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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 31일 (토), 우천
보고픈 아들 봉연아, 오늘도 온종일 비가 많이 왔다. 토요일이지만 저녁 8시 반에야 퇴근해왔다. 주말이고 월말인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너의 편지를 받았다. 7월 28일자로 쓴 편지인데, 겉봉투에 홍천우체국 소인은 7월 30일자로 찍혀있고 오늘 7월 31일 저녁에 도착했다. 집에서 보낸 편지를 굉장히 늦게 받아 본 모양이구나. 그리고 1통은 받아보지 못한 채로 보내왔구나. 예상했던대로 운전 실습은 정신 바짝 차리고 하루하루 안전하게 조심해서 해야한다. 만약, 실무 자대에서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서 무엇보다 안전운행이 최우선이란 걸 명심해라. 봉연아, 입대하기 전에 네가 면허증을 취득했을 때, 아버지가 핸들을 맏겨 주지 않았던 것이 매우 섭섭했나보구나. 그러나 그것은 이 아비가 반드시 그렇게 했어야 하는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먼 훗날 네가 부모가 됐을 때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무모가 자식에 대한 안전 보호는 백 번 천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란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걸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
늦게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구장에서 알바를 할 때, 주인 아저씨가 너에게 차를 맡겼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구나. 지나간 일이라고, 별일 없었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일이 결코 아니란 말이다. 노파심에 방심을 할까봐서이다. 어쩌튼, 안전운행 의식이 철저해야만 무사고 운전자 (Best Driver)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
봉연아, 네가 입대 후, 체력과 피부상태로 계속 염려를 해왔는데 모두 괜찮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 아무렴 그래야지. 어떤 장애도 있어서는 안되며 꼭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다. 편지 내용에는 용돈이 아직 남아있는 양으로 썼던데 그럴 것 같지가 않구나. 보지 않고도 너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단다. 부대에서 개설해 주었다는 계좌로,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송금을 해 놓겠다. 인출이 언제 가능한지? 그리고 단체로 찍어야 한다는 사진은 돈 걱정 말고 찍도록 해라. 군생활의 추억인데... 우표를 두 종류(보통과 빠른우표)로 약간 동봉하겠다. 이 편지를 받을 시점이면, 4주차 중반 정도가 되겠구나. 남은 5주차 교육까지도 무사히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마치기를 빌며, 수료 후 좋은 곳으로 자대배치 됐으면 좋겠다.
참, 싼타모는 7인승 차량인데, 현재는 승합차로 분류되지만 내년 부터는 승용차로 바뀐다는 구나. 승차감? 쏘나타 못지않게 좋단다. 휴가오면 직접 운전해 보거라. 부디 건강한 생활하기를 빌면서... 99. 7. 31. - 편지를 받은 후에 아버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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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절절합니다.
공감이 가고요.
유 금숙님, 안녕하십니까.
실은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 매일 일기처럼 쓴 편지글인데 부끄럽습니다.
공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