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강베랑길 · 작원잔도 탐방
- 물금역에서 삼량진역까지 -
2022 . 3. 20 (일)
부산 동래에서 문경을 거쳐서 한양까지 옛 영남대로 천리길,
그 길의 사라진 흔적 찾아서 집을 나섰습니다.
황산강베랑길 · 작원잔도...
☞ 사랑은 기차를 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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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시면 삼량진까지 빵빵 ~~
11:05 행(行)님들과 함께 물금역
11:15 물금역에서 왼쪽으로 돌아
물금서부지하차도로 들말정
목련의 미소에 갑자기 사방이 환해지고
함께한 행님들은 그 미소에 푹 빠졌습니다.
길은 이제 막 시작되려는데...
물금취수장 바로 옆으로 길이 열립니다.
국토종주자전거길이라 자전거와의
불편한 동거(?)는 어쩔 수 없는...
11:25 용화사 갈림길 지나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옛길 '황산베랑길' 중
'황산잔도'를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
11:35 경파대(鏡波坮)
'거울 같은 물은 바람이 없어도 절로 물결이 인다'에서
따온 이름이 경파대라고 설명합니다.
경파대를 노래했던 시인 묵객은 옛 사람이 되었지만
바람없는 낙동강엔 잔잔한 물결이 입니다.
지금 그 길을 걷습니다.
오른쪽 위로는 경부선 철길이 흐르고
또 그 위로 깍아지른 바위 절벽에 기이한 구조물,
옛 낙석방지 시설이 아닐까요?
오봉산과 토곡산이 둘러 싸고 있는 너른 화제들이 있고
그 앞을 가로지는 경부선 철길 건너로는 낙동강이 흐르는
이 지역이 요한 김정한 선생의 소설
'수라도'의 문학현장이랍니다.
11:50 황산도 가운데 화제천에 있던 흙 다리를
홍예석교(무지개돌다리)로 만든 상세 내력을 담은
화제석교비도 만납니다.
영남대로 역사의 현장에서 잠시 쉬고
길을 재촉하는데 ITX 새마을 열차가
뱀 스치듯 휙 지나갑니다.
버들개지는 새봄을 준비하는데
물억새는 아직 지난 가을을 회상하는
낙동강 하구에서 안동댐까지
385km의 자전거국토종주길과
영남대로가 공존합니다.
경부선도 있다고 이번엔 무궁화
열차가 냅다 내 달립니다.
그 옛적엔 구불구불하고 오르막 내리막했을
이 길을 따라 미투리나 거친 짚신을 신고
선비들은 한양까지 과거를 보러 가고,
보부상들은 무거운 짐에 비지땀을 흘리고,
사람들은 바깥 세상을 만났던 길,
지금 행님들은 편한 운동화에 가벼운 배낭,
신랑 흉에 살아가는 이야기에...
신명나게 걷고 있습니다.
KTX 열차는 눈깜짝할 사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길 옆엔 키작은 들꽃들이 피고 있습니다.
큰개부랄꽃에 서양민들레...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 옆
13:15 굴다리 위로 100살도 훨씬 넘은
경부선이 달립니다.
잠시 그리운 소식을 나누기도 하고
뭉친 팔다리를 풀기도 합니다.
근데 엉덩이에? 이건 뭐냐구요?
쑥 캘 때, 요즘 필수 아재 아이템(?)이랍니다.
우리 할매들에게는 벌써 오래된 애용품이지만,
14:05 가야진사
원래는 원동 용당리의 비석골에 있었으나 1965년
이 곳으로 옮겨왔답니다.
신라가 가야를 정벌할 때 왕래하였던
나루터거 있던 곳이고요
가야진사 홍매에 산수유가 곱다지만
이렇게 공들여 박아 주고
모델되어 주는 행님들만은 못하답니다.
가야진사 옆 파크골프장 거쳐
15:00 밀양 · 양산시 경계에
작원잔도(鵲院棧道)가 일부지만
이렇게 온전히 남아있습니다.
한강유역과 낙동강 유역을 연결하는
영남대로의 3대 잔도 중 하나인데
예부터 이 길을 '황산강 베랑길'로 불렀답니다.
'황산강'은 낙동강의 옛이름,
'베랑'은 벼랑(낭떠러지)의 지역 방언이고요
경부선을 놓으면서 옛길은 없어지고 낙동강 때문에
볼수도 없었지만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자전거길을 만들어 이렇게나마
남은 옛길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베랑길 위로 난 철길, 그 위에 아까 본
성벽 같은 구조물이 다시 보입니다.
아래로는 낙동강 수상스키가 시원스럽고
딱 그 중간을 자전거종주길이 길게
행님들을 뒤따라 오고 있습니다.
그 길엔 대나무 숲길도 있습니다.
시인은 노래합니다.
멀리 아득한 수평선 뒤로
이글거리던 태양이 졸고
매봉산 봉우리 더욱 뽀죡하다...
15:25 경부선 굴다리 아래를 지나
작원관지 가는 길
시골 고향집 같은 옛집을 지나고
흐트리진 꽃길을 걸어
15:30 작원관지
교통의 요지에 세운 숙박과 검문을 위한 시설이랍니다.
그런데 까치 작(鵲)은 왜 붙었을가요?
양산 원동에서 삼량진으로 이어지는 영남대로는
낙동강 북측 벼량을 따라 연걸되는데
강줄기에서 불끈 치솟은 천태산의 지세가 험해
날짐승만 넘나들 수 있다는 바유로 까치를 끌어왔답니다.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도 깃들어 있는 듯 하고요
작원관은 문경의 조령관과 함께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조선시대 2대 관문이었는데
경부선 철도를 놓으면서 원래의 자리에서 밀려났고
1936년 대홍수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1995년도에 작원잔도가 시작되는 작원마을 입구인
이곳에 다시 세워졌다고 합니다.
작원관 비각
작원관위령탑(작원임진란순절용사위령비)
임진왜란 당시 밀양부사 박진과 함께 동래성 함락 이후
밀려오는 1만 8천 7백여명의 왜적에 대항해 벌인
작원관 전투에서 결사 항쟁하다 희생한
300여 군사들의 위령탑입니다.
삼가 영령들께 목련화를 바치옵니다.
굴다리로 되돌아 나와
16:25 삼량진역 급수탑
경부선 삼량진역에서 기차 타고 안에서만 보던
푸른 담쟁이에 쌓여있던 급수탑을
철길 건네에서 만납니다.
1923년도에 세워졌는데 그 당시 운행하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넣기위해서 랍니다.
지금은 소임을 다했지만 꽃단장에 꽃잔디로
행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디 꽃길만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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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다리로 경부선 철길 밑을 통과해서
영화세트장 같은 삼량진역전길 걸어
16:50 삼량진역
그리고는 18:14 출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오늘 길을 마무리합니다.
정녕 우리에게 길이란 무엇인가, 왜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변해 왔는가?
혼자 묻고 답하며 부지런하게도
함께 걸은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 3. 20
갈바람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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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스 : 물금역 ~ 황산강베랑길 ~ 원동역 근처 ~ 가야진사 ~
작원잔도~작원관지~ 경부선 급수탑 ~ 삼랑진역
이동 거리 : 20.94km(트랭글 기준) / 5시간 35분(휴식 포함)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