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라이딩을 위한 동계용품들
박순백(자전거 라이더, 언론학 박사)
10월 하순에 이르자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요샌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라이딩을 하다가는 당장 감기에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아침나절과 저녁의 기온은 상당히 내려가 있어서 아침은 대개 섭씨 10도 이하, 저녁은 15도 이하의 온도를 보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18-24도에 이르는 한낮의 기온과는 일교차가 워낙 커서 콧물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기온이 낮은 아침나절부터 작정을 하고 라이딩을 나가는 경우는 그에 맞춘 복장을 하고 나가지만, 특히 늦은 오후로부터 저녁나절에 걸쳐 오랜 시간동안 라이딩을 하게 되니 갑작스런 기온 강하로 당황할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최근에 메쉬(mesh) 이너 웨어 위에 입은 반팔 상의에 팔 토시를 하고, - 바지는 천을 긁어 보풀이 일게 한 - 기모(起毛)가 없는 긴 걸 입은 상태로 늦은 오후에 라이딩을 시작해서 어둑해 질 때까지 팀 라이딩을 한 적이 있다. 저녁 식사가 길어져 좀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온이 어찌나 내려가 있던지 마치 한겨울 같은 찬바람이 몸 전체로 스며들어오는 느낌이었고, 반장갑 밖으로 나온 손가락이 어는 듯한 감이 들 정도였다.
- 이런 메쉬 이너를 입고...
- 팔 토시(“토시”란 말은 arm warmer에 해당하는 순 우리말이다.)
게다가 통풍구가 많은 카본 커스텀 부츠를 신은 상황이다 보니 발가락 앞부분이 어는 듯하고, 전체적으로 발이 시리기도 했다. 그 뿐인가? 헬멧의 통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으로 나중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기도 했다. 그런 상황으로 처음 몇 킬로를 달리다 보니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하고 아래위 치아가 딱딱 부딪힐 정도에 이르렀다. ‘이거 큰 일 났구나!’ 싶었다. ‘몸에서 열이 나면 괜찮겠거니...’ 하면서 기어비가 높은 상태에서 케이던스(cadence)를 높여 달리니 처음엔 찬바람이 더 많이 파고드는 문제까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그렇게 계속 몇 킬로를 달리고 나니 몸에 열이 서서히 올라 심한 추위는 가셨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더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다행히 감기기는 오지 않았다.
- 이런 헬멧 커버도 없이...
- 이런 레이싱 커버도 없이...
하긴 11월의 일교차에 대한 준비가 없이 근교의 암벽 등반에 나선 록클라이머들이 급강하한 기온 때문에 자일에 매달려 일곱 명이나 죽은 일도 있지 않은가?(1971년 북한산 인수봉 사고) 10월 하순의 자전거 라이딩에서는 그런 일까지는 없겠지만 위에서 필자가 겪은 상황과 같은 경우에는 여차 잘못하면 간절기의 감기에 걸려 1~2주 동안 고생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특히 늦가을 찬비가 와서 기온이 많이 내려간 다음 날 야간의 라이딩이었으니...
- 이런 바람막이(windbreaker)도 없이 나갔으니...
가장 후회가 되었던 것은 져지 뒷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적은 부피의 바람막이 재킷을 세 개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안 챙긴 스스로의 준비 없음이다. 그것 하나만 챙겼어도 온몸을 사시나무떨듯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겪은 후에야 자전거용 겨울 용품을 미리미리 챙겨놓았어야했다는 후회감이 생기다니... 가을에서 겨울로 향하는 간절기의 일교차를 우습게 보면 절대 안 되겠다.
차제에 라이딩에 필수적인 겨울 용품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미 위에서 처한 상황을 통해 어떤 용품이 필요한가는 다 밝혀진 듯하니 그걸 하나씩 열거해 보기로 한다.
우선은 헬멧의 통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을 액세서리이다. 그건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하난 비올 때 사용하는 레인 캡(rain cap) 등으로 헬멧을 씌우는 것이다. 가끔 비닐 샤워 캡을 레인 캡 대용으로 쓰려고 공구함에 넣어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그걸 비상용 바람막이 캡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 이런 레인 캡을 사용해도 좋다.
이런 외부 노출용이 아닌 것으로는 헬멧 내부에 쓰는 쿨맥스나 플리스(fleece) 비니(beanie)가 있다. 평소에도 땀이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비니를 사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갑작스런 기온 강하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본격적인 스컬 캡(scull cap)류의 방한모를 사용할 수도 있다. 겨울철 라이딩에서는 귀가 시리면 안 되기 때문에 귀를 제대로 덮어줄 수 있는 액세서리를 사용해야 한다.
- 스컬 캡.
나머지 한 가지는 머리 전체를 감싸고, 눈 주위만 나오게 한 후에 목까지 감싸는 바라클라바(Balaclava)를 사용하는 것이다. 체열의 60%가 머리를 통해 발산된다고 하니 이런 액세서리를 미리 준비하여 체온 강하를 막아야할 필요가 있다. 얼굴을 감싸고, 목을 감싸는 폴라 버프(polar Buff)도 필수품이다. 폴라 버프는 폴라텍(Polartec) 원단을 사용하여 체온과 열손실을 막아준다. 또한 투습, 발수 기능도 뛰어나므로 쾌적한 느낌을 준다.
- 바라클라바
바라클라바는 머리에서부터 목까지를 커버하고, 신축성 있는 천으로 만들어져 있으나 대개 윈드스토핑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바람이 스며들기는 하지만, 안쪽이 기모 처리가 된 것 등도 있으므로 그걸 쓰면 맨살로 바람을 맞는 것보다는 훨씬 덜 춥다. 문제는 바라클라바가 일체형이라 필요한 경우 부분적인 개방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업힐을 할 때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한 업힐 시 숨이 차서 헐떡대다 보면 앤티 포그(anti-fog) 처리가 되지 않은 스포츠 글라스에 김이 서려 시야를 해치게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이런 문제 때문에 부분 개폐가 되거나, 입 주위를 메쉬 처리하는 제품도 있는데, 그건 다 막힌 것에 비하여 바람이 들어오는 문제가....-_-)
- 이런 보온용 마스크가 있으면 좋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은 경우는 메쉬로 된 이너 웨어 위에 반팔 져지와 토시만 사용하는 것으로도 문제가 없지만, 위와 같은 상태로 기온이 급강하한 경우는 물론 초겨울의 라이딩에서는 메쉬 스타일의 이너 웨어보다는 앞부분에 얇은 윈드스토퍼 혹은 윈드텍스 천을 한 겹 덧댄 쿨맥스, 혹은 헬싸(Healtha+)류의 신축성 이너가 더 바람직하다.(이런 이너의 장점은 방풍, 보온이지만 덧댄 윈드스토퍼 천 때문에 약간 버석거리는 소리, 혹은 버석대는 느낌이 나는 문제가 있다.) 이런 기능성 이너 웨어들은 소위 사방 스판(four-way stretch)으로 신축성이 좋아서 입은 느낌이 좋고, 일부는 인체공학적으로 근육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기도 하며, 대개 항균방취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땀냄새가 나지 않는다.
물론 내부에 기모 처리가 된 긴 팔 져지를 입어야 하고, 그 경우도 져지의 앞부분은 윈드스토퍼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의 역시 상의와 마찬가지이다. 같은 재질의 긴 바지와 내의가 필요한 것이다. 겨울용으로는 발열 섬유(천)를 이용한 의류도 바람직하다.
- 봄,가을 위주의 윈드 재킷이나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는 윈드 재킷.(이보다 더 두꺼운 천으로 만든 동절기, 적설기용도 따로 있다.) 요사이는 방풍, 보온, 방수, 발열의 다양한 기능을 가진 윈드 재킷들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윈드 재킷 중에는 옆구리 부분에 긴 지퍼가 달려있어서 그것을 열고 닫아 통풍량을 조절하는 것이 있는데, 그런 제품이 매우 효용성이 있다.)
- 동절기용 이너 웨어.
장갑은 당연히 손가락 전부를 넣을 수 있는 긴 걸 써야하고, 재질은 윈드스토퍼류가 바람직하다. 찬바람이 스며들어오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핸들 바를 잡기 쉽고, 손가락의 움직임이 자유로우려면 가급적 얇은 재질의 장갑이 좋다. 하지만 얇은 장갑의 경우는 보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으므로 히트텍 등의 발열성 천을 사용하고, 방수도 잘 되며, 투습 기능도 뛰어난 얇고도 기능적인 장갑이 좋다. 그것이 따뜻하나 두툼하고 투박한 장갑(벙어리 장갑, 스키 장갑 등)에 비하여 훨씬 나은 건 분명하지만 그런 기능을 가진 장갑은 의외로 값이 비싸다.(대개 라이더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격에 비해 2~3배는 비싸더라는 불평이 있다.^^)
- 발열 기능이 있는 긴 장갑도...
양말의 경우는 목이 길고 따뜻한 걸 택해야 한다. 하지만 라이딩 중에 땀이 잘 배출되지 않는 양말은 주의해야 한다. 그런 양말은 발이 시리게 하고, 심한 경우 동상이 걸리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봉제의 방수, 투습이 되며, 이중, 혹은 삼중(얇은 내피, 중피, 외피의 레이어)의 천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가장 이상적이다. 보온성을 높인다고 너무 두꺼운 양말을 신는 경우, 발은 평소에 신던 신발로부터 큰 압박을 받아 혈류가 안 좋아져서 발이 시릴 수 있고, 역시 이는 동상의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목이 높고 따뜻한 겨울용 신발을 따로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그게 부담되는 경우는 슈즈 커버를 사용하면 된다. 슈즈 커버는 가을과 초겨울에 사용할 만한 것과 한겨울에 사용할 만한 것의 두 종류가 있다.
- MTB용이라면 이런 동절기용 방한 슈즈가 있지만...
- 싸이클이라면 특별히 동절기용으로 나온 방한 슈즈가 거의 없다시피하므로 이런 방한 및 방수 슈즈 커버면 족하다.(양말은 따뜻한 걸 골라 신고...)
- 네오프렌 재질의 커버가 있어도 좋다. 이런 잠수복 재질의 커버는 윈드스토핑 기능과 내한 기능이 강해서 대단히 따뜻하다.
갑작스럽게 추위가 다가온 요즘 이런 대비도 없이 무작정 ‘긴 팔, 긴 바지면 되겠지...‘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라이딩이 준 교훈을 얻고서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자전거용 겨울 용품의 종류이다.
첫댓글 캬~~~ 다 갖추는 데 비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