.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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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21)
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채린씨가 차에서 내려서 학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쬬다는 영범이가 기다리는 다방으로 들어갔지,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왔어 벌써 저녁 때가 가까와 오고 있었어.
그리고 영범이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저녁을 먹었어.
채린씨에 대해서는 영범이에게 아무 말도 않했어. 영범이도 묻지 않았고 일부러 이야기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어.
둘은 헤어져서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영범이는 자기 집으로 그리고 쬬다리는 서울로 밤 기차를 타고 올라 왔지. 이 쬬다는 형에게 무슨 핑계를 대고 대구에 다시 내려 가나 이 생각만 했어.
하루라도 빨리 내려가서 보고 싶다...채린씨를 ....머리는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
그리고 편지를 썼지. 지난번에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어머님과 언니 그리고 교통 사고를 당했던 동생은 어찌 됐는지 모든 것이 궁금한데 어찌 이 편지지 몇 장으로 궁금증을 달랠 수 있느냐? 그리고 지난 15년이라는 세월을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랑해요 채린씨를...
그렇게 끝을 맺고 편지 봉투에 알맹이를 넣고 풀로 봉하고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붙여 버렸어....
한번 편지를 써서 다시 읽어 보면 반드시 수정할 부분이 나오게 마련이거든 그래서 그냥 부친게야...
(야, 임마 니 말대로 수정할 부분이 나온다지만 넌 지금 세월이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걸 알아야해, 그리고 채린씨는 넘의 여자이고, 십계명에도 이런 말이 있어,제 십은 넘의 여자를 탐하지 마라1 <편지도 하지 마라>) 편지를 부치고 나서도 어떻게 하면 대구로 갈 수 있나 그 궁리만 했지.
그런데 채린씨에게서 답장이 왔어,
쬬다씨가 보낸 편지를 애들 아빠가 먼저 받아 보았어. 그리고 그 내용을 다 읽고 편지를 감추어 두었다가 저녁 시간에 식탁 앞에서 그 편지를 공개 했다는게야.
그 쓸개 빠진 놈이 넘의 여자에게 무슨 편지를 이런 식으로 보냈느냐? 당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느냐? 어째서 당신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 그놈 정신이 어찌된 게 아니냐는 둥, 한바탕 난리가 난게야.
그런데 마침 그날 채린씨의 어머님이 거기 계셨데. 그리고 그 편지를 보자고 해서 편지를 읽으셨다는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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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감회가 깊으신게지. 잘 됐으면 이 멋있는 사람이 내 사위가 됐을텐데.. 아쉬워 하며...
두 딸은 신이 나서 재잘댔다는게야.
"우리 엄마도 옛날에 연애를 했더나? 우리 엄마한테 그런 면도 있었더나? 우리 엄마 쎄련 됐네..."
그러면서 웃었다는거지, "그 사람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 옛날에 우리 과수원에도 찾아 왔었어. 너희 아빠 만나기 전이었지. 참으로 멋있는 사람이었는데...." 엄마가 한 수 거들었다는 사실이야....
그러나 그 후로는 남편의 눈치가 심상치 않다는게야. 어떻게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서 만약 대구로 내려 오면 5시 30분 경에 마지막으로 집에 가는 아이들을 태우고 가니까 학원에서 나가는 길목에 OO양복점 앞에 있으면 차가 그쪽으로 지나가고 토요일에는 오후 1시 30분에 그리로 지나가니 그때 만나면 된다, 뭐 이런 내용이었어. 그 날이 마침 수요일이었어.
그래서 이 쬬다는 결정을 지었지. 이번 토요일에 간다. (어디로?) <대구로>
금요일 오후에 형에게 이야기를 했어. 내 개인 사정으로 어딜 갔다 와야 한다. 내일 토요일에..
사실 토요일은 다른 날 보다 바뻐. 일요일 장사를 위해서 시장에 납품도 해야하고...
어쨌던 형에게 허락을 받고 토요일 아침 일찌기 서울역에 도착하여 대구행 열차를 타고 동 대구에서 내려 택시로 지정한 장소까지 가니까 1시 10분이었어, 옆에 슈퍼에 가서 담배 한갑을 사고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에 불을 붙였지. 한모금 빨고 나니까 왜 그리 기침이 나는지, 도대체 사람들은 무슨 맛으로 담배를 피우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클락숀 소리가 났어. 그리고 창문이 열리더니 10분만 기다리라는 사인을 하고 지나갔어,
정확히 10분후에 반대방향에서 차가 오더니 쬬다를 태우고 학원 반대방향으로 차를 몰았어.
학원 근처에는 사람들이 자기를 다 알아 본다고 학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자는게야.
그리고 한참을 달렸지. 여기가 동촌유원지라며 유원지 안으로 차를 몰았어. 그리고 공중전화 앞에서 차를 세우더니 전화를 거는게야. 아마도 애들 아빠에게 하는 모양이더라구...
그리고 전화를 끊었어, 그리고 차를 조금 외진 곳에 주차시키고 둘은 차에서 내렸지.
벤치에 앉았고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어...(오늘 있은 일이 무슨 007 작전하는 것 같지 않은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날씨는 조금 더 추워오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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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잎들이 다 떨어져 버렸고 코스모스 나무 자체는 밑에서 부터 말라 오고 있었어.
이제는 자기 본분을 다 하고 사라져 가는 노병처럼....
동촌유원지에는 놀러 나온 사람들이 어깨를 움추리고 지나가고 있었어. 아니면 연인들끼리 팔짱을 끼고 서로를 마주 보며 웃으면서 이 두 사람 앞을 지나 가는게야,
무슨 말부터 물어 보아야 하나? 어디서 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하나, 얼킨 실 타래를 어디서 풀어야 끊어지지 않고 잘 풀리나 이 말일세...
항상 긴치마를 입고 있는 채린씨의 모습은 여전했고 찬 바람에 얼굴이 조금 굳어져 있었어,
쬬다는 자기가 입고 있던 잠바를 벗었지. 조금은 살이 쪄서 보기 싫었지만 그래도 떡 벌어진 어깨와 태평양을 품을듯한 넓은 가슴...
잠바를 채린씨의 어깨에 걸쳐 주었어.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
"채린씨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요...사랑해요 채린씨. 십 몇년 동안 입 속에서만 말했던 말이에요 사랑해요 채린씨."
"참 궁굼한게 너무 많아요. 편지 내용처럼 ... 그러나 그런 것이 나와 채린씨와의 문제중에 조그마한 일부분일 뿐입니다.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한게 아닐까요?"
"동생은 그 때 수술이 성공적이라서 지금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언니는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했구요, 우리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기라예. 그런데 제일 가슴 아픈 일이 쬬다씨 문제네예. 우짤라꼬 결혼을 아직 안했능교? 그렇게 나를 못 잊겠던가예?"
이 쬬다는 저 멀리 하늘을 쳐다 보았어. 흰 구름이 흘러가고... 공원의 나무들이 바람이 불 때 마다 옷을 벗고 있었고 공원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있었어.
머리 속이 한동안 어지러웠어. 굴러 다니는 낙엽처럼...
"순진한건지, 바보인지, 전 못 잊겠더라구요.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들 말들을 하지만,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그런데 그걸 이해를 못하겠어요. 왜? 왜? 나를 버렸지요? 왜 나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해야 했나요? 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난 어떻게 해야 하느냐구요? 십 몇년간을 채린씨만 생각했던 나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거의 울다시피 말을 이어 갔어. 목소리도 잠겨 가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 (어쩌긴 어째 이 멍청아, 다 잊어야지 그러니까 쬬다리지, 이 바보 멍청아!)
"미안합니더. 미안해요. 나도 그때는 내 정신이 아니었는기라예, 그냥 저 사람이 불쌍해서... 내가 아니면 저 사람을 보살펴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미안 합니더, 미안해예. 난 이렇게 쬬다씨가 마음 아파하고 아직 나를 못 잊어 할 줄을 생각 못했는기라예. 미안합니더, 참말로 미안해예."
채린씨도 말 끝을 흐렸어, 그리고 머리를 쬬다리에게 기대는게야. 그러면서 이렇게 중얼거리는게야...
" 내가 바보인기라예. 내가 바보인기라예. 사랑이라는게 동정이 아닌 것을 요즈음에야 알게 됐으니... 정말 미안합니더..."
둘은 꼭 끌어 안았어. 눈에서 흐르던 눈물 자욱은 지나가는 바람에 그 부분만 차갑게 느꼈지만 둘의 마음과 몸은 더워 오고 있었어,
(그래 이 순간만은 모든 것을 잊어 버리자. 옛날 일도 지금 일도, 채린씨가 넘의 여자가 아니고 나도 40줄을 바라보는 사람도 아니고 오로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그런 젊음이라고 생각하자...)
쬬다의 팔에 힘이 들어갔어. 그와 동시에 채린씨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어.
"아~ 나는 행복해예. 나는 행복해예..."
그리고 자꾸만 쬬다의 품으로 파고들었어. 한동안 그렇게 아무말도 없이 있었어, 아무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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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일계명 넘의 여자를 품에 품지 마라,)
한참 지난후에 채린씨가 팔을 풀었어, 그리고 일어나 휘적 휘적 걸어 가더라고..
저 멀리 떨어진 가판대에 가서 무엇을 사더니 차로 가서 차 문을 열고 쬬다리에게 손짓을 하는게야.
그래서 쬬다도 일어나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 갔지. 차 안으로 들어 갔더니 채린씨가 어묵과 쐬주를 한병 사 왔더라구.
둘은 뒷 좌석에 나란히 앉았어. 그리고 그릇에 담긴 따끈한 어묵 국물을 한 모금씩 마셨어.
"쬬다씨, 술 마실줄 알지예?" 대답은 듣지도 않은 체 종이컵에 소주를 한 컵 따라 주었어.
배도 고프고 춥기도 하여 숨도 쉬지 않고 한잔을 다 마셔 버렸어.
식도를 타고 흘러 들어 가는 소주의 짜릿한 맛이 쬬다의 가슴을 데워 주고 있었어...
이번엔 쬬다리가 자기가 한잔을 부어서 채린씨에게 주었어.
"않됩니더. 나는 운전을 해야 하는기라예."
"그래도 조금만 마셔야 추위가 풀릴겁니다."
입술에 조금만 대더니 종이컵을 쬬다에게 주었어. 쬬다는 그것도 다 마셔 버렸지.
잠시 후에 온 몸이 더워 오기 시작했어. 시계를 보니까 3시가 넘어 가고 있었어.
둘은 아직도 점심 전이었어. 어묵을 다 먹고 소주는 2/3를 마시고 쬬다는 비닐 봉지에 넣고 그것을 들고 차 밖으로 나왔어.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화장실 쪽으로 가면서 이렇게 생각을 했지. 마음 속으로 말이야...
(오늘 사고를 칠 것이냐, 말 것이냐 양심이 이기느냐 악심이 이기느냐...?")
화장실에 갔다 오니까 채린씨가 차에 시동을 걸어 놓고 있었어. 운전석 옆 자리에 문을 열어 놓았더라구..
차 안의 공기를 바꾸고 쬬다는 차가 가는데로 채린씨가 운전하는데로 가만히 있었어....
대구 시내를 벗어나 어느 한적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차를 경주쪽으로 몰고 갔어.
한참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여 일차선 도로를 따라 10분정도 가니까 러브호텔이 나오는게야.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그곳에서 내려 로비에서 방을 하나 얻어서 4층으로 올라 갔어. 그리고 방문을 열었어..
방문을..... (야 임마 너 지금 거기가 어디야? 정신 빠진 쬬다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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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23)
서로 둘은 마주 보며 아무 말도 안했어.
서로의 눈빛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게야.
채린씨가 뒤 돌아 서더니 옷을 벗기 시작했어. 위의 옷을 다 벗고 브래지어 하나만 걸치고 욕실로 들어 갔어.
그리고 샤워기에서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야.
그동안 쬬다는 프론트에 전화를 해서 위스키 한 병을 주문했지. 위스키는 금방 도착을 했어.
위스키 값에 팁까지 주어서 룸 써비스맨을 보냈어. 그리고 의자에 앉았어.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 보았어. 아직 태양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논에 있던 벼들은 다 베어지고 허수아비들만 몇명이 서 있는게야.
바람따라 참새들이 이리 저리 몰려 다니고 있었고, 줄 끊어진 허수아비는 그 위엄을 잃어 버렸고 허수아비 위로 참새 몇 마리가 앉아 있었어 ....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나?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그리고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뒤에서 욕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짙은 비누 냄새와 향긋한 채린씨의 향기가 풍기는 것이야.
"쬬다씨 돌아 보이소" 창문 밖을 보고 있던 쬬다는 뒷 통수가 근질거리는게야. 그리고 또 마음의 갈등이 생겼어. (뒤를 돌아 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나가야 하느냐.....)
"뭘 합니꺼? 돌아 보이소." 애원하는 목소리였어.
쬬다는 몸을 돌이켰어. 그리고 채린씨를 보았지...
언제 입었는지 위에는 브라우스를 입고 있었고 밑은 발 끝 까지 끌리는 긴 치마.... 항상 입는 그 모습이었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강렬한 햇빛을 통해 비추어지는 채린씨의 모습이 차츰 차츰 밝아져 보였어...
브라우스를 통해 보이는 채린씨의 볼록한 양쪽 가슴에 까아만 포도송이가 확실하게 보였고 조금은 처져 있지만 그래도 탱탱함을 유지하고 있는 가슴이 숨결과 함께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어...
쬬다의 눈길이 가슴에서 밑으로 내려 갔어. 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채린씨의 다리가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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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씨가 웃으며 한 걸음 쬬다에게 다가 오니까 쬬다는 한 걸음 뒤로 물러 났어.
금방 채린씨의 얼굴빛이 변했어. "와? 카닝교? 쬬다씨 와 뒤로 물러 나닝교?"
"아, 아, 아닙니다. 나도 생각할 여유가 있어야지요."
그리고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 갔어. 욕실 전체에 채린씨의 향기가 베어 있었어.
아~ 이향기 채린씨의 이 향기....그리고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았어,
머리엔 세치가 조금은 있고, 떡 벌어진 어깨, 울퉁 불퉁한 근육, 가슴엔 조금 검게 털이 나 있었고 쭉 빠진 몸매는 자신이 보아도 만족해 보였어. 그러나 얼굴은 양면성을 띄고 있었어.
어떻게 보면 선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 보니 완전히 악마처럼 보였어, 지킬박사와 하이드....
정말 그랬어. 그리고 쬬다의 마음 속에서도 둘은 싸우고 있었어....
양심과 악심.. 그리고 사탄과 싸우는 게야....
일단 사워를 했어. 그리고 타올로 몸을 닦아서 물기를 다 말린 후에 거울을 보았지.
거기엔 아직도 두 얼굴이 있더라구....그리고 속옷을 입고 욕실 문을 나왔지,
방에는 커튼이 쳐 있었고 붉으스럼한 조명 아래 탁자 위에는 위스키 병과 잔이 두개가 놓여 있었고 한 의자에는 채린씨가 앉아 있었어. 쬬다리가 탁자 앞으로 걸어 갔지.
브라우스 대신 몸에 딱 맞는 흰 런닝 셔츠를 입고 있었어...
쬬다는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서 채린씨 맞은 편에 앉았어. 그리고 위스키 병 뚜껑을 따고 채린씨의 잔에 한잔을 따르고 자기 잔에도 가득 채웠어. 아무 말도 없이 둘은 술잔을 한번 부딪치고 한번에 위스키를 다 마셔 버렸어. 그리고 또 한잔씩을 그런 식으로 마셔 버렸어....
목에서는 타는 듯한 느낌이었으나 그 향기는 또한 독특한 향기였어...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어. 채린씨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이질 않는게야,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 벌컥 마셔댔어....
무슨 말을 해야 겠는데, 입 속에서만 뱅글 뱅글 돌면서 입 밖으로 나오질 않는게야...
그리고 일어났지. 채린씨도 따라 일어났어. 그리고 둘은 긴~포옹을 했어.
아~ 이 향기 얼마만에 맡아 보는 채린씨의 향기냐....
채린씨가 길게 숨을 들이 쉬고 있었어. 그리고 둘의 가슴은 뛰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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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24)
런닝 셔츠 한겹으로 통해 오는 채린씨의 심장 소리와 포도 송이의 감각이 전에 남창에서의포옹 때 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 젔어.
그리고 쬬다는 채린씨를 번쩍 들어 안았어. 그리고 침대 위에 뉘었어...
술에 취한 눈에 그리고 은은한 조명에... 또 채린씨의 그 향기에.... 이 쬬다는 완전히 제 정신을 잃고 말았어. 이성을 잃어 버렸지.
그 양면성 중에 악한 마음이 이기고 있었어.... 지킬 박사가.....
(야 쬬다야, 너 가슴에 손을 올려 놓고 생각을 해 봐.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게야?
넘의 여자를 탐내지 말라는 말씀을 지나 넌 지금 넘의 여자를 범하려고 하고 있지 않느냐? 이놈아...)
넘의 여자와 한 방에 있지도 말고 범하지 마라. 제 십이계명...
그러나 채린씨가 쬬다를 끌어 당겼어. 쬬다리는 채린씨 위로 넘어 지고 말았지....
그리고 급하게 채린씨의 런닝 셔츠를 벗겼어. 거기에 확실하게 나타난 까아만......
손으로 풍만한 가슴을 만지려고 할 때였어...어디선가 어디선가 저 멀리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전방에서 군생활을 할 때 쬬다의 후배 중에 하모니카를 잘 부는 후배 하나가 있었어. 주일이면 교회가 없어서 몇명씩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예배를 드릴 땐 꼭 이 후배가 반주를 하모니카로 했었어. 그 하모니카 소리에 군 동료들이 울기도 많이 울었지.... 군생활이 힘들어서 울고, 죄사함 받기 위해 회개의 눈물도 흘리고..... 그때 그 하모니카 소린가?.....아니면 길거리에서 구걸하며 도움받기 위해 부는 장애인의 하모니카 소리인가..... 그러나 어쨌든 분명히 들리는 게야...
아주 조그마한 소리였으나, 이 쬬다의 귀를 때리는 양심을 두드리는 아주 강렬한....양심을 찌르는 소리였어.....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와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큰 죄악에서 건지신 주 은혜 고마와..
그래, 맞다 맞아. 큰 죄악.. 지금, 이 순간 큰 죄악에서 나를 건지시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고 돌아가신 주님 은혜... 이런 간음죄를 지으면 지옥 불에서 영원토록 고생해야할 이죄인을 살리신 주님의 그 큰 은혜를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해.
지금 이 한 순간의 쾌락은 나를 잠시 동안은 즐겁게 할 수 있으나 영원토록 지옥에서....
"뭐하고 있능교? 쬬다씨 나를 그렇게 못잊어 하는 당신에게 나의 모든 것을 다 드리겠어예. 다 가지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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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씨의 혀가 많이 꼬여 있었다. 그리고 쬬다의 허리에 감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어..
그래, 15년이라는 세월이 장난이 아니야. 이 사람 때문에 나의 제일 황금 시절을 다 소비하고 말았지 않느냐? 그걸 보상 받아야 해. 지금 이 순간에....
이렇게 생각하고 눈을 뜨고 채린씨를 내려다 보았어.
이 쬬다리를 쳐다보고 있는 채린씨의 눈빛은 애원하고 있는 그런 눈빛이었어. 어서 자기에게 오라고....
"쬬다씨 저는요, 이때까지 석녀로 살았는기라예 아무런 성적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석녀말입니더. 이제야 알겠능기라예, 이 뜨거운 마음을... 사랑해예, 어서 오이소. 나를 가지이소. 어서예...."
말 끝을 흐리고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어...
지금 이 순간 모든 신경이 말초 신경으로 몰려 있는 것 같았어. 그래, 보상을 받자. 15년간을 너 만을 생각했어.. 그 억울한 생활의 보상을 지금 받자.....
그리고 다시 채린씨를 포옹했어. 그리고 채린씨의 치마에 손을 대었어. 그리고 치마를 벗겼지...
나머지 속옷에 손이 닿았어. 그때 바로 그때 또 그 하모니카 소리가 들리는게야...
세상에서 방황할 때 나 주님을 몰랐네.
내 맘대로 고집하며 온갖 죄를 저질렀네.
예수여 이 죄인도 용서 받을 수 있나요.
벌레만도 못한 내가 용서 받을 수 있나요.
(이런 젠장 한창 재미 있으려 할 때 무슨 용서야....) 쬬다리가 또 마음의 갈등이 생기는게야. 그래, 내가 이러면 안되지... 이렇게 죄를 지어 놓고 회개한다고? 그게 회개가 되겠느냐고....
그리고 벌떡 일어났어. 불을 바꿔 켰어. 어두 침침한 조명에서 밝은 빛으로 바꾸었지....
"와 캅니꺼? 와 이러능교?" 애원이 아니라 비명을 지르는게야. 그래서 이렇게 말했지.
"채린씨 우리가 이런다고 무슨 일이 해결이 되겠습니까? 내가 채린씨를 갖는다고 해서 무슨 보상을 받겠으며 우리에게 어떤 좋은 일이 있겠느냐구요. 우리 이성을 찾읍시다. 내가 생각을 잘못 했군요,,.."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어. 방으로 나와서 옷을 입었지. 그리고 채린씨를 일으켰어.
그래, 그래. 하이드가 이겼어, 하이드가... 그리고 넌 참으로 양심이 살아 있는 놈이구먼....
채린씨의 옷입는 것을 도와 주고 커튼을 제치고 창문을 열었어. 아직 밖은 가을 햇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어.... 조금 전까지 짹짹 거리던 참새들도 다 날아가고 없었고, 빈 논에는 허수아비들만 서 있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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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의 연가 25)
채린씨도 정신이 드는지 옷을 입었어,
그리고 찬물로 세수를 하고 창문 밖의 세상을 보더라고....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어.
"참말로 나는 쬬다씨와 도망 갈려고 생각 했어예. 애들도 남편도 다 버리고 쬬다씨와 둘이서 도망이라도 갈려고 했어예. 참말로 이런 감정은 처음인기라예. 정말 성에 대한 감정없이 살았어예. 잘 참아 주었어예. 고맙습니더, 고마와예."
말 끝을 흐렸어. 한편으로는 잘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많았고....
(야 이 쬬다야, 너 정말 잘했어. 남의 가정을 파괴해 놓고 무슨 일인들 잘 되겠느냐고? 그리고 그 원망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했어? 너 정말 잘했어, 정말 잘했어.)
"채린씨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이 잘못인 것 같군요. 그냥 나의 가슴속에 묻어 두고 살았어야 하는건데. 그리고 영범이가 채린씨 주소와 전화 번호를 안다고 했을 때, 그냥 내가 모른척하고 넘어 갔어야 하는건데... 그리고 우리가 만났을 때도 이런 생각을 하는것이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우린 그냥 친구로 남든지 아니면 앞으로는 서로 연락을 하지 말든지 그게 좋겠군요...."
채린씨는 손만 조물락 조물락 거리고 있었어. 그러더니 이러더라구.
"쬬다씨, 저도 제 정신이 아니었나봐요. 그냥 과거는 과거인데... 그냥 나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어야 했는데,... 미안합니더, 미안해예...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이소. 저 같이 나쁜년 생각은 마이소. 그리고 결혼하시면 그냥 친구로 지내시든지 아니면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누나라고 불러도 좋구예..."
"그럽시다, 그래요. 그리고 저도 빨리 결혼을 해야겠군요."
쬬다리는 이때까지의 일들이 악몽같이 생각되는게야.
그리고 그 하모니카 소리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되는지.....
"참 채린씨, 조금 전에 무슨 소리 못 들었습니까? 악기 소리라든가...아니면 피아노 소리 같은...."
"아니라예, 저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예."
(그럼 그게 나에게만 들린 소리였나?... 그렇지는 않았을텐데...)
그리고 둘은 숨을 돌리고 밖으로 나왔어. 아랫 층으로 내려와 대리 운전을 부탁하여 쬬다리는 동대구역에서 내리고 채린씨는 자기 집으로 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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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가을 날씨는 벌써 어두워져 있었어. 그리고 밤 열차표를 구해서 서울로 올라 왔어.
올라 오면서 차 속에서 이렇게 생각을 했어. (그래, 내가 잘했지, 내가 잘했어. 그리고 그냥 옛날처럼 그렇게 살아야해. 가끔은 보고 싶고 가끔은 생각이 나겠지만 그렇게 그냥 넘어 가야지.... 그리고 빨리 결혼을 해야지. 나만 손해를 본 것 같으네....)
집에 도착해서 어머님과 형제들에게 의논을 했어. 나도 결혼을 하겠다고 그리고 중매를 서달라고...
그런데 총각이 나이가 너무 많아서 애를 먹었지.
결혼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그리고 수예 공장은 형에게 맡기고 쬬다리는 공장을 떠났어.
그리고 어느 유치원에 버스 기사로 취업을 했어.
그리고 이 쬬다리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야.
"나에게는 아들 딸들이 약 백여명이나 되. 그리고 아주 아주 행복해..."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것이야. 자랑스럽게....
지금도 그 말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어. 백여명의 아들 딸들을 차에 태우고 노래를 불러 가면서....
채린씨와는 가끔, 아주 가끔 전화를 했어.
서로의 안부만 묻는체............. 참 채린씨의 큰 딸이 결혼을 했다는 소식까지 들었지......
(에필로그)
미사리 전도관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슬픈 사랑의 연가를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5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읽어 주신 여러분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또 재미있는 소재가 생기면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즐거운 명절이 되시구요, 고향엘 다 잘 다녀오십시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