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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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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안내 스크랩 필리핀 투바타하리프 여행기
큰산 추천 0 조회 65 12.12.13 00:2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낯설지만 매력적인 이름, 투바타하

투. 바. 타. 하.
이 이름은 어쩌면 많은 국내 다이버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지명일지 모른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투어 공지를 보기 전까지는 투바타하가 바다 이름인지, 다이빙 사이트 이름인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 이름이 주는 느낌이 워낙 인상적이기에 아무 것도 모르지만 꼭 가봐야 할 곳처럼 여겨졌다.
이름으로 내게 연상되는 그곳은, 잔잔한 수면 아래 거칠지만 한편 섬세한 남성의 감성을 담고 있는 짙푸른 물빛의 심상이다. 아니, 어쩌면 그곳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가까운 찬란한 빛의 이미지로도 그려지는 곳.
여하튼 이름에서 주는 그 강인한 느낌은, 모두에게 그곳에서의 다이빙에 대한 환상을 품어주기에 충분했다. 그곳에 가 본 이든, 처음 듣는 이든, 투바타하로의 다이빙 투어는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고, 16명의 투어 참가자들은 몇 달간의 기다림과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필리핀 마닐라로 향할 수 있었다.
 
 
이번 투어는 온라인 다이빙 사진 동호회인 바다아저씨(http://cafe.daum.net/unclesea)의 주인장인 성오용 강사의 주최로 이루어진 것.
바다아저씨는 수중사진동호회로, 바다를 사랑하고 그 모습을 앵글에 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투어 참석 인원 중 절반 이상이 수중촬영가인지라, 그만큼 투어를 통해 얻고자 기대하는 것들이 많았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혼자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을 깊은 지식과 인내로 이끌어 주시는 분이 계시고,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동참할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알고 떠나는 투바타하 다이빙
투바타하(Tubbataha)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접하고 있는 슬루씨(Sulusea)의 산호초로, 바스테라(Bastera), 제시 비슬리(Jessie Beazley) 등과 함께 원시 바다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다이빙 포인트이다.
이들은 1,000m 이상의 깊은 수심에서 솟아오른 해봉들로, 가장 중앙에 위치하는 투바타하 리프는 슬루씨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다. 투바타하는 North Tubbataha와 South Tubbatahah 두 개의 산호봉(Atoll)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리프는 8km 정도의 채널로 연결되어 있다. 리프는 바닥이 매우 얕으나 바다 쪽으로 급경사 또는 절벽을 이루고 있어 절벽을 따라 훌륭한 다이빙 광경을 제공한다.
투바타하는 이곳이 지닌 중요한 해양생물학적 의미로 1998년 필리핀 국립 해양 공원으로, 1994년에는 UNESCO 세계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필리핀에는 섬이 약 7,000여 개 정도로 많지만, 국립 해양 공원으로 지정한 곳은 투바타하 리프가 유일하다. 따라서 그만큼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 노력의 결과로 투바타하 리프의 산호와 수중 생태계는 거의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이 지역은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 떠있는 천연의 산호초군락이므로, 긴 일정의 리브-어보드 투어가 아니라면 투어자체가 불가능하다. 계절적으로 남서 계절풍이 부는 3월에서 6월까지의 짧은 건기에만 찾을 수 있으며, 4월과 5월이 투어의 최적기로, 적어도 6주 이전에 예약을 끝내야 투어가 성사된다. 따라서 다이빙을 즐겨하는 다이버들에게는 어렵지만 꼭 한번쯤 가고픈 다이빙 포인트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투바타하로 가는 길은 그다지 쉽지 않다. 일단 필리핀 마닐라까지 4시간여의 비행 후에 다시 팔라완의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까지 1시간 남짓 국내선을 타야 한다. 그런 후 공항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항구에서 투바타하 리프로 향하는 배에 승선하면 긴 여정이 시작된다. 배는 주로 오후에 출항하는 데 10시간 이상 망망대해를 가른 후에야 투바타하 리프에 도착하게 된다.
 
투바타하로 가는 길

2006년 5월 5일, 오후 5시 반.
투어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푼 마음을 안고 속속 인천공항으로 모여들었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그곳에 대한 설렘으로 상기된 표정으로 모인 여러 사람들은 바다에 대한 부푼 기대들을 서로 나누었다.
공항에서는 역시 짐의 무게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다.
발권 당시 수중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기에 짐의 무게에 대한 양해를 구했으나, 최근 급격히 오른 유류비용 때문인지 항공사에서 장비의 무게에 대해 까다롭게 구는 바람에 결국 약간의 오버차지를 물어야했다.

하지만 일행 중 두 분이 미리 발급받으신 스포츠 카드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필리핀 지역으로 일 년에 한 번 이상 투어를 다니시는 다이버라면 필리핀 항공의 Sports Plus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며 US$60만 내면, 아시아 지역을 운행하는 필리핀 항공을 이용할 때 20kg의 짐을 더 실을 수 있다.
 
약간의 연착 후 필리핀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가 넘어서였다.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거쳐 짐을 찾고, 예약한 마닐라 호텔(Manila Hotel)에 도착하여 방을 배정받고 나니 어느덧 새벽 두 시가 가까웠다. 하지만 이 후끈한 필리핀의 공기를 이기고 앞날의 여정에 대한 파이팅을 기하며 가볍게 술잔을 기울였다.
두세 시간 눈을 붙인 후 예정된 국내선 탑승을 위해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역시나 짐이 문제였다. 사실 필리핀 공항의 직원들은 국내의 공항 직원보다 고압적인 편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미소는 통한다. 친절한 말과 웃음으로 무장한(?) 우리는 무사히 보딩을 마치고, 약 65분간의 비행 후에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에 도착했다.
 
마치 70년대 우리나라의 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키는 자그마한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 번잡스럽지만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 Apo Explorer의 매니저와 스텝들을 만나 세 대의 밴에 나누어 타고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는 여러 척의 크루저보트가 정박되어 있었다. 그 중 우리가 타기로 한 배는 Expedition Fleet 회사의 Apo Explorer라는 16인승 배이다. (지금껏 투바타하에 다녀오신 한국 분들이 주로 이용했던 트라이스타호의 경우, 휴식 공간은 여유로우나 선실이 지하에 있고 대부분 5인실과 3인실이라 수면을 깊게 취하기가 무리가 있다는 평이었다.)

Apo Explorer호는 8개의 2인승 객실마다 에어컨과 샤워 실이 갖추어져 있어서 리브-어보드의 좁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이 덜하다.
또한 전문 스태프 11명이 함께 탑승하여, 장비의 세팅이나 세척 등 전 과정을 돕는다.
 
 
Apo Explorer의 매니저인 Lay의 말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이런 식으로 투바타하 리브-어보드 투어를 주최하는 여행사는 총 4군데이며, 운행되는 크루저보트는 약 10대 정도로,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주 1회씩 보통 12회에서 14회까지 운행을 한다고 한다.
각각의 보트가 규모나 가격, 서비스 면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꼼꼼히 조건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유럽, 미주, 일본인들이며, 한국 다이버들은 1년에 50명에서 100명 이내라고 하니, 아직까지 이곳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음이다.
 
 
서둘러 항구로 향하여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였건만, 배의 출항 시간은 오후 6시라고 한다. 일단 일행은 배에 승선하여 방을 배정받고 개인짐과 장비를 풀고 정리한 후, 출항시간까지 관광을 겸하여 식사를 하러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이글이글 햇볕이 따갑다.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하기 힘들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필리핀 사람들은 대부분 긴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서 여유 있게 다니는 걸 보면, 우리가 남의 나라에 온 것이라는 게 새삼 실감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시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오가는 사람도 많고, 그 크기도 큰 편이었다. 대부분 낮고 허름한 목조건물이긴 하였으나, 전 세계의 다이버들이 몰려드는 곳이라 관광산업이 나름대로 발전해서인지 군데군데 꽤 큰 규모의 편의점과 식당들이 보였다.
커다란 식당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성오용 강사가 알아온 Rene Saigon이라는 작지만 맛깔스런 로컬 베트남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충분히 많은 음식을 주문했는데, 그릇을 보니 우리나라의 반 정도 크기 밖에는 안 되었다. 이것 먹고 힘을 쓸 수 있을 정도인지가 의문스러울 정도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더운 나라일수록 음식의 간이 전반적으로 짜고, 섭취하는 음식량이 적다.
음식이 나오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해치워버리니, 식당 주인이 주방에서 홀로 음식을 나르기 바쁘다. 16명이 배불리 먹고 많은 양의 맥주를 마셨는데도 음식 값은 우리 돈 7만 원 정도. 역시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그 지역의 토박이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이후 짧은 시내 관광을 한 후 배로 돌아가려던 순간, 무언가 이상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세어 봐도 인원이 15명인 것이다.
아차! 두 대의 밴에 나누어 다니다 보니 한 명이 없어진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한국이라면 핸드폰으로 바로 연락이 가능하겠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우리는 급히 점심을 먹은 식당으로 돌아가서야, 이장희님이 식당에서 기다리다가 자전거 인력거를 타고 혼자 배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행이도 금세 일행의 행방을 알게 되었으나, 어찌나 마음이 초조했던지……. 만약에 이런 일이 물속에서 벌어진다면 어떠했을지,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흘렀다. 더욱더 서로를 챙겨야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날 밤 배는 출항했다.
무더운 날씨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해 피곤했기에 한시라도 빨리 푸른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을 뿐이었다.
 
찬란한 코발트빛 물속으로

역시 투어의 위력은 대단하다. 아무도 깨우지 않았건만 슬루씨의 바다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저절로 떠졌다. 잠에서 깨자마자 갑판으로 올라가자, 밤새 푸에르토 프린세사항을 떠나 달려온 Apo Explorer호는 North Tubbataha Reef 언저리에 멈추어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작은 모래 언덕 주변은 맑은 옥색으로 빛나고,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바다, 깊이를 짐작할 수도 없는 투명한 푸른 코발트색 바다는 떠오르는 햇살을 찬란하게 비추인다.
이제야 멀고 먼 투바타하 리브-어보드 투어를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야호! 이제 다이빙이다!!!

배에서의 다이빙은 하루 총 5회 정도로 이루어진다.
다이빙 시간은 다이버들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으며, 개략적으로 오전 7시에 첫 다이빙을 시작하여, 아침 식사 후 10시에 두 번째 다이빙,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에서 2시에 세 번째 다이빙, 오후 4시에 네 번째 다이빙, 마지막 나이트 다이빙은 해질 무렵인 오후 7시 정도에 이루어진다.
 
실제로 이렇게 다이빙을 하고 나면 하루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바삐 지나간다.
장비의 세팅과 승선 과정을 모두 스텝이 돕고 있기에 체력 손실은 덜 하지만, 솔직히 초보자들이나 여성분들, 연세가 드신 분들은 아무래도 힘이 부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이빙을 한두 번 쉬고 체력을 보충하는 것도 방법. 몸이 많이 지치고 힘들다면 선상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 시간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이다.
실제로 간간히 마주치는 다른 크루저보트의 선상에는 비키니를 입고 선탠을 즐기는 여성 다이버들이나, 상의를 벗고 선탠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다이빙은 전날 고심하여 정한 버디 시스템에 따라 체이스보트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다이빙 포인트들은 입수지점의 해수면 깊이가 10미터 내외이기 때문에 큰 배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체이스보트를 이용하여 리프의 꼭대기나 주변으로 입수하여 리프의 상단이나 절벽을 타고 약한 조류에 따라 조금씩 흘러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 후 천천히 얕은 곳으로 올라오며 편안하게 다이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첫 다이빙은 Shark Airport에서 체크다이빙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수온 29도. 땀을 흘릴 정도로 따뜻했다. 천천히 입수하여 진열을 가다듬고 나서 가이드인 밴스키(Vansky)의 수신호에 따라 가다보니, 절벽을 따라 엄청난 크기의 부채산호들과 항아리해면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시야 또한 끝내준다. 족히 30미터는 나왔다.
산호모래톱 위에 화이트팁 상어 한 마리가 살짝 기대어 있다가 일행의 움직임을 듣고 몸을 재빨리 움직인다.
 
 
천천히 힙수하여 진열을 가다듬고 나서 가이드인 밴스키(Vansky)의 수신호에 따라 가다보니, 절벽을 따라 엄청난 크기의 부채산호들과 항아리해면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Great!"
투바타하 리프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훼손되지 않은 산호초군락이다. 얕은 수심에서는 온갖 종류의 경산호들이 무리지어 언덕을 이루고 있고, 절벽을 따라 엄청난 크기의 부채산호와 벽산호, 항아리해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부채산호 사이를 누비는 물고기들은 그냥 찍기만 해도 작품이 된다.
절벽의 틈 사이에서 무언가 커다란 더듬이를 흔들거린다. 언뜻 봐도 1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랍스터(Lobster)였다. 한 무리의 잭피쉬 떼와 뻐끔뻐끔 입을 벌리는 곰치(Morray)도 보았다. 이 정도가 체크다이빙이라니……. 감탄할 뿐이다.
연달아 이루어진 Shark Airport와 Washing Machine 포인트에서의 다이빙에서 우리는 많은 수의 Whitetip Shark, Nurse Shark, Blacktip Shark를 볼 수 있었다. 역시 포인트 이름을 왜 ‘상어 공항’이라고 지었는지 공감할 만했다.
이날 일행 중의 한 분이 다이빙 중에 만난 거북을 만진 것 때문에 매니저 및 가이드에게 컴플레인을 받았다. 이 지역은 해양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서인지, 다이빙 룰이 매우 엄격했다. 수중 생물을 만진다거나,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 산호를 훼손하는 행위, 낚시 등은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다. 수중 환경을 지켜야한다는 그들의 말은 분명 옳다. 앞으로 후대의 다이버들을 위해,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이 외에도 탱크의 체크 및 상세한 브리핑 등 스태프의 서비스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 사항들을 전달한 후, 오픈 워터 겸 100회 기념 파티를 했다.
해양 실습을 멕시코에서 하셨고, 이번 투어에 참가하신 이장희님은 첫날부터 고막에 문제가 생기시는 바람에 이만저만 아쉬움이 많으신 것이 아니다. 100회를 맞은 강경옥님, 분명 힘드실 법도 한데, 외려 바깥 분이신 박성서님 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신다. 그리고 한상훈님과 홍재용님, 이경희님은 이번 투어에서 100회를 맞으시고, 또 기대하던 수중 사진을 실컷 촬영하실 수 있어서인지 한껏 기쁜 표정이시다.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나누며 이날 밤도 그렇게 저물어갔다.
둘째 날의 포인트는 훨씬 더 좋은 곳이라고 하니 정말 기대가 가득하다.
 
둘째 날

다음날 다이빙을 위해 밤새 움직인 배는 두 번째 날의 포인트인 Malayan Wreck에 정박했다. 어제의 다이빙으로 바다에 익숙해져서인지, 모두의 표정들이 한결 여유롭다.
첫 포인트는 산호에 걸린 난파선.
해수면에서 약 8m 정도 깊이의 난파선의 곳곳에 커다란 Sweet Lips Fish들이 무리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전날보다 맑아진 날씨로 물빛은 더 투명해졌으며, 파도에 부서진 햇살 조각, 물고기들의 찬란한 빛깔에 눈이 부실 정도다.
수중 사진기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인다. 서로가 모델이 되어주고 촬영을 하느라 날렵하게 움직인다.
난파선을 충분히 관찰한 뒤 조류에 따라 천천히 이동한 일행은 뚝 하고 깎인 직벽 위에 멈추어 섰다. 호흡기 사이로 “아!”라는 탄식이 들린다.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절벽의 중간 중간에는 부채산호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수많은 상어들과 대형 물고기들이 여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들 감탄의 소리 외에 할 말을 잊은 듯하다.
이 얼마나 신비로운 별세상인가. 머나먼 여행의 피로가 한순간 잊히며, 머리털이 쭈뼛 서는 감동의 장관이다. 이것이 바로 다이빙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 아닌가 싶다.
 
 
오후 다이빙은 Amos Rock에서 이루어졌다. 맑은 물빛의 바닷속 군데군데 크랙과 행오버가 있으며, 경산호들이 넓게 펼쳐진 사이사이로 하얀 산호 모래밭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그중 제일 좋은 포인트를 골라 어렵사리 멋진 수중 단체 사진을 찍었다.
다이빙 후에는 투바타하에서 유일하게 상륙이 허가된 공원순찰소(Ranger Station)를 방문했다. 인적 없는 얕은 모래톱 위에 자리 잡은 공원순찰소에는 8명의 감시원들이 인근 섬을 순찰하기 위해 살고 있었다. 냉장고가 없다는 그곳에 선물로 작은 얼음 보따리를 챙겨들고, 체이스보트를 타고 가다보니, 투명한 바닷속 군데군데에서 검은 물체들이 눈에 뜨였다.
앗? 저것은 거북?
그랬다. 이곳은 해수면이 낮아 바다 거북이가 즐겨 찾는 산란장이라고 했다. 수없이 많은 거북이들이 여유롭게 순찰소를 둘러싼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그 중 몇 마리는 숨을 쉬기 위해 해수면 밖으로 머리를 드러내어, 근접 관찰이 가능했다.
기다란 모래톱은 햇살에 눈부시게 하얀 빛을 발하고 있고, 발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거친 산호모래를 느끼며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이 이리도 행복할 수가 없다.
배로 돌아온 우리는 한 차례의 선셋 다이빙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 휴식을 취했다.
 
셋째 날

셋째 날의 다이빙은 돌고래 떼와 함께 시작되었다.
6시에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던 일행은 100여 마리가 넘는 큰 무리의 돌고래를 발견했다. 작은 물고기 떼들은 필사적으로 방향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도망을 치고, 돌고래들은 10여 마리씩 떼를 지어 물고기를 쫓고 있었다. 가볍게 물 밖으로 등을 내놓고 헤엄치다가, 간혹 물 밖으로 풀쩍 뛰어오르면서 아름다운 장면을 선사하는 돌고래들…….
신이 난 우리는 재빨리 장비를 착용하고 체이스보트로 돌고래 떼를 쫓기 시작했다. 촉촉이 젖어 매끄럽게 빛나는 돌고래를 이처럼 가까이 본 것도 처음이다.
혹시나 하여 스킨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지만, 핀으로 돌고래를 따라잡는 것은 무리……. 차츰 멀리 사라지는 돌고래들에게 안녕을 고하면서 바라보았다.
 
 
만타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잔뜩 기대를 하고 들어간 Black Rock 포인트.
짙푸른 물빛에 약간의 조류, 수없이 많은 작은 물고기 떼들이 몰려 있어, 어디서든 만타가 떠오를법한 분위기였다. 만타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기웃거리다가 어느새 안전감압 시간이 왔다. 아쉬움을 달래던 찰라, 두 명의 촬영가들이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 만타를 본 것이다. 쉽게 거리를 주지 않는 만타를 아쉬워하는 그들의 표정은 나를 더욱더 안타깝게 했고,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감압을 위해 떠오르는 바람에 만타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만타를 발견했다는데 그냥 갈 순 없는 법. 두 번째 다이빙도 같은 포인트로 들어갔다. 여러 마리의 상어와 Trigger Fish, Soldier Fish, Unicorn Fish를 관찰할 수 있었지만 만타는 보지 못했다. 발밑 어딘가에서 만타가 움직이고 있을 것 같은데……. ‘만타의 꿈’의 의미가 무엇인지 실감이 났다.
 
 
오후의 첫 다이빙 포인트인 Dells Wreck에서는 커다란 거북들을 정말 실컷 볼 수 있었다. 절벽의 바위틈에서 쉬고 있는 큰 거북을 관찰할 때의 일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스트로보가 터지자, 거북이 커다란 눈꺼풀을 껌뻑 하며 여닫는 게 아닌가. 그 순진한 표정에 풋! 하고 웃음이 났다.
그 다음 포인트인 Triggerfish City에서는 입수하자마자 여러 마리의 Nurse Shark과, 상당히 큰 무리의 잭피쉬 떼를 보았다. 사실 큰 무리의 잭피쉬와 바라쿠다 떼를 보고픈 욕심이 있어 입수 전에 서로들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바로 잭피쉬 떼를 보다니…….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며 잭피쉬에게 접근한 일행은 숨을 죽이고 잭피쉬가 소용돌이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선으로 향하고 있던 잭피쉬가 둥근 모양으로 무리 짓고, 슬슬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던 찰라, 반대쪽에서 두둥실 기포를 내뿜으며 다이버가 떠올랐다. 잭피쉬떼는 바로 그 움직임을 포착하더니만, 길게 무리지어 자리를 이동하여 끝내 기대하던 회오리를 보여주지 않았다.
최모강사님, 앞으로는 장담하신대로 잭피쉬떼 돌려주셔야 해요!
 
Triggerfish City에서 진행한 나이트 다이빙은 첫날에 비해서 훨씬 볼거리가 많았다. 여러 종류의 복어와 새우, 게, 랍스터, 연산호 등, 낮에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색을 마음 가득 담을 수 있었다.
곧이어 저녁 식사 때에는 필리핀 식 요리에 물린 우리에게 장갑석 강사와 성오용 강사의 특별 한국 요리 성찬이 펼쳐졌다. 김치수제비와 닭도리탕! 이국의 배위에서 먹는 수제비와 닭도리탕의 맛은 천하일품이었다. 거기에 곁들여진 최상학 강사의 분위기 띄우시는 한 마디, “장례 치른 카메라를 위하여!”

사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그날 오후, 최강사의 카메라 장례식이 있었다. 아리따운 여성 다이버 김윤정님의 스킨 장면을 찍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가시면서 하우징 뚜껑에 이물질이 끼어있는 것을 미처 확인을 못하고 그만 퐁당!...... 마음 아픈 일이긴 하나, 어쩌겠는가? 좋은 바다에서 장례식을 치러준 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이 세 분 강사님은 물속에서나 물 밖에서나 항상 웃음 띤 얼굴로 다른 다이버들을 챙기시는 데 여념이 없으시다. 이분들 덕택에 이번 투어가 정말 안전하고 재미있는 투어가 될 수 있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달빛 가득한 투바타하의 밤

이제 내일이면 다이빙의 마지막 날이다.
첫날은 도대체 이 힘든 여정이 언제나 끝날까 싶었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모두들 아쉬움의 맘을 달래기 위해 선상으로 올라가 밤하늘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며 밤늦도록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날밤의 조각 상현달은 어느덧 둥근 보름달의 모양으로 변하여 선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나이는 가장 많으시지만, 유쾌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돋워 주시는 이재영님이 나지막이 고산 윤선도의 한시를 읊조리신다. 몇몇은 의자를 바다로 향한 채, 어스름이 내린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눈을 지그시 감으니, 낮에 본 물속 풍경이 눈에 선하다.
영원히 이 순간이 지속될 수 있다면……. 아니,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순간의 느낌을 가슴 깊숙이 담아 갈수만 있다면…….
다음 날 우린, 다시금 만타의 꿈을 좇아 Black Rock으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이정도 쯤에는……. 금세라도 나타날 것 같은 만타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절벽 모퉁이에서 만난 여러 마리의 상어 떼와 버터플라이 피쉬의 향연은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안전감압을 위해 수심이 낮은 곳에서 천천히 진행한 T-Wreck에서의 다이빙을 마지막으로 이제 모든 다이빙이 끝났다.
한 번의 다이빙을 더 할 수 있었지만, 비행기시간과, 회원의 안전을 위하여 성오용 강사는 다이빙을 포기했다. 어쩌면 그분의 선택이 우리 다이버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또 다른 곳에 대한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선택이었다.
 
 
첫날 5탱크, 둘째 날 4탱크, 셋째 날 5탱크, 넷째 날 2탱크, 총 16탱크.
다소 힘든 일정이긴 했지만, 큰 사고 없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이루어진 이번 투어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우리가 투바타하에 걸었던 기대가 너무나 커서였는지, 몇몇 분께서는 투바타하가 기대보다 못하다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또 오가며 소요된 시간들과 무거운 짐으로 인한 오버차지 실랑이로 짜증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지금도 눈을 감고 있으면 선연하게 떠오르는 코발트빛 바다이다. 깊디깊은 절벽의 중간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부채 산호의 아름다운 자태와, 제 길을 찾아 여유롭게 움직이는 상어와 거북들의 몸놀림……. 사이사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오색 빛깔의 물고기 떼들…….
투바타하는 그 장엄한 절벽과 다양한 수중 생물들로 인해 분명히 매력적인 곳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금 만타의 꿈을 ?아 그곳에 가 보리라.
마지막으로 이번 투어를 주관해주신 인터넷 스쿠버다이빙동호회 바다아저씨의 주인장이신 성오용 강사와, 지하철공사의 최상학 강사(범고래), 책임강사 장갑석 강사(장싸부), 그 외 이장희님, 이재영(아다다)님, 박성서(장노)님, 강경옥님, 정보아(보아뱀)님, 홍재용(피터팬)님, 이경희(후리지아)님, 고상진(바다소년)님, 김윤정(샛별)님, 한상훈(푸른바다)님, 김영국(차파리)님, 한은영(으녕이)님 모두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감사드리며, 이번 투바타하 리프 투어는 나의 다이빙인생에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출처 : 해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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