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돌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고 의사가 되어 불쌍한 사람들의 병을 고쳐 주겠다는 꿈을 가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청소년 시절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고 서울에 개인 병원까지 열게 되었다.
농업학교 다닐 때 학교와 교장을 비판한 작문이 의사가 되는 길로 인도한 것을 보면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을 실감케 하고 선생님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깊히 느끼게 한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이 대학이라는 간판만 따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공병우 청소년의 마음가짐과 몸짓이 남다른 데가 있었고 오늘날 청소년들이 본받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우연히 의사가 된 것이 아니라 의사가 되기로 정해진 것처럼 느낄 정도로 일이 잘 풀렸음이 그의 굳은 신념과 올바르고 부지런한 생각과 생활 태도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님은 전문 의사가 될 때 안과를 선택한 것도 남다르다. 그 때 별로 인기가 없는 안과 의사가 되었고 여러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서 안과 전문 병원을 열었다. 그 당시 내과 외과 병원은 잘되고 알아주었으나 안과병원은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개척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안과를 개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왕에 개척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열으니 만주에 가서 개업할까 했으나 정든 서울에서 병원을 열었다. 서울에서 최초로 안과 병원을 연 것이다.
처음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병원 자리가 당시 서울 변두리인 안국동이라 잘 되지 않았으나 1년 뒤 중심가인 서린동으로 옮기고 병을 잘 고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병원을 크게 늘려야 할 정도로 환자들이 많이 왔는데 그것도 우연히 그런 것이 아니라 님의 남다른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그 때 크게 눈병이 유행하였는데 대학 병원,철도 병원 등 큰 병원에 다녀도 낫지 않았으나 공안과에 가면 간단히 낫게 되어 공 박사가 용하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님은 그 병에 대해 연구하고 실험해서 자기 나름의 치료 방법을 연구했고 정성을 다해 치료해서 병이 잘 낫았고 환자들이 믿었던 것이다.
님의 남다른 치료법과 운영 방법을 엿보고 하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다른 병원에서는 새로 오는 환자에게 진찰권부터 사게 했으나 님은 우선 진찰과 치료를 한 뒤 진찰권은 무료로 주었으며 돈이 없다는 사람에겐 돈을 안 받았다고 한다. 그 때 함경도에서 온 손님이 많았는데 돈이 없다고 하면 적선 삼아 그냥 치료해 주었는데 그것이 함경도에 소문이 나서 6.25난리 때 목숨을 건지게 했다고 한다.
서울 최초의 안과인 공병우 안과는 손님이 들끌었고 서울 장안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돈만 벌려고 하면 돈이 벌리지 않고 좋은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자기 일을 하면 돈도 벌고 이름도 날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배워야 할 점이라 느낀다.
일본 제국 교육제도와 일본 선생에게서 배울 것
나는 여기서 공 박사가 의사가 되기까지 농업학교 작문 선생과 교장, 그리고 경성 의전의 교수들의 도움과 남다른 태도를 눈여겨보게 된다. 공병우 소년도 남다른 데가 있었지만 그 일본인 선생들이 학생의 개성과 특기를 살리면서 잘 이끌고 가르쳤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작문 선생이 공병우 소년의 글을 눈여겨보지 않았고 교장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좋지 않게만 보았다면 공병우 소년은 의사가 되지 못하고 시골 면서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 보통학교 학적부에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이란 것이 써 있지 않았다면 교장이 그것을 알고 그를 의사가 되는 길로 내몰지 못했을 것이다. 학생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바르게 적어 두었다는 것은 보통학교 선생도 학생들 지도를 잘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실은 어떤가? 세월이 수십 년이 지났는 데도 그 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다. 개성과 꿈과 특기를 무시하고 무조건 모든 학과 시험만 잘 보면 되는 풍토다. 선생님은 촌지라고 해서 돈 봉투 잘 가져오는 애들만 사랑하고 글쓰고 책 읽는 교육보다 외우는 교육뿐이다. 창의성과 개성을 살리는 교육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창의성과 개성을 무시하는 우리 교육 현실을 잘 나타내는 이야기 하나를 쓰겠다. 올해 컴퓨터 통신과 신문에서 본 사실이다. 전라도 어느 고등학교 학생이 수업 환경 개선과 관련한 내용을 컴퓨터 통신편지로 청와대에 보냈는데 그것이 잘못이라고 학생을 정학 처벌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신 토론 마당에 여러 학생들이 학교와 정부를 비판하고 있었다.
그 학생이 개선책을 제시한 것은 잘한 일이다. 만약 그 개선책이 잘못된 것이라면 몰라도 그런 건의를 했다고 그 학생을 처벌하기 앞서 교장은 개선하려 노력해야 하고 정부도 마찬가지 개선책을 검토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학생을 처벌하기 보다 칭찬해야 옳았다. 일제 때 농업학교 작문 선생과 교장이 한 행동과 비교해 보면 무엇이 우리 교육 문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슨 건의를 하면 곧바로 하급 해당 기관에 넘기는 청와대의 태도도 잘못이고 교육부도 마찬가지며 자신의 권위와 위신만 생각하는 그 교장과 선생들의 태도가 아주 잘못되었다고 본다. 이것이 우리 교육이 잘못된 뿌리이며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대학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일제 때 교수들이 출신 학교와 간판만 다졌다면 공병우 님이 의사가 되기도 박사 학위 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공 박사의 삶에서 우리 교육 개혁안도 찾을 수 있다.
나는 여기서 한마디 더하고 싶다. 김영삼 대통령도 그랬고 김대중님 도 대통령이 된 다음 일제 때 선생 덕분으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고마워하고 찾아 큰절하는 모습을 보고 못마땅해 했었다. 그러나 속으로 그 일제 때 교육자의 질이 높았고 교육을 잘해서 일본이 세계 강국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일제 때 고도의 식민 통치 수단으로 질 높은 선생을 우리 땅에 보냈으며 그 후유증이 오늘날까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일본이 얼마나 철저하고 무서운 나라인지 다시 느꼈다. 공 박사의 성장과정과 환경에서 교육 개선책을 찾자.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자.
님이 농업학교 때 학교 분위기를 비판한 작문을 써서 교장 선생의 눈에 띄고 의사가 되는 길로 가게 된 것도 평소에 책을 읽은 때문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보통 학생들이 읽지 않는 신문과 잡지를 사 보았고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 때 자신이 사보는 잡지를 선배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긴 했으나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고 그 선배에게 끌려가 맞은 일이 있는데 그 것이 분해 며칠을 이불 쓰고 참다가 칼을 들고 찾아가 그 선배에게 대든 일도 있었다.
청소년 때의 책읽기는 인격 형성과 능력을 기르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님은 80이 넘어서 자서전을 쓰면서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지만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의 간디와 중국의 임어당을 존경하게 된 것도 책을 통해서 알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해 검정시험을 보아 월반하고 진학할 자격을 따서 남보다 빨리 의사가 되고 박사가 되어 남다른 삶을 가꾸었고 돈도 벌고 이름도 날렸다. 농업학교 때 교장 선생이 의사 강습소에 가라는 말을 듣고 기뻐 압록강을 건너 만주땅에까지 가서 책을 사 가지고 와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하여서 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글쓰기를 얼마나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는가를 증명하는 것이 80대 할아버지 때 매일 컴퓨터통신에 글을 올렸으며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라고 한글문화원 앞에 진열해 놓고 아무나 가져가게 하였다. 또 우편으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쓴 글을 달마다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을 좋아했다. 언제인가 나보고 [내가 쓴 글을 다 읽는 사람은 이 선생뿐인 것 갔오. 나는 누가 내 글을 읽는지 안 읽는지 알고 있오]라고 말씀하시며 칭찬해 주셨다. 사실 나는 공 박사님 글 뿐 아니라 다른이들이 내게 주는 책이나 편지를 모두 자세히 읽는 버릇이 있다. 요즘 아는 분들이 책을 많이 내기 때문에 그들이 쓴 책을 받게 된다. 그런데 재미없는 책도 있으나 끝까지 읽는다.
옛날엔 한글로 된 책이 별로 없었고 살기 힘들어 책 사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한글로 쓴 읽기 쉬운 책도 많고 신문도 한글이며 마음만 먹으면 돈 없이도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돈 없이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도서관도 많고 아는 사람에게 책을 빌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해지려면 남보다 많은 책을 읽고 힘이 세지려면 글을 많이 써야 함을 공 박사를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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