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한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부터 순탄치 않게 돌아가더니 결국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샘풀이 나갔을 때 바이어는 목 넓이만 고쳐 옷을 만들어도 좋다고 했다.
선적일에 쫓겨 견양을 다시 만들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했다.
그러나 그 치수대로 목 넓이를 수정하여 물건을 다 만들어 실어 보냈더니 옷을받은 바이어는 터틀넥의 목선이 너무 깊이 파였다며 클레임을 걸었다.
그 부분이 보기 싫다면 이 정도는 만드는 사람의 상식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느냐며 이쪽으로 책임을 떠 넘겼다.
한편 만든 사람은 주문받은 치수대로 만들었고 이미 사전이 이렇게 만든다는 확인을 받았으니 자기네의 잘못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생산자는 바이어측이 잘못한 부분만 강조하고 바이어는 만든 생산자 측의 실수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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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로마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한니발 장군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막사에 걸어 두고 싶었다.
일을 맡은 화가는 장군의 얼굴을 정성껏 그렸다.
그 초상화는 애꾸눈이었다.
어느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한 장군은 그림 속에서마저 애꾸눈인 자신이 보시 싫어 졌다.
그래 화가를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는 다른 이를 불러 다시 그릴 것을 명했다.
전임자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 화가는 초롱초롱 양 눈을 뜨고 있는 한니발을 그렸다.
그것을 바라본 장군은 또 화가 났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고 희생되고 말았다.
세 번째 화가가 불려 왔다. 자신의 생사가 걸린 문제니 그가 얼마나 깊이 생각을 했겠는가.
마침내 초상화는 완성되었고, 장군도 저으기 만족해했다.
그림 속의 한니발은 애꾸눈이 보이지 않는 옆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세 번째 화가는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옷,
옷이란 것이 볼 때와 입을 때가 다를 수가 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입어 보면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옷이란 입었을 때의 편안함이 우선이지요.
이 제품은 목을 깊게 접으면 목선이 감추어집니다.
목을 낮게 입는 새로운 패션을 창출하는 건 어떨까요?
모델의 목선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나는 내 발상이 그런 데로 괜찮음을 증명시키기 위해 상당히 , 그러나 표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무진 애를 썼다.
바이어는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생산자에게는 이 패션을 알리는 광고비를 일부 지원하는 게 어떠냐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고 설득했다. 몇 번의 교섭 끝이 양측이 드디어 합의를 했고 서로에게 협조해 줘 고맙다며 다음엔 더 잘해 보자면서 악수를 하고 헤어지기에 이르렀다.
제3의 화가가 준 발상의 전환이라는 지혜가 한 사건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도와 준 것이다.
이상은 월간 본지풍광 작년 1월호 정복주님의 지대방 한담란 이야기입니다.
저번 상도동 보문사 갔을 때 거기서 본 책의 내용이지요..
어릴 적 카르타고 영웅전에서 읽은 한니발장군의 기억은 유명한 명장이라는 것과 마주막이 쓸쓸했다는 기억뿐이었습니다.
다시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남은 기억은 로마를 침공하여 십 몇 년을 전쟁터의 막사에 살면서 고생을 하고 부하들이 거의 다를 죽이면서 상대방의 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도 결국 자기나라로 돌아와야 했고 카르타고는 철저히 멸망했으며 나중엔 쫓기면서 자살을 해야 했던 사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