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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류귀종(萬流歸宗)-2-통권86화
라혼이 서해수군통제사에 제수되어 공식적으로 서해를 장악할 수 있게 되자 북지성에 마련하려던 태회진(泰回陣)은 이제 완전히 토금전장의 책임하에 놓이게 되었다. 서해수군의 기항지는 임시로 봉수성이 되었고, 남상의 서해대수영의 반란이 토벌되면 남상 청해진(淸海陣)을 모항(母港)으로 서해대수영의 본래 임무였던 인시드 해적들로부터 남주 무역 항로를 보호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북지성의 태회진(泰回陣)은 그 효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조정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겨우 남례성 진토인의 봉기를 토벌한 장수를 직급을 두 단계나 뛰어넘어 승급시키고 서해수군 제독 자리를 내어주니 말이야?”
“서방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라혼은 지금 태회진에 여러 가지 구조물을 설치하는 일 때문에 북지성의 설화와 함께 있었다.
“아니, 그냥 하는 말이다. 그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장동의 피난민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아니요.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난리를 피해 다른 지역 사람들도 몰려들고 있어 그래요.”
“모두 얼마나 되지?”
“지금까지 약 4만 명쯤 돼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이 모일 거예요.”
라혼은 가을 추수가 끝나자 군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대량의 자금을 풀었다. 그리고 군량으로 사들인 곡식을 거두기 위해 천하 전역을 [텔레포트 워프Teleport warp]해야 했다. 추수한 곡식들을 사들이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그 곡식들을 한곳에 모으고 운송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힘들고 애로가 많았다. 하지만 라혼에게는 천하에서 가장 큰 창고가 있었고, 운송하는 일은 일도 아니었다. 라혼은 토금전장의 이름으로 조정에 세금을 대납하고 각지에서 생산된 곡식을 거둬들이는 수조권(收租權)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양의 곡식들을 거둬들였다. 징병령이 떨어지자 원주 조정은 물론 중원십일주의 진골십가(眞骨十家)에 당장 필요한 것은 군량이 아닌 은자였다. 군량은 이미 어느 정도 미리 확보해놓았지만 징병령에 징집된 군사들이 사용할 병기와 갑주를 마련하려면 더욱더 많은 은자가 필요했다. 그렇게 당장 곤궁해진 재정을 토금전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대며 번거로운 세곡(稅穀)을 대신 거두겠다고 하자 그 제안을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덕분에 라혼이 바빠졌지만 그것으로 라혼은 남례성에 있는 하남천원군의 군량과 흑막 웅랑교에 보낼 군량, 그리고 북지성 태회진에서 소비될 식량을 확보하게 되었다. 더욱이 토금전장에서 대납한 세금은 지난 3~4년 간 평균 세입을 조금 넘어선 정도였고, 지주와 농민들에게 거둬들인 세곡의 양은 흉작이나 평년작이었던 지난 10년과 달리 올해는 날씨도 좋고 병충해가 없는 까닭에 거의 10여 년 만의 대풍(大豊)이어서 작년에 비해 작황이 보통 서너 배가 넘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아는 것은 라혼과 토금전장뿐이었다. 세곡을 거둬들이는 관리들이 모조리 징병령에 의한 군사들 모으는 일에 집중되었기 때문이었다. 라혼은 천하 각처에 깔린 토금전장의 분장에 모아놓은 곡식을 거둬 대부분 이공간 에텔 스페이스에 두고 태회진에 들러 곡식 창고에 막대한 양의 곡식을 쌓아놓았다.
“상공.”
라혼은 몇 달 만에 설화와 만나 서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주묘연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입니다, 주 낭자.”
“예, 제가 방해를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러나 소개시켜드릴 분이 계십니다.”
주묘연이 라혼에게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백록파 장로 오진자였다.
“백록파 장로 오진이라 하오.”
“라혼입니다.”
“서해수군통제사에 제수되신 것을 감축드리오이다.”
“고맙습니다. 설화에게 여인천궁을 도와주신 것에 대해 들어 알고 있습니다. 먼저 그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허허허허, 그 일은 우리 백록파에도 연관된 일이었고 제 일이기도 했으니 당연한 것이지요.”
오진자와 라혼은 서로 겸양의 말을 건네며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오진자는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내 제독께 부탁할 것이 있소.”
“….”
“우리 백록파 고수에게 가르침을 주실 수 있겠소?”
“…!”
주묘연은 오진자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무림의 인사가 관부(官府)의 인물에게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특히 수인 조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중외오성(中外五省) 중 하나인 북지성(北知省)의 대파인 백록파의 장로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저는 아직 비무를 거절해본 적이 없습니다.”
“역시 천하제일의 미인을 아내로 둔 영웅답게 화통하시구려.”
그렇게 칭송의 말을 하던 오진자는 제자를 불러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묘연 언니, 백록파 제자라면 오진자 할아버지를 빼고, 금 대협뿐이잖아요?”
“글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무슨 속셈인지….”
주묘연은 털털한 오진자가 하는 일에는 항상 속뜻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디에 속셈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보다 주 낭자!”
“말씀하세요, 상공!”
“의백최가와 손을 잡는 일은 어찌 되어가는지 알고 있소?”
“그 일은 제가 책임지고 있어 잘 압니다. 그러나 의백최가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라혼이 서해수군통제사가 됨으로써 조정에 적을 두고 배를 만드는 장인들을 확보하는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기주, 무주, 계주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숙련된 인부와 장인들을 쉽사리 빼내올 수 없었다. 그래서 의백최가의 도움은 아직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손을 잡는 것이 이익이 됨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서방님, 제 생각으로는요. 아마 웅랑교 때문인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립천하군이 비록 웅랑교하고 함께 갈 수는 없지만 원주 조정에 반하는 입장인 것은 같아요. 정립천하군은 창 끝을 남쪽에 겨누고 있지 북쪽에 겨누고 있지 않거든요. 그러니 웅랑교의 다음 목표는….”
“의백성….”
“맞아요.”
설화가 분석한 정세는 옳았다. 흑막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웅랑교의 다음 목표는 흑막 남쪽에 있는 북지성이 아니라 서남쪽의 의백성일 가능성이 컸다. 이미 북지성에서는 정립천하군이 인세와 관련이 있다고 하여 무림맹이 결성되어 사실상 아직까지 여인천궁과 백록파가 주축이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러니 의백성에서도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주 낭자, 설화의 말이 일리 있소. 여인천궁에 웅랑교의 고수가 찾아왔으니 의백최가 쪽에도 웅랑교의 고수가 찾아갔을 것이오.”
“그래요,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주 낭자, 만일 의백최가가 웅랑교와 손을 잡게 되면 나는 서해수군통제사로서 그들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 되오.”
“이해합니다.”
웅랑교가 의백최가와 손을 잡으면 그들의 배를 타고 바로 중주에 상륙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라혼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해에서 의백최가와 쟁패(爭覇)하는 일이 생길 것이 뻔했다. 라혼은 그 즉시 전환으로 토귀에게 명하여 토금전장 흑막 대총관 석은추로 하여금 그에 관한 사실 관계와 정보의 입수를 명하고, 의백성 토금전장 분장에도 지금 의백성의 상황이 어떤지를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새삼스런 눈길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설화는 다 컸구나.”
“뭐예요? 전 시집가서 아이도 가질 수 있는 나이라고요.”
“어? 말이 이상하다. 넌 이미 유부녀잖아?”
“누가 그래요?”
“그건 천하 사람들이 다 아는 얘기잖아? 천하제일미 천상천화는 천하제일 백호나한의 아내라고….”
“아내 취급도 안 해주면서 무슨…. 그리고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독수공방시키는 남편, 나도 필요 없네요.”
라혼은 갑작스런 설화의 공격에 일순 당황했다. 자신의 앞에선 항상 어리광을 피우던 설화가 처음으로 싸움을 걸어온 것이었다.
‘뭐야? 다 컸어? 서방님 미워! 아직도 날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어….’
라혼은 설화의 심사가 단단히 뒤틀린, 그러니까 삐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좋은 말로 달랬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을 뿐 설화를 달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우리 색시 다 큰 줄로 알았는데 아직 애네. 지금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떨어져 지내는 부부가 많잖니….”
“아직도 애라서 정말 죄송하군요, 서방님!”
설화는 그렇게 소릴 지르고는 신법을 전개해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설화야!”
“쿡쿡쿡쿡, 상공께서 설화 소궁주님에게 아주 큰 잘못을 하셨어요.”
“주 낭자, 그게 무슨 말이오? 잘못이라니?”
“그건 스스로 생각해보세요. 부부간의 일에 끼어들면 잘돼도 욕먹고 못 돼도 욕을 먹는다 했으니, 저는 말씀해드릴 수가 없네요.”
“아니, 주 낭자!”
검선자 주묘연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피했고, 라혼은 자신이 설화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특별히 잘못한 것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백록파의 장로 오진자와 젊은 사내가 나타났다.
“장군, 이 늙은이가 장군을 기다리시게 했군요.”
오진자는 그렇게 말하며 금동보의 등을 떠밀어 앞으로 나서게 했다.
“근자에 우리 백록파가 자랑하는 후기지수(後期之秀) 금동보라고 하오.”
“만인문의 금동보가 장군께 인사드립니다.”
“라혼이오. 그럼 시작합시다.”
“예? 뭘….”
금동보는 백호나한의 시작하자는 말에 무척 의아해했지만 귓가에 간질이는 오진자의 전음에 당황이 도를 넘어섰다.
‘이놈이 이 어르신께서 너를 위해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에게 비무를 신청했다. 그러니 네놈의 한계를 시험해보거라!’
무시무시한 백호나한과 싸워보라는 마귀 같은 오진자의 말에 멋도 모르고 그의 뒤를 따라나선 생각 없는 자신의 행동이 저주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내가 선수를 쓰겠소.”
“아니… 난!”
“강격(强擊)!”
―펑~!
기감(氣感)에 민감한 금동보는 코를 노리며 날아오는 기의 덩어리를 느끼고며 그대로 벌렁 드러누웠다. 일명 철판교(鐵板轎) 신법이란 이 수법은 정면을 치고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며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수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방이 근접해 있을 때나 허를 찌르는 수법이지, 거리가 떨어져 격공장(隔空掌)으로 공격하는 상대에게 펼치면 치명적인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동보는 철판교 신법을 펼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드러눕듯 넘어진 것에 불과했다. 오진자는 그런 금동보의 모습에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나마나 저기서 공격을 계속하면 땅을 데굴데굴 구르며 또 한 번 뇌려타곤(惱驢惰困)을 시전할 것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백호나한은 재차 공격을 하지 않아 금동보는 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천방지축신공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마법사?’
라혼은 지박술(地搏術)이라 표현되는 마법 주문 [바인딩Binding]과 비슷한 수법을 사용하는 상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천방일권(天方一拳)!”
라혼은, 역시 이름을 거창하지만 내용은 명치 부근을 노리는 단순한 앞지르기에 불과한 공격을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을 뒤로 빼는 수법으로 간단히 피하고 자세를 낮추어 소가 산을 미는 우배산(牛排山) 수법으로 금동보를 밀어냈다.
“어?”
겉으로 보기엔 금동보가 앞으로 달려들며 정권(正拳)을 내질렀고, 백호나한이 그 엉성한 공격을 간단히 피하며 밀어낸 것이었지만 속내용은 그것이 아니었다. 바로 천하무적이라 생각되던 천방지축신공이 깨진 것이다. 금동보는 자신의 주먹이 그의 명치에 닿을락 말락 할 때까지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한순간 자신이 제압한 공간 속에서 미묘한 균열을 느꼈다. 그리고 금동보는 땅에 주저앉아 멍하니 백호나한을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이거 내 장군께 헛소리한 셈이 되었구려. 승부는 났으니 그만 물러가겠소이다.”
“….”
“….”
오진자는 멍한 표정의 금동보를 보고 천방지축신공이 깨졌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문파의 비기를 타인에게 들키기 전에 그만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오진자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금동보가 펼친 공력은 깨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라혼은 그가 펼쳐놓은 결계가 여전히 거두어지지 않자 금동보를 노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마법이 아니다. 이것은 공검(空劍)이다. 어떻게 심검(心劍)의 다음 단계라는 공검을 정권지르기도 엉성하게 펼치는 자가 시전할 수 있지?’
그리고 라혼은 기(氣)로 또 다른 기(氣)를 제어하는 공검이 아닌 에텔 스페이스의 힘으로 공간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동보는 깜짝 놀라며 더욱 공력을 끌어올려 그것에 대항했다. 라혼은 그런 금동보의 기(氣)를 다루는 능력에 감탄하며 에텔 스페이스를 거두고 금동보와 같이 내공으로 기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혼은 금동보에게 형편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금동보는 힘겹게 공간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도전에 침착하게 대응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라혼은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그러나 기(氣)를 운용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심력(心力)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육체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정신이 쉽게 지치는 무공이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면서 새로운 공부에 희열을 느끼던 라혼은 창백하게 질려가는 금동보를 보고 공력을 거두었다.
“오랜만에 스승을 만났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인사드립니다.”
“….”
라혼이 바치는 예(禮)에 금동보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무리한 공력의 운용에 그대로 졸도했기 때문이다.
무공의 경지는 처음 입문(入門)의 과정이 있다. 입문이란 몸을 강건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수련과 단련을 통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고수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이 단계에 머물러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한다. 다음의 경지는 물아일체(物我一體), 바로 신검합일(身劍合一)의 경지가 있다. 검과 내가 하나되는, 다시 말해 손의 연장(延長)인 병기(兵器)를 내 몸과 같이 다루는 경지다. 여기까지가 몸을 쓰는 체술(體術)의 완성이다. 여기에 다시 힘을 키우고 피부를 질기게 하는 외공(外功)과 진기를 다루고 폭발적인 힘을 내는 내공(內攻) 수련이 병행한 어느 정도 경지에 들어선 자를 절정 고수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발기(發氣)를 하여 검이 상대의 몸에 닿지 않고도 검기(劍氣)로 적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검기상인(劍氣傷人)의 경지에 들고 또한 그것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게 되면 초극 고수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몸을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다 하여 모두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술을 배우지 못하고 본래 가진 힘만 센 자에게 고수가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바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방심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무공이 높은 경지에 있다고 하여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금동보의 경우처럼 체술은 겨우 입문 단계이면서 운기(運氣)의 고수인 경우가 있기도 했다. 검으로 대표되는 무기를 다루는 경우, 이기어검술(以氣馭劍術)이 무의 완성인 것처럼 내공의 고수는 청(靑), 적(赤), 흑(黑), 백(白), 황(黃)으로 상징되는 오행(五行)의 다섯 기운이 운기조식을 할 때 머리 위 정수리에 다섯 개의 고리가 생기며, 그걸 넘어서면 주위 사물, 대자연으로부터 저절로 진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오기조원(五氣朝元), 화로의 불이 다시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경지로 지극함이 다해 이미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공을 갖게 되면 한서(寒暑)가 불침하며 진기가 끊어지지 않는 노화순청(爐火純靑)의 경지가 내가공부의 완성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것은 한 분야의 무공의 완성일 뿐이다. 방 안에 그릇에 물을 가득 차면 더 이상 그릇엔 물이 담기지 않는다. 그러나 방 안에 물이 가득 차 있다면 방 안의 그릇은 더 이상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손에 검이 없어도 마음에 검이 있는 심검(心劍)의 경지, 바로 깨달음의 경지였다. 공검(空劍)의 경지는 천지간의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경지다.
내공의 고수라 하여 체술의 고수일 필요는 없고, 체술 또는 박투술(搏鬪術)에 능하다고 하여 고수는 아니다. 얼마나 서로 조화롭게 상승 작용을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서쪽 시드그람 대륙의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그런 경우다. 마법사들은 마나를 느끼고 다루어 주문을 완성시켜 엄청난 위력을 보이지만 몸이 약해 기사와 1대 1의 결투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는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나(Mana)와 무공 고수들이 수련하고 연마하는 내공심법의 진기(眞氣)가 다르기 때문이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마나는 불이고, 진기는 끓는 물이다. 요리에서 불과 끓는 물에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열’이다. 같은 힘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방식을 이용했을 뿐 음식을 먹기 쉽게 하는 것이란 목적은 동일한 것이다. 시드그람 대륙의 기사들과 칸 대륙의 무공 고수는 서로 수련 방식이 다른데, 시드그람 대륙의 기사들은 특별한 내공심법을 익히지 않고 진도가 느리지만 선천지기(先天之氣)를 수련했고 무공 고수들은 각파의 비전에 따라 선천진기(先天眞氣)를 가공한 내공심법을 수련하기 때문에 기사는 마법사들이 만든 마법 무구를 사용하는 데 별무리가 없지만 무공 고수들이 마법 속성이 부여된 물건을 사용하면 자신이 익힌 내가공력과 마나가 상충하여 마법이 시전되지 않거나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나와 진기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말한다. 음의 마나와 양의 마나, 지수화풍(地水火風)의 4대 속성을 가진 마나, 빛의 속성 마나인 신성력, 어둠의 속성 마력 그리고 좀더 근원적인 힘 에테르(ether) 정기(精氣). 모든 힘이 근원이 되는 에테르는 일원(一元)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원에서 시작하여 만물이 파생되고 다시 태극(太極)으로 모이는 것처럼 무공 고수의 진기와 마법사의 마나, 신관의 신성력, 마족의 마력은 다시 세상 모든 가르침이 하나로 통하는 만류귀종(萬流歸宗)의 이치처럼 세상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만류귀원(萬流歸元)을 통해 다시 태극일원(太極一元)이 된다.
라혼은 에텔 스페이스가 있으므로 공검의 깨달음은 모르나 공검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마나, 신성력(神聖力), 마력(魔力), 내공심법에 의한 진기(眞氣)와 자신이 본래 가진 선천지기까지 모든 힘을 행사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에텔 스페이스라는 아공간(我空間)을 통해 그 힘들이 상충되지 않게 하며 모든 힘의 궁극(窮極)을 보았다. 그리고 얼떨결에 사용하게 된 심검(心劍)의 기술인 영인(靈刃) 소울 블레이드를 더욱 갈고 다듬어 심검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제 진정한 공검(空劍)의 이치를 깨달았다. 공검(空劍)이란, 자신이 절대적으로 제압하는 공간을 말하는데, 무사는 언제 어느 때라도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공간 안에 모든 것을 파악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싸울 때 자신이 최대의 힘을 내는 거리에 상대를 두는 것을 말하며, 공격은 사정거리 반경인 원(圓)에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공검의 묘리란 공간 자체를 장악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검(劍), 바로 무기로 삼는 것을 말했다. 심검의 다음 단계로 분류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심검과는 또 다른 경지인 것이다.
라혼이 금동보와의 비무에서 배운 것은 바로 운기(運氣)의 묘리다. 기의 크기는 라혼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기를 다루고 움직이는, 그리고 기의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은 금동보가 몇 단계나 위에 있었다. 라혼에게 있어 그런 금동보의 능력은 또 다른 경이였다. 단순히 운기만으로 만물을 파악하고 공간을 검으로 삼는 그의 공검은 신선하기 그지없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라혼은 금동보가 사용한 그것이 마법사들의 마나를 다루는 방법보다 몇 단계 진보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라혼은 사흘 밤낮의 사색을 마치고 금동보를 찾았다.
“오진자 장로님, 그는 깨어났습니까?”
“오오! 대장군,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신 것을 축하하오.”
오진자는 금동보와의 비무 이후 그 자리에 서서 꼼짝하지 않고 있던 백호나한이 찾아오자 깨달음을 얻은 것을 축하했다. 그리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길을 찾았으니, 이제 먼 길을 떠나야 할 것이오. 길을 찾고도 걷지 않으면 찾지 못한 것과 뭐가 다르겠소?”
“이제 한 걸음 떼었으니 곧 끝이 보일 겁니다.”
혹자들이 말하길, 도(道)가 통(通)했다고 말하고, 깨달았다고 말한다. 막막한 숲 속에서 길을 만나면 ‘살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길을 만나고도 길을 걷지 않으면 길을 찾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진자는 깨달음을 얻은 백호나한에게 깨달음을 행(行)하라 말했고, 라혼은 이미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그렇구려. 동보는 이제 막 미망에서 깨어나 있으니 만나보시오. 동보도 대장군처럼 뭔가 깨달은 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예!”
라혼이 사흘 밤낮을 사색에 잠겨 있었을 때 금동보는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천하에 적수가 없을 것이라는 천방지축신공이 허점이 발견되어 깨진 것도 아니고 완전히 힘으로 눌렸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천방지축신공은 백호나한과 같은 화경(化境)에 든 고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은 그것뿐인데, 그는 여러 능력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금 대협.”
“….”
금동보는 얼굴을 아래로 하고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다가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에 반응하여 고개를 들고 자신을 부른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가르침이라니요?”
“금 대협의 운기법은 진정 대단했습니다.”
금동보는 백호나한의 요구에 발끈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 비록 만인문 비전이라 하지만 당신이라면 곧 모든 비밀을 풀 것이니 가르쳐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라혼과 금동보는 7일 밤낮을 침식(寢食)을 잊고 새로운 경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라혼은 천방지축신공의 묘리와 대기운기법(大氣運氣法)을, 금동보는 라혼이 천방지축신공의 대기운기법에 맞추어 새롭게 재창조한 몇 가지 마법 주문을 얻었다. 제한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마법사들의 마법 체계는 다양하고 풍부했다. 그러나 제한이 없는 천방지축신공의 대기운기법에 맞는 마법 주문은 라혼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라혼이 가르쳐준 마법이란 새로운 체계는 금동보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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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혼이 서해수군통제사에 제수되어 공식적으로 서해를 장악할 수 있게 되자 북지성에 마련하려던 태회진(泰回陣)은 이제 완전히 토금전장의 책임하에 놓이게 되었다. 서해수군의 기항지는 임시로 봉수성이 되었고, 남상의 서해대수영의 반란이 토벌되면 남상 청해진(淸海陣)을 모항(母港)으로 서해대수영의 본래 임무였던 인시드 해적들로부터 남주 무역 항로를 보호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북지성의 태회진(泰回陣)은 그 효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조정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겨우 남례성 진토인의 봉기를 토벌한 장수를 직급을 두 단계나 뛰어넘어 승급시키고 서해수군 제독 자리를 내어주니 말이야?”
“서방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라혼은 지금 태회진에 여러 가지 구조물을 설치하는 일 때문에 북지성의 설화와 함께 있었다.
“아니, 그냥 하는 말이다. 그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장동의 피난민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아니요.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난리를 피해 다른 지역 사람들도 몰려들고 있어 그래요.”
“모두 얼마나 되지?”
“지금까지 약 4만 명쯤 돼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이 모일 거예요.”
라혼은 가을 추수가 끝나자 군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대량의 자금을 풀었다. 그리고 군량으로 사들인 곡식을 거두기 위해 천하 전역을 [텔레포트 워프Teleport warp]해야 했다. 추수한 곡식들을 사들이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그 곡식들을 한곳에 모으고 운송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힘들고 애로가 많았다. 하지만 라혼에게는 천하에서 가장 큰 창고가 있었고, 운송하는 일은 일도 아니었다. 라혼은 토금전장의 이름으로 조정에 세금을 대납하고 각지에서 생산된 곡식을 거둬들이는 수조권(收租權)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양의 곡식들을 거둬들였다. 징병령이 떨어지자 원주 조정은 물론 중원십일주의 진골십가(眞骨十家)에 당장 필요한 것은 군량이 아닌 은자였다. 군량은 이미 어느 정도 미리 확보해놓았지만 징병령에 징집된 군사들이 사용할 병기와 갑주를 마련하려면 더욱더 많은 은자가 필요했다. 그렇게 당장 곤궁해진 재정을 토금전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대며 번거로운 세곡(稅穀)을 대신 거두겠다고 하자 그 제안을 두말없이 받아들였다. 덕분에 라혼이 바빠졌지만 그것으로 라혼은 남례성에 있는 하남천원군의 군량과 흑막 웅랑교에 보낼 군량, 그리고 북지성 태회진에서 소비될 식량을 확보하게 되었다. 더욱이 토금전장에서 대납한 세금은 지난 3~4년 간 평균 세입을 조금 넘어선 정도였고, 지주와 농민들에게 거둬들인 세곡의 양은 흉작이나 평년작이었던 지난 10년과 달리 올해는 날씨도 좋고 병충해가 없는 까닭에 거의 10여 년 만의 대풍(大豊)이어서 작년에 비해 작황이 보통 서너 배가 넘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아는 것은 라혼과 토금전장뿐이었다. 세곡을 거둬들이는 관리들이 모조리 징병령에 의한 군사들 모으는 일에 집중되었기 때문이었다. 라혼은 천하 각처에 깔린 토금전장의 분장에 모아놓은 곡식을 거둬 대부분 이공간 에텔 스페이스에 두고 태회진에 들러 곡식 창고에 막대한 양의 곡식을 쌓아놓았다.
“상공.”
라혼은 몇 달 만에 설화와 만나 서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주묘연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입니다, 주 낭자.”
“예, 제가 방해를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러나 소개시켜드릴 분이 계십니다.”
주묘연이 라혼에게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백록파 장로 오진자였다.
“백록파 장로 오진이라 하오.”
“라혼입니다.”
“서해수군통제사에 제수되신 것을 감축드리오이다.”
“고맙습니다. 설화에게 여인천궁을 도와주신 것에 대해 들어 알고 있습니다. 먼저 그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허허허허, 그 일은 우리 백록파에도 연관된 일이었고 제 일이기도 했으니 당연한 것이지요.”
오진자와 라혼은 서로 겸양의 말을 건네며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오진자는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내 제독께 부탁할 것이 있소.”
“….”
“우리 백록파 고수에게 가르침을 주실 수 있겠소?”
“…!”
주묘연은 오진자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무림의 인사가 관부(官府)의 인물에게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특히 수인 조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중외오성(中外五省) 중 하나인 북지성(北知省)의 대파인 백록파의 장로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저는 아직 비무를 거절해본 적이 없습니다.”
“역시 천하제일의 미인을 아내로 둔 영웅답게 화통하시구려.”
그렇게 칭송의 말을 하던 오진자는 제자를 불러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묘연 언니, 백록파 제자라면 오진자 할아버지를 빼고, 금 대협뿐이잖아요?”
“글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무슨 속셈인지….”
주묘연은 털털한 오진자가 하는 일에는 항상 속뜻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디에 속셈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보다 주 낭자!”
“말씀하세요, 상공!”
“의백최가와 손을 잡는 일은 어찌 되어가는지 알고 있소?”
“그 일은 제가 책임지고 있어 잘 압니다. 그러나 의백최가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라혼이 서해수군통제사가 됨으로써 조정에 적을 두고 배를 만드는 장인들을 확보하는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기주, 무주, 계주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숙련된 인부와 장인들을 쉽사리 빼내올 수 없었다. 그래서 의백최가의 도움은 아직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손을 잡는 것이 이익이 됨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서방님, 제 생각으로는요. 아마 웅랑교 때문인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립천하군이 비록 웅랑교하고 함께 갈 수는 없지만 원주 조정에 반하는 입장인 것은 같아요. 정립천하군은 창 끝을 남쪽에 겨누고 있지 북쪽에 겨누고 있지 않거든요. 그러니 웅랑교의 다음 목표는….”
“의백성….”
“맞아요.”
설화가 분석한 정세는 옳았다. 흑막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웅랑교의 다음 목표는 흑막 남쪽에 있는 북지성이 아니라 서남쪽의 의백성일 가능성이 컸다. 이미 북지성에서는 정립천하군이 인세와 관련이 있다고 하여 무림맹이 결성되어 사실상 아직까지 여인천궁과 백록파가 주축이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러니 의백성에서도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주 낭자, 설화의 말이 일리 있소. 여인천궁에 웅랑교의 고수가 찾아왔으니 의백최가 쪽에도 웅랑교의 고수가 찾아갔을 것이오.”
“그래요,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주 낭자, 만일 의백최가가 웅랑교와 손을 잡게 되면 나는 서해수군통제사로서 그들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 되오.”
“이해합니다.”
웅랑교가 의백최가와 손을 잡으면 그들의 배를 타고 바로 중주에 상륙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라혼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해에서 의백최가와 쟁패(爭覇)하는 일이 생길 것이 뻔했다. 라혼은 그 즉시 전환으로 토귀에게 명하여 토금전장 흑막 대총관 석은추로 하여금 그에 관한 사실 관계와 정보의 입수를 명하고, 의백성 토금전장 분장에도 지금 의백성의 상황이 어떤지를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새삼스런 눈길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설화는 다 컸구나.”
“뭐예요? 전 시집가서 아이도 가질 수 있는 나이라고요.”
“어? 말이 이상하다. 넌 이미 유부녀잖아?”
“누가 그래요?”
“그건 천하 사람들이 다 아는 얘기잖아? 천하제일미 천상천화는 천하제일 백호나한의 아내라고….”
“아내 취급도 안 해주면서 무슨…. 그리고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독수공방시키는 남편, 나도 필요 없네요.”
라혼은 갑작스런 설화의 공격에 일순 당황했다. 자신의 앞에선 항상 어리광을 피우던 설화가 처음으로 싸움을 걸어온 것이었다.
‘뭐야? 다 컸어? 서방님 미워! 아직도 날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어….’
라혼은 설화의 심사가 단단히 뒤틀린, 그러니까 삐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좋은 말로 달랬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을 뿐 설화를 달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우리 색시 다 큰 줄로 알았는데 아직 애네. 지금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떨어져 지내는 부부가 많잖니….”
“아직도 애라서 정말 죄송하군요, 서방님!”
설화는 그렇게 소릴 지르고는 신법을 전개해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설화야!”
“쿡쿡쿡쿡, 상공께서 설화 소궁주님에게 아주 큰 잘못을 하셨어요.”
“주 낭자, 그게 무슨 말이오? 잘못이라니?”
“그건 스스로 생각해보세요. 부부간의 일에 끼어들면 잘돼도 욕먹고 못 돼도 욕을 먹는다 했으니, 저는 말씀해드릴 수가 없네요.”
“아니, 주 낭자!”
검선자 주묘연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피했고, 라혼은 자신이 설화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특별히 잘못한 것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백록파의 장로 오진자와 젊은 사내가 나타났다.
“장군, 이 늙은이가 장군을 기다리시게 했군요.”
오진자는 그렇게 말하며 금동보의 등을 떠밀어 앞으로 나서게 했다.
“근자에 우리 백록파가 자랑하는 후기지수(後期之秀) 금동보라고 하오.”
“만인문의 금동보가 장군께 인사드립니다.”
“라혼이오. 그럼 시작합시다.”
“예? 뭘….”
금동보는 백호나한의 시작하자는 말에 무척 의아해했지만 귓가에 간질이는 오진자의 전음에 당황이 도를 넘어섰다.
‘이놈이 이 어르신께서 너를 위해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에게 비무를 신청했다. 그러니 네놈의 한계를 시험해보거라!’
무시무시한 백호나한과 싸워보라는 마귀 같은 오진자의 말에 멋도 모르고 그의 뒤를 따라나선 생각 없는 자신의 행동이 저주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내가 선수를 쓰겠소.”
“아니… 난!”
“강격(强擊)!”
―펑~!
기감(氣感)에 민감한 금동보는 코를 노리며 날아오는 기의 덩어리를 느끼고며 그대로 벌렁 드러누웠다. 일명 철판교(鐵板轎) 신법이란 이 수법은 정면을 치고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며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수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방이 근접해 있을 때나 허를 찌르는 수법이지, 거리가 떨어져 격공장(隔空掌)으로 공격하는 상대에게 펼치면 치명적인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동보는 철판교 신법을 펼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드러눕듯 넘어진 것에 불과했다. 오진자는 그런 금동보의 모습에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나마나 저기서 공격을 계속하면 땅을 데굴데굴 구르며 또 한 번 뇌려타곤(惱驢惰困)을 시전할 것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백호나한은 재차 공격을 하지 않아 금동보는 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천방지축신공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마법사?’
라혼은 지박술(地搏術)이라 표현되는 마법 주문 [바인딩Binding]과 비슷한 수법을 사용하는 상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천방일권(天方一拳)!”
라혼은, 역시 이름을 거창하지만 내용은 명치 부근을 노리는 단순한 앞지르기에 불과한 공격을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을 뒤로 빼는 수법으로 간단히 피하고 자세를 낮추어 소가 산을 미는 우배산(牛排山) 수법으로 금동보를 밀어냈다.
“어?”
겉으로 보기엔 금동보가 앞으로 달려들며 정권(正拳)을 내질렀고, 백호나한이 그 엉성한 공격을 간단히 피하며 밀어낸 것이었지만 속내용은 그것이 아니었다. 바로 천하무적이라 생각되던 천방지축신공이 깨진 것이다. 금동보는 자신의 주먹이 그의 명치에 닿을락 말락 할 때까지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한순간 자신이 제압한 공간 속에서 미묘한 균열을 느꼈다. 그리고 금동보는 땅에 주저앉아 멍하니 백호나한을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이거 내 장군께 헛소리한 셈이 되었구려. 승부는 났으니 그만 물러가겠소이다.”
“….”
“….”
오진자는 멍한 표정의 금동보를 보고 천방지축신공이 깨졌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문파의 비기를 타인에게 들키기 전에 그만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오진자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금동보가 펼친 공력은 깨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라혼은 그가 펼쳐놓은 결계가 여전히 거두어지지 않자 금동보를 노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마법이 아니다. 이것은 공검(空劍)이다. 어떻게 심검(心劍)의 다음 단계라는 공검을 정권지르기도 엉성하게 펼치는 자가 시전할 수 있지?’
그리고 라혼은 기(氣)로 또 다른 기(氣)를 제어하는 공검이 아닌 에텔 스페이스의 힘으로 공간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동보는 깜짝 놀라며 더욱 공력을 끌어올려 그것에 대항했다. 라혼은 그런 금동보의 기(氣)를 다루는 능력에 감탄하며 에텔 스페이스를 거두고 금동보와 같이 내공으로 기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혼은 금동보에게 형편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금동보는 힘겹게 공간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도전에 침착하게 대응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라혼은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그러나 기(氣)를 운용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심력(心力)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육체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정신이 쉽게 지치는 무공이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면서 새로운 공부에 희열을 느끼던 라혼은 창백하게 질려가는 금동보를 보고 공력을 거두었다.
“오랜만에 스승을 만났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인사드립니다.”
“….”
라혼이 바치는 예(禮)에 금동보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무리한 공력의 운용에 그대로 졸도했기 때문이다.
무공의 경지는 처음 입문(入門)의 과정이 있다. 입문이란 몸을 강건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수련과 단련을 통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고수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이 단계에 머물러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한다. 다음의 경지는 물아일체(物我一體), 바로 신검합일(身劍合一)의 경지가 있다. 검과 내가 하나되는, 다시 말해 손의 연장(延長)인 병기(兵器)를 내 몸과 같이 다루는 경지다. 여기까지가 몸을 쓰는 체술(體術)의 완성이다. 여기에 다시 힘을 키우고 피부를 질기게 하는 외공(外功)과 진기를 다루고 폭발적인 힘을 내는 내공(內攻) 수련이 병행한 어느 정도 경지에 들어선 자를 절정 고수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발기(發氣)를 하여 검이 상대의 몸에 닿지 않고도 검기(劍氣)로 적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검기상인(劍氣傷人)의 경지에 들고 또한 그것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게 되면 초극 고수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몸을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다 하여 모두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술을 배우지 못하고 본래 가진 힘만 센 자에게 고수가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바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방심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무공이 높은 경지에 있다고 하여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금동보의 경우처럼 체술은 겨우 입문 단계이면서 운기(運氣)의 고수인 경우가 있기도 했다. 검으로 대표되는 무기를 다루는 경우, 이기어검술(以氣馭劍術)이 무의 완성인 것처럼 내공의 고수는 청(靑), 적(赤), 흑(黑), 백(白), 황(黃)으로 상징되는 오행(五行)의 다섯 기운이 운기조식을 할 때 머리 위 정수리에 다섯 개의 고리가 생기며, 그걸 넘어서면 주위 사물, 대자연으로부터 저절로 진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오기조원(五氣朝元), 화로의 불이 다시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경지로 지극함이 다해 이미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공을 갖게 되면 한서(寒暑)가 불침하며 진기가 끊어지지 않는 노화순청(爐火純靑)의 경지가 내가공부의 완성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것은 한 분야의 무공의 완성일 뿐이다. 방 안에 그릇에 물을 가득 차면 더 이상 그릇엔 물이 담기지 않는다. 그러나 방 안에 물이 가득 차 있다면 방 안의 그릇은 더 이상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손에 검이 없어도 마음에 검이 있는 심검(心劍)의 경지, 바로 깨달음의 경지였다. 공검(空劍)의 경지는 천지간의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경지다.
내공의 고수라 하여 체술의 고수일 필요는 없고, 체술 또는 박투술(搏鬪術)에 능하다고 하여 고수는 아니다. 얼마나 서로 조화롭게 상승 작용을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서쪽 시드그람 대륙의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그런 경우다. 마법사들은 마나를 느끼고 다루어 주문을 완성시켜 엄청난 위력을 보이지만 몸이 약해 기사와 1대 1의 결투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는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나(Mana)와 무공 고수들이 수련하고 연마하는 내공심법의 진기(眞氣)가 다르기 때문이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마나는 불이고, 진기는 끓는 물이다. 요리에서 불과 끓는 물에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열’이다. 같은 힘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방식을 이용했을 뿐 음식을 먹기 쉽게 하는 것이란 목적은 동일한 것이다. 시드그람 대륙의 기사들과 칸 대륙의 무공 고수는 서로 수련 방식이 다른데, 시드그람 대륙의 기사들은 특별한 내공심법을 익히지 않고 진도가 느리지만 선천지기(先天之氣)를 수련했고 무공 고수들은 각파의 비전에 따라 선천진기(先天眞氣)를 가공한 내공심법을 수련하기 때문에 기사는 마법사들이 만든 마법 무구를 사용하는 데 별무리가 없지만 무공 고수들이 마법 속성이 부여된 물건을 사용하면 자신이 익힌 내가공력과 마나가 상충하여 마법이 시전되지 않거나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나와 진기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말한다. 음의 마나와 양의 마나, 지수화풍(地水火風)의 4대 속성을 가진 마나, 빛의 속성 마나인 신성력, 어둠의 속성 마력 그리고 좀더 근원적인 힘 에테르(ether) 정기(精氣). 모든 힘이 근원이 되는 에테르는 일원(一元)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원에서 시작하여 만물이 파생되고 다시 태극(太極)으로 모이는 것처럼 무공 고수의 진기와 마법사의 마나, 신관의 신성력, 마족의 마력은 다시 세상 모든 가르침이 하나로 통하는 만류귀종(萬流歸宗)의 이치처럼 세상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만류귀원(萬流歸元)을 통해 다시 태극일원(太極一元)이 된다.
라혼은 에텔 스페이스가 있으므로 공검의 깨달음은 모르나 공검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마나, 신성력(神聖力), 마력(魔力), 내공심법에 의한 진기(眞氣)와 자신이 본래 가진 선천지기까지 모든 힘을 행사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에텔 스페이스라는 아공간(我空間)을 통해 그 힘들이 상충되지 않게 하며 모든 힘의 궁극(窮極)을 보았다. 그리고 얼떨결에 사용하게 된 심검(心劍)의 기술인 영인(靈刃) 소울 블레이드를 더욱 갈고 다듬어 심검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제 진정한 공검(空劍)의 이치를 깨달았다. 공검(空劍)이란, 자신이 절대적으로 제압하는 공간을 말하는데, 무사는 언제 어느 때라도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공간 안에 모든 것을 파악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싸울 때 자신이 최대의 힘을 내는 거리에 상대를 두는 것을 말하며, 공격은 사정거리 반경인 원(圓)에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공검의 묘리란 공간 자체를 장악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검(劍), 바로 무기로 삼는 것을 말했다. 심검의 다음 단계로 분류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심검과는 또 다른 경지인 것이다.
라혼이 금동보와의 비무에서 배운 것은 바로 운기(運氣)의 묘리다. 기의 크기는 라혼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기를 다루고 움직이는, 그리고 기의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은 금동보가 몇 단계나 위에 있었다. 라혼에게 있어 그런 금동보의 능력은 또 다른 경이였다. 단순히 운기만으로 만물을 파악하고 공간을 검으로 삼는 그의 공검은 신선하기 그지없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라혼은 금동보가 사용한 그것이 마법사들의 마나를 다루는 방법보다 몇 단계 진보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라혼은 사흘 밤낮의 사색을 마치고 금동보를 찾았다.
“오진자 장로님, 그는 깨어났습니까?”
“오오! 대장군,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신 것을 축하하오.”
오진자는 금동보와의 비무 이후 그 자리에 서서 꼼짝하지 않고 있던 백호나한이 찾아오자 깨달음을 얻은 것을 축하했다. 그리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길을 찾았으니, 이제 먼 길을 떠나야 할 것이오. 길을 찾고도 걷지 않으면 찾지 못한 것과 뭐가 다르겠소?”
“이제 한 걸음 떼었으니 곧 끝이 보일 겁니다.”
혹자들이 말하길, 도(道)가 통(通)했다고 말하고, 깨달았다고 말한다. 막막한 숲 속에서 길을 만나면 ‘살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길을 만나고도 길을 걷지 않으면 길을 찾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진자는 깨달음을 얻은 백호나한에게 깨달음을 행(行)하라 말했고, 라혼은 이미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그렇구려. 동보는 이제 막 미망에서 깨어나 있으니 만나보시오. 동보도 대장군처럼 뭔가 깨달은 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예!”
라혼이 사흘 밤낮을 사색에 잠겨 있었을 때 금동보는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천하에 적수가 없을 것이라는 천방지축신공이 허점이 발견되어 깨진 것도 아니고 완전히 힘으로 눌렸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천방지축신공은 백호나한과 같은 화경(化境)에 든 고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은 그것뿐인데, 그는 여러 능력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금 대협.”
“….”
금동보는 얼굴을 아래로 하고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다가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에 반응하여 고개를 들고 자신을 부른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가르침이라니요?”
“금 대협의 운기법은 진정 대단했습니다.”
금동보는 백호나한의 요구에 발끈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 비록 만인문 비전이라 하지만 당신이라면 곧 모든 비밀을 풀 것이니 가르쳐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라혼과 금동보는 7일 밤낮을 침식(寢食)을 잊고 새로운 경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라혼은 천방지축신공의 묘리와 대기운기법(大氣運氣法)을, 금동보는 라혼이 천방지축신공의 대기운기법에 맞추어 새롭게 재창조한 몇 가지 마법 주문을 얻었다. 제한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마법사들의 마법 체계는 다양하고 풍부했다. 그러나 제한이 없는 천방지축신공의 대기운기법에 맞는 마법 주문은 라혼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라혼이 가르쳐준 마법이란 새로운 체계는 금동보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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