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아파트의 놀이터는 하루에도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안전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아파트 놀이터가 위험하다란 지적이 수차례 나왔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얼마전엔 부산에서 완공된지 겨우석 달된 놀이터가 철거된 일이 있었는데요, 역시 '부실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놀이터가 계속 이렇게 부실한 이유, 알아봅니다 윤영란 기자~ 뭐가 가장 문제 던가요?
<리포트>
취재 결과 놀이터 시공과 관련한 뚜렷한 법적 기준도 미흡할 뿐더러 안전 기준을 관리, 감독할 기관이 통합되어 있지 않아 그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것이 큰 문제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 드리겠습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 놀이터. 뛰어 노는 어린이들도, 놀이기구도 없이 텅 비어있습니다.
지난 5월 완공된 새 놀이터...그러나 그물망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휘어졌고, 철제 나사는 튀어나와 언제 든 상처를 만들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대부분이 안전진단 불합격인 상태.그래서 급기야 지난주, 철거에 들어간 것입니다.
<인터뷰>조정혜 (주민 ): "지금까지 두 명의 어린이가 다쳤어요. 스프링 놀이기구에서 한 명이 다치고 지압보드에서 또 한 명이 다치고······."
부실시공 된 스프링 말을 타고 놀다 사고를 당했다는 5살 승주. 얼굴의 상처는 많이 아물었지만 엄마는 자칫 잘못했으면 대형사고가 될 뻔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인터뷰>이효심( 사고 아동 어머니 ): "제가 옆에 없었다면 크게 다칠 상황이었는데 넘어질 때 빨리 잡아줘서 이 정도지······."
주민들은 철거되지 않은 지압보드 역시 문제를 삼고 있었는데요.
<인터뷰>조정혜( 주민 ):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장소에 지압보드가 있어야 되겠습니까? 안되죠. 뒤로 넘어 지다 손으로 짚어도 상처가 나고 완전히 넘어지면 머리가 부딪칠 위치잖아요."
이 놀이터에서는 지난 해 11월에도 높이 4m, 두께 20cm의 그네 지지대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10살 어린이가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네 지지대의 밑둥이 완전히 썩어 있어서 벌어진 일이었는데요.그래서 놀라 새로 만든 놀이터였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아이들이 다치고 급기야 철거까지 된 겁니다.
<인터뷰>김은경 (주민 ): "사고가 한번 났었던 놀이터여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자며 노인정에서 천만 원을 기증하셨어요. 그렇게 만든 놀이터가 3개월 만에 철거되니 정말 속상합니다."
그렇다면 놀이터 시공을 맡은 업체는 안전기준을 몰랐을까요? 업체 측은 자신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완성품을 조립했을 뿐이라며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시공업체 관계자 :" (놀이기구는) 저희 회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업체에서 사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업체를 믿는 거죠. 검사기준에 합격 했으니까 판매하는 거 아닙니까? 검사기준을 무시하고 팔았다면 판매업체측의 잘못이죠."
직접 찾은 서울 시내 놀이터 역시 안전기준과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연결부위마다 녹슨 나사산들이 돌출돼 있고, 350mm가 정상인 그네 안장의 높 이는 절반 밖에 안되는 170mm. 그네 체인의 꼬임 간격은 어린이들의 손가락이 끼일 수 있어 8mm 정도가 되야 하는데 그 배를 넘겼습니다.
움직임이 많은 어린이들인 만큼 놀이기구 중간에 머리나 몸통이 끼지 않아야 하지만 규격을 정확히 지킨 놀이기구는 없었습니다.
<인터뷰>박진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 "작은 도구가 들어가지 않거나 큰 도구가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져서 아이들의 몸이 놀이기구에 끼지 않고 빠져 나갈 수 있게 혹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 거죠."
놀이기구 안전검사 기준이 만들어 진 것은 지난 2004년 12월입니다. 놀이터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사고를 염두에 둔 다양한 실험들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인터뷰>이수재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어린이용품 안전팀장 ):"어린이가 놀다가 추락으로 인한 사고를 당했을 때 밑에 깔려 있는 바닥재가 충격을 흡수해 줍니다. 어느 정도의 충격을 흡수해 주는지에 대한 하강높이측정 시험입니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그네와 부딪칠 수도 있는 만큼 그 충격 강도도 정해 놓고 있고, 미끄럼틀 표면이 쉽게 벗겨지지 않도록 마찰력 강도 역시 일정수준이 돼야 합니다.페인트 역시 납과 같은 인체에 유해한 8개 중금속에 대해서는 기준치를 정해 뒀는데요.
이런 기준을 만족시킨 제품에 한해서만 합격 증서와 합격 '검'자 표시를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업체에서는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놀이터 시공업체 관계자 :"저희 회사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놀이터 시공을) 했지만 놀이터 제품에 '검'자 표시가 된 놀이터는 없습니다."
또 안전 검사에서 불합격되면 곧바로 철거돼야 하지만 감독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 검사 따로, 감독 따로인터라 불합격한 놀이기구가 버젓이 설치돼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사고는 신고된 건만 300건 정도 였습니다.
신고된 것만3백 건 정도라면 그냥 넘어간 소소한 경우는 훨씬 더 많겠죠~ 자녀들 놀이터 내보내는 부모님들이 안심하실 수 있는 환경이 빨리 마련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