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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하는 일이 인터뷰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엔 제주에 이주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두 명을 소개하려 한다. 두 명의 공통점이라면 나와 동년배의 나이에 가족을 데리고 내려왔다는 점, 제주의 마을로 이주했다는 점, 그들이 하는 서비스가 여행객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시리 조랑말박물관 내에 빵집을 연 주인장은 목동에서 천연 효모를 이용한 발효빵집을 운영하다 최근에 제주로 이주했다. 그를 알게 된 계기가 재미있는데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 온갖 농산물이 나는 마을이다 보니 빵의 원재료인 ‘밀’을 구하기 위해 무릉외갓집 전시판매장을 들렀다. 물론 그는 내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제주이민 인터뷰’의 애청자였다.
“천연 효모 발효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혹시 마을에서 밀을 좀 구할수 있을까요?” 가시리에서 무릉2리까지의 거리가 얼마인데 대단한 노력이다 싶어 밀 40kg를 마진 없이 그냥 구해주었다. 이것이 인연이 돼 그가 운영하는 ‘시간 더하기’ 빵집을 들린 적이 있는데 무릉리에서 사간 ‘밀’을 매일 도정하여 빵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낸 책까지 카페에 예쁘게 전시하고 판매해주니 개인적으로도 참 고마운 분이다.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몸에 좋은 빵’을 좋아할까 마는 빵을 먹기 위해 멀리 읍내까지 나가는 수고를 덜고 아이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또 한분을 소개하자면 이 분도 가게를 연지 오래되지 않았다. 종달리에 문을 연 1인 헤어샵 로로하우스. 15년이 넘게 서울에서 식사도 거르며 머리를 잘라온 디자이너가 제주의 해안가 아주 작은 마을에 미용실을 연 것이다. 처음에 내부공사를 할 때 이웃들이 또 카페를 여는 건가,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건가 궁금했다는 데 미용실이라고 하니 다들 좋아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들은 멀리 읍내까지 머리하러 가야하는데 동네 미용실이 생기니 얼마나 편하실까. 처음에 미용실을 열었다고 하니 1인 미용실에 동네 할머니 몇 명이 오셔서 ‘TV도 좀 놓는 건 어떠냐’며 의견도 주셨다는데 주인장은 예약제 1인 미용실을 자세히 설명드렸다고 한다. 그 이후엔 해녀할머니들도 어려움 없이 파마를 하고 계시다고.
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어려움은 없을까? 과연 여행객이나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이 가게를 찾을까, 장사는 잘 되는 걸까 걱정이 되는데 다행히도 ‘마을빵집’, ‘마을미용실’이 가지는 독특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는 듯하다.
2010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제주로 이주하고 있다. 이주민들이 대부분 농촌지역으로 이주를 하고 있는데 원래의 마을공동체와 겪게 되는 소소한 갈등도 많은 듯하다. 서로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릴 듯 하지만 여행객이나 주민들이나 꼭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면 마을 공동체의 복지향상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누구나 목수가 될 수 없고 빵기술을 가진 요리사가 될 순 없지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 함께 나눈다는 여유만 있다면 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이주한 분들이 대다수다 보니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에도 쉽게 동참하리라 기대해본다.
<홍창욱/정책소통자문위원, 무릉외갓집 총괄실장,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저자)>
첫댓글 가시리 조랑말박물관내 빵집에 대해 새로운 정보...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