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5시 정각에, 엄마는 갑자기 작은 수술을 받으신 엄마 친구분 댁에 가자고 하셨다. 이라크에서는 아프거나, 쾌유 중인 친구를 찾아가는 일은 기본이다. 엄마의 친구 분은 두 길 건너에 사신다. 난 가지 않으려고 갖은 핑계를 같다 붙였지만 엄마는 단호했다.
초콜렛 한 상자를 안고, 5:40 경에 집을 나섰다. 엄마 친구 댁까지는 5분도 안 걸렸다. 우리는 몸은 좀 어떠냐, 많이 좋아졌다 등 인사들을 나누고 나서, 거실에 둘러 앉았다. 거실은 어두웠다 :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저물어 가는 태양빛이 빛의 전부였다.
"전기가 6시에 들어올 거야...그래서 일부러 등불을 안 킨거야." 엄마의 친구는 미안해 하시며 말씀하셨다.
엄마와 거실에 편안히 자리를 보는데, 거실 저쪽 구석에서 한 형체가 급히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너 어디가니?!"엄마의 친구 Umm Hassen이 말했다. 그리고는 우리 쪽들 돌아보며 짤막한 소개를 했다. "얘는 M이에요. 우리 식구랑 친구 사이에요...아부 핫산 만날려고 왔는데..." 나는 잘 보기 위해 목을 빼고 어두운 거실 저 편에 있는 형상을 보았다.
"이제 정말 가야겠어요...어두워 지고 있고..." 모기만한 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Umm 핫산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단호히 말했다 "안돼. 여기 있어, 아부 핫산이 나중에 집까지 태워다 줄꺼야."
형상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Umm 핫산이 부엌에 차를 가지러 간 동안 거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엄마는 침묵을 깨고 그녀에게 물었다. "가까운데 사니?"
"아...그건 아니고...바그다드 외각에 살아요...남쪽 외각이요, 하지만 지금은 몇 길 건너에 사시는 친척댁에 있어요." 나는 귀 귀울려 그녀의 말을 들었다. 목소리로 봐서는 나이가 어린 것 같았다 - 스물에서 스물다섯살 사이 정도...어쩌면 더 어릴지도.
Umm핫산이 차를 들고 거실에 들어오자, 불이 깜빡 거리며 들어왔다. 집이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 우린 각자 불이 들어와 감사하다는 기도를 중얼거렸다. 누런 불빛에 나의 눈들이 적응을 하자 그 여자아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짐작대로 앳된 얼굴을 한 소녀다. 20살도 안 되어 보였다. 검정색 숄을 흑갈색 머리 위에 걸치고, 검정색 핸드백을 손에 움켜쥔 채 거실 저쪽 구석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빛이 들어오자, 그녀는 더 웅크러 들었다.
"왜 거기 그러고 있니, 어서 이쪽에 와서 앉으렴." Umm핫산이 친근하게 꾸짓으며 말했다. 그녀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이더니, 엄마와 내가 앉아 있는 소파 옆에 있는 의자 쪽으로 걸어왔다. 그녀의 일어서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처음으로 그녀가 얼마나 말라 있는지를 알아 차렸다 - 긴 치마와, 셔츠는 남에 옷을 얻어 걸친 것처럼 그녀의 마른 몸 위에 걸려 있었다. 그녀가 의자에 뻣뻣하게 앉은 모습은, 그녀를 더 어리고, 더 작아 보이게 했다.
"M은 나이가 어떻게 되니?" 엄마가 다정하게 물었다.
"19이요."
"학생이니? 어디 학교 다니니?"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아랍문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휴학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왜냐하면...
"왜냐하면 미군들이 구금시켰으니까!" Umm핫산 아줌마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머리를 흔들며 M의 말을 대신 마쳤다. "엄마랑 세형제들이 아직도 감옥에 있어서 아부 핫산에게 상담을 받으러 우리집에 왔어."
아부핫산은 변호사이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거의 아무 사건도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 언젠가 아부핫산은 현재 이라크 법질서 상태는 수백 마리의 호랑이들과, 수천 마리의 하이에나들이 득실 거리는, 어떠한 법도 없는 정글 같다고 했다. 아무도 어떤 법이 적용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를 모른다; 부패한 판사들, 그리고 경찰들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그리고 범죄 사건에서 이긴다 해도, 살인자/도둑/폭도의 가족들 중 누군가가 피해자에게 다시 복수할게 뻔했다...아니면 몇 주 후에 범죄자 자신이 풀려나서 직접 복수 할 수도 있고. 곧, 이겨도 황천행인 것이다.
하지만 M의 일은 예외엿다. M은 아부핫산의 돌아가신 친구분 딸이고, 정말 아부핫산을 빼고는 아무도 이 일을 도와줄 이가 없다.
추운 11월 어느 날 밤의 일이였다... M과 M의 어머니, 그리고 네형제들은 잠이 들어 있었는데 - 새벽 이른 시간에... 쾅! 소리와 함께 문짝이 부서져 나갔다. 비명, 외침, 욕설, 저주, 밀치고...가족들은 모두 거실로 끌려 갔다. 네형제는 머리에 보자기가 씌워진채로 끌려갔다. 가장 어린 동생은 고작 15살이였다...M과 M의 엄마는 거실에서 심문을 당했다 -
"저 벽에 걸린 사진 속에 남자가 누구야?"
"M 아비되는 사람입니다. 6년 전에 뇌졸증으로 죽었어요..."
"거짓말 하지마, 정보를 입수하고 왔다- 그 사람 예전에 무슨 지하 비밀 저항 조직에 있었다며?" M의 엄마는 이쯤되서는 이미 반미친 상태였다. 그는 그녀의 죽은 남편이였다! 아들들은 어디로 데려간건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한거지?
통역이 M엄마의 마지막 질문에 답해주었다. '너희들이 저항 세력을 도와줬잖아.'
그들이 대체 어떻게 저항 세력을 돕고 있단 말인가, M엄마는 알고 싶었다.
"너희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많은 돈을 지원해주고 있지 않는가."통역가가 설명했다. 군인들은 M네 가족들이 군인들을 공격하는데 드는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M네 가족은 아무런 '자금'이 없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소용 없었다 - 전쟁으로 두 아들들은 일하던 공장이 문을 닫아 실직한 후로 M네는 담배랑, 과자, 사탕을 파는 작은 구멍가게에서 버는 돈과 'kushuk'에서 받는 작은 돈으로 살아야 했다. 그들은 음식비만 간신히 벌고 있는 처지였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중요치 않았다. 엄마와 딸 역시 머리에 보자기가 씌워진채 어디론가 끌려 갔다.
그리고 Umm핫산 아줌마는 말을 마쳤다. 그때까지 M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며,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이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M이 남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M과 그녀의 엄마는 심문을 받기 위해 공항으로 잡혀갔다. 그녀는 머리에 보자기가 씌워진채 어떤 방에 있었다. 머리 위에는 밝은 조명이 있었고, 보자기 구멍 사이로 사람들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엄마가 발길질 당하고, 폭행을 당하고 있는 심문실에서 무릎을 꿇은채 앉아 있어야 했다.
Umm핫산이 준 찻잔을 잡고 있는 M의 손은 마구 떨렸다. "엄마는 그들에게 제발 딸만은 다치게 하지 말아 달라고 빌었어요... 나를 놓아주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든지 하겠다고, 무슨 말이든지 하겠다고 했어요." 창백한 얼굴로 M은 말했다. 몇 시간 동안 학대를 당한 뒤 모녀는 헤어졌다. 각자 다른 방에서 심문을 받기 위해 쳐넣어졌다. M은 가족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에 대해 질문 당했다 - 누가 집에 놀러 왔었나, 친척들은 누가 있는지,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지 등.
여러 시간 뒤, 모녀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 수감 되었다 - 수많은 범죄자들 그리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수감 되어 있는 그곳.
아부 그라이브에서 M은 다시 엄마와 헤어지게 되었다. M 생각에는 엄마가 아마 바그다드 밖의 다른 수용소로 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여러 달 후 - 몇 차례의 폭행과, 간수에게 강간을 당한 남자 수감자를 눈으로 목격한 후 - 일월 중순 어느 날 M은 갑자기 풀려나 삼촌 집으로 가게 되었다. 삼촌 집에는 그녀의 막내 동생이 있었다. M의 삼촌이 변호사들과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어렵사리, 서로 다른 수용소에 잡혀 있던 M과 15살 짜리 막내 동생을 빼낸 것이다. 그리고 M의 엄마는 여전히 아부 그라이브에 있고, 다른 세형제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리고 M과 그녀의 삼촌은 한 이웃이 M네 가족에 관한 거짓 고발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이웃집의 20살 먹은 아들이 M네 형제들 한 명과 몇 년전에 싸운적이 있는데 그때의 싸움으로 생긴 감정이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저 군인들을 위해 일하는 통역가 한명에게 연락을 취해 M네 주소만 알려주면 되는 것이였다. 이렇게 간단하다.
M과 M 삼촌은 M네 가족의 오랜 친구인 아부핫산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아부핫산은 돈도 받지 않고 일해주기로 했다. 그때부터 계속 형제들과 엄마를 빼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라 했다. 난 화가 났다 - 왜 언론에 알리지 않는가? 적십자사에는 왜 연락을 안 취하는건가? 뭘 기다리고 있는건가?! M은 슬프게 고개를 가로져으며 적십자에도 연락을 해봤지만 수천, 수만 가지 사건들이 이미 접수되어 있는 상태라서 M네 사건을 보기까지는 수천년이 걸릴꺼라고 했다. 그리고, 언론 - 내가 헛소리를 했군! 어떻게 언론에 알리겠는가...엄마와 형제들이 아직도 잡혀있는 상태인데...다른 수감자들 중에 "연합군에게 대항"해서 15년 형을 받은 이도 있다 한다...그녀는 그런 위험부담을 안을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참을성 가지고, 기도를 할 수 밖에...
M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에 엄마와 umm핫산 아줌마는 조용히 눈물을 닦고 있었다. 나는 그저, "정말 유감이에요...정말..." 그리고 다른 쓸모 없는 말들만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내 동정어린 말들을 털어내며 말했다."정말 괜찮아요- 정말요. 난 맞기 밖에 안했어요, 정말 운이 좋았던 이들 중 하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