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받은 전화 한 통
이제 3일간의 잔치는 끝났나 보다. 네가 기훈교육대에 입교한 날 부터 어제까지 하늘에서도 아시는지 아쉬움을 달래주는 비와 눈이 내렸는데 오늘 아침은 햇살이 부서지도록 화창한 날씨다. 하지만 칼바람이어서 뼛속까지 스며드는구나. 이럴 때마다 잔잔하게 네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성애인가보다.
어제는 종일 아빠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하고 있는데 낯모르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와 받았거든. 남자 목소리더라~ 근데 서령고 조현왕 선생님이시라며 육사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엄마의 글을 읽고 반가워서 전화했노라고 말씀하시는데 고맙더라. 너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시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를 해 주셨단다. 그 선생님도 고향이 공주 정안이라며 외할머니 동네를 잘 아시더구나. 자신도 아들 하나인데 육사에 보냈노라고 부모 마음이 다 똑같다며 활기찬 목소리로 전화기를 타고 흐르는 분위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여러 친구들과 어른들이 널 위해 기도하며 응원해 주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말고 조금은 힘들고 외롭더라도 꿋꿋하게 견뎌내길 바란다. 순간의 고통은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행운의 여신이란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거실 커튼을 걷으며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을 바라본다. 널 바라보고, 널 생각하고, 널 그리워하며 하나하나 깊은 눈빛으로 본단다. 그 화초들을 볼 때마다 추운 겨울인데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구나하고 속으로 네가 훈련하는 것도 잘 견뎌내고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는다.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왜 그리 네가 보고 싶은지.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기도 하고, 네 옷가지를 만지작거려 보기도 한단다.
장호야, 생각나니? 너 초등학교 시절에 총학생회장에 출마하기 위해 찍었던 사진. 흰 목 티에 빨간 스웨터에 짧게 자른 머리가 잘 어울렸던 모습의 사진이 오늘은 유난히 엄마의 눈길을 멈추게 하는구나. 엊그제 머리를 자르고 미장원에서 나올 때 그 모습하고 똑같단다. 개인적으로 엄만 그 사진의 장호 모습이 가장 멋져!
엄마 혼자 있는 시간엔 틈만 나면 너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모습을 회상한다.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모습을 거슬러 돌이켜보는 시간이 왜 그리 좋은지.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야, 널 그리워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으니까. 이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우리 장호의 모습을 떠올리는 엄마의 마음은 대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장호야, 어차피 인생은 혼자인 거 맞는단다. 여럿이 혼자.
언제 어디서든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 있는 자세로 행동하거라. 우리 집 가훈처럼 정직한 생활을 하면 이 세상 두려울 것이 없단다.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가 널 믿었듯이 너 스스로 이 세상을 믿으면 되는 거야.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네가 뜻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지혜와 용기, 사랑이 충만하길 빌며 오늘은 이만 접는다. 긴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할게. 힘내고 파이팅 하렴.
2008. 1. 24.
서산에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