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 지난 6월에 읽은 책입니다. 한국의 최근의 대안적인 삶의 운동으로서 생태, 마을이라는 개념이 어떠한 중요 개념이 되어 있는가 보여줍니다. 이민사회에 얼마나 적용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생각꺼리를 줍니다.. ]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구도완 지음, 창작과비평사 | 2009.11
Posted at 2009/11/17
http://book.makehope.org/133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사람들은 왜 힘들어하며, 고통 없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처럼 평범하지만 풀리지 않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는 ‘우리시대 희망찾기’의 8번째 연구주제로 ‘대안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을 진행했다.
자 본주의시대의 생태적 한계를 깨닫고 호혜·협동하는 사회적 관계와 지속가능한 경제적 대안을 모색할 뿐 아니라 마을에 살면서 마을 너머의 세상까지 바꾸려고 애쓰는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대안교육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비 주의와 욕망을 부추기는 대중문화가 우리를 돈과 욕망의 노예로 만들어버린 현실에서, 자본-산업-국가라는 견고한 삼각동맹의 안팎을 넘나들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은 한여름의 수박 같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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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민중·시민운동을 넘어선 생태적 대안운동
한국의 사회운동은 1970~80년대의 민주화운동, 1980년대 후반 이후의 계급적 민중운동과 통일운동, 그리고 1990년대 이후의 시민운동이라는 궤적을 그려왔다.
계 급적 민중운동의 표본이던 현실사회주의가 낳은 국가주의·산업주의는 환경파괴와 개인의 억압이라는 문제를 낳았고, 시민운동은 2000년대 이후 점차 제도화되면서 체제 변형의 동력이 약화되면서 결국 시민들의 지속적인 지지확보에는 실패했다.
이런 사회운동의 역사에서 최근 등장한 생태적 대안운동은 기존 운동들과 질적으로 다른 운동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우선 생태적 대안운동의 ‘생태’는 자연이나 환경 같은 좁은 의미를 넘어 사회적 호혜와 연대, 자율, 내적 성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 라서 이같은 생태 개념에 기반한 대안운동은 기존의 대안적 진보운동이 빠지기 쉬운 성장주의를 비판할 뿐 아니라 개인이 계급·민족·조직에 용해돼버리는 지금까지의 사회운동과도 거리를 두며 자유·호혜·생태적 정체성을 체현한 개인이라는 주체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또한 미시정치와 거시정치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운동을 탈피해, 마을이라는 자율적 연대로 구축된 작은 진지를 거점으로 근대·산업자본주의·국민국가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한다.
물 론 생태적 대안운동은 자율적 공동체를 통한 대안의 모색이기보다 자칫 섬처럼 고립된 자신들만의 유토피아에 빠질 위험이 있다. 생활협동조합의 먹거리운동이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먹는 부자들의 ‘보신(保身)주의’로 변질되거나, 생태적 대안운동이 기업의 이윤논리에 매몰되곤 하는 사회적기업처럼 기존 체제를 넘어서기보다 보완해주는 데 멈춰버릴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반자본·반산업주의·반국가를 강조하는 생태적 대안운동이 은둔주의·고립주의·근본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밖과 국가, 지구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당부한다.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처럼 생태적 바탕 위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우애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저자는 인터뷰했다.
우 선 마을에 살면서 세계를 바꾸려고 애쓰는 마을공동체(서울 성미산마을, 부산 반송 희망세상과 물만골공동체, 경남 산청 안솔기마을)와 원하는 일과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이윤보다는 개인의 자유, 사회적 호혜와 협동, 생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대안경제(사회적 경제)를 실험하는 사람들(서울 한살림과 신나는조합, 원주 협동조합협의회와 밝음신협, 인천 평화의료생협, 사회적기업인 아낙과사람들 · 노리단 · 페어트레이드코리아 · 키친아트 · 애자일 컨썰팅)을 만났다.
또한 자원을 낭비하는 도시와 공업적 생산방식은 생태적으로 지속불가능할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며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대안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전북 부안 시민발전소, 경기 시흥 연두농장, 경기 안산 텃밭공동체, 전북 남원 한생명, 전북 진안군 마을만들기팀의)과 어른들의 불안 · 욕망 · 경쟁이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한국 교육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안교육을 실현하는 사람들(도서출판 민들레, 경남 산청 간디학교)도 만났다.
끝으로 우리사회에서 차별받는 여성, 이주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같은 소수자들의 문제와 씨름하는 사람들(서울 여성의전화, 이주노동자쎈터, 이랜드 일반노조)의 목소리도 담았다.
물 론 생활 속의 자율적 대안운동이 생활을 넘어 생태적이고 평화적인 연대라는 보편적 운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농산물과 공산품을 쓰고, 생산자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의료생협에서 진료받고, 대안학교에서 평생공부를 실천하며, 마을에서 이웃과 토론하는 마을공동체가 이곳저곳에서 많아진다면, 자본-산업-국가라는 삼각동맹의 철옹성은 흔들릴 것이다. [세진: 공동체들이 이곳 저곳에 생겨서 연결이 되면 시장과 국가와는 다른 사회적 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을 안에서 세상을 바꿀 사람들이 생겨나고 하나둘 연대를 확장하다보면 마을뿐 아니라 지역과 중앙정부까지 바꿀 수 있으리라 저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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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 ‘현장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찾다
일러두기
책머리에 - 이야기로 들어본 새로운 세상의 꿈
제1부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
1장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
2장 협동하는 대안경제
3장 농촌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
4장 학교를 넘어, 대안학교를 넘어
5장 차별 없는 세상
제2부 불안한 사회에서 새로운 세상 만들기
6장 욕망과 불안을 넘어선 행복
7장 사람, 소통, 그리고 신뢰
8장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의 책임인가
9장 국가와 시민사회를 넘어서
10장 새로운 세상의 꿈
11장 새로운 인간, 새로운 정치[세진: 이것이 중요]
맺음말 - 마을을 넘어서
주
부록1 구술자와 일터 소개
부록2 구술자에게 던진 주요 질문
참고문헌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한국 환경운동의 사회학』, 『녹색국가의 탐색』(공저) 등의 책을 썼고, 현재는 대안적 발전과 생태 민주주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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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책 단체 주문해서 꼭 봐야 겠네요. 누구 한국에 오시는 분 없나요?
기형적인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적인 한국사회에서 막연한 '대안"이라는 표현은 모호하다고 봅니다. 000에 대한 '대안'. . . 이런 식의 표현이 되어야 하겠지요. 대안은 현존하는 모순구조에 대한 진단과 평가, 여기에 기초한 해결책 제시가 순서일 것인데, 어떻게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있는 지 읽어 보고 싶군요. '마을'에서 시작한 미풍이 '자본주의'에 기초한 광폭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을까요? 흥미롭군요. 대부분의 '대안'이 자족적이잖아요.
우리의 두 눈은 늘 외부세계만을 바라다 보게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대안" "대안의 대안" "또 다른 대안" 뭐 이런식으로 찾아 다니고 있었죠. 근데 그 세상의 모순이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었고 진짜 대안적인 삶은 바로 나의 내면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디에도 없고 바로 내안에 그 힘이 있더군요. 내 내면의 삶이 바꾸어지는 그날이 세상이 변해져가는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그런 동지가 바로 내 옆에 있는데 내 마음의 눈이 어두워 잘 볼 수가 없을 뿐입니다.
맞아요. 궁극적으로는 "자기가 바뀌는" 것 이에요. 그런데, 그것은 또 "참나"를 "찾는 것" 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보아요. 그래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를 바꿀 (찾을) 필요가 생기는 거에요. 그런 것을 같이 하는 동지가 필요해요.
저의 어머니 일선님이 통일운동을 하시다가 영성쪽으로 빠지게 되신 경유가 바로 그 점을 깨달게 되어서 이에요.
그래서 "평화통일운동을 하자"에서 "평화가 되자"로 바뀐 것이에요. 그래서 책의 타이틀이 "나는 평화가 되었다"이에요. 대안적인 삶이란 다른 곳에 가서, 다른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는 것이지요. 그것은 동시에 (참)나를 찾는 것이고요. 위의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 점이 논해 지고 있어요. 한국의 생명평화운동, 귀농운동에서도 이 점이 강조되고 있어요.
"참 나"가 존재한다면 "참이 아닌 나"가 존재한다는 것이겠는데요. 어떤 개념상의 전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실인식의 문제라고 저는 봅니다. ' 참이 아닌 나'의 상태로 살아가다 '참인 나'를 찾아나가는 여정에는 반드시 현실에 대한 인식상의 차이를 동반하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진지하게 고민해보지요.
사이비님/ 여기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대안이라는 것은 첫째로 (비자본주의적=비시장주의적)관계를 의미합니다. (물론 자본주의적 관계에의 대한에 대안이지요.). "마을"이란 전통사회의 마을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비시장주의적 교환관계의 공동체/관계망이랍니다. 또 여기서 (이 책에서는 쓰지않는 개념이지만) "참나" 란 (비자본주의적/대안적 삶을 이끄는) "새로운 주체"를 말합니다. 대안적인 사회운동이란 (부분적이나마) 사회를 바꾸는 운동에 머믈지 않고 자기를 바꾸는 운동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