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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26 목요일)
준우에게
여러날째 끊임없이 늦여름비가 내리고 있지만
조석으로 서늘함을 느끼기 시작하니 이미 여름은
떠나는 손님일세.
내가 일하는 한우리회사 경기대학 부근에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동네가 붙어 있어서 조금 허름하긴한데, 회사정문 인근에 아줌마 두분이
땀흘리며 작은 분식집을 하는데 여기를 혼자 가끔 간다.
3,500원인데 떡만두국.북어국. 등등 값이 싸고 반찬도 정성들여
여러가지 주니 내가 좋아하게 되었지. 가게안이 쬐끔만하다.
어제 김태호전경남지사의 청문과정을 회사 내방에서 TV로 보면서
내가 속으로 혀를찼다. 서울에 와서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잠자고 백만원내었다는 내용을 들으면서,도청자동차 SM7 공무원기사
시켜 마나님 학교강의하러 다녔다는 이야기 들으며 조금 기막히더라.
"저렇게 허술한 사람이 어떻게 한국의 총리후보로 나섰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이런 사람을 총리시키면 국민의 민심이
많이 흔들릴게 분명하고 정황으로 보아 박연차뇌물문제가
딱 끝난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정권의 입장에서
위험부담이 너무 큰문제가 있는데..이런 생각이 들더라.
MB는 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할까?
참 난 이제 아침.저녁 서울로 오가는 생활인데 왕복 전철에서
책읽는 재미가 너무 좋더라.
여름에 이런 시원한 피서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근데 요새 읽은책이 뭔고 하니 이영림교수(수원대.서양사)
가 저술한 "루이 14세는 없다"란 책이다. 그리고 책은 아니지만
문화일보 연재소설인 “유 혹”을 매일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
권지예작가는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알아주는 여류인데 외국생활을
했다더라. 그러나 그려지는 문체는 화려하고 섹시하며 도도하다고
느꼈다. 재미가 있고, 이 신문의 예전 소설 “강안남자”에 이어서
연재하고 있는데 조철봉을 주인공을 하는 “강안남자”가 뭔게 멧돼지의
저돌적 모습이 풍기는것이었다면 권지예의 “유 혹”은 우리 남정네들
에게 상당히 호기심을 유발하고 성적 상상력을 적당히 자극하는
그런 재미있는 소설이어서 재미있게 읽고 있지.
아닌게 아니라 권지혜작가의 섹슈얼 이미지 묘사에 있어서 남다른
내공이 엿보이기도 하던데,특히 유럽 파리에서 십년 살았던 이력
의 탓일까? 남녀간의 새디즘에 대해서까지 소개하는 정도
의 수준을 보이던데, 그래서 그런지 과거 고(故)이호철작가의 동아일보
연재소설 “서울은 만원이다“가 낙양의 지가(地價)를 높였다던 예까지는
아니겠지만 이 문화일보 연재소설 “유 혹” 독자층이 시시껄껄한 남정네
들에 많이 퍼져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주인공 “유 미” - 태생은 복잡한 가정사를 갖고 있는데 하느님이
예쁜 얼굴과 뽐낼만한 미인의 몸매를 주셨다. 남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그러나 작위적이지 않고,계획적이지도 않지만 통제되지
않는 그런 인생의 곡예를 통해 부(富)와 신분수직상승을 쥐기 위해
애쓰고 있는 주인공이다. 권지예작가가 섹스와 남녀사이의 도발하는
엑스터시에 대한 이미지 상상력과 필력이 간단치 않다.
"루이 14세는 없다"
또한 한마디로 너무 재미있더라. 무려 430쪽 두꺼운 책이다.
프랑스 중세 역사책인데 이영림교수가 글을 너무 잘썼더라.
16세기초 프랑스왕 앙리2세는 합스브르크제국에맞서며 한편으로는
에스파냐(스페인)와의 전쟁 등 종횡무진 유럽의 패권을 쥐기위해
전 생애를 전쟁으로 보낸 왕인데 그가 갑작스레 죽고 허약한 그 아들
둘이 연이어 프랑스왕에 즉위하게되지.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한참 오래전 여러차례 감상한
영화가 한편 생각났다.
이 앙리2세의 왕비(부인)가 이탈리아에서 온 여자인데
두 아들이 왕위에 오르며 연속 섭정을 하게되고 프랑스 의
프로테스탄트-스위스 칼빙의 신교도신학을 따르는 세력
-위그노파 세력과 內戰이 흥미진진하게 발생하는 그 역사를
담은 영화 .
"여왕 마고"-이영화를 나는 오래전 여러차례 보았던것인데,
이영미교수의 이 책(루이14세는 없었다)을 읽으며,한편으로는
프랑스영화 대작-"여왕 마고"를 기억하며 책을 읽으니 요즘 늦여름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적감흥과 더불어 즐겁게 지내는것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에서 늙은 여우같던 그 여자의 이름은 -카트린 드 메디치.
이탈리아 메디치 명문가문 태생이다.
"여왕마고"의 첫장면.
프랑스 파리의 聖바로돌로뮤성당에서의 결혼식.
프로테스트탄트 위그노派의 대장과 죽은 앙리2세와 메디치의 딸의
정략결혼. 프랑스 신.구교 전쟁의 타협의 산물이지.
웅장한 결혼식. 난 이 영화 이 첫장면에서 울려퍼지는 중세 카톨릭
교회의 분위기와 음악에 전율을 느낄정도였지.
이 파리에서의 정략결혼이 끝나고 축하연이 벌어지는 그날밤부터 파리를
비롯해서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위그노파 신교도에 대한 대대적인
살육작전이 시작되는거지.
유럽역사를 대략 이해하건대,15세기말에서 일세기 이상 치열하게
전개된 종교개혁전쟁의 결과 지금의 카톨릭과 개신교의 분리와
공존의 새로운 인류문명과 종교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이를 통해 카톨릭의
자기정화와 새로운 헌신은 르네상스이후 인간정신과 종교를 새로운 차원에서
승화발전시키는 역사를 대단히 훌륭하게 이룩하여 왔다고 볼수 있스며
한편으로개신교의 경우,르네상스-새로운 문명과 인문사회의 근대세계가
건설되는 과정에 중심적인 역할,이를테면 개신교도(프로테스탄트)라는
것은 근면,절제,자기확신의 의로운 신앙 ...이런 주제와 이미지와 일체
되는 것으로 새로운 세계근대문명의 주역이었다고 나는 생각하여 왔다.
그런데 근래 우리 한국사회에서 개신교가 지난 백년간 민족사에 큰 공헌
과 기여를 하면서 그 이후 6.25사변을 거치면서 엄청나고
커다란 물량적 증가를 이루어왔지만 민족역사발전의 수준에서 그리고
양심과 도덕적인 면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는 사건들을 보면서, 한국의
개신교는 과도히 경제사회의 물량위주의 성장발전에 자기주체의식없이
철저히 중독 됨으로써
과거 중세 카톨릭으로부터 억압받고 살해당하며 출발했건 피비린내
나는 자기출생역사를 깨끗이 잊고 방종과 쇄락의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와 비판의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경이다.
무분별한 신학교난립,자격없는 목회자 양산체제,헌금과 교인숫자에
매몰된 많은 개신교회의 양태를 보건대 나는 그런 판단을 지울수
없다.
시장자본주의의 성장과 생활의 윤택,수치와 물량위주의 사회제도에
인간가치가 도리여 넘어져 복속되고 과거 근대세계사를 개척한 프로테스탄트의
겸손.절제,근면.정의...이러한 진지한 인간문명의 가치를 갖고 출발했던
개신교-프로테스탄트의 패배한 역사와,-- 한국개신교의 성장은 반비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여왕 마고”로 돌아가서 -
난 이영화 보고 영화음악(싸운드 트랙) 테이프를 사서 한동안
자동차에서 듣고 다닐정도로 푹 빠졌었는데 이 영화가 1990년대
초반에 나왔었기 때문에 그때는 CD가 없었고 모두 음악테이프였지 .
이 영화에 나오는 프로테스탄트 위그노派 대장이 나중에 카톨릭으로
개종하면서 프랑스왕에 오르고 대신 신교도 위그노파의 합법적 활동을
보장하는 "앙리칙령"을 선포하게 되는거지.
유럽중세사와 교회사(史),그리고 프랑스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이른바 프랑스 부르봉왕조의 시작이다.
"루이 14세는 없다"로 돌아가서-
이 책은 저자 이 영림교수의 박사학위논문을 개작증면한 결과물이다.
논문제목은 <프롱드난(亂) 동안의 정치문화와 민중의식-마자리나드를
중심으로>.
이 책에서 잘 나오지만 법원귀족들과 귀족영주들의 합작반란으로 루이14세
를 흔들게 되지만 수년만의 내전을 승리로 결말지은 루이14세는 유럽의
최강자 프랑스의 절대 군주정(君主政)의 주인공으로 명실공이 등극하면서
흩어져있던 프랑스권력의 중앙집권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성공한다.
이른바 “태양왕”이란 칭호도 갖게 된다.
나이 5세의 어린이로 루이14세가 즉위하고(1643년) 통치권은 오랫동안 ‘마자랭‘
수석대신이 수임 행사한다. 18년이 지난후 (1661년) ‘마자랭‘이 죽고 23세의
청년 루이14세는 친정을 선포하고 그 유명한 ‘콜베르’를 수석대신으로 삼아
반란을 진압하며 귀족의 권세를 격파하여 복종케 만들고 프랑스를 통일시키며
국토를 늘리고 전쟁을 수행하며 통치한다.
유럽사회가 중세의 봉건적 분권국가에서 근대적 국민국가로 이행하던 16~18
세기(프랑스혁명이 일어나던 때가 18세기 후반 즉,1789년~1792년이다)
에 탄생한 과도기적인 정치형태인데,그 전제되는 조건은 중세의 경제기반인
영주중심의 예속농민제도에 의한 장원(莊園)농업경제의 독점적 수탈적
수혜자인 귀족사회를 제압함으로써 그것은(절대왕조제) 가능한것이었다.
루이14세는 그 당시 터오르는 새로운 인간문명(르네상스)의 이상에 불타오른
인물은 아니었다. 따라서 백성과 농민의 고통에 귀기울이는 인격고매한
인문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루이14세는 부르봉왕조의 새로운 융성이란 야망에 불타오른 인물
이었고 유럽의 패자로써 프랑스를 새로 건설하기로 굳게 결심한 절대군주
이었다.
그당시 프랑스사회의 사회모순은 심각했다.
위에서 설명한 프롱드난(亂)을 진압하면서 왕권에 도전하던 법(法)과
지방(地方)의 귀족을 패배시키고 권력을 장악하면서 영광(榮光)의 프랑스
를 세우기위한 타국과의 전쟁이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스므로 그 피해와
고통과 질곡의 멍에는 과연 누구의 어깨와 등짝에 짊어지게 되었을까?
2,000만명 프랑스인 대다수인 농민들은 지금의 의미의 자유농업인도
아니었다.그 당시 얼마전까지도 초야권(初夜權)에 강제되었던 봉건귀족에
예속된 신분이었다. 그들은 계속되는 잔혹한 전쟁에 불려나가 생명을
바치고 무거운 세금에 짓눌린 암흑중세 프랑스의 희생양이었다.
긴박한 전쟁자금을 충당하기에 급급했던 수탈구조와 재정제도의 모순
(귀족은 면세이었다-이를 해결하기위해 간접세 징수가 강화된다)
속에서 이 당시의 사회상(社會相)과 왕실과 귀족사회의
부패와 환락과 사치와 권력을 아주 적나라하게 그린 공로는
이 영림교수의 몫이라 생각한다.
태양왕 루이14세는 파리를 떠나 새로운 궁전을 건축하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가 베르사유궁전. 유럽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최고의 궁전을
파리근교 황무지와 같은 숲과 늪지를 메워 건설한다.
이 책은 권력자를 둘러싼 여러 잡다한 군상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재미를 더하는 프랑스사(史)의 차원을 떠나서 떠오르는 근대문명의 바로
직전의 유럽 뒤언저리의 암흑과 같은 백성의 질곡,사회모순,권력의 양대
세력을 나눈 전통귀족과 절대왕권을 노리는 왕실세력의 쟁투 그리고
한세기가 지나 노도와 같이 분노한 민중의 함성에 의해 이루어진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에 대한 역사교과서로서의 책무도 이 책은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사회에 대해 환상을 가질 필요가 전혀없다.
그들도 불과 2세기 안팎의 문명의 발전에 의해 오늘날의 선진국가의 반열에
올랐음을 상기하자!
끝으로-책중의 아래 내용을 잠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파리는 도둑과 암살범의 소굴이었다.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밤에는 도저히 외출을 할수 없을 정도였다.낮에도 산책이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거리는 포장되지 않은 상태였고 농촌에서처럼 진흙구덩이였기 때문이다.“
"루이 14세는 없다"- 이 책은 재미있고 지식으로도 좋은 책이다.
그러나 조금 지루하다.그 이유는 너무 내용이 자세하고 길기 때문인 것 같다.
(끝
첫댓글 나는 책도 읽지않고 공짜로 책 한권을 읽은듯합니다. 감사그려야겠지요
독후감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여왕마고 영화도 보고싶구요.
정말 길고 정성 깃든 독후감~ 이런 장문의 글 오랜만에 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