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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 25 – 과용량 처방이 다반사인 이유는? (인격을 황폐화시키는 과용량)
1.하ㅇㅇ(남, 24, 무직, 발병일 2007. 본원 초진일 2011.10.14.)
PI ; 2001년 초등2 때에 부친의 직장을 따라 가족들이 전부 미국으로 이주함.
2007년 고2 때 ‘정부에서 나를 조정한다, 앰뷸런스가 나를 부르려고 신호를 보낸다, 우리 집을 티브이에서 모니터하고 있다.’ 등등의 관계 망상이 지속되어 외래 치료를 시작함.
미국에서 자이프렉사 15mg 복용으로 호전--->10mg--->7.5mg까지 감량했으나 2010년 5월 가출하면서 1개월간 투약 중단으로 재발하자 다시 자이프렉사 10mg으로 호전됨.
2010년 8월 부친이 귀국하면서 가족 모두 함께 귀국함. 원어민 교사 교육도중 이탈, 투약중단으로 재발함--->거제 시내의 정신과 외래로 다니며 자이프렉사 10mg에 호전된 후 부모가 치료를 제대로 받기 원하여 서울의 대학병원에 8주간 입원 후 2011년 9월말 퇴원.
고개를 끄덕이고 이상한 얼굴 표정을 짓는 것이 없어지지 않아서 자이프렉사 35mg까지 증량했으나 별 차도가 없어서 클로자핀으로 바꾸어 증량하기 시작함.
클로자핀 500mg+데파코트 1000mg/day으로 퇴원 이후 12시간 이상 잠을 잠.
초진일부터 클로자핀 200mg만 복용하게 했으나 여전히 12시간 잠자며 아침에 못 일어남.
자이프렉사에 호전이 있었으니 매달 채혈을 해야 하는 2차 항정신병약인 클로자핀을 꼭 복용하지 않아도 관해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리스펜 2mg를 권한 상태임.
본원에 오기 전에 정신분열병 진단받음.
2.김ㅇㅇ(남, 23, 의예과2년 휴학중, 발병일 2006년 가을, 본원 초진일 2011.9.8.)
PI ; 고2 가을 전교 1,2등이던 성적이 40등까지 밀려나고 ‘사람들이 내 흉을 본다, 내 앞에만 오면 절룩거리며 지나간다, 친구들이 나를 잡아먹을 것 같다.’고 하여서 6개월간 약물치료 없이 정신치료를 받게 함.
고3(2007) 10월부터 아빌리파이 7.5mg+프로이머 2.5mg/day를 복용함. 호전되었으나 재수하며 혼자 고시텔에서 생활하면서 2개월간 단약하고 재발함. 3수 후 한의대 입학(2010)했으나 2학년 올라가자 투약 중단으로 50일간 입원치료(2011년8월말 퇴원)를 받음. 길에서 춤추고, 나를 쫓아와서 서울로 피신 갔다왔다하고는 다시 서울 갔다 옴. 내가 라파엘, 선 대천사다. 내가 악마와 싸우고 자 게임 시작이다. 다소 말이 많았다함. (자이프렉사 10mg+아빌리파이 15mg+데파코트 1500mg+인데놀 20mg+부스파 30mg/day)복용함.
본원에 오기 전에 정신분열정동장애 진단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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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 2학년에 유학 간 하군은 우리말이나 영어나 어휘력이 짧았습니다. 180cm에 체격이 건장합니다. 발병 4년에 호전되어도 수시로 중얼거리며 이상한 표정을 짓고 못하게 하면 부모에게 심하게 화를 냅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입원시킬 상태의 재발은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해서 소생이 나가는 교회에 오게 하여 예배시간에 앞에서 찬송가 반주를 하게 하니 곧잘 합니다. 찬송가 연주는 처음이라는데 아주 잘합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성경고부가 끝날 때까지 4시간을 머무는 동안 혼잣말도 이상한 표정도 없습니다. 설교 말씀은 반도 이해를 못하고 외국에서 박사를 하고 온 신학교수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더 편해 합니다. 주3회 정신보건센터에 나가는 중입니다.
자이프렉사 10mg나 클로자핀 500mg이 치료범위(therapeutic window) 내의 용량은 맞습니다. 그러나 자이프렉사 5mg이나, 클로자핀 200mg에 관해상태가 유지된다면 환자는 필요 이상의 약물 복용으로 잠만 더 자게 되고 인생의 중요한 젊은 날, 12시간 이상의 수면은 5년만 흘러도 장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사례연구 24)으로 변모시킵니다. 클로자핀 100mg으로 더 줄이고, 문제가 없으면 매달 채혈을 안 해도 되는 다른 약으로 바꿀 것을 권해도 집에서는 이상한 표정을 자주 짓는다며 더 이상의 감량을 부모가 망설이는 중입니다. 우리나라 초일류 대학병원에서 일천만원에 달하는 입원비를 지불하며 교수가 맞추어준 약이라 미련이 남는지는 몰라도 이미 클로자핀은 반 이상 감량했고 데파코트를 안 먹어도 오히려 환자의 일상은 어느 때보다 좋다고 합니다.
주치의가 10년쯤 아래의 후배의사인데 대학병원에서부터 정신분열병 진단임에도 조울병에 처방 내는 기분조절제인 데파코트를 주고 있으니 다른 병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리튬, 발프로에이트, 카바마제핀, 라믹탈, 데파코트를 마구 주고 있습니다. 전공의 시절부터 보아온 현실이고 또한 잘못된 처방입니다. 종일 집에서 잠만 자는 하군이 화가 나서 부모에게 불손한 언행을 보였다고 데파코트로 완화된다는 기대가 잘못입니다. 소생은 30년 넘는 진료에서 그런 처방은 한 건도 없었기에 어느 의사보다도 우리와 똑같은 정상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더 많았다고 자부합니다. 스스로 조울병을 오진했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는 그런 처방은 없습니다. 그들이 화를 내는 이유를 살펴보고 그들의 낮 생활에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젊은 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유지용량도 교과서대로 2,3개월 기다렸다가 줄이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부터 클로자핀 300mg에도, 200mg에도 호전이 올 수 있었던 환자를 500mg까지 올렸다면 당장 200mg으로 줄여도 오히려 환자는 부작용에서 벗어나니 모든 일상이 더 좋아집니다. 잔여 증상들을 없애보려고 클로자핀 500mg으로 증량했더라도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고 퇴원이 가까워오면서는 당연히 감량했어야 합니다. 고액의 입원비를 지불하게 하면서 감량은 시도도 안 하고 8주간 무엇을 하다가 그대로 퇴원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클로자핀 300mg만 주었어도 호전된 상태가 차이점이 없다는 가정을 해보지 않는다면 이는 주치의의 대단한 오만입니다. 그 결과는 환자들을 황폐화의 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신과의사들은 젊은 정신과환자들의 허물어져가는 일생을 생각하고 그들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나의 처방이 최선인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겸손해야만 합니다. 이를 전공의들에게 교육시키지 않는다면 가르칠 자격이 없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 있으면 전문의들의 과용량 처방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않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만 클로자핀 500mg이 왜 과용량이냐고 되묻는다면 소생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환자들만 과용량으로 영원히 일상의 사회생활에서 멀어질 뿐입니다.
2. 재발이 자주 오는 정동장애는 모든 것이 더 어렵습니다. 재발이 자주 오면서 정신분열정동장애라는 진단이 붙으면 더욱 어렵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과량의 약물로 5년이 흐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모친이 간호사 출신인데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해 더욱 불신감을 가지고 불안해합니다. 덕분에 소생의 책을 보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퇴원 이후에 [2012 지구 차원 대전환과 천상의 메시지들] 책을 들고 다니며 고대문명과 예언에 관심을 보이며 병이 아니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공상과 환상이 왜 병이냐며 약을 안 먹으려고 합니다. 가톨릭 신자도 아닌데 프리메이슨, 루시퍼와 교황청을 언급하며 모친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병원에 와서 김군은 소생의 눈치를 봅니다.
병의 경과로 보아 3년 동안은 약을 먹자고 했지만 소생에게 병이 아님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집에서는 부모 때문에, 부모가 잘못 키워서, 어머니의 끊임없는 과잉보호로 입원했다며 간섭만 하지 않으면 재발하지 않는다며 약을 끊겠다고 부모와 실랑이를 벌입니다. 이도 어쩌면 발병 당시 약물치료는 안 받고 정신과의사도 아닌 상담자에게 정신치료를 받게 했던 결과일 수 있습니다.
6주 만에 리스페리돈 1mg+데파코트 500mg로 줄여서 부작용이 없습니다. 한의대를 졸업할 때까지만 의사와 상의하며 약물을 조절하자고 설득하는 중입니다. 조울병에 대한 병식도 없는데, 한의사가 될 사람에게 약물만 과량 주어서는(자이프렉사 10mg만 주어도) 한의대에서 진급을 하지도 못하고 낙제합니다. 조울병이라면 30%는 자연치유로 재발이 오지 않고 공부를 해낼 수 있는데 예방약을 과량으로 먹게 해서는 100% 낙오자를 만듭니다.
과용량은 이렇듯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자이프렉사 10mg도 관해상태의 조울병 환자에게는 분명 과량인데 왜 아빌리파이 15mg까지 추가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더구나 조울병 환자에게 예방약으로 지속적인 항정신병약물을 처방함에는 주의를 요한다고 교과서에 적혀 있습니다. 지연성 운동장애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조울병에서 약을 먹고 있어도 재발이 올 수 있다는 의사의 불안감으로 과량의 항정신병약물을 그대로 복용하는 환자는 5년만 먹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젊은이로 전락합니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되고야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생은 이를 악랄한 범죄보다 더 큰,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지난 30년간 예과 2학년, 본과 1학년에서 2,3번 낙제를 거듭했던 의대생 4명에게 최소량을 찾아주자 그들은 다시 낙제하지 않았고 서울의대, 서울치대, 경희치대, 원광한의대를 4년 만에 졸업하고 지금도 의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최소량의 약을 먹고 있습니다. 김군에게 정신분열정동장애가 정확한 진단이더라도 졸업 때까지만 소생과 약물을 상의하여 복용하고 그래도 재발이 없어서 끊어 보겠다면 의사가 된 후에 상의하자고 했습니다. 소생이 65세면 4년 만에 한의대를 졸업하고 5번째 의사가 되는 사람이 되자며 소생이 악수를 청했더니 아주 좋아하며 밝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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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용량 처방 이유
위의 20대 초반의 두 청년이 원래의 처방대로 복용했다가는 계속해서 12시간 이상 잠을 자며 체중만 늘어납니다. 2,3년만 지나도 모든 것이 중단되고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전문의들의 상당수가 항정신병약물들이 원래 그렇고 잠을 많이 자고 살이 찌는 것은 하는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만 이는 대단한 잘못입니다. 클로자핀을 꼭 복용해야 한다면 몰라도 정상적인 수면을 유도하는 항정신병약물들이 얼마든지 있고, 배고픔을 느끼는 부작용이 없어서 체중 조절이 가능한 몰린돈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몰린돈 처방을 내는 의원이 서울에서 두 군데밖에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나서 소생이 더 놀랐습니다. 소생의 전공의 시절(1981~1984년)에는 몰린돈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아서 미국에서 구해왔던 분도 있었습니다. 100kg에 육박하는 환우들에게 몰린돈을 추천했더니 몰린돈 처방을 내는 의원이 너무 없어서 몰린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로부터 알게 된 현실이었습니다. 그만큼 환자들이 과체중으로 젊은 날 인생이 망가지고 있어도 변해가는 체형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소생은 전공의 시절부터 한 알이라도 덜 먹이려 노력한 결과는 대부분 성공적이었습니다. 유지용량을 정하는 방법이 원시적이라 하여도 장복하는 약을 최소량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필요 이상의 약물은 넘치는 만큼 당연히 언젠가는 문제가 옵니다. 정신과의사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약을 줄이지 않는 결과가 젊은이들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면, 10년 지나면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폐인으로 변해 가는데 이 어찌 과용량 처방을 죄악이 아니라 하겠습니까?
소생은 입원실을 7년간 운영할 때에 평균 입원기간은 4주가 못 되었었고, 4주 만에 퇴원이면 벌써 리스페리돈 1mg까지, 할로페리돌 2.5~1.5mg까지의 감량이 있었습니다. 빠른 감량으로 20~30%는 재발 증상이 나타나도 앞으로의 장래를 위해서 해야 할 일임을 보호자에게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하고 따라 옵니다. 증량하면 곧 호전됩니다. 그런데 전공의를 교육시키는 교수가, 전문의가 과량의 용량에서 8주가 지나도 약을 감량하지 않으니 전공의들이 전문의가 되기 전부터 환자가 호전되어도 약물을 줄이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생의 이런 사례연구 보고를 읽으면 소생을 굉장히 이상한 나르시시즘 환자라 여길 뿐만 아니라 소생이 오진으로 약을 안 먹어도 재발되지 않는 조울병 환자를 붙잡아서 정신분열병 진단을 잘못 내려서 극소량을 먹인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진단 문제도 소생은 누구보다 더 환자와 가까이 시간을 많이 보냈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산책을 하고, 함께 조깅을 하고, 함께 목욕을 하고, 함께 예배를 드리며 내린 진단이니 가장 정확하리라 자부합니다. 그러니 호전되어도 약을 줄이지 않는 의사는 환자의 인생을 긍휼히 보며 감량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결과일 뿐입니다. 지연성 운동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교과서를 읽으면 분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문의들이 너무 겁이 없이 2,3개월마다 용량을 줄일 생각도 안 하고 있고, 정동장애의 관해상태에서 유지용량으로 항정신병약물의 처방은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설명에는 아예 눈을 닫은 기분입니다. 즉 약물 처방전을 보아서는 정신분열병인지 조울병인 분간이 도저히 안 가는 처방이 다반사입니다. 소생의 처방전은 30년 내내 뚜렷한 구분이 갑니다. 만성 질환의 경과와 환자들의 장래를 당연히 염려해야 할 정신과의사가 자신의 일을 제대로 안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결과로 신경과 학회에서 우울증의 치료를 처방내리고 치료할 수 있게 해달라는 웃지 못 할 논쟁거리를 만들었고, 현재 서로 소송 중입니다만 이는 정신과의사들이 제공한 것이라는 지적을 어느 보호자가 하였습니다. 모친의 오랜 정신과치료를 경험하며 약물에 대해서도 정신과전문의들이 알고 있는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지닌 보호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소생은 그저 부끄러울 뿐이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의 시정은 있어야 할 터인데…….
2011.10.25. 새벽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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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사들은 약을 과량으로 주는 것을 선호하는 것일까?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4판 127쪽
2003년 2월 완전히 재발된 상태로 모친과 함께 나타났다. 2002년 12월부터 나빠졌다고 했으나 기도원을 오랜 세월 데리고 다닌 것이 필자에게 알려질까 보아 건성으로 대답하는 느낌이었다. 집안의 유리창을 다 깼으며 주위에서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약을 증량하여 곧 호전되자 도서관에 나가며 영어공부를 하고 교회 일에 쓰임을 받고 싶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신문배달을 4개월 동안 하더니 연락이 끊어졌다. 2003년 6월까지 왔으나 또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2007년 4월에 다시 방배동 의원으로 온 이후에는 2009년 7월 답십리에서 마지막 진료 때까지는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외래로 왔었다. 2006년 용문산 근처로 이사하면서 재발하여 구리시에 있는 정신과의원에 1년간 다녔는데, 결국은 발병 이후 19년 동안이나 어머니의 독특한 신앙관으로 인해서 약을 지속적으로 끊은 것이다. 그곳에서 주는 약이 너무 세다며 하루에 리스펜 9mg을 먹는 약을 가지고 왔었다. 입은 반쯤 벌리고 살이 찌고, 수시로 어지러워하고 구토를 한다고 했다. 당장 하루에 리스펜 2mg까지 줄이자 위의 부작용은 거의 사라져갔었다. 그 동안 어머니는 신학원을 졸업하고 목사님이 되었고 교인이 2명인 교회를 꾸려가고 있었다. 환자도 신학원을 졸업하고 전도사 일을 보고 있다고 했으나 환자의 가족을 포함하여 교인이 모두 4명인 교회였다. 시골에서 닭을 키우고 성경을 열심히 읽으며 교회 일을 도왔다. 최근 3년 가까운 세월 이제는 약을 끊으려고 하지 않았고 재발도 없었다.
왜 의사들은 약을 과량으로 주는 것을 선호하는 것일까?
30년째 정신과 환자를 보면서 느낀 것은 약을 감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정신과의사들의 불안감 때문이다. 아니면 환자들의 삶에 대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 부족일 것이다. 이런 정신과의사는 약을 많이 쓰는 만큼 환자의 얘기를 자세히 듣는다거나 하는 면담조차 거의 하지 않는다. 3개월을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어도 의사와 면담을 한 번도 못했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특히 외래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병원에 오고 있는데도 나빠지면 전문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 지나간 세월 약을 줄이면서 필자는 나빠질 수 있다는 설명을 해가며 무모할 정도로 약을 감량한 결과는 20% 정도는 다시 입원시키는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결과로 지금도 요양소에 갇혀 있는 환자가 있다면 필자가 용서를 구하고 싶다. 그러나 정상생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약물의 최소량을 찾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고 재발을 경험했더라도 끝까지 필자에게 진료를 받았던 분들은 모두 최소량을 찾아주었다고 자부한다. 또 이 책에 나오는 50명 중에 한두 사람이 요양소에 가 있는데 약의 감량이 문제가 아니라 호전된 상태에서 스스로 열심히 살지 않고, 바둑을 두느라 기원에서 밤을 새우고 돈만 생기면 노름을 했던 결과이다. 아니면 끊임없이 약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부친이 지쳐서 죽기 전에 장가간 형이라도 건강하게 살게 해주어야 한다며 요양원에 데려다 놓은 경우였다.
위의 환자도 리스펜 9mg를 복용하고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기존에 출판했던 책 어디에선가 약물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정신과전문의는 직업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까지 하였었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 그의 인생행로를 생각하면 이는 하나님이 필자에게 부여한 소명이자 달란트라고까지 여기고 살아왔고 약물조절은 하나의 예술이라고까지 언급했었다. 재활에 관심을 가지고 환자들이 정상생활을 하도록 유도했던 정신과전문의는 당연히 약물의 최소량에 관심을 기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나간 필자의 정신과 진료경력 29년간 49명의 여자 정신분열병 환자에게서 항정신병약을 먹으며 70명의 건강한 아기들이 태어났다는 사실도 약물을 과량으로 처방내리는 전문의는 태어난 아기가 30년이 지나도 한 명도 없을 것 같고 결혼조차 부정적인 견해(사례50)를 피력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디 함께 웃고, 함께 울어줄 정신과 전문의를 만날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유지용량 : Pimozide 1.5mg+Cogentin 1mg/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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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 군은 2011.11.7~2011.12.12일까지 본원에 입원함. 2012.10.4일까지 본원 외래로 다님. 클로자핀 250~350mg을 오가며 복용 중임.
2.김 군은 2012.8.10~2012.9.5일까지 행동교정을 위하여 입원한 후 2013.년 2월 현재 리스펜 1mg을 복용하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번 학기에 복학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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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 26 – 표적증상을 잘못 정하면 약물은 과용량으로 올라가고 치료는 실패한다
이ㅇㅇ(16세5개월, 남, 1남1녀중 첫째, 2병동, 본원입원일 2011.11.1.)
PI ; 2010년10월 ‘사람들이 나를 무섭게 째려본다. 문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며 무표정하고 겁에 질려서 말을 못하고 대화가 안 됨. 수원의 개인의원에 2개월간 입원.
2011년1월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에 3개월간 입원치료. 이후 충남대 낮병원에 2011년10월까지 6개월간 다니며 약물은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에서 받아옴. 클로자핀 400mg+로나센 4mg+인데놀 20mg+아티반 1.5mg+Magmil 1000mg/day.
환자가 잠을 12시간 이상 자면서도 항상 졸려하고 누워서 TV만 본다며 소생의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책을 보고 약물조절을 위하여 충청도에서 거제로 찾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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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준비도 없이 현재의 상황을 상의하고 싶어서 찾아온 고1학생으로 휴학 중이었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자이프렉사와 인베가를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어서 클로자핀을 복용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소생이 졸업한 대학의 병원 처방이지만 처방이 틀렸다고 했습니다. 현재의 과용량으로는 세월이 흐르는 만큼 아이는 살만 찌고 무위도식하며 바보가 되어갈 뿐이라 했습니다. 2차항정신병약물인 클로자핀이 꼭 필요한 환자인지를 알기 위해서 다른 모든 약을 끊고 로나센만 주던가, 아니면 클로자핀이 꼭 필요한 경우라 하여도 정상생활을 위해서는 클로자핀으로만 100mg까지 줄여보아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1개월이라도 약물조절을 위해서 입원시켜주지 않으려면 첫째 방법은 클로자핀이 꼭 필요한 환자라고 보고 클로자핀 200mg만 복용하고 2주 후 외래로 다시 오자고 했습니다. 둘째 방법은 재발을 각오하고 클로자핀이 필요 없었다고 보면 로나센 2mg만를 먹든가 본원에 로나센이 없으니 리스펜만 2mg을 먹자고 했습니다.
부친이 고교교사였는데 정말 황당한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사로서는 서울대병원의 일천만원이 넘는 입원비도 문제였지만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공을 들이며 충남대 낮병원에 최근 6개월간 다니면서도 서울대병원까지 가서 받아오던 약으로는 폐인이 될 수밖에 없다니 소생이 거만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12시간 이상을 자면서도 항상 졸려하며 다니니 부모가 보기에도 이대로는 정상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소생의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책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망설이는 부모를 설득하여 입원시키고 부모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입원 당일로 리스펜 2mg+쿠에타핀 100mg/day로 감량하여 1주일, 별다른 문제가 없자 입원 8일째부터 리스펜 1mg+디아제팜 10mg로 더 줄이고 입원 15일째부터 리스펜 1mg 달랑 1알만 복용 중이지만 입원 20일째를 보내는 현재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클로자핀이 꼭 필요한 환자였다면 벌써 재발이 왔으리라 여겨집니다.
문제는 입원해서 처음 일주일간 ‘누가 나를 째려보는 것 같다. 눈이 돌아가는 것 같아요. 밖에서 여자소리가 들려요. 부모님께 전화 걸어주세요.’하며 고통스럽고 불안하다 했으나 겁에 질려 말도 못할 정도의 처음 증상이 없어서 그냥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간호사들에게 수시로 보채고 관심 받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간간이 간호사들의 나이도 묻고 웃음을 보이니 이제 우리병원의 간호사들은 환자의 호소가 진짜 망상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증상의 호소를 무시하고 격려한 결과는 근무자 모두가 진짜 정신병적인 증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환자에게 고1 학생이니 공부할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1주일 만에 면회 온 부모님도 약을 먹는 느낌이 없으니 너무 좋아합니다. 진작 꼭 필요한 약만을 찾았어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당연히 호소할 수 있는 언행에 의미를 두며 정신병적인 증상이라고까지 평가하면 약물이 증량됩니다.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은 2차약인 클로자핀을 과량으로 복용시켰지만 환자는 약물부작용으로 건강한 일상에서 멀어질 뿐이었습니다. 자라나는 중고생들이 클로자핀 400mg를 먹고는 게으르고 잠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신과의사의 진료는 환자 한 분 한 분의 전체적인 인간의 삶으로 이해해야지 반드시 없애야만 할 표적증상으로 잘못 정하면 이와 같은 결과만 초래합니다. 소생이 책을 낸 덕분에 이런 환자들이 몰려오는지는 몰라도 이런 처방이 너무 많습니다. 소아를 아이로 보지 않는 결과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중고생들의 청춘은 완전히 망가지게 됩니다. 3일 전에도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다음카페의 글을 보고 추천의사를 찾아갔던 중2 남학생이 성남 분당에서 왔었습니다. 리스펜 4.5mg을 먹던 곳에서 칼럼의 추천의사에게 갔는데 피모짓 4mg에서 2주, 말 한 마디에 더욱 증량되어서 피모짓 6mg에서 2주간 복용하고 왔었고 공부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소생이 내린 처방은 피모짓 1mg짜리를 50알 주면서 겨울방학 때 한 번 더 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봄방학 때 한 번 더 오고 아무 문제가 없으면 피모짓 1mg만 평생 복용하자고 했습니다. 듀크대학으로 진학이 결정된 고3 누나에게 내년 8월 유학가기 전에 그 동안 떨어진 동생의 성적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것을 주문했습니다. 경험상 동생의 재발은 20%정도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퇴근 무렵 추천의사 명단에서 과량을 복용시킨 의사 이름을 지웠지만 혼자 할 일이 아닌데 어찌해야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항상 느껴온 일이었지만 이제 이 세상에 태어난 지 16년, 14년 된 나의 아들이 맨날 잠만 자며 졸고 다니는 약을 장복하고 있다면 병명이 무엇이든 아버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재발은 나중 문제이고 약을 끊는 것입니다. 실제 과용량의 부작용을 견디기 어려워 약을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끊으면 부작용이 사라지고 마음을 놓을 만하면 2~3개월 만에 재발합니다. 재발을 경험하면 이제는 전문의의 처방을 끝까지 따르려 하지만 과용량으로 자식이 나날이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뇌가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니, 약이나 먹이고 그냥 쳐다보자는 이상한 설명을 하는 전문의까지 2일 전 상담실 글에 등장했었습니다.
왜 서울대병원에서조차 전인치유에 대한 생각으로라도, 약물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한 알이라도 덜 먹여보려는 노력을 아니 할까요? 오히려 과량의 약물을 복합처방까지 등장할까요? 자라나는 청소년이 클로자핀 200mg만 먹어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지경입니다. 소생의 답은 젊은 정신과의사들이 한 인간의 삶을 전체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약물에 대한 과신이 앞서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소생은 전공의 시절부터 끊임없이 환자들과 평생 먹을 약인데 1알이라도 덜 먹어보자는 권유와 시도를 해온 셈입니다. 그런 결과가 칼럼의 글에 등장하는 사례연구들이고, 출판한 책이었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누구보다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환우들이 많았음을 자부합니다.
둘째, 환청이나 망상의 과장된 호소를 정신병적인 증상이 있다고 보고 없애야만할 표적증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하는 한 그들의 증상 호소는 가성환각이나 가성망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잔여증상으로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지금도 들리고 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정신병이 아니라는 항변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약물을 증량하여도 아무런 이득은 없고 약물부작용만 가중됩니다.
셋째,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부족입니다. 주치의가 환우들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에 대해서조차 의미 있는 가치를 두지 않는 결과입니다. 즉 평생 정신과의사 일을 하여도 자기 일에 대해서 보람과 감동을 못 느끼고 찾을 생각도 없는 결과입니다. 환우들 입장에서는 유병률이 1%인 정신분열병의 확률에 해당된 불운에 그런 주치의를 만나서 다시 한 번 불운의 연속으로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세월이 흐르는 만큼 과량의 항정신병약물로 인하여 정신장애인으로 전락합니다.
환우 여러분! 당장 정신병적인 증상들이 없다고 치료가 다된 것이 아닙니다. 장복하여야할 약물이 일상에 지장이 없을 만큼 충분히 조절되었고 최소량인가를 여러분들이 꼭 확인하고 시도해야만 합니다. 충분한 약물조절이 선행되어야 여러분들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로 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찾는 자에게는 보일 것입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십시오. 꿈은 이루어집니다.
2011.11.20. 새벽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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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7일 모친과 통화한 결과는 서울대병원의 약물을 그대로 다시 복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클로자핀 400mg+로나센 4mg+인데놀 20mg+아티반 1.5mg+Magmil 1000mg/day. 도저히 일상을 이어가기 어려운 용량일 터인데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간다니 다행입니다.
2011.12.26일 퇴원시의 용량이 리스펜 1mg이었으니 다시 나빠질 수 있는 용량입니다. 둘 중 하나입니다. 재발이 왔다면 리스펜 1.5~2mg이 필요한 경우이고, 아니면 클로자핀이 꼭 필요한 경우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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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증상 [target symptom, Zielsymptom, 標的症狀]
Freyhan이 제창한 단어로서 불안, 억압, 환각 등 약제효과가 특히 기대되는 증상을 말한다. 즉 정신과 치료약은 정신질환만을 치료한다기 보다는 어떤 증상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분열증은 증상과 경과에 따른 치료대상의 증상을 보고 정한다. 목표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 사용하며 증상과 약제와의 관계를 자물쇠와 열쇠와의 관계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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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4판, 367~370쪽
정신분열병 치료에 대한 경험적 제안
1. 의사의 태도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는 치료의 과정뿐 아니라 예후까지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다. Betz는 적극적이고 동정적이며 환자의 약점을 보완해 주고 면담을 주도하는 의사군의 환자들(75%에서 호전)과 수동적이고 환자에게 모든 것을 용납하는 의사군의 환자들(27%에서 호전)에서의 예후를 비교한 연구에서 정신분열병의 예후는 치료자의 성격에 많이 달려 있다고 주장하였다. [소설 동의보감]에 나오는 無心之醫(병자에게 연민을 담아 보는 눈이 醫業으로 출세나 치부의 욕망과 바꿀 수 없다)의 개념은 오늘날 많은 의사들에게 다시금 귀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4. 평가
1) 약물치료를 시작한 후 굳은 표정이 풀리거나, 대화가 되기 시작하는 등 한 가지 변화만 있더라도 이미 긍정적이며 더 이상의 약물 증량은 필요 없고 다만 기다리면 된다. 오히려 호전되기 시작한 환자에게 조급한 기대를 하거나 증상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고 용량을 증가시킬 경우, 과용량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환자를 고생시키거나 자칫 과용량으로 인한 행동독성(Behavioral Toxicity)과 뇌기질증후군(Organic Brain Syndrome)을 초래할 수 있다.
2) 거의 예외 없이 치료 시작 1, 2개월 내에 가급적 빨리 원래 생활로의 복귀를 시도하였다. 그러는 동안 낮병원이나 기타의 사회복귀 과정이 많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3) Kolb 교과서의 정신분열병 예후에 관한 1/3, 1/3, 1/3의 기술은 이미 지식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필자의 짧은 경험으론 1/5, 4/5이며 특히 첫 발병인 환자의 경우 1/10, 9/10정도로 90%이상이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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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 27 – 장기간 지속된 극심한 조증상태 (조울병에 대한 소고)
성ㅇㅇ(17세6개월, 남, 2남중 첫째, 2병동, 본원입원일 2011.9.14)
PI ; '내게 기회가 왔어, 영감이 왔었어요. 외계인과 유토피아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다보니 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앞길을 텄어요. 제 결정으로 여러 사람이 피해가 없어야 합니다.' 말이 빨랐으나 호전되고 있다고 보았음. 2011.4.8. 대전에서 입원하여 본원에 9월14일 입원 시까지 두 차례 입·퇴원(중간에 8일간 퇴원함)을 반복했으며 복용약은 외박 중에 8월2일 내원, 당시 (쿠에타핀 1200mg+자이프렉사 10mg+리튬 1050mg+프로막 300mg+디아제팜 15mg/day). 갑상선 기능 저하가 나타나 리튬을 끊고 (쿠에타핀 600mg+오르필 1200mg+에필럽탈 1200mg+신지로이드 0.1mg+마그밀 1500mg)를 복용 중이었음. 입원 당일 쿠에타핀 700mg로 올리고 곧 호전이 있으리라 보았으나 환자는 잠을 못 자고 '노무현 대통령이... 큰 바위에서 뛰어내렸잖아요. 그게... 죽으려고 죽은 게 아니고요... 불안하다고 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말이 많았음.
입원 2일째 쿠에타핀으로는 시일이 더 걸린다고 보고 역가가 2배인 클로르프로마진으로 바꿈(클로르프로마진 1000mg+벤즈트로핀 3mg+오르필 1200mg+마그밀 1000mg+ 디아제팜 20mg/day). 클로르프로마진 800mg였으나 수시로 고함지르고 안정이 안 되어 1000mg를 복용한 셈임. 입원 21일째 클로르프로마진 400mg로 감량하자 다시 잠을 못자고 괴성을 지르며 증상이 나타나 입원 32일째 다시 클로르프로마진 1000mg까지 증량함. 입원 70일째 클로르프로마진 400mg까지 감량. 입원 77일째 클로르프로마진 300mg까지 감량. 입원 84일째 200mg로 줄였지만 아침밥을 못 먹고 식판 밥에 얼굴을 박고 졸고 있음. 입원 85일째 (클로르프로마진 100mg+오르필 900mg+디아제팜 5mg+마그밀 500mg/day) 복용 중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며 원래의 모습을 보임. 바둑이 4급으로 본래의 기능을 그대로 지니고 있음.
입원 70일째 클로르프로마진 400mg로 줄일 때에 발병한 지 7개월 반이라 조증은 저절로 끝날 때(평균 9개월)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환자도 관해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이 들었으나 감량으로 조증이 또다시 나타날까봐 감량이 늦어졌음. 고2 휴학생인데 입원 3개월을 넘기고 싶지 않아서 부모에게 지난주 퇴원을 상의했더니 약물조절이 완전히 끝나고 연말에 퇴원하기로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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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ㅇ ㅇ(60, 남, 출가한 두 딸과 아내가 있음. 본원입원일 2010.11.9~2011.7.29 사이에 3차례 입·퇴원)
2009.8.20~2010. 2.8 사이에 두 차례 입·퇴원 반복함. 소생이 입원 당시 주치의를 했던 금년 7월말까지 8개월간 환우는 조증 증상이 나타나면 온 병동이 소란할 정도로 큰소리를 내며 근무자가 힘들 정도였고 미래 장로라며 성경을 들고 다녔음. 쿠에타핀 2000mg까지 증량해야만 호전될 정도로 약물은 과량이었고 마지막 3번째 입원 시에는 (클로르프로마진1000mg +리튬 600mg/day)을 복용하자 곧 호전이 있었으나 2011년 6월이라 이도 조증의 평균기간인 9개월이 다되어간다는 생각이었음. 입원 5일째에 클로르프로마진 1000mg으로 바꾸었음. 젊은 전문의들이 비교적 신약인 쿠에타핀(=세로켈)을 선호하여서 조증 환자에게 소생이 투여한 결과는 호전이 늦어서 클로르프로마진보다 못하다는 결론임.
9월2일 내원한 환자는 이미 약을 안 먹은 지 2주라 하여서 겨우 리튬 600mg만이라도 먹자고 설득하여 1개월분 지어갔음. 10월19일 리튬 600mg를 1개월분 더 받아 갔으나 현재 2개월이 다되어 오지만 연락이 없음. 20년 넘는 병력에 환자가 약을 안 먹어도 다음 재발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 3년간은 기분조절제 소량이라도 먹자고 했지만 현재 안 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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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free 칼럼의 사례연구 23을 보면 조증 환자에서 호전되어 (리튬 900mg+ 할돌 1.5mg/day)로 31일 만에 감량이 가능했던 경우도 보았지만 조증 평균기간인 9개월 내내 입퇴원을 반복한 위의 두 경우를 소생이 본원에서 최근 1년8개월 동안 근무한 기간에 보게 되었습니다. 소생의 전공의 시절 정동장애에 대한 교과서 설명을 보고는 항정신병약물을 과량으로 올리지 않아도 좋아지더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전문의 1년차 때에야 과량의 항정신병약물이 꼭 필요한 환우들이 존재함을 대형 정신병원에 근무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환자들을 7개월 이상 내내 항정신병약물을 과용량으로 주어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하니 9개월 조증 기간 내내 항정신약물이 너무 과용량이어서 부작용이 너무 심하니 호전되면 줄여보는 수밖에 없는데 2,3개월 입원 후 호전되어 집에 가자마자 또다시 조증 증상이 나타나 재입원하게 되면서 보호자에게도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즉 8~9개월 내내 과량의 항정신병약물이 필요한 조울병 환자는 경험적으로 조울병의 10~20% 정도는 되리라 봅니다. 사례연구 23의 경우 외래에서 더욱 감량하여 현재 리튬만 750mg을 복용중이나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기분조절제만으로도 조울병의 재발이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데 그런 환우들에게조차 항정신병약물을 과량으로 주어서 일상을 힘들게 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본 상담실에 올라오는 약물 상의는 조울병인지 조현병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과량인 경우가 많습니다. 퇴원해서의 유지용량인데도 먹는 약물로는 분간이 안 가는 처방이 너무나 많고, 소생은 30년 내내 한 번도 처방내지 않았던 이상한 복합처방이고 과량입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위의 극심한 사례의 조증 환자도 현재 리튬 600mg 처방을 1개월 받아가서 2개월이 다되어 오지만 재발 상태가 아니고 본인이 약을 안 먹어도 괜찮은 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20년 넘는 병의 경과에서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조울병의 치료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교과서의 조언대로 3년 동안의 관해상태가 꼭 필요하고 소량이어도 기분조절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재발이 오더라도 기분조절제의 종류와 용량이 본인에게 얼마가 적정한가를 살펴봄이 좋습니다. 조울병에서 첫발병인 경우는 30% 정도에서 다시는 재발이 없기 때문에 1년 만에 단약을 정신과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현병이라고 진단을 내리고도 기분조절제를 처방 내는 이유를 살펴보면 조현병 환우들의 폭력성을 잠재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너무 근거가 없고 효과도 없습니다. 진단의 분간만 흐려 놓고 부작용만 가중시킵니다. 조울병에서 항정신병약물을 과감히 끊어보지 못하는 이유는 관해상태에서 예방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도 재발이 올 수 있는 조울병의 특성상, 정신과의사들의 불안감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거기에다 정신분열정동장애는 관해상태에 이르렀어도 항정신병약물이 끊어지면 재발이 더욱 잦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조울병과 정신분열정동장애의 분간도 쉽지 않을 때가 많은데 유지약물의 용량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얼마 전 상담글에 ‘조현병과 조울병은 분간할 필요가 없다(?)’고 주치의가 얘기했다며 약물이 너무 과용량이라던 상담이 있었습니다. 그런 주치의에게 다니는 정신과환자는 더더욱 불행할 뿐이니 하루빨리 그 의사의 곁을 떠나는 것이 옳다는 답을 드렸습니다. 진단이 틀려서 나중에 바꾸게 되고 그런 과정을 환우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이 아니라 과용량으로 환우의 장래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처방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표현을 서슴지 않는 정신과의사는 대부분의 처방이 과용량일 수밖에 없습니다. 면담도 거의 없고 정신병에 대한 설명도, 교육도 없습니다. 심지어 재발을 막기 위해서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몇 번 입원했지만 처음 들었다는 얘기까지 듣게 됩니다.
환우여러분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만성질환들은 모두 천수를 다하도록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당뇨, 고혈압, 조현병, 조울병 등은 모두 만성질환일 뿐입니다. 그러나 합병증으로 반신불수가 되어서 눈물의 세월을 보내는 분들도 많고, 손도 못쓰고 죽어가는 사람들도 너무 많습니다. 조현병이든 조울병이든 정상생활로 이어지는 분들이 너무나 많음을 여러분이 알았다면 그 길을 찾고, 만일 안 된다면 왜 안 되는지 그 이유라도 알아야 합니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아무것도 못하는 폐인처럼 되어버렸다는 호소는 전부 자신의 책임일 뿐입니다. 마음을 다하여 여러분들을 가족처럼 걱정하고 돌볼 정신과의사를 못 만난 것도 여러분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일 뿐입니다.
본 카페에서도 진실을 알게 된 당일로 문제점을 찾기 위해서 천리 길도 마다하고 찾아와서 해결하는 분들이 있고,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2,3개월 후에 조언대로 해보지도 않고 비슷한 상담글을 또 올려서 소생을 열 받게 만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명철과 우매함의 근본은 하늘에 있다고 했습니다. 찾으십시오. 두드리십시오. 그러면 길이 열릴 것입니다.
2011.12.14. 오전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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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지속되는 극심한 우울증상태는?
위의 첫 사례 고2생과 함께 지난 화요일(입원 90일째) 새벽 조깅을 이제 시작했습니다. 월요일 클로르프로마진 50mg으로 줄이고 리스펜 2mg을 추가하자 스스로 일찍 일어나 다른 고교생 2명과 함께 뛰었습니다. 그래도 9시간 이상을 자서 클로르프로마진을 완전히 끊고 어제(입원 92일째)부터 (리스펜 2mg+오르필 900mg+디아제팜 5mg/day)입니다.
위의 사례들과는 반대로 극심한 우울증이 거의 1년 내내 지속되는 조울병 환우들이 생각났습니다. 이런 경우도 아마 전체 조울병의 5~1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소생이 경험한 분은 1명입니다.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의 사례 18번인데 다행이 자살시도가 성공하지 않았고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환우의 모친이 방문을 열었더니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죽으려고 다리가 창틀에 걸쳐진 상태로 발견되어 입원하여 전기치료까지 받았던 처녀였습니다. 31년 정신과의사 생활에 조울병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극심한 우울증 환우를 1명밖에 볼 수 없었던 것은 워낙 자살의지가 강해서 자살로 정신병원 입원실까지 오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는 조울병(우울 기간) 환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조울병의 조증(9개월), 우울증(12개월)의 평균기간 내내 증상이 나타난다면 모든 일은 정지되고 계속 입원치료를 받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살아남기만 한다면 그들의 예후가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사례 18번의 환우가 고3때부터 시작하여 조증이 거의 매년 오더니 극심한 우울증을 경험한 후 7년간 관해상태를 보이며 의원에 왔었고 두 번째 임신하면서 스스로 단약을 했었습니다. 작년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4판을 준비하면서 친정으로 전화할 때 소생의 마음은 혹 자살로 공연히 부모님께 아픔을 상기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약 10년 동안이나 재발이 없었다니 소생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 가족들과 안부를 묻고 얘기를 나누며 감사하며 또 감사하며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즉, 위의 첫 사례 부모님은 너무 극심한 조증 증상을 보이며 장기간 입원할 수밖에 없었더라도 다른 조울병 환우들보다 더 좋은 결과가 오려고 이런 조울병의 경과가 주어졌다고 받아들이면 좋겠고, 실제 다시는 재발이 없을 30%의 가능성에 포함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 되리라 믿고 싶습니다. 어제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도서실에서 만화책을 자주 보고 있어서 많이 나무랐습니다. 이제 새벽 5:30분이면 또 함께 바닷가까지 뛸 것입니다. 연말에 집에 가서도 내년 3월 복학 때까지 이대로 생활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2011.12.16. 오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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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군은 2013.2월 현재 고2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퇴원하면서 발프로에이트 600mg을 처방 받았으며 2011.4월초부터 2011.12월말까지 조증의 기간을 다 보낸 상황이라 단약을 권하였고 현재 단약 중임. 성적은 반에서 2,3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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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책을 읽었지만, 또 이렇게 새로이 읽고 있으려니 많은 공부가 되고 잊었던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최소 약물을 찾은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낍니다. 선생님 우리 딸이 아빌리 5mg 일주일
복용하다가 잠이 뒤척인다고 하길래 제가 2.5mg 으로 내리신것 모르시죠 줄인지 10일이 되어가는데 잘자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더있다 말씀드릴려고 했는데 말하게 되네요. 우리 딸은 현재 163cm 키에 몸무게 57kg 인데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식단 조절하고 있고 안먹을려고 본인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잠도 리스펜1mg 을 먹을때보다 덜잡니다. 11시반 경에 자면 6시반이면 일어납니다
성공하길 기원합니다만 반 이상은 재발이 온다고 각오하는 게 좋습니다.
괜찮으면 정말 다행이고 향후 2년간 문제가 없으면 최소 유지용량으로 보면 됩니다.
좋은 사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