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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연에 들면 순수해지고
이제껏 보지못하는 자연의 내면을 발견하고서 흔쾌히 기쁘하며 감동한다
나무와 바윗돌 하늘과 갈색 잔듸 겨울억새
겨울을 담은 산은 이런 무진한 깨끗함을 골짜기 골짜기 품고서
꿈을 꾸듯 봉우리 봉우리에 살아있다
하지만 겨울산은 겸허해 말이 없다
차라리 음울해보이고 안으로 안으로만 노래하는 듯 무표정해보인다
잠자는 애벌레,둥지속의 보이지않는 산속의 직박구리새 ... 어느골에든지에 머물고있을 반달곰
얼음골속에 동면하는 개구리 뱀사골엔 뱀들이 똬리를 틀고 있을까
우리는 상상하며 관조한다
하지만 난 이런 아름다움을 떠나서 생각해 보고자는 아니지만
사람의 노래가 더욱 아름답다고도 한편으로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통속적이다
그리고 막 꾸밈없이 쏟아낸다
때론 탐닉하며 열광한다
순수와 프라토닉한 지성미가 아니라도 적당히 담합도 하며 사는 게 인간이며 또한 인간사이다
우린 그런 얽힌 인연으로 산에도가고 그리고 그렇게 산과 그들을 찾는 사람끼리 어울린다
그리고 깊이 생각지 않은 곳에서 의도되지 않은 어울림이
대수롭지않게 서로를 감동도 받게 하곤한다
이번 산행은 나를 이런류의 아름다움으로 산속에 갇히우게 하여서는
이틀을 즐거이 유희에 빠지게 하여 주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내심
홀로 은근히 웃음짓게 만든다
그래서 산이 있으면 이젠 곧잘 그곳을 찾게되고 어느때부턴가
조금씩 알게 된 그 산과의 또한 그곳을 찾는이들과 노출되는 즐거움에 빠져 이젠 거듭하다
반복하고되고 그 산행에 중증으로 빠져들게하고도 급기야는 편집 증세가 발현해대기도한다
겨울 밤에 시가지 한 모퉁이에서 우리는 산행을 기도하고
또한 우리의 출발을 기다리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신음하는 그 차량의 엔진 소리서부터 왁자한 회원들의 여명을 밝히는 잡담소리도
이런때는 심지어 신선하게까지도 들린다
순이님이 준비하는 먹을거리를
우리 올빼미님이나 나무 사랑님이 챙기며 부산하다
이전 한 산해이 생각난다
봉화 늦은 목이에서던가 에서
"갱시기 준비도 완벽하게 해왔어요"하던 모습이 생각나는 분
이번 산행엔
참석하지 않았으나 달천 전병곤님
말없이 뒤에서 챙기기만을 하시는 소나무회장님
"쌀하고 청국장거리도 완벽에 가깝답니다" 등등 흘리는 말에서
우리는 벌써 들뜨게된다
말없는 다른 회원들도 나름대로
베낭하나 어디에든 자기 몫외에 회원들과
나누어 먹을 초코릿 건빵 곳감 등등을 자기집에서
별미랄 식품들을 챙겨오고서도
앞에서 일하는 순이님,별이님이나 회장님 간부님들 눈치를 배려해 말을 아낀다
내면이 아름다운이들의 모습이다
산행이 시작되면서 내 베낭것을 먼저 내놓아야지 하는 듯 다투어 내어놓는 얼굴들
흔쾌히 즐거워만 하는 표정
말들도 예쁘게만 한다 자랑이 아니라
"산에 오면 빨리 나누어 먹어야 짐이 가벼워져요"
난향님이나 시원함님의 말씀
"모두 맞아요 맞아요" 이런 잡담이 즐거운 시간 우리는 매너리즘에서 탈피에 즐겁다
삼도봉 형제봉..등등 표지석이라도 나올라치면
"자 사진 박을 분! 사진박으세요"
세간에 물욕이나 탐심은 어디에도 찾을 수없이 그저 양보 배려말이 먼저다
회원들은 누구나 "먼저하세요"하며 만면에 잔잔한 맑은 웃음 밖엔 보이지않으니
그기에 동화된 인간과
산이 믿음직한것이 사실이지만
이만한 정감을 대하다보면 우리회원들도
마음은 벌써 성인이 되었다
아니다 그만함은 아니어도
적어도 성인을 닮은 모습 가까이에는 가있을 것이다
일행들은 벌써 멀어져 모습이 안보여도
난향님은 사진 안 찍은 분들을 일일이 챙겨주시고
하기야 오늘 산골님이 안오셔서이지 그렇지않으면
산골님이 언제나 챙겨주시고 우린 그맛에
산에 빠져들기 일쑤였었다 문득 산골님이 보고싶고 그 손길이 아쉽다
하루 산행이 마무리 되어간다
형제봉 돌아서 벽소령에 닿으면 오늘 만큼은 남은 시간에
이제 산장에서 오로지 일박 할 일밖 엔 남지 않았다
새벽에 마샬님이 주신 떡국 맛이 아직 기억속에서
산행중에도 별미로 여운이 잊혀지지 않은채,
인월의 기사식당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된장국에 푸성귀의 서툰 아침밥도
우린 맛있게 먹었다
또한
노고단 화장실옆에서 원숭이 바나나 껍질 까듯이 귤을 까먹고서
가며 가며 먹었던
간식은 정말 잊을수 없는 그 맛
게다가 가는 도중에라도 너른 공간에서 쉴때면
가지고 간 물은 자기에겐 천금처럼 아끼면서도
회원들과는 스스럼없이 나누어먹는 인정
산행은 하늘과
또 그와 맞닿은 능성이 능성이의 구부진 품안
그 품안을 살갗을 부대끼듯 흘러가는 바람이 대부분일따름이며
햇살로 덮어서 포근한 자연속에
인간미가 더부러져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뛰어난 경치는 눈으로 완상하여야겠지만
정감이 어린 운치있는 경치는 각자의 인간미속에서 싹이 트며
이보다 더 큰 아름다운 산을 볼려면 고운 마음씨를 가득 담고 있는
함께한 전원이 공감하며
이심 전심의 마음으로 더불어져 즐겨서 감상할 때에야 비로소 발견하게 될것이다
조금전 연하천 산장에서
버너에 불을 붙이고 물을 길어
언손을 호호 불며 요리하던 회원들의 광경은
앞으로도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시끌 왁자한 속에서 라면은 어쩌면 그리도 맛있는지
냄비아래 깔린 가래로 썬 떡을 가려서먹던일
"순이님 고마워요! 별이님도 맛있지요"
"콧물 눈물 다빠져요 조심들하세요 ㅎㅎ"
일여덟평 남짓한 공간에 팔도에서 몰려온 듯 20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들이 각자 먹을 것을 조리하는 모습
우리 순이님 나무 사랑님과 그의 부인 예쁜 아내님
그 와중에서 밥을 하는 난향님
버너 불은 언제나
올빼미님이 제일 인가봐요 정말 씩씩하더군요
호호 불며 나무젓가락에 "한 갈구래이" 더 건지려구 애쓰는 힘!
산오르는 것보다 더욱 스릴이 있는 장면이 산속에 여기에도 있더군요
밖에선 칼바람이 쌩쌩거려도 눈쌓인 연하산장
산속 움집에선 건장한 산사람들이
희희낙락 구수한 숭늉까지를 끓여 누룽지 국물까지를 한 사발씩
그리고도 모자라 커피를 끓여서 반합에 돌리면서 끝없는 음식타령.....
어느새 나무 사랑님의 예쁜 아내님 배 한 조각씩을 돌리며
별이님은 귤 하나씩을 권해온다
우리는 끊임없는 움직이며 그리고 또 얘기하며 산속 눈쌓인 오두막집에서 정감을 피웠다
(신방목 아래 틈새로 심지어는 새앙쥐 한마리가 겁도없이 까만 눈을 깜짝거리면서
라면 면발을 챙기는 모습... 그날 안가본 회원님은 믿지않을거예요 ㅎㅎㅎ)
별미 이게 바로 별미 별미가 아니겠어요
참 날마다 좋은 날님!
왠 베낭이 그리 무겁고 크데요싶더니만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오늘 많은 군량미를 조달하자니
그런 줄도 모르고 난 궁금했었죠
고맙습니다
대신 나도 멋 모르고 호기심에 1km는 그 베낭을 한코스를 어깨에 져보았지요
저는 한코스 이상은 다신 꼼짝도 못하겠는데 날마다 좋은 님은 정말 장사신가봐요
이렇게 점심을 챙기고는 밥심(상주말로)으로 부지런히 서둘러 걸음을 옮겨
그날 오후 벽소령에 도착한 시간은 4시 50분
산속에서 밥심은 엄청 대단했나봐요
뭐데요 도착하자마자 나무사랑님은 또 밥 준비를 한다네요
난향님 올빼미님 뭔 밥을 먹은지 두시간 반도 넘지 않았는데
이분들이 정말 먹기위해서 태어나신 분인감 속으로 중얼중얼 대고만다
벽소령 대피소 여장을 풀자마자 베낭에서 또 물 준비 부식준비..
자리잡고 부산히 각자 위치에서 와중에도 빼어놓을 수없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내게는 고작 이게 모두이며 이마져도 바쁜데 ...
고참 유경험자들은 확실히 감각이 다르다
날은 쌩쌩 고산에서 맞는 겨울저녁
오후부터 토라지기 시작한 산속은 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렵다
숙소에서 식당으로 몇 행보를 반복하다니 어두워지는 산속에
유일한 피난처로
막 70여명 단체입소 산행 팀이 도착한다
갑자기 대피소 식당이 그렇게 넓어 보이더니 삽시간에 북새장으로 변한다
아하 ! 그래서 난향님이나 나무사랑님 올빼미님 날마다좋은날님 순이님이
이리 저녁을 서둘렀나보다
엄태석형님과 이주훈선배님 나까지는 나이로 우선 예우하여 열외란다
"아닙니다. 우리도 뭘 좀 나눠주세요" 간부진들의 열화와 같은 준비작업에
이젠 제일 편해보이는 가운데 놓인 널찍한 식탁을 알뜰히 점하고
바너와 식기류는 벽 가장자리에 둘러쳐 있는 난간을 차지하여 냄비나 솥마다 취사 준비 완료
곳곳에서 하얀 김을 뿜어댄다
이젠 자못 실내의 전등불이 각 산행팀이 내뿜는 김에 서려 자욱한채
평소에 안면이 있는 자기 팀외에는 서로를 알아보기 힘들 지경으로 변하며 어둠이 사위에
내리는 듯 밖은 겨울이 밤과 깊어 지고 있다
추위는 사람들 마져도 서로를 알아보기 힘들게 하고
동작도 영화에서나 눈으로 느끼던 완만함이 비로소 몸에 느껴진다 굴신하는 데 꽤 힘이 들고
신경이 굼뜨게 느껴져온다
밖에는 영하12도 체감온도는 아마 16~17도는 되리라
준비하고 밥이 다 지어지기까지 1시간이상이 소요되었고
이젠 완전히 주위는 깜깜해져있다
그제서야 저녁 식사 시간이 된 것이다
경험는 나이보다 위대하다
난향님 올빼미 순이님 나무사랑님 그대들은 위대합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스승이십니다
나무사랑님은 밉지않은 자랑을 한다
오늘 "내가 삼겹살은 얼마든지 대어드립니다"
"그리고 술은 꼬냑을 준비했습니다"
난향님이 외친다
"각자 지참하신 밑반찬들 가져오세요"
"그리고 여기는 물은 충분하니까 여기서는 이제 물병에 물은 다쓰셔도 됩니다"
이젠 이분들을 따라하면 무어든지 모두 안전하게 이루어진다는
마치 신을 향한 믿음같은 것으로
의지하며 오롯한 맹신으로 바뀌어간다
어린애가 되어가는 듯하면서도 연신 즐겁고 기쁘다
산에는 신참이 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은 아닌지
나무사랑님은 두 부부가 금슬도 좋지만 일도 너무 헌신적으로다 잘하신다
부인 예쁜아내님은 친정이 부산이랍신다
"....여러분도 장가안드신분은 부산으로 장가좀 가슈(속엣말로)!ㅎㅎ"
남들은 밥을 퍼서먹는 데도 나무사랑님과 올빼미님 신이 나있다
이쪽 저쪽 반합에다 지글지글 삼겹살을 지지고 볶고 자기 먹는 일은 잊은듯
어느새 준비하셨는 지 상치 고추 마늘 양념장 김이야 김치 멸치졸임
그야말로 산해진미다
한 순배 두순배 마쉴때 마다 붉은 주둥이가 하이얀 채 길다란 목으로 바뀌어 가는
이름모를 긴 꼬냑병을 이리저리 손에서 손으로 돌리면서
회원들은 어느새 모락 모락 올라 오는 하이얀 김이 맺히는 사이로 눈가에 붉은 노을이 진다
날씨 때문에 오후 연하천 산장에서도 볼 수없었던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우리 회원들은 정말로 못말린다
먹고먹고 그리고도 남을 만큼을 가져왔단다
급기야는 이웃집 진주에서 온 산악 회원들에게 달라붙어 입벌리라며
김치에 돼지 삼겹살을 고추와 마늘 놓고 젓가락으로 남의 목젖까지를 들여다보며
넣어주는 친절을 베풀어준다
"흐미!이거야! 이거이 가는 정이 있으면 오ㅡ는정이 있다고 하지않았감요 ㅎㅎ"
산악인은 사람 다좋은가벼!
진주쪽 사람이 또 질세라 한술 더 뜬다
자기네가 가져운 홍어회에다 이 삼겹살을 얹어 김치에 싸서준단다
그쪽은 술이 이과두주란다(생산지 불명의 중국산 독주)
아마 60도는 되는 알콜올 농도란데 막걸리가 있어야 좋다지만
산속에 날이 고추같이 추우곳에선 이 술이 더 제격으로 어울일 일인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 이분들에게 암모니아 내음새가 코를 탁 쏘는 진주 사람 홍어회에다
상주사람 삼겹살 김치에
이과두주로 업어서 한잔!
"이거야말로 기가막힌 일미다!"
그래 그래
이번 산행은 어머니같은 큰 산 지리산의 품안에서 가는 곳마다
음식이 별미! 일미다!
"천하에 일품요리 지리산 산행이 나를 벽소령 천국에 들게하다"
부처님! 지리산 천황봉 태을님!또 하나님!
우리 회원들을 내일은
더욱 멋진 산행으로
화이트 하이킹을 맛보게 해주소서 욕심내 기도한다
나무사랑님은 옙쁜아내님이 준다며 잠자리에 까지 깎은 배조각을 한가득 그릇에 받쳐와선
이빨을 못닦을땐 배가 제일 좋다나요
나원 배로 식후 디져트는 해보았지만
이렇게 이빨 청소한 예는 이번이 역시 처음
오래 살고 볼일이다
우리는 벽소령 관리 사무소에서 지정해 정해준 1.2m넓이의 마루판에 나란히 누워
내무반에서 밤새 코골이와 지리산 바람에 반쯤은 뜬눈으로 지새웠고
바깥은
기대했던 초롱한 별밤은 아니어도
정한한 기운이 큰 산 지리산의 품안을 맑혀
어둠속에라도 진정 안도하며 하루를 지새우게 하여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쾌놈 님이 하는 말 "새벽에는 영하 16.5도 까지 내려갔댔어요"
(계속)
첫댓글 미안합니다 저는 잠깐 들어왔다 나가면서 산행후기를 따로 이렇게 방을 만들어놓은 줄 몰랐습니다
자세하게 써 주셔서 꼭 제가 지리산에 가 있는듯한 기분이 드네요~~올여름엔 꼭 가봐야지~~지리산아 기둘려라~~ㅋㅋㅋㅋ
눌재님 드디어 가셨군요~~~ 벽소령 대피소가 멋있든디... 가보고 싶어라~ 행복하셨겠습니다 ^*^
ㅋㅋㅋ눌재님이랑 시소님은~~~산행친구~두분모두 등산이사라면~`둘째가라면 서럽쥬`~`시간있을때 자세히 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