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김선우 시인과 나> 2019년 봄나들이 후기
2019년 4월 20일.. 김수영문학관..
안녕하세요. 작년 가을에 이어 올해 봄에도 즈런나모가 인사드립니다.
지난겨울은 그리움이 숨죽인 날들이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만나는 카페 회원들과의 정모, 겨울에 쌓인 눈을 꾹꾹 밟듯이 그리움을 저만치 두고, 밟으며 다지며 보낸 겨울나기였습니다.
입춘이 지나고 우수, 경칩을 건너 꽃 피는 춘사월, 음력으로는 춘삼월 곡우였지요. <시와 김선우 시인과 나> 카페 정모가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김수영문학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김수영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꽃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벚나무에는 푸른 이파리가 돋아나기 시작하며 벚꽃과 녹색 잎이 한데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립니다. 좁은 인도에는 보기 좋을 만큼 꽃비가 내려 보도블록 위를 심심치 않게 수놓고 있었습니다.
공지에 달린 댓글로 보아 열 명 가까이 모일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김수영문학관에 도착하고 조금 아슬해지고 말았습니다.
재회를 꿈꿨던 세 분은 바쁘시고, 갑작스레 일이 생겼을 것으로 판단되는 산불님, 초당님, 주막님, 모두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작년 오월 강남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뵈었던 태목님, 근 일 년만이지요.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처음 뵙지만 몇몇 분들은 과거에 뵌 적이 있다던 강돌님도 무쟈게 반가웠습니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고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김수영문학관으로 들어섭니다. 저는 문학관에서 가까운 창동에 사는지라 김수영문학관에서 열리는 문학 행사에 간간히 오곤 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지역주민인 셈이지요.
김수영문학관 1층은 김수영 육필 원고 등 관련 자료를 진열하고, 2층은 김수영 시인이 생전에 간행한 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인 『달나라의 장난』(춘조사, 1959)을 비롯하여 최근에 나온 『김수영 전집』(민음사, 2018)까지 김수영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김수영을 연구한 많은 연구자들이 있지만, 『김수영 전집』을 엮은 이영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조금 독특한 경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영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김수영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지요. 제 생각엔 미국 학위가 더 권위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곳의 연구 풍토가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김수영문학관 3층은 작은 도서관, 주말은 쉬는 모양입니다. 이어 4층은 대강당, 오늘은 강좌나 행사가 없어 굳게 닫혀 있습니다.
5층, 아니 옥상은 널찍한 테이블에 길쭉한 의자가 잘 갖춰져 있고, 북한산 조망이 좋은 장소입니다. 북한산은 보는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이지만, 서울의 동북 방면인 이곳 도봉구에서 보자면 오른쪽부터 왼쪽 방향으로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순이지요. 그래서 이 세 봉우리를 합쳐 일명 삼각산(三角山)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김수영문학관 뒤편으로는 원당샘 공원이 있습니다. 원당샘 공원은 도봉구의 여러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 장소입니다. 특히 한글날 기념행사와 백일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원당샘 공원은 연산군묘를 끼고 있습니다. 공원 바로 옆 둘레길과 통하는 길 옆 나지막한 언덕에 왕릉에 비해 초라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연산군묘가 폐비 신씨와 함께 쌍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자락을 걷습니다. 우이동으로 넘어가는 도로를 건너 방학동으로 접어들면 방학동쪽 둘레길 가까이에 간송옛집이 있습니다.
간송옛집은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 수호에 큰 공을 세운 간송 전형필의 자취가 남아 있는 100여년 역사의 전통 한옥으로 간송 묘소와 어우러져 있습니다.
간송옛집을 두루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나오려는 우리 일행에게 안내소에 있던 여인이 관심을 보입니다. 어디서 왔냐고, 무슨 모임이냐고 묻더니 괜찮으면 간단히 간송옛집 안내와 해설을 해 주겠다고 합니다. 덕분에 다시 간송옛집 안으로 들어가 한복을 곱게 입은 여인의 안내와 해설을 듣는 호강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벌써 열흘이 지나 그 호강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기억력에게 타박을 보내며 간송옛집 기둥마다 세로로 붙어 있는 서각 하나 옮겨보는 것으로 대신 합니다.
春風大雅能容物(춘풍대아능용물) - 봄바람처럼 넓은 아량은 만물을 받아들이고
秋水文章不染塵(추수문장불염진) - 가을물 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간송옛집을 나와 ‘까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찻집으로 갔습니다. 아담한 단체석이 마련된 찻집은 분위기도 커피 맛도 괜찮았습니다.
이제 대화가 될 분위기에 들어선 것이죠. 가이아님, 태목님, 강돌님, 생소해님, 난나님, 그리고 저 즈런나모, 이렇게 여섯 분이서 돌아가며 준비해온 시낭독도 하고, 김선우 시인님의 근황도 듣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글을 쓰신다는 강돌님은 말씀도 달변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공식 일정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아쉬운 분들은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여 뒷풀이를 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모두가 아쉬운 상황. 모두 함께 찻집이 있는 건물을 빙 돌아 길가 쪽에 붙어 있는 ‘봉평메밀막국수’ 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메밀 막국수를 물, 비빔, 온 등 종류별로 시키고 막걸리가 한 순배씩 돌아갔습니다. 역시 대화에는 막걸리가 제격이지요.
화기주가 애애잔으로 넘치는 즈음 멀리서 오신 분들의 엉덩이가 들썩였습니다.
강릉에서 오신 태목님,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도 꼭 뵙기를 기대합니다.
동두천에서 오신 강돌님, 『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와 새로 나올 책 모두 대박 나시기 바랍니다.
의정부 난나님, 강돌님과 같은 방향이라 조금이나마 함께 가셔서 다행입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이천에서 오신 생소해님, 거기까지 전철이 연결된다니 다행이고 좋았습니다.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에구, 경산에서 오신 우리 가이아님, 잘 내려가셨겠지요. 늘 애쓰시고 두루 잘 챙기시는 그 마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시와 김선우 시인과 나> 카페 봄나들이는 조촐한 인원이 모여 조촐한 시간과 조촐한 걷기와 조촐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하신 회원 분들에게는 다음 정모에 참석하시기를 적극 권유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주인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입니다.
감사합니다.
즈런나모 올림..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문학관 옥상에서 북한산 조망과 태목님이 가져오신 커피콩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간송옛집에서 설명을 들은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는 역관들 그리고 추사 김정희까지 이어집니다. 간송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중요하게 여겨서 '간송옛집'을 해례본의 필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 건물을 당시 구청장님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천막이 덮힌 별볼일 없는 건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많은 재산을 받았고 그 재산을 받을만한 그릇인 간송은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합니다.
카페에서 각자 김선우 작가 관련 시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 날의 스케치를 잘 해 주셨네요. 카페에서 모두가 글을 읽고 얘기 나누었던 것이 인상에 남네요. 사진과 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ㅎㅎㅎㅎ 즈런나모 형님의 멋찐 모임후기 잘보았습니다. 참 글을 맛깔나게 쓰시네요. 고맙습니다.... 서울 올라가면 막걸리 한잔 청하겠습니다 꾸벅.....
간송 전형필 옛집 잘보았습니다
부자도 넘치지 않게 한국전통 기와집을 아담하게 짓고 살았군요
품위와 절제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