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무궁화가 내 정원에서 꽃이 피기까지는
2022년도 12월 초에는 대구역 꽃가게가 바깥전시에서 실내로 모두 옮겨 화분을 들여놓고 필요없는 죽고 가치없는 화분들만 길가에 늘어져 있는 찬 바람만 휘이 휙 불어제키는 쓸쓸한 거리로 바뀌어 있었다.
한참 동안이나 청송에서 겨울채비를 마치고 대구 앞산의 아파트에 있으니 무료하여 꽃가게의 생화를 구경하러 3호선 지하철을 타고 명덕네거리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여 대구역에 내려 뒷길로 걸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숫자로 헤아리며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밖에는 꽃화분이 없고 실내로 들여놓아 호기심이 도는 가게를 들어가서 구경도 하며, 화분 가게도 들러 화분 디자인과 수경재배에 어떤 수조들이 있는지를 쇼핑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그러다가 어느 꽃가게와는 조금 거리가 먼 곳에 물무궁화 줄기가 말라 잎도 없는 것에 씨가 달린 꼬투리만 앙상하게 남아 겨울의 스산함을 더 보태고 서 있었다.
'씨나 받아 파종이나 해보면 싹이 트려나?'
혼잣말로 주얼거리며 한참 동안이나 씨를 받느라 시간을 죽여나갔다. 다른 곳은 별반 구경할 만한 곳도 없어서 1호선 마지막 역인 연꽃단지가 있는 안심역으로 오랜만의 외출을 호기심 삼아서 다시 열차를 타고 잠시 눈도 붙였는데 그만 마지막 역에서 잠이 깨지 않아서 정비창으로 가 다시 되돌아 나오기를 앉아서 기다리며 청소하는 아줌마의 눈길도 받으며 한참을 시계를 켜고 끄고 또 켜고 끄고를 반복하였다.
내려서는 엘리베이터로 나와 중화요리집 아줌마도 보고 오랜만의 짜장면 맛도 볼겸 이화원의 문을 열었다.
반겨주는 아줌마와 인사를 마치고 씨를 받은 물무궁화를 키워 볼려는지 물었다.
꽃을 좋아하는 아주머니가 싫다고 할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여러 알갱이를 비닐 봉지에 담아 드렸다. 오늘따라 연꽃단지를 둘러보고 귀가하는 아저씨들이 보더니 무엇인지 아주머니에게 묻더니 "우리들도 줄 수 없느냐?"고 한다.
인심쓰는 김에 조금만 남겨두고 대여섯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4월 말에서 5월 초에 간격은 넓게 한 알씩 심되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이니 되도록 흙을 마르지 않게 관리하면 줄기가 길게 자라 위쪽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고 일러주었다. 저 사람들이 얻어갈 때 마음과 관심가져 심는 마음이 같아지기를 빌면서 주는 즐거움을 누렸다.
2023년도에 화분에서 발아시켜 두 포기를 기르고 남은 씨앗은 습기가 많은 곳을 찾아 심었는데, 올라오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꽃을 키우는데에는 영 잼병이다.
쉽게 잘도 키우는 분들은 틀림없이 한마디를 할 것이다. 제대로 못키우면 나한테나 주지.
'그거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꽃볼 생각을 한다.'고
그 말을 들어도 싸지. 더 이상 변명해봐야 더 못난이가 되는 거니까.
그러니 지난 해에 실컷 키우고도 꽃도 못보고 줄기가 마를 때까지 꽃봉오리 구경도 못했습니다.
여러해살이 식물이라서 겨울에는 큰 비닐봉지에 화분을 하나씩 넣어 물을 넉넉하게 주고는 윗부분을 봉하고 구석진 곳에 얼지 않도록 보관해 두었지요.
그 놈들이 봄 5월에 흙속에서 두개의 싹이 올라와 또 끝도 없이 줄기가 위로 크기 시작하였습니다.
옆 가지도 나오지 않고 위로 위로만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대구에 약타러 간다고 집을 비울 때에는 아예 물동이에 물을 화분의 반이 잠기도록 넣어서 가물에 마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덕분에 와서 보니 다행스럽게도 제일 위에서 꽃봉오리가 붉은 색이 보이게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주인이 오기를 기다린 모양입니다.
이런 고마울데가 있나?
그래도 지를 겨우내 비닐로 싸주고 잘 관리를 해준 보답을 한다고 첫 봉오리를 벌리지 않고 주인이 오기를 기다렸다니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요것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재미와 썩 닮은 모습이지요?
한 송이가 얼마나 큼직하고 멋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대견하다.'고 속으론 여러번 중얼거렸지요.
파아란 하늘과 너뭄나 잘 어울리는 장면입니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 첫번째 꽃을 피울 때의 순간과 겹쳐지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붉은 색이 가지는 묘미를 한껏 발휘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인공수정을 시킨 후 해가 서쪽산등성이를 넘어가는 시간에 봉오리가 점차 닫혀지는데, 내일 아침에 다시 꽃이 열릴지 봐야 알겠지요. 한송이는 꽃잎이 살짝 상처를 입어서 내일 아침에는 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닫혀진 꽃봉오리도 참 멋이 있습니다.
정말 화려한 붉은 빛입니다. 정열 그 자체입니다.
8월달이 열렸습니다.
1일 아침 07:46
처음 꽃이 피던 날은 해가 뜨기 전에 열렸었는데, 인공수정을 하고부터는 늑장을 부리고 있습니다. 암술부분이 매우 끈적끈적하여 수술가루를 묻히고 나니 붓끝의 입이 한가득입니다.
닫혀진 꽃잎도 넘 사랑스럽습니다.
시계초도 이와 같은 붉은 색을 가진바도 없지만 없는 시계초보다 있는 물무궁화가 훨 저에게는 소중합니다.
작은 솜털을 보십시요. 아기 피부같고 아기솜털 같습니다.
내가 찍어도 너무 잘 찍었다.
이런 찬사를 스스로 해보니 마음이 즐겁고 보상이나 되는 듯하네요.
아직 정식으로 무궁화를 국화(國花)로 설정도 안했다고 하니 이 아이로?
그래도 우리 무궁화가 역시나 추위를 이기는 힘이나, 줄기차게 이어서 피는 것이 제일이지요.
옛날엔 참 진딧물도 그리 많더만, 요즈음은 계량형으로 진딧물이 거의 없다시피 하던데요.
물론 공기유통이 잘 되도록 가지를 듬성듬성하게 키워 소통이 잘되게 관리를 해야겠습니다.
8월 1일 아침을 이 아이로 바깥 바람을 쐬러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장단지 있는 곳에 핀 뻐꾹나리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