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게 아름답다 지극極히 작은微 게 아름답妙다 생후 한 달 정도 된 강아지가 다 큰 개보다는 훨씬 귀엽고 예쁘다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가 참 귀엽다 작으면서 생명이 있는 것은 더 앙증스럽다 얼마나 작으면 극미極微일까 '극'은 다할 극/극진할 극極으로 새기며 대들보, 또는 용마루를 뜻한다
고건축에 있어서 기둥이나 서까래는 많지만 대들보는 오로지 하나 밖에 없다 대들보와 용마루의 차이는 간단하다 대들보는 지붕 아랫쪽에 있고 용마루는 지붕 윗쪽에 있다 용마루는 줄여서 '마루宗'라고 하는데 마루란 하느님을 뜻하는 용어이며 따라서 '종교宗敎'란 하느님 가르침이다
나는 어려서 '마루 종宗'자를 새길 때 '마루'하면 대청 마루라든가 툇마루처럼 나무판자를 깐 마루로만 여겼다 아니면 기껏해야 용마루를 떠올렸다 나중에 비로소 안 것이지만 '마루 종宗' 자가 '하느님'의 뜻이었다 따라서 '마루 종宗' '가르칠 교敎'자이기에 '마루 가르침' '들보 가르침'을 생각했고 하나 밖에 없는 들보처럼 오직 하나 밖에 없는 하느님 그 분의 가르침을 종교라 함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놓고 볼 때 '극미묘'의 '극'은 대들보고 용마루고 마루이니 하느님의 미묘함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참眞 성품性이 매우甚 심오深하기에 하느님極처럼 미묘微妙하다고 풀이할까 건축물에서 마루는 하나 밖에 없듯이 세상에서 마루God는 오직 하느님 하나다 오직唯 하나一밖에 없는 신神이다 만약 하나 이상이라면 유일신은 아니다
요즘은 H빔이나 다른 소재로도 얹지만 대들보/용마루는 나무木로 얹었다 세상에는 하늘一과 땅一이 있다 이 하늘과 땅 사이를 잇는 게 무엇일까 하늘과 땅을 잇는 자는 사람人이다 두 이二 자 사이를 받친 사람人 양쪽으로 또 우/탄식할 탄叹 자를 놓았는데 말口로 시키고 손又으로 일을 가리킴이다 지위가 높은 관료는 말과 손을 쓸 뿐이다 그러나 고위 관료는 정승丞이지 왕은 아니다
'극極'에는 '마루宗'란 새김 외에 남극과 북극, 음극(-)과 양극(+)처럼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이 쓰이는 '극極'의 뜻은 뭐니뭐니해도 절대값absolute value이다 따라서 극미묘極微妙는 미묘의 극치인데 미묘의 극치 외에 다른 해석은 없을까 앞의 두 글자를 한 단어로 묶은 채 극미極微의 묘妙로 풀이하면 안될까
앞서 얘기했듯이 '극미極微'는 아름답다 매우 작은 '극미동물極微動物'을 애니멀큘러animalcular라 하는데 극미의 동물이며 미소微小한 동물이다 어디 극미 동물만 아름답겠는가 잘 꾸며진 미니어처miniature에서도 상상 밖의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 물론 이《법성게》에서의 '극미묘極微妙'는 매우甚 심오深한 참眞된 성품性이 한없이極 작고微 섬세妙하다는 뜻이다
참된 성품이 한없이 작고 섬세하다면 성품을 크기로서 재단한 꼴이 되어 자칫하면 그릇된 카테고리에 빠질 수 있다 성품에 어떻게 크다 작다가 있을 수 있으며 섬세하다 거칠다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참 성품을 이미 그렇게 표현하였다면 이는 극미묘極微妙의 뜻이 아닐 수도 있다 극미묘의 '극미'가 '지극히 작음'이니까 불가능하지만 성품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극極은 무한無限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인피니티infinite로 표현되는 그 무엇이다 바로 이 인피니티를 말의 줄기語幹로 삼아 무한을 나타내는 말이 마구 쏟아진다 '무한'이라면 보통은 작은 쪽이 아니라 큰 쪽 긴 쪽 넓은 쪽 무거운 쪽을 얘기한다 The infinite Being을 통해 조물주의 무한 생명에 관하여 설한다 조물주/창조주는 무한 생명을 산다 이는 극락세계 교주 '아미타불阿彌陀佛'에 무량수無量壽라는 뜻이 들어있음과 같다
기독교의 인피니티 빙이 먼저인지 불교의 무량수가 먼저인지 나는 잘 모른다 무량수에 '디 인피니티 빙'이 들어있다면 하느님에게도 무량수의 뜻이 들어있음이다 어느 쪽으로 풀이하든 거기에는 무한 시간의 생명을 산다는 뜻이 담겨있다 불교는 여기에 또 다른 무한을 덧붙인다 이른바 '무량광無量光'의 세계다 무량광은 'The infinite light가 될 것이다 '디 인피니티 라이트'는 무한 공간의 빛이다
의상조사는 참眞된 성품性이 지극히甚 심오深하다고 이미 설파하였다 참된 성품의 '참되다'에 대해서는 어제 기포의 새벽 편지글에서 다루었다 첫째 변화의 법칙 둘째 관찰의 법칙 셋째 숨음의 법칙 넷째 분별의 법칙에 들어맞으면 참되다 참 진眞 자의 파자破字에 들어있는 뜻이다
그리고 참됨과 상반되는 것은 첫째 변화의 부정 둘째 관찰의 부정 셋째 숨음의 부정 넷째 분별의 부정이 참되지 않다 하였다 참되眞지 않다면 거짓妄이다 그런데 망妄을 떠난 참眞이 존재할까 진망화합식眞妄和合識 창고가 인간이다 참과 거짓이 서로 어울려있는 존재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다
세상에는 순수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참眞과 거짓妄이 섞인 존재로 도매금으로 사람의 가치를 몰아가려는가 '순수하다' '순수하지 않다'는 사람이 아니라 다만 개념일 뿐이다 행복한 사람이 따로 있고 행복이 어딘가에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행복한 개념을 만들어내어 누릴 따름이다
극미의 미微는 '작을 미'자로서 산山 비탈兀 길을 느릿느릿彳걸을 때 회초리攵로 갈 길을 재촉한다는 뜻이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기에 희미稀微하다 해서 쓰여진 글자가 작을 미微 자다
여기에 '묘할 묘妙'는 소녀少女의 뜻이다 '여자女 아이少'를 한 데 묶은 글자다 세상에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들이 있으니 소녀를 가볍게 볼 수 없고 여인을 가볍게 볼 수 없고 사미를 가볍게 볼 수 없고 왕자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한다
소녀는 장차 어떤 인물을 낳을지 모르고 여인은 어떤 자녀로 키울지 모르고 사미는 어떤 고승이 될지 모르고 왕자는 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 한다 아무튼 '여자女 아이少'는 아름답妙다 물론 남자 아이도 한없이 멋지니까 굳이 서운해할 것은 없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게 참된眞 성품性이다
심할 심甚 자는 그림象形문자이니 부뚜막 위에 물그릇을 올려놓고 밑에서 불 때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으며 깊을 심深/㴱 자는 꼴形소리聲 문자니 손又에 횃木불火을 들고 위가 덮힌冖 동굴八에 들어가듯 물氵속 깊이 들어가기에 '깊다深'고 한다 마음 깊이를 말할 때 '심심甚深'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