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토의 최서북단 백령도
이젠 3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다.
2022.9월 8일 초쾌속 여객선 신규 취항
‘천안함 위령탑’에서 한반도의 아픈 현실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국토의 최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 가기가 좀더 쉬워졌다. 종전엔는 4시간 10분 정도 걸렸는데 지난 9월 8일 초쾌속 여객선 코리아프라이드호 신규 취항으로 30분이 당겨졌다.
시간 단축 뿐 아니라 그동안에는 파도가 거칠 경우 배멀미로 고생한 여행객들이 많았는데 이젠 여객선 구조개선으로 배멀미 가능성도 크게 낮아지게 됐다. 1층 단일데크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무게중심을 낮춰 뱃멀미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 끝섬으로 북한 땅과 지척의 거리에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섬이기도 하지만, '두무진'을 비롯한 해안암벽 경치가 웅장하고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백령도 해벽은 국내 섬 중에서 홍도, 백도에 버금가는 경관이다.
하지만 백령도는 즐기기 위한 여행의 섬, 낭만의 섬 만은 아니다. 바로 한반도 분단의 아픈 현실이다. 백령도는 천안함폭침에 의한 순직 해군장병 위령탑이 위치한 슬픈 섬이기도 하다.
2010년 3월 26일 북한어뢰공격으로 피격, 함체와 함께 46명의 인명을 앗아간 천안함 피격사건의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위령탑이 세워졌다. 천안함이 피격된 위치는 백령도에서 불과 2.5km 거리의 해상, 함수가 인양된 곳도 백령도에서 2.7km 떨어진 백령도와 대청도 중간 해상이다.
위령탑에는 순직한 46명의 해군용사들 얼굴모습과 함께 이근배 시인의 '불멸의 성좌여, 바다의 수호신이여'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해보다 밝은 별들이어라
조국수호의 서해전선을 지키다가
적들의 불의의 폭침으로 순국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마흔여섯 해군용사들
이 나라의 하늘에 불멸의 성좌로 떠 있어라
(중략)
그대들로 하여 분단조국은 하나가 되고
그대들로 하여 대한민국은 세계으뜸이 되고
그대들이 바친 목숨 영원한 성좌가 되어
길이길이 이 겨레 빛이 되리라
자유평화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리라
2014.11.28-29, 위령탑에 천안함 순직 장병 추모시를 쓴 이근배 시인(전 한국시인협회 회장,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비롯, 신달자 시인(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강은교 시인(동아대 명예교수), 김지헌 시인(전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 임윤식 시인(필자) 등은 해군의 초청으로 백령도를 찾은 적이 있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당시 백령도 주둔 해병 제6여단장인 조강래 준장이 우리 일행을 맞았다. 월간 해군지 편집장 배은기 씨와 박주미 해군소령이 안내했다.
백령도는 총인구 4,969명, 가구수 2,926세대(2021.12.31현재)에 이른다. 또 이들 주민수와 비슷한 정도의 군인 및 군인가족들이 살고 있다. 약 1만명 내외의 인구가 상주하고 있는 큰 섬이다.
백령도 중심지인 진촌리 마을에서 1.2km 떨어진 심청각에 오르면, 정면으로 북한 황해남도 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좌측에는 몽금포타령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지역이름인 장산곶이 보이고 우측 가까이에 월래도라고 부르는 섬도 보인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월래도에는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김정은이 다녀갔다고 한다.
백령도와 월래도 중간 쯤에 북방한계선, 즉 NLL이 그어져 있다. 심청각에서 북녘 땅까지는 불과 12km. 손에 닿을 듯 북녘이 코앞에 있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남한 및 미국의 지속적인 화해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핵화는커녕 핵무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좁은 땅 한반도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세대에 남북통일은 정녕 기대하기 힘들단 말인가?
서해 최북단을 지키는 파수꾼 섬들, 백령도, 연평도, 그리고 말도 등에서 필자는 한반도의 잘린 허리, 바다 건너 지척의 북한 땅을 눈물겹게 바라본다. (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