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의 추억 _ 이튿날>
신진도의 장관이라는 서해 일출을 보자며
과음하지 말고 일찍 자자고 손가락 마주 걸었던 일은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되새기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방에서 잘 잔 덕에
노루 꼬리보다 조금 길었던가 싶은 잠에도 불구하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고
간간이 흩날리는 눈발 속의 산책길은
그야말로 쨍~ 소리가 귀에 들릴 듯이 무섭게 차가웠습니다.
그런데 음... 아침 공기 내음이 영~ 심상치 않았습니다.
압력밥솥에 차지게 밥을 앉히고, 콩나물 국을 끓이고,
달래 나물, 콩나물을 무치고, 버섯에 양파와 소세지를 섞어서 볶고,
갈치가 듬뿍 들어간 잘 익은 김장김치를 썰고,
김을 담고, 계란을 후라이하고...
이소저 엄마표 따끈한 아침 밥상이 쨍~ 하는 추위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같이 살고 싶어질 정도...^)
참고로...수리산에서 현장수업이 있던 날,
이소저 선생님은 새벽같이 재료를 손질해 간 맞춰 속을 버무려 놓고 나오시고,
이선생님 어머님께서 절인 배추에 속을 손수 다 넣으시고는
그 다음날 내내 누워 계신 걸 우연히 봤던 저로서는,
졸업여행의 이 맛있는 한 끼 아침식사를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 슬피 울었나 보다’는 엉뚱한 생각을 다...
<국화꽃 김치>로 명명하고 싶습니다.
11시 예약으로 천리포 수목원을 한 시간 동안
숲코디네이터와 함께 돌아들 보셨습니다.
(저는 컨디션이 안 좋아 차 안에 덜덜 떨며 남아 있었습니다.
자동차 키를 깜박한 탓에...)
아무래도 답사 때보다 한겨울이어서 수목원조차 쓸쓸했던 듯합니다.
박영애 선생님은 외래 수종이 많다는 단평을 남기셨습니다.
근처에서 된장찌개, 김치찌개, 칼국수로 점심을 나누고,
식당 옆 겨울바다 구경을 잠깐 한 후에,
- 모처럼의 여행 기회가 아까워 2박3일로 일정을 늘려 잡으신 - 이정연 선생님과는
아쉬움 속에 갈 길을 달리 해야만 했습니다.
이관종 선생님께서 마련해 주신 자리를 누리러 평택으로 향했습니다.
이름과 주민번호 앞자리를 기록해 제출하고 드넓은 기지 안으로 들어갈 때
우리 4대의 선두 차량과 후미 차량에는 군인이 한 명씩 동승하게 되었습니다.
주상준 선생님의 차는 후미로 앳된 수병이 하나 제 옆에 앉았습니다.
날렵하고 단정한 겨울군복은 엄마들 눈에는 안쓰럽기만 해서,
김경연 엄마의 잔소리(?)가 늘어졌습니다...
목도리...장갑..귀마개...다 안된다대요...
(국방부에 기후변화에 대해 전화 좀 넣어야 할까 봐요...)
그저 귤만 좀 까서 얼른 먹였습니다...
남자로는 절대 안 보이고, 어린 남자로도 안 보이고,
그저 아들내미였습니다...
CF광고기법을 차용한 듯 화면전환이 스피디해서
현란하고 재미있는 해군 홍보교육영상을 보고 나오면서,
이선화 선생님은 푸릇푸릇한 청년들을 보는 기쁨을 이야기했습니다.
(딸내미 하나 키우는 이선화 엄마라서...)
위령탑을 참배하고, 무훈탑을 빙 돌며 청동 부조를 보고 양각된 글을 읽고,
총탄 자국이 선명한 <참수리함>은 멀리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천안함>은 코 앞 두고 자세하고도 긴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천안함 내부로도 들어가는 줄 잘못 알고,
차마 발이 안 내딛어져서 무리를 이탈하기도 했습니다...
천안함을 둘러싸고는 어찌나 유난스레 칼바람이 심하던지,
박영애 선생님은 그 차디찬 바람의 연고를 읽어내셨습니다...
드디어 위용도 웅대한 <을지문덕함>에 오르자,
“숲해설가 선생님들께서 승선하십니다!”라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승선해 있는 해군을 통솔하는 방송이었겠지요.
몇몇 도열해 선 장교 분들이 이관종 대령님과 그 일행을
씩씩한 경례로 환대해 주셨고,
곧장 우리를 선수로 인도해 기념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함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연찮게도 저는 을지문덕함을 몇 차례 둘러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통제실에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었고,
함장실은 열어 볼 수 없었으며,
장교식당에서의 식사는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통제실에서,
함장님 자리에도 슬쩍 앉아보고, 함장님 철모도 써보고,
함장님 쌍안경도 써보고, 계기판과 기기 설명도 듣고,
대형 망원경에 서해대교를 오가는 차들이 코앞으로 다가와 움찔하기도 했습니다.
(함장용 쌍안경 가격은 이관종 대령님도 모르신답니다...)
함장실에서,
군기 100의 정갈한 함장 집무실 비품들과 응접 살림살이를 구경하고,
함장님 침실과 욕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양변기도 보았습니다.
그 와중에 밥 냄새는 소올솔~...
장교식당에서,
그 오붓한 자리배치에도 명백한 급이 있어
‘조기서 요기 함장자리로 오는데 20년 걸린다’는
이관종 대령님의 멋드러진 우스개를 들었습니다.
함장님 좌석을 비워놓고,
이관종 대령님이 상석에 앉으시고
우리 일행 외에 몇몇 장교 분들이 배석하셨습니다.
짧은 홍보영상물을 한 편 보고나서
수저를 들 때까지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이 자유스러운 분위기는 뭐지?...
마치 집들이 분위기 같잖아?...)
홈그라운드로 돌아오신 이관종 함장님도
물 만난 큰 물고기처럼 유유하게 이 시간을 음미하시는 듯 했고,
이관종 선생님의 저택으로 초대받아 온 모든 분들도
추위 따위는 까마득히 잊은 듯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이 순간에 우리는 이정연 선생님을 한 마음으로 그리워했습니다.
혼자 말없이 수저를 움직이며,
이관종 대령님은 군리더급으로서
이 나라의 상위지도층 몇 %에 속하시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질의/응답 내용은 사소한 기밀이 있을 듯도 하여 옮기지 않겠습니다..^;
그저 인사하고 일어서기에는 귀한 시간이었기에
‘이관종 선생님을 숲해설 동기로서만 뵈어 오다가
오늘 이렇게 이관종 대령님께 함해설을 듣게 되고 보니
이관종 대령님이 새롭게 다시 보입니다.
이런 특별한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는 말과 함께
동기 모두가 큰 박수를 쳐드렸습니다.
수고해 주신 함내 식구들에게도 박수를 보냈습니다.
돈으로도 아무나 함부로 누릴 수 없는 자리에 대해
최소한의 식비는 조용히 전달했습니다.
기억하는 한 여러 인연으로
유치원 시절부터 군부대에서 짬밥을 꾸준히 먹어온 저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식사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졸업여행 일정은 일단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다들 무사히 귀가하신 걸로 믿었습니다.
한편, 이정연 선생님은 홀로 좀 더 유유자적,
안빈낙도 - 이소저샘과 김경연샘이 먹거리 좀 챙겨 드린 걸로 버티시는 - 하시다가,
다섯 시간은 족히 걸려서 무사귀가 하셨다는 문자를
17일 오후에 제게 보내주심으로써
졸업여행 이벤트는 종결, 완결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성>
1. 졸업여행은 늦어져서는 아니 되었습니다...
인원이 줄어 정(情)도 줄고 비용은 늘고 날은 춥고 눈(雪)에 떨고 볼거리 적고...
2. 우렁각시님을 못 챙겨서 죄송합니다...어느 분이신지요?...^
3. 쌍안경은 박총무님이, 숲해설가증은 이총무님이 보관 중입니다.
다만, 2조의 숲해설가증은 제가 갖고 있습니다.
4. 차량 지원을 해 주신 선생님들께는 이총무님이 유류대 일부를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5. 졸업여행 건만 단독으로 회계 공지와 후원 명시를 이총무님이 하실 예정입니다.
첫댓글 어려서 홍진을 심히 앓아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던 저를 어머니께서는 개구리를 끝없이 고아 먹여 살려냈답니다. 개구리에게 큰 신세를 진 제가 교사가 되어서는 개구리해부수업을 한다며 독한 에테르로 마취하고 그 부드러운 네발을 핀으로 꽂고 해부가위로 옷감자르듯이 배를 가르고 파헤치다 결국 땅에 묻은 개구리의 수가 셀 수 없습니다. 과천야외학습장에서 한쪽 눈이 없는 아무르산개구리를 만났고, 천리포수목원 납매나무 가지에 때까치가 꽂아놓은 개구리를 만났지요. 밀러가든 연못에 개구리상은 눈으로 덮여서인지 보지를 못했네요. 죽어서 개구리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한 민병갈씨의 뭇생명에 대한 사랑은 지극한 것이었습니다.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정연 선생님의 도서 추천 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 민병갈씨와 천리포 수목원..에 힘 입은 바가 컸습니다..
답사 중에 다른 곳으로 바뀔 뻔도 했었거든요..
비록 한겨울..천리포 수목원의 진면목은 놓쳤다지만, 달리 했어도 그곳도 한겨울..
그저 졸업여행 시기가 늦어진 것이 아쉬울 뿐이지요..
이정연 선생님의 관심이 답사팀에게 추진력이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저는 어쩌면 겉으로 잘 드러나는 일들만 하고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수면 아래에서 바쁜 백조 다리처럼 큰 수고를 하고 계시는 우리 총무님들을 많이 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잘 보았습니다 날이 너무추워서 걱정했는데 잘 다녀오셨네요
걱정해 주신 덕분에..날은 맵게 추웠지만, 다행히도 눈길은 면해서..잘 다녀왔습니다..감사합니다..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현장에 있었어도 이렇게 정리하시니 새롭네요. 컨디션도 않좋으신데 글 정성스럽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 후기는..쓰는 사람의 시각 차이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도 하겠지요..이관종 함장님의 후기는 어떠실까 생각해 봅니다..한번..?..
늘 현장감 있는 정 부회장님의 글..
정겹고 감사드립니다.
시기가 늦어진 것이 아쉽다 하시지만 어느때 가도 우리는 한 맘입니다.
우리 한숲회15기 선생님들과 지난 7개월 추억이 아름답고 행복했습니다.
우리 모두 숲의 지혜속에 행복한 2011년 되시길 기원합니다.-靑松 생각-
졸업시연..수료식..졸업여행..을지문덕함 위의 33명 기념사진..
겨울들어 가장 추운날이라 더 기억에 남을듯 합니다. 모두들 꽁꽁 싸매고...사진보니 절로 웃음이 납니다. 쌍안경 준비해서 멀리까지 챙겨 오신 총무님 항상 고맙습니다. 소저샘의 넉넉한 씀씀이도 매번 느끼게 됩니다
세심하게 하나하나의 후기가 좋은 추억이되어 좋습니다.. 많은 님들의 호강은 몇 님의 헌신에 댓가입니다, 감사합니다
후기들이 추억..좋은 추억이 되신다니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