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9.
노고단으로
길은 넓고 완만하다. 나무가 울울창창하여 그늘은 깊고 푸르다. 콧속으로 드나드는 공기는 지극히 착하고 달다.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부드럽고 몸은 가볍다. 산길은 서둘러 오르고 여유롭게 내려오는 게 몸에 배었다. 새벽에 오르고 내려와서 점심 먹는 것은 습관이다. 가로지르는 짧은 지름길을 선택한다. 나이가 드니 계단 길은 내리막보다 오르막이 편하다. 갈지자로 휘돌아 느긋한 길은 돌아올 때 걷기에 좋아 보인다.
이 길이 처음은 아니다. 88올림픽이 있었던 해, 여름에 여기를 걸어 반야봉에 오르고 삼도봉을 거쳐 뱀사골 산장에서 1박을 했었다. 뱀사골계곡으로 내려가서 반선 터미널을 이용했던 기억이 처음이다. 1990년 여름,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거쳐 대원사로 내려가는 지리산 완주 때에도 이 길에서 시작했다. 눈이 가득한 초봄에 왔던 기억과 가을날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와서 걸었던 길이다.
족히 10년은 넘은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노고단으로 향하고 있다. 탐방로 입구에 출입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으며,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 공원 관리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노고단 고개부터는 그늘이 없다.
맑은 하늘이어서 더 좋다. 눈앞이 광활하게 트이고, 하늘과 노고단 정상이 만나는 곳에 쌓인 돌탑이 선명하게 보인다. 파란 도화지에 흰색 붓질이 한 획 스쳐 간 수채화 그림 같은 하늘에서 선선한 바람이 내린다. 하늘이 맑아 목이 메고 바람이 시원해서 눈물이 난다. 숲을 벗어난 후로는 말수가 줄었다. 정상에서 볼 수 있는 그것들에 관한 생각이 많다. 보고 싶은 것들이 보일까 하는 의구심이 발동한다.
구례가 다 보인다. 귀농귀촌지원센터가 저 아래에 있다. 봉성산과 섬진강 사이에 구례 읍내가 보인다. 조밀하게 들어찬 건물들로 빽빽하다. 더군다나 산 뒤의 산, 그 산 뒤의 산들이 첩첩이 겹쳐 아득한 멀리에도 수많은 산이 자리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가 숨어 있을 듯한 경이로움에 잠시 숨을 고른다. “이야~ 좋다” 아내의 한마디는 모든 걸 함축한다. 길게 늘이면 거추장스러워 볼 짝이 없을진대 이보다 더 명확한 표현은 없다.
지리산의 품에 안겨있다. 왕복 8km 거리다. 3시간 정도만으로도 지리산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코스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을 더 여유롭게 활용하면 숲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을 수도 있다. 꽃 이름 맞추기 내기를 하고 벌레를 찾고 새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모두를 강제로라도 끌고 와야겠다. 나 혼자만 보고 느끼기에는 너무 아깝다.
가족이라면 보고 알고 느끼는 것도 엇비슷해야 늘그막에 그 추억을 함께 이야기할 게 아닌가.
첫댓글 10월~11월쯤 가믄되나
가족이 다 출동해야지
언니말로는 가을 어느때라도 다 좋고 단풍 지면 더 좋다는데
기현이 오는 7/27일 토요일 7명 노고단 신청했음.
복장은 어째가지 등산복 가져가야되네 트레킹화랑
운동화에 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