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 주도로 개발된 H3 로켓이 지난 7일 발사에 실패했다. H3는 2014년부터 약 2060억엔(1조9770억원)을 들여 개발된 2단형 로켓이다. 한국의 누리호는 3단형 로켓으로 1조9572억원을 들여 비슷한 기술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국내 로켓 전문가들은 일본이 상업용 발사 시장에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혁신기술을 접목한 시도에 주목하고 있다.
2조 투입日 로켓, 발사 15분 만에 '박살'…그래도 굴욕은 아닌 까닭© MoneyToday 8일 JAXA와 일본문부과학성 등에 따르면, H3는 1·2단을 정상 분리했지만 2단 엔진이 점화되지 않아 비행종료시스템(FTS)에 따라 공중에서 파괴됐다. 2단 엔진에서 내는 힘은 공중에서 방향을 바꿀 때 쓰이지만, 작동하지 않아 임무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지상 낙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중에서 파괴했고, 파괴 명령이 내려진 뒤 필리핀 동쪽 해상으로 로켓이 떨어졌다.
일본은 로켓 연료로 수소(Hydrogen)를 활용하는 'H 시리즈' 로켓을 개발해오고 있다. H2A 로켓이 2003년 11월 발사에 실패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이 로켓 발사에 실패한 것은 지난해 10월 소형 고체 연료 로켓 입실론 6호이 가장 최근이다.
2조 투입日 로켓, 발사 15분 만에 '박살'…그래도 굴욕은 아닌 까닭© MoneyToday 전문가들은 일본이 발사에 실패했지만 H3에는 각종 신기술이 적용됐다고 언급했다. JAXA가 미쓰비시중공업 등 민간 기업과 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기업이 로켓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신기술을 적용한 비용 절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소 관계자는 "H3는 상업용 인공위성 발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비용 절감을 최우선순위로 둔 로켓"이라며 "이를 위해 3D 프린팅을 활용해 로켓 부품을 만들고,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비오닉스(로켓 내부 컴퓨터) 등을 적극 접목해 비용을 낮추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기술을 개발했다는 의미"라며 "수소를 활용하려면 극저온 기술이 필요하고, 수소가 분자량이 작기 때문에 작은 틈만 있어도 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밀(氣密) 소재·부품 기술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본이 수소를 고집하는 이유는 '비추력' 때문이다. 비추력은 로켓 연료의 성능을 나타내는 값이다. 추진제 1kg이 1초 동안에 소비될 때 발생하는 추력을 의미한다. 누리호 연료로 쓰인 케로신과 미국 스페이스X가 연료로 쓰는 메탄보다도 효율이 높다. 효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인공위성을 로켓에 실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며 7대 우주강국에 진입했지만 일본과는 격차가 크다"며 "일본이 이번 발사에 실패했지만 1966년 첫 우주 발사체를 발사했을 만큼 기술 성숙도가 높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이 심우주 탐사에 자국 로켓을 활용하려는 계획에는 일단 빨간불이 들어왔다. 현재 운용 중인 H2A는 2024년 50호기 발사를 끝으로 퇴역할 예정이다. H3는 당초 연간 6기 발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일본은 H3를 통해 달·화성 탐사선을 발사하고, 국제우주정거장 등에 물자를 실어 나르는 계획을 구상한 바 있다. 과학계 일각에선 이번 발사 실패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등 기업의 경쟁력이 하락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이 일본 등과 격차를 줄이려면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산업군과 힘을 모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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