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용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 세계에서 '경영이란 시행착오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실패는 고효율의 과실(?)임에 틀림없다고 할 수 있는데, 역설적으로 기업 현장에서는 실패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분위기로 인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자산(Asset)은 '미래 용역 잠재력의 현재가치'이다. 결국 '실패의 자산화'란 실패의 경험을 잘 살려 '실패가 기업에게 현금을 유입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실패를 그냥 덮어버리거나 이를 질책만 하지말고, 실패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게 하라는 본래의 뜻과, 원래 목표하던 바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로부터 배울 것이 많은 만큼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 말고 과감하게 도전(Risk taking)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실패를 바탕으로 성공한 아래의 사례들은 '실패로 부터의 학습'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독일 바이엘사의 아스피린은 원래 염료로 개발됐다 실패한 제품이었다. 미국 3M사의 "포스트잇"도 접착제로 만들어졌다가 접착력이 약해 실패로 판명됐지만 한 직원의 집념으로 히트 상품이 됐다. 나이키 스포츠화의 전설이 된 에어 쿠션 역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한 엔지니어가 신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특수한 공기를 넣는 방안을 생각해 낸 것에서 출발했다. 당시 어떤 신발업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나이키는 몇년 동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에어 쿠션을 개발해냈다. 나이키의 넬슨 패리스 교육담당 이사는 “우리는 실수와 실패를 권장한다. 두려움 없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혁신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발명왕 에디슨은 2,000번 가까운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 전등을 발명했을 때 "그 과정은 실패가 아니라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2,000 계단을 올라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1878년 에디슨이 설립한 GE(General Electric)는 창업 이래 중요한 사고나 고장 등 실패정보를 상세히 기록 정리하여 보물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경제의 강점은 도전을 하다 실패한 사람을 전과자(前科者)로 백안시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에 있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여러 차례 파산의 아픔을 겪었으며, 스티브 잡스는 애플 컴퓨터에서 쫒겨났다가 다시 복귀하여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월트 디즈니는 오스왈드라는 토끼 캐릭터가 상업적 권리를 상실하는 실수를 겪은 후에 그 실패를 바탕으로 미키 마우스를 창조하여 성공시켰다.
성공하는 조직은 실패를 숨기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성공을 향한 계단으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조직이다. 실패로부터의 학습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실패의 자산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가 '실패로 부터의 학습'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실패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두려움 없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유독 한국인에게 부족한 것이 기록하는 문화이다. 기록이 없으므로 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패의 자산화를 위해서는 "기록"과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록과 이러한 실패 사례를 묶어 공개적으로 학습함으로써, 실패의 가능성을 사전에 줄여 나가야 한다. 대형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자 처벌만 한 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오래된 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 데이터 베이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실패 사례 발생시의 주변 상황, 경과, 원인, 대처방안 등을 세밀하게 기록해야 한다. 특히 객관적 정보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자의 주관적 심리상태까지도 생생하고 솔직하게 남겨 둬야 실패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또 이 가운데 쓸모있는 정보를 선별, 사내 인트라넷과 각종 교육 등을 통해 전 직원이 공유하게 만드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실패 전에 항상 조짐과 징조가 나타나는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전 사회적으로 실패 사례를 교육에 활용하려는 풍토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패의 자산화를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사회전반의 실패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회사 내에서도 실패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문화를 가꿔가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게되면 자칫 관료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즉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하지 않고,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문화가 형성되기 쉽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지나친 질책과 처벌은 옳지 않다. 실패자를 범죄자연하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하고, 인사평가시에도 실패를 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다른 조직원들의 과감한 도전에 힘이 된다.
최근 삼성그룹에서는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실패를 조직의 활력으로 연결시키는 "실패 친화도"가 높은 기업이 돼야 하며 실패를 패배가 아닌 호재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요구된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대기업이 갖는 관료제로 인해 실패의 자산화에 실패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실패를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 공개를 꺼리는 풍조와 타인의 실패를 본인과 상관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에버랜드는 고객들의 불평이 접수됐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패 파티"를 여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실패한 사람이 사례를 발표하고 "쓸개주"나 이와 색깔이 비슷한 "콜라"를 마시며 재발 방지를 다짐한다. 실패 자료는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면서 타 직원들도 이를 공유한다. 공기업인 남부발전은 화력발전소 운영이나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실패사례를 인터넷에 올리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상품자료관리(PDM)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연구개발 단계부터 제품 생산과정 까지의 성공 실패 사례와 각종 자료들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현장 소장들은 정기적인 모임이 있을 때마다 실패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실패의 자산화 개념은 지식사회 도래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급속한 성장에 따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한국기업, 그리고 무엇보다도 냄비속성으로 표현되는 '쉽게 망각하는' 한국인과 한국기업들이 정보 지식사회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패의 자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임택 남부발전 사장의 다음과 같은 말은 글로벌 무한경쟁의 최선봉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경구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과 경쟁자가 됐기 때문에 선진국의 노하우를 전수받던 때와는 달리 우리 스스로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성공을 위해 실패를 연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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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실패학이다』, 하가 시게루 저/임승남 역, 연합뉴스
경영지식 포탈 휴넷(www.hunet.co.kr) 대표 조영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