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기해년 황금 돼지 해라고 덕담을 나눈다.
저마다 새해 첫날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빌기 위해 바다로 산으로 해맞이 간다.
난 집에서 조용히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복잡한 인파와 교통체증이 싫다.
2000년 밀레니엄 행사 중 ‘영덕 삼사해상공원에서 제야의 종 타종식을 마치고, 포항 호미곶 해맞이 행사’를 밤을 새우며 한 기억이 또렷하다.
나의 공직 생활 가운데 잊을 수 없는 한토막의 이야기이다.
평소 보다 일찍 5시에 침대에서 스트레칭하며 일어나 양치와 잇몸 마사지를 하고, 물 한 잔 마시며 새해 첫 날을 시작한다.
안방에 조용히 앉아 울 가족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빈다.
컴퓨터방에 건너 와 일부 지인들에게 ‘2019년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라고 새해 인사를 한다.
나에게도 5시 20분에 ‘복 많이 받고 건강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 온 사람도 있다.
사정에 의해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혼자서 말이다.
통새우 복음밥, 김장 김치, 물김치, 사과 4쪽이 전부다.
냉동실에서 통새우 볶음밥 300g 1봉지를 꺼내 달군 프라이팬에 냉동 상태의 볶음밥을 붓고, 주걱으로 저으며, 중불 약불로 볶아주면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된다.
요즘 참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통새우 볶음밥은 ‘다섯 가지 국내산 생 야채와 탱글탱글한 통새우, 고슬고슬 갓 지은 가마솥 밥을 불 향이 나도록 볶은밥’이다.
후식으로 고마운 분이 보내 온 청송 꿀사과를 한 쪽 먹는다.
‘혼밥이 시대의 트랜드’라고 나 또한 가끔씩 혼자 먹는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늙어가는 것은 혼자가 되는 것이다<혼자 있는 시간의 힘(사이토 다카시, 장은주, 주.위즈덤하우스, 2018년 1월)>”는 글이 오늘 따라 가슴에 와 닿는다.
어제와 변함없이 오전에 커피 잔을 들고 읽다만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 수오서재, 2018년 12월)’ 책을 읽는다.
친구가 10시에 전화로 ‘새해 건강해라’라고 안부를 전해온다. 요즘 소통 수단이 전화에서 카톡 문자로 바뀌고 있으나 항상 전화가 온다.
조금 후 광명에 있는 큰 외손자로부터 ‘외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전화가 오고,
군포의 작은 외손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 이제 6살이에요’라고 영상통화가 와서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라! 설에 만나자!’라고 덕담을 한다.
오후에 운동은 계속해야 한다.
헬스장에서 아는 사람과 악수하고, 목례하며 서로 새해 인사를 건넨다.
헬스장에 여성 회원은 3명 뿐이고, 대부분 남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여자들은 빨간날에 쉬는 공무원’이라는 헬스장 여 트레이너의 표현이 재미있다.
운동은 1시간 가볍게 하고 일찍 마쳤다.
과유불급이라고 12월말 연일 운동을 좀 과하게 해서인지 입술이 부르터는 일이 생겼다.
나만의 퀘렌시아 롯데백화점 상인점 7층 히코코에서 라떼 한 잔의 여유를 가질려고 갔으나 휴점일이라 아쉬웠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주고 받은 카톡 문자를 점검하고 휴식한다.
새해 첫날 이런저런 소소한 일들로 한 해가 시작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KBS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 4464회, 2019년 1월 1일, 100년을 살아보니 철학자 김형석’ 편에
올해 100세 노 철학자가
‘강의 준비도 2주 전에 끝낸다. 시간에 쫓겨 마음 졸이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건강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도 운동도 식사도 천천히 여유있게 한다.’라는
말이 새해 아침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진다.
나도 새해에는 더욱 천천히, 단순하게, 지혜롭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2019년 1월 1일
화요일
새해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