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A4에 이어, 이번엔 다시 쿠페인 A5가 등장했다. A4쿠페라 불러도 이상할 것 없는 모델이지만, 아우디가 A5라는 이름을 붙여 준 이유는 요즘 대세라 일컬어지는 쿠페로서의 존재감을 높여 가지치기 모델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겠다. 최근 들어 부쩍 치열해진 쿠페들의 향연 속에 등장한 A5는 타 메이커의 쿠페나 형제차인 A4와 비교해 과연 어떠한 매력을 갖고 있을까.
글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최정일 기자
(메가오토)
여기도 쿠페, 저기도 쿠페.. 확실히 요즘 대세는 쿠페다. 과거와 달리 스포티한 쿠페의 시승이 잦아진 것 또한 이를 자연스럽게 증명해주고 있으며, '쿠페형 세단' '4도어 쿠페' 등 저마다 쿠페의 아름다운 라인을 표방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심지어 FX나 X6같은 SUV들 마저도.. 그래서 이번 시승기 제목은 최근 한창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들의 제목을 패러디해봤다. 일단 꽃미남은 한마디로 눈이 즐겁다는 것이다. 꽃미남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그 흐뭇한 웃음이란... 남자들 뭐라 할 것 없다. 그리고 유혹에 빠지면 안 될 상황인데도 빠지게 되는 이유는 당연히 그 여성의 외모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녀 불문하고 외모에 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간사한 눈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자동차의 장르에선 바로 쿠페라 할 수 있다. 쿠페의 외모가 뛰어난 이유는 뒤쪽으로 가면서 지붕이 밑으로 흘러내려가는 아름다운 라인과 윈도우 프레임 없는 2도어 등이 조합된 잘 빠진 몸매가 눈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결코 쉽지 않은 법. 이러한 디자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좁은 뒷좌석이나 승하차시의 불편함 등 일반적인 세단에 비해 실용성은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하지만, 사람도 외모가 아주 출중하면 다른 것이 조금 부족해도 어느 정도 용서가 되듯이 쿠페도 뛰어난 외모 덕분에 부족한 실용성을 용서받게 된다.
게다가 개성과 스타일을 중요시하며 뒷좌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미혼의 젊은 층이나, 세단은 한 대 있고 세컨카의 개념으로 쿠페를 원하는 장년층을 위해 성능 부분에서도 비슷한 급의 세단보다 스포티하게 다듬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론적으로 쿠페는 편하고 현명한 결혼상대로는 망설여지지만 설레고 신나는 연애상대로는 오케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에 만난 A5가 바로 연애하기 딱 좋은 쿠페다. 물론 태생이 독일 프리미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능력이 있어야 만날 수 있는, 좀 비싸게 구는 상대이긴 하다. 더군다나 A5와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으면서 결혼상대로도 부족함 없는 A4가 바로 옆에서 유혹하고 있기 때문에 용기 내어 연애상대를 선택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선택에 있어서 A5는 꽃미남 같은 쿠페로서의 외모와 더불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연애상대로서의 매력을 발산할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익스테리어 얼핏 스쳐가는 모습만 보면 세단인 A4와 비교해 2도어인 것과 C필러의 쿠페라인만 다를 뿐 전체적인 인상은 거의 닮아 있는데, 아우디의 패밀리룩인 커다란 싱글프레임과 헤드램프, 리어램프의 디자인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놓고 살펴보면 쿠페답게 좀 더 부풀려진 전폭, 낮아진 전고, 한사이즈 큰 18인치 휠 등이 눈에 들어와 역시 A4와 다른 쿠페의 멋스러움을 은근히 풍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차이점을 살펴보면, 아우디가 각 모델마다 디자인을 달리하는 헤드램프 안에 새겨진 LED주간등과 방향지시등이 A4와 다르며 그 아래 앞 범퍼 양쪽으로 뚫려있는 에어홀도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A5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헤드램프부터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측면의 굴곡진 캐릭터 라인으로서, A4에서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완만한 라인을 사용했다면 A5에서는 약간의 굴곡을 넣어 시각적으로 보다 근육질로 느끼게끔 유도하고 있다.
이 측면 디자인은 A5만의 개성이자 묘한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화려한 디테일보다는 심플함 속에 라인의 각도를 섬세히 적용시키는 아우디의 디자인 특성은 유지시키면서도 대부분의 다른 모델에서 사용했던 측면의 직선적인 터치와 달리 캐릭터 라인과 C필러 쪽으로 가면서 치켜 올라가는 윈도우 라인에 자연스런 곡선을 튀지 않게 사용하며 헤드램프부터 리어램프까지 역동적으로 흐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다만 디자인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TT처럼 다소 보수적인 아우디의 디자인을 탈피하려 했다면 아예 A4와 더 차별화를 추구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쿠페는 날렵해야 한다' 라는 관점에서 봤을땐 인피니티 G세단과 G쿠페 정도의 이미지 차이는 있어야겠다. 더군다나 A5는 G쿠페와 다르게 A4쿠페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 어떤 메이커와 비교해도 패밀리룩의 성향이 가장 강한 아우디이기 때문에 정해진 틀을 벗어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저마다의 취향과 시각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꽃미남 쿠페 A5에 대한 판단 역시 개개인의 몫이다. A4에서 옥의 티였던 머플러 탭은 A5에서도 엉덩이에 뭐가 묻은 것 마냥 자꾸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인테리어 국내 출시된 A4의 두 가지 라인업 중 옵션이 더 갖춰진 다이나믹 버전과 마찬가지로, A5에서도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기어변속레버 옆에 있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거나 스티어링휠 우측에 키를 꼽아 눌러서 시동을 걸 수 있다. 아마도 스마트키와 버튼시동장치에 적응이 되고 나면 두 가지 방법을 번갈아 사용할 오너는 한 명도 없으리라 예상된다. '버튼시동장치' 라는 것은 정말이지 편의성 뿐 아니라 차를 깨울 때 느껴지는 감성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장비가 아닐 수 없다. 차는 결국 순정 그대로가 최고라는 신념의 기자도 이 버튼시동창치 하나만큼은 에프터마켓 제품으로 장착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실내에서 A4와 다른 것은 스웨이드를 섞어 재질을 달리해 멋을 부린 쿠페다운 시트뿐이며, 세미버킷 타입으로 꽤나 단단한 착좌감을 가진 시트에 앉아 바라본 전체적인 실내의 모습은 A4와 거의 동일, 아니 그냥 똑같다고 표현해도 상관없다. 단지 디테일하게 꼼꼼히 살펴보면 몇 가지 부분에 사용된 재질만 조금씩 다를 뿐이니 A4의 실내사진과 번갈아가며 숨은그림찾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A4에서도 그랬지만 수동으로 틸팅과 텔레스코픽이 지원되는 3스포크 스티어링휠은 적당한 사이즈와 우수한 가죽의 질감으로 인해 손에 감기는 맛이 매우 만족스럽고, 실내의 모든 장비들 역시 금세 적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우수한 질감, 조립품질을 갖고 있다. 시인성 좋고 깔끔한 계기판은 다시 봐도 멋스럽고, MMI와 연동되는 모니터가 보기 좋게 상단에 위치한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으며, 아우디 드라이빙 셀렉트 시스템의 버튼과 오디오, 공조장치 부분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기어변속레버 주변의 포인트는 MMI시스템 조작부, 은빛의 시동버튼, 전자식 주차브레이크와 오토홀드버튼이며 오디오 볼륨조절 다이얼이 특이하게 여기 와있다.
뒷좌석은 거주성에 있어 A4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차체 사이즈 대비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릎공간은 어쩔 수 없지만 앉으면 바로 머리가 지붕과 밀착되는 어지간한 쿠페들과 다르게 위로는 조금 여유가 있는데, 키 177cm의 기자가 약간 닿을 정도니 A5 뒷좌석에서 어느 정도의 장거리 운행 시 버틸 수 있는 기준치는 175cm 이하로 보면 되겠다. 단, 뒷좌석에 성인 두 명을 앉힐 생각은 버리고 아예 3인승이라 인식하고 있는 것이 속편하겠다. 트렁크 공간은 요즘 추세와 같이 넓은 편이지만 시승차의 경우 주행시 트렁크 바닥 덮개 부분에서 잡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마감처리의 아쉬움이 들었다.
파워트레인 & 퍼포먼스 직분사 시스템에 터보를 더해 효율을 극대화시켜 출력을 높인 TFSI엔진은 워즈 선정 세계 10대 엔진에 너무나 당연히 포함된 탐나는 물건임에 틀림없다. 4,300rpm에서 최고출력 211마력, 그리고 1,500rpm의 낮은 회전수부터 발생되는 35.7kgm의 최대토크는 2리터 엔진으로서 분에 넘치는 파워임에 분명하다.
간혹 잘 모르시는 분들은 토크수치만 보고 디젤엔진으로 착각하실 정도니 어느 정도 상식의 선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기술력 있는 메이커들이 만들어내는 최근의 가솔린 엔진은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각종 시스템과 함께 터보나 슈퍼차저 등을 매우 세련되게 접목시킴으로서 디젤엔진에 비해 발전의 폭이 훨씬 적을 줄로만 알았던 가솔린엔진의 한계치도 점점 높여가는 쾌거를 이루어내고 있다.
0-100km/h 6.9초의 가속은 A4와 동일하지만 치고나가는 감각은 A5에서 좀 더 스포티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론 조용한 가운데 멀리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사운드를 들려줬던 A4와 달리 A5에서는 엔진음과 배기음의 볼륨을 약간 더 높여놓은 듯한 소리로 운전자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소리의 강도를 떠나서 음색 자체는 A4가 더 낫다는 느낌을 받았고 스포티한 분위기로는 A5가 우세한 것 같다.
따라서 체감속도가 더디게 느껴질 정도로 안정감 있는 하체를 자랑했던 A4와 기본적인 주행감각은 동일하지만, A5에서는 그 외적인 요소들로 인해 스포티한 맛을 즐기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며, 300마력 이상의 대배기량 쿠페에서 느껴지는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뛰어난 토크감으로 쭉 뻗어나가는 맛은 배기량 대비 분명히 만족스럽다. 다만 이 뛰어난 엔진도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단단한 하체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3.2리터 버전이나 향후 도입될 S4정도면 정말 끝내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듀얼클러치인 S-트로닉이 아니라 팁트로닉 6단 변속기가 매칭 된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패들쉬프트는 달려 있지만 수동모드에서 스스로 변속되는 시점이 재미없고 변속 타이밍도 애매하기 때문인데, 이는 팁트로닉이 느려서라기보다 빠른 것을 접한 후 조금이라도 느린 것을 접하면 그 차이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심리적인 요인도 꽤나 작용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려 버릴 만한 두 가지 매력적인 장비가 A4와 마찬가지로 A5에도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바로 아우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계식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 와 주행감각을 각기 다른 성격으로 완전하게 변신시킬 수 있는 '아우디 드라이빙 셀렉트' 시스템이다. 이와 같은 장비들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기술력으로 승부하려는 아우디의 철학이 반영되어 빛을 발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부족함 없는 상품성을 지니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기술적으로 자신 있기 때문에 마케팅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기가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올겨울의 첫 눈이 내렸던 작년 11월 A4를 시승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A5와 만난 날 또한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낮아져 미끄러운 노면에서 콰트로의 성능을 체험하게 되었다. 이번엔 마른 노면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해보고 싶었지만 하늘도 콰트로라면 상관없다는 듯 도로를 촉촉하게 적셔줬던 것이다. 일단 콰트로가 장착되어 네 바퀴 굴림 특유의 안정감이 단단하고 세련된 하체와 어울려 뛰어난 코너링 실력을 선사해 준다. 스티어링 감각은 약간 언더성향을 보이지만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해진 라인을 따라 오차 없이 내달리는 능력은 역시 기대했던 그대로다. 다만 정지 상태에서 풀 스로틀 하듯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유턴 시에는 쌩하게 얼어붙은 도로상황 때문에 제아무리 콰트로라도 리어부터 슬립을 일으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A5는 빠르게 제어가 가능했으나 후륜모델이었다면 저절로 반 바퀴는 더 돌았을 것이다.
드라이빙 셀렉트 시스템의 컴포트, 오토, 다이나믹, 인디비주얼 모드는 A4때도 언급했었지만 상품성을 높이는데 있어서, 그리고 오너의 만족감을 높여주는데 있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A5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컴포트 모드의 감각은 기본적인 하체의 단단함마저 약간 무너뜨린다 싶을 정도의 소프트한 느낌이며, 오토 모드에서는 어지간히 몰아붙이기 전에는 컴포트와 비슷한 감각을 보여준다.
다이나믹 모드로 변경하면 기어변속레버를 S모드로 옮기지 않아도 스스로 S모드로 전환되며, 스티어링휠은 한손으로 돌리기 버거울 만큼 무거워지고, 하체는 비슷한 급의 모델 중 가장 단단하다 싶을 정도까지 하드한 감각을 선사해준다. 인디비주얼 모드는 각 부분의 세팅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설정해 저장해놓고 달리는 모드라고 보면 된다. 스티어링휠과 파워트레인의 반응은 가볍고 소프트하게 맞춰놓고 하체만 단단하게 바꾼다던지 하체와 파워트레인은 소프트하게 해놓고 핸들링만 무겁게 설정하는 식의 맞춤형 세팅이 가능하다. 가격대를 감안했을 때 이러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인데 각 모드에서의 감각까지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주니 이 매력적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에필로그 A5는 쿠페의 홍수라 해도 무방한 현 시점에 등장했으니 수많은 경쟁 상대들과 싸워야겠지만,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에 바탕을 둔 완성도 높은 신차의 공격적인 투입으로 인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아우디의 모델이라는 것에서 일단 50점은 먹고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A5라는 이름 이전에 아우디의 신모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디자인, 파워트레인, 콰트로, 드라이빙 셀렉트 시스템 등의 뛰어난 실력이 보증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A5의 적은 내부에 있다. 해외에서야 파워트레인에 대한 선택도 가능하기에 보다 높은 성능의 쿠페로도 선택되어질 수 있겠지만 한국시장에서는 워낙 인기가 높아진 A4와 성능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차이점은 세단이냐 쿠페냐의 디자인 한가지라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스타일을 가장 중요시하는 고객을 제외하고는 A4를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아우디의 중심 라인업에서 TT와 함께 이미지메이킹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높은 퀄리티로 타사의 쿠페들을 물리치거나 견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A5는 훌륭히 제 몫을 다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 더불어 눈을 하트로 변하게 만들어버리는 꽃미남이나 아름다운 유혹의 여성처럼 그 모습만으로도 우리를 즐겁게 해 줄 쿠페로서의 역할 또한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