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차
풍자, 재치 있게 비판하자
3. 정치 풍자(4)
오적(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추리다
똥줄빠지게 내빼 버렸으니 요즘엔 제사 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겄다.
이리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이 몰씬몰씬 무르익어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 망신시키는 오적(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내려 쏟아져 퍼붓어싸니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 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 사돈네팔촌 같은 팁석부리 수염, 사람 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울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 때마다 덜렁덜렁
열십자 팔벌리고 멧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
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엮어
종삼 명동 양동 무교동 청계천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왕십리 똥파리 모두 쓸어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뜯고 물어뜯고 업어 메치고 뒤집어 던지고 꼰아 추스리고 걷어 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 깎고 벗기고 쑤셔대고 몽구라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 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모방망이, 세모쇳장, 갈쿠리, 긴 칼, 짧은 칼, 큰칼, 작은칼 오라 수갑 곤장 난장 곤봉 호각
개다리 소다리 장총 기관총 수류탄 최루탄 발연탄 구토탄 똥탄 오줌탄 뜸물탄 석탄 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ㅡ
호랑이 방귓소리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되민증들이 발발
전라도 갯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동장군(冬將軍)만난 듯이 발발발 떨어댄다.
네놈이 오적(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 들치기, 밀치기, 소매치기, 네다바이 다 합쳐서 오적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날치기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폡프면 더욱 좋다. 펨프, 창녀, 포주, 깡패, 쟁이 다합쳐서
풍속사범 (오적)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구 난 폠프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 담배팔이, 양말팔이, 도롭프스팔이, 쪼코렛팔이 다합쳐서
외래품 팔아먹는 오적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껌팔이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더욱 좋다. 거지, 문둥이, 시라이, 양아치, 비렁뱅이 다합쳐서
우범오적(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농사로는 밥 못먹어 돈벌라고 서울왔소.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네다. 이리바짝 저리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 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 없이 쏙쏙 기어나오는건
아니랑께롱
한마디뿐이었다
포도대장 할 수 없이 꾀수놈을 사살 꼬실른다 저것봐라
오적(五賊)은 무엇이며 어디있나 말만하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꾀수놈 이말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오적(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란 다섯 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시합 열고 있오.
으흠, 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정녕 그게 짐승이냐?
그라문이라우, 짐승도 아조 흉악한 짐승이지라우.
옳다됐다 내새끼야 그말을 진작하지
포도대장 하도좋아 제무릎을 탁 치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처 버렸던지 무릎뼈가 파싹 깨져 버렸다. 그러허나
아무리 죽을 지경이라도 사(死)는 사(私)요, 공(功)은 공(公)이라
네놈 꾀수 앞장서라, 당장에 잡아다가 능지처참한 연후에 나도 출세해야겠다.
꾀수놈 앞세우고 포도대장 출도한다
범눈깔 부릅뜨고 백주대로상에 헷드라이트 왕눈깔을 미친듯이 부릅뜨고
부릉부릉 부르릉 찍찍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서라
안 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훌렁넘어 한강물 바라보니 동빙고동 예로구나
우레같은 저 함성 범같은 늠름기상 이완대장(李浣再來) 재래(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 대갈일성,
이놈들 오적(五賊)은은 듣거라
너희 한갓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2024. 3. 30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