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능엄경 강해] 1. 수행 근본대의 구체적·심도 있게 설해
1. 능엄경(楞嚴經)은 어떤 경인가?
〈능엄경〉의 본래 이름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 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이다. 줄여서 〈수능엄경〉 또는 〈대불정경〉이라 부르기도 한다. 10권으로 되어 있는 이 경은 역자가 반날밀제(般剌密諦)로 되어 있으나 근래에 와서는 중국에서 찬술된 경전으로 보고 있다. 물론 〈능엄경〉 전래에 대해서 인도에서 전해졌다는 전설이 있기는 하다. 관정부(觀頂部)에 속해 있던 이 경이 중인도의 나란타사에 비장(秘藏)되어 있었다고 한다.
왕명에 의해 이 경이 타국으로 유출되지 못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다 당 중종 신룡(神龍) 2년(705)에 반날밀제가 범본을 가지고 중국에 들어와 광주(廣州) 제지사(制止寺)에서 번역하였다는 설이 있다.
원제목에 들어 있는 뜻을 살펴보면 대불정(大佛頂)은 위없는 무상정각을 부처님의 정수리에 비유해 표현한 말로 깨달음 당체(當體)를 나타내는 말이다. 여래밀인(如來密因)은 여래의 과덕(果德)을 얻는 비밀스러운 인행(因行)이라는 말로 밀(密)은 경 7권에 설해져 있는 능엄신주(楞嚴神呪) 곧 다라니를 말한다. 이것이 바로 성불의 인(因)이 된다하여 밀인이라 한 것이다.
수증요의(修證了義)에서 수증이란 닦아 증득한다는 말이고 요의란 이치를 끝까지 다 설파한 대승의 법문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법의 근본 이치에서 보면 닦을 것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는데 닦을 것이 있고 증득할 것이 있어, 없는 것을 의지하여 있는 것을 닦는 수행이 된다. 이것이 수증요의이다.
제보살만행(諸菩薩萬行)이란 모든 보살의 온갖 수행법을 지칭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보살만행이다. 육바라밀을 실천 삼현십지(三賢十地)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원만히 이룬다는 뜻이다.
‘수능엄(首楞嚴)’이란 범어 수랑가마(suramgama)를 음사한 말로 ‘수능’이란 모든 것에 구경임을 뜻하는 말이고 ‘엄’이란 견고하다는 뜻이다. 일체사필경견고(一切事畢竟堅固)라 번역해 왔는데 수능엄정(首楞嚴定)을 두고 한 말이다. 또한 이 수능엄정이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 곧 불성(佛性) 그 자체를 두고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능엄경〉은 예로부터 많은 주소(註疏)가 나왔다. 당·송·원 청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80여 가지의 주석서(註釋書)가 나왔다. 〈능엄경〉이 대승의 폭넓은 교의를 담고 있는 경전이며, 특히 선수행에 있어서도 매우 중시되었던 경이다. 중국의 선종 종파마다 중요하게 여겼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능엄경〉을 의지한 선학이 연구되었으며, 특히 고려 때 청평(淸平)거사로 알려진 이자현(李資玄, 1061~1125)이 〈능엄경〉을 의지해 선을 닦아 ‘능엄선(楞嚴禪)’이라는 말이 나왔다.
〈능엄경〉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점이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구산선문(九山禪門)이 생겼던 신라시대에 이미 전래되었을 것으로 보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 1055~1101)이 송나라에 들어가 화엄의 대가였던 정원(淨源) 문하에서 수학하고 돌아올 때 가지고 온 여러 경론 가운데 〈능엄경〉도 함께 전래되었다고 한다.
의천은 선종 6년(1089년)에 건덕전(乾德殿)에서 능엄도량을 개설하여 1주일 동안 법회를 열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능엄경〉의 대의를 기탁염 발묘명(棄濁染 發妙明)이라 하여 혼탁한 오염된 마음을 버리고 오묘하고 밝은 깨달음의 지혜를 계발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10권의 전경에 걸쳐 수행의 근본대의를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설해 놓았다. 〈능엄경〉을 소화엄이라 말해왔듯이 대승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융화·회통하여 여러 가지 수행체계를 폭넓게 설해 놓고 있다. 대·소승과 현교·밀교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경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