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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7
말레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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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곰이 앉아 있는 모습. /위키피디아
얼마 전 말레이시아에서 골프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곰이 생포돼 야생 보호 당국에 인계됐대요.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여 있는데 가슴팍에만 흰 털이 돋은 생김새는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비슷했어요. 하지만 이 곰은 털이 아주 짧고 몸집도 훨씬 왜소했죠. 바로 세계에 있는 곰 여덟 종 중에서 가장 작은 말레이곰이랍니다.
말레이곰은 머리부터 몸통까지 길이는 최장 1.4m, 네발로 기어다닐 때 어깨높이는 최고 70㎝랍니다. 곰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북극곰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죠. 몸무게는 다 자라도 70㎏으로, 북극곰의 10분의 1 정도랍니다. 털 길이도 곰 중에 제일 짧아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등 열대우림에 살고 있어요. 지구촌 여덟 종류의 곰은 각각 사는 곳의 환경에 맞춰 적응하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는데요. 말레이곰 역시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속 생활에 훌륭하게 적응했어요. 다른 곰보다 훨씬 가볍고 몸의 형태도 늘씬해요. 그런데 발톱은 아주 길고 발바닥은 털 하나 없이 맨숭맨숭해요.
이런 신체 구조 덕에 그 어떤 곰보다도 나무를 아주 능숙하게 타죠. 나무 위에 새 둥지처럼 집을 짓고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내요. 먹이 활동은 물론 잠을 자고, 새끼를 기르는 일까지 나무 위에서 해결하죠. 이렇게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건 생존 전략이기도 해요. 워낙 몸집이 작다 보니 호랑이나 비단뱀 등 큰 육식 동물에게 종종 사냥을 당하기도 하거든요. 음식과 약재에 쓰겠다며 불법 포획하고 있는 인간도 무서운 천적이고요.
말레이곰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려요. 하나는 태양곰(sun bear)이에요. 가슴팍의 둥근 흰무늬가 마치 해가 뜨거나 질 때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이 흰무늬는 말레이곰마다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지문과 비슷한 역할을 하죠. 다른 하나는 꿀곰(honey bear)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꿀이라서 생긴 이름이죠. 꿀을 좋아하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가 연상되죠? 말레이곰은 벌집을 부숴서 꿀을 꺼내 먹어요. 날카로운 발톱으로 단단한 벌집을 부수고, 30㎝나 되는 긴 혀를 날름거리면서 꿀을 빨아 먹죠.
말레이곰은 잡식성으로 나무 열매와 함께 개미·흰개미 같은 곤충도 곧잘 먹어요. 굴이나 나무 구멍에 숨은 곤충을 사냥할 때 긴 혀가 아주 유용합니다. 말레이곰은 덩치가 왜소하지만 혀는 지구상의 그 어떤 곰보다도 길답니다. 보통 곰은 날씨가 추워지면 봄이 될 때까지 겨울잠을 자고, 그전에 최대한 많이 먹어두는 습성이 있는데요. 말레이곰이 사는 곳은 1년 내내 따뜻하고 주변에 먹을 것도 풍부해요. 그래서 겨울잠을 잘 필요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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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