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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과일은 음식 아니라 ‘보약’… 목표 세우고 운동·다이어트 해야
‘담배를 피우는 의사가 환자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할 수 있을까?’
복부비만 환자에게 뱃살을 어떻게 빼야 하는지 열심히 설명하면서 혹시 환자가 흰 가운 속에 감춰진 내 배를 훔쳐보지는 않을까? 그는 늘 노심초사했다. 꼭 환자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그의 나이도 벌써 40 초입, 뱃살을 마냥 방치할 순 없는 나이. 그러던 중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에서 비만 전문의로 일하는 박원우(45) 성균관대 의대 교수. 날씬한 몸매로, 요즘 취미로 살사 댄스를 즐기는 그이지만 5년 전만 해도 키 170㎝에 몸무게 74kg으로 34인치의 바지를 입고 다닐 정도로 ‘심상찮은’ 뱃살을 가진 체형이었다.
식사 후에는 숨 쉬기가 힘들어 꼭 바지 단추를 풀어야 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그는 ‘언젠가는 뱃살을 빼리라’ 하고 되뇌었지만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바쁜 일과 때문에 좀처럼 결행 시기를 찾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왔다. 2000년 미국에서 비만 연구로 잘 알려진 뉴욕의 컬럼비아의대 부속 비만연구소에 해외연수 기회를 얻어 병원을 잠시 떠나게 된 것이다.
해외연수 시절 그의 눈에 비친 미국의 비만 클리닉은 그가 평소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체중 200kg이 넘는 거구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중증 환자도 한둘이 아니었다. 이들은 호흡곤란이나 수면무호흡증·관절염 등을 앓는 심각한 환자들이었고, 비만 치료는 몸매 관리가 아니라 생존 문제였다.
‘10년 후 우리나라도 비만 때문에 고민하는 나라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겠는가…?’
이런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차에 그곳 대학원에서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원자를 모집하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이 연구는 ‘1주일에 네 번 이상, 한 번에 최소 30분 이상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12주간 시행’하면서 운동 전후의 자율신경계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비만 관련 연구는 아니었지만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터여서 박 교수는 곧 신청서를 냈다.
마침 박 교수는 대학원에서 ‘임상영양학’ 강의를 들으면서 국내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건강 다이어트’법을 정리하고 있던 차였다. 그는 운동 프로그램에 자신이 연구 중인 건강 다이어트를 함께 적용해 보기로 목표를 세웠다.
2001년 3월26일, 병원 트레드밀(러닝머신)에 올라 걷기와 조깅을 시작하면서 그의 뱃살 빼기는 시작됐고, 운동 프로그램이 끝난 6월16일, 그는 결국 체중 62kg, 허리둘레 30인치로 12kg 감량에 성공했다. 컬럼비아의대에서 체험한 ‘12주-12kg 감량’ 과정을 살펴보자.
2001년 3월, 임상시험 자원자로 처음 헬스클럽을 찾던 날부터 운동을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나자 체중이 2kg 줄었다. 하지만 그 뒤로 체중계 눈금은 요지부동이었다. 3주째 되던 어느 날 평소 술을 즐기던 그에게 술을 끊게 한 작은 ‘사건’이 생겼다. 그 일을 계기로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으면서 그는 놀랄 만한 경험을 하게 됐다. 꿈쩍도 않던 체중계 눈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하루에 0.5파운드(0.23kg)씩.
체중계 눈금이 150파운드 아래로 떨어지자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뱃살을 빼 보리라는 욕심이 본격적으로 발동했다. 그의 건강 다이어트는 운동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이렇다.
1. 1주일에 4회씩 30분간 걷기와 조깅을 계속한다
운동 없이는 뱃살은 빠지지 않는다. 박 교수는 운동실험에서 트레드밀을 이용했다. 우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트레이너에게 배운 스트레칭을 15분간 했다. 스트레칭은 운동 전 워밍업 효과와 근육의 유연성을 키워 부상 위험을 줄여준다. 트레드밀에 올라 처음 5분간은 보통 속도(시속 5∼6km)로 걷다 빠르게 걷기(시속 7km)로 30분을 채웠다. 중간중간 가벼운 조깅(시속 8∼9km)를 시도해 보고 숨이 턱까지 차면 다시 빠르게 걷기로 속도를 낮춰 숨을 골랐다. 마지막 5분은 보통 속도로 걸었다. 이 마무리 운동(쿨 다운)은 꼭 필요하다.
2. 술 끊고 식사량 조절-몸 신호에 귀 기울였다
술을 끊은 이틀 후부터 거짓말처럼 몸무게가 다시 줄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다이어트법을 적용했다. 밥은 무조건 절반을 덜어내고 먹었다. 평소 식사량의 절반, 많아야 3분의 2 정도로 먹으면서 몸이 보내는 ‘허기’와 ‘포만감’ 신호를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음식이 당기면 정말 배가 고파서인지,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오는 허전함인지, 혹은 습관적으로 음식을 찾는 것인지 구분한 것. 허기 때문이면 때를 안 가리고 먹었지만 음식을 먹은 지 3시간 이내에 배고픔이 오면 물·녹차를 한두 잔 마셔 보충했다. 한번에 먹는 양을 줄이니 위장 크기가 줄어 적게 먹어도 금방 포만감이 느껴졌다.
3. 채소와 과일은 가급적 많이 먹었다
채소·과일은 음식이 아니라 ‘보약’이다. 박 교수는 아예 하루 한 끼는 샐러드로 바꿨다. 샐러드도 닭 흰 속살, 삶은 계란 흰자, 버섯, 참치 등 채소와 함께하는 음식 종류와 드레싱에 변화를 주면 훌륭한 한 끼 식사다. 드레싱은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물성 기름으로 선택했다. 점심 외식은 주로 비빔밥이나 회덮밥을 먹고, 저녁때 고깃집이나 횟집에 가게 되면 함께 나오는 오이나 무채로 미리 배를 채우고 상추나 깻잎 두 장에 고기를 싸 먹었다. 아침을 적게 먹어 출출할 때는 오전 중에 저지방 우유나 두유 한 잔을 마셨고, 점심과 저녁 사이에 허기를 느끼면 100% 과일주스나 설탕·크림 없는 커피 한 잔 혹은 과일을 먹었다.
4. 포화지방은 적게, 불포화지방은 조금 더
무조건 지방을 적게 먹으면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아져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내장지방량이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방은 종류에 관계없이 칼로리가 높아 주의했다. 육류는 무조건 피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기름기를 제거하고 살코기 위주로 먹었다. 음식점에서도 삼겹살이나 갈비 대신 등심이나 로스를 먹었다. 같은 고기라도 칼로리 차가 2배 이상 난다. 붉은 살코기보다 흰 살코기인 닭고기 요리를 자주 선택했다. 우유는 저지방 종류를 선택했고, 좋은 지방은 생선이나 올리브유 혹은 약간의 견과류 등에서 얻었다.
5. 혈당지수 낮은 음식을 챙겨 먹었다
흰 쌀밥과 흰 빵의 혈당지수는 설탕과 비슷하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인슐린을 과다분비시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복부비만을 앞당길 수 있다. 복합 당질은 현미나 콩, 잡곡을 섞은 밥이다. 이런 식단은 섬유질·비타민·미네랄을 풍부하게 공급해 건강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6. 필요하면 영양 보조제를 매일 복용한다
중년 이후 성인은 10∼30%가량이 비타민 B12 섭취가 부족하다. 특히 비타민 B12·B6·엽산은 심장병 예방 효과를 보인다. 비타민 D나 칼슘 보조제는 골다공증 예방에 중요하다. 박 교수는 육류 섭취를 줄여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 B12를 보충하기 위해 비타민 B12 100mg, 비타민 B6 100mg, 엽산 400mg이 들어 있는 비타민 제제를 선택해 매일 한 알씩 복용했다.
7. 일상 속에서 많이 걷고 움직인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 다이어트 덕분에 그는 12주 만에 12kg 감량에 성공했다. 임상시험을 끝낸 뒤 그는 운동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서울로 돌아온 뒤 현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식사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상에서 많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평소 계단을 이용하고, 출퇴근 때도 정장 대신 캐주얼복을 입는다. 병원 일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책가방도 안 든다. 출퇴근 때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주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전철을 기다릴 때도 서 있지 않고 항상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