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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酒道)에 대하여
주(酒)의 옛 글자는 유(酉)이다.
유(酉)는 밑이 뾰족한 항아리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로 침전물을 모으기 쉽도록 밑이 뾰족한
항아리 속에서 술을 발효시켰던 데에 유래하였다.
술의 본래 말은 수블. 수불이며 이것이 수울. 수을. 술로 변한 것인데 수블의 의미에 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 전통주 연구자들이 가장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술의 발효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주장이다.
즉, 술의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열을 가하지 않더라도 부글부글 물이 끓어오르며 거품이 괴는 화학변화가 일어나는데,
옛사람들은 이를 신기하게 여겨 물에 난데없이 불이 붙는다는 뜻의 수(水)불이라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술의 어원적 의미를 물로 보는 경우로 술을 뜻하는 말로는 수블과 술이 모두
사용되었는데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물이라는 술의 속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특히 전통주 연구자들이 수불의 불을 불(火)로 해석한 데 반해, 국문학자들은 바다(海), 붓다(注), 비(雨)의 어원인 밧, 붓(붇), 비(빋)과 마찬가지로 그 어원적 의미는 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옛 주례(酒禮)에 관하여
유가에선 관례, 혼례, 상례, 제례, 상견례와 마찬가지로 주례를 육례의 하나로 꼽았다.
손님을 청해서 술을 마시고 손님이 돌아가기까지에는 무려 13단계의 예의절차가 필요했다고 한다.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에도 손님을 위한 시조 한수를 읊는 운치를 잊지 않았다.
선비들의 사교파티였던 향음주례(鄕飮酒禮)에선 요즈음처럼 상의를 벗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의관을 갖추어야 하는 것을 두말할 필요도 없고,
술 한잔을 권하는 데에도 손님과 주인은 무려 1백여번의 절을 했다 한다.
주인은 반드시 대야와 물을 들고와 손님이 보는 자리에서 술잔을 씻는다.
또 술을 권할 때마다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은 손과 술잔을 정갈한 물에 씻어야 한다.
술자리의 사람들이 첫 순배가 돌고나서 자리를 바꾸어 앉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예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술자리가 시종 예의를 지키는 자리가 되고 곤드레 만드레가 되는 것을 스스로 삼갈 줄 알았다.
향음주례(鄕飮酒禮)의 일관된 정신은
첫째, 의복을 단정히 하고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
둘째, 음식을 정결하게 하고 그릇을 깨끗이 할 것.
셋째, 행동을 분명하고 의젓하게 할 것,
넷째, 존경하거나 사양하거나 감사할 때 즉시 행동으로 표현하여 절을 하거나 감사의 인사를 할 것 등이다.
▷ 오늘날의 주례(酒禮)
1) 술자리의 좌석배치
술자리에도 상석이 있다. 보통 방의 아랫목이나 출입문에서 먼쪽, 병풍이 쳐진 쪽의 중앙이 상석이고 상석의 맞은편이 차석이다. 그리고 상석의 왼쪽이 3번째 주빈이고, 차석의 왼쪽이 4번째 주빈이다.
오늘날과 같은 평등시대에 무슨 상석이 필요하느냐고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정일품, 종일품 하는 식으로 벼슬의 품계를 매기고, 동급이면 장유유서를 따졌으며, 두사람만 모여도 나이를 물어서 서열을 따지는 서열문화가 우리들 마음속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상석은 보통 서로 앉으라고 권하다가 마지못해 상석에 앉는 것이 예의이다. 그런데 연하인 사람이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면 분위기가 서먹서먹해 지고 직장예절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따라서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은 직장상사 또는 모임의 주최자를 위한 상석을 미리 확보해 놓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내에서의 술자리에서는 모임의 성격에 따라서 상사나 주최자, 연장자, 선배, 송별회나 환영회라면 그 중심인물을 상석의 옆자리에 앉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석을 제외한 그 밖의 자리는 너무 서열을 따지지 말고 골고루 섞어 앉도록 하는 것도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는 방법이다.
2) 술을 따를 때
술좌석이 마련되면 서로가 서로의 잔을 상대방에게 권하게 되는데, 술 잔을 권할 때에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관심을 표시하며 "건강하십시오"라든가
"지난번에는 고마웠습니다"라든가 간단한 덕담을 곁들이면 좋다.
술을 권하는 순서는 직장내에서 공식적으로 모인 술좌석이라면 직위가 높은 분부터 권해야 하지만 사적인 만남이라면 웃어른 또는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권하는 것이 예의이다.
예로부터 연장자와 직위가 높은 사람에게 깎듯이 예를 지켜 왔듯이 술자리에서도 예를 지켜 예외적으로 직위는 아래이지만 나이가 10살이상 차이가 날 때에는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두손으로 주고받아 존경을 표시한다.
항렬이 복잡한 집안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나이 많은 조카님이 있듯이 항렬이 낮더라도 나이가 많으면 서로 예를 갖추어야 한다. 부부끼리도 두손으로 예의를 갖추어 서로 주고받는 것이 예의이다.
집안어른이나 스승 등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술을 권할 때에는 한손으로 권해도 실례가 되지 않지만, 서로 평교할 수 있는 5살 안팎의 연령이더라도 경어를 쓸 경우에는 반드시 두손으로 따르고 받아야 한다. 그 밖에도 서로 예의를 갖추어야 할 처지이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두손으로 권하는 것이 예의이다.
술잔을 권할 때에는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으로 술잔을 받쳐서 두손으로 공손하게 권하여야 하며 술잔을 왼손으로 권하는 것은 큰 실례가 된다. 술을 따르는 법을 보자면 왼손으로 술을 따른다거나 오른손으로 따르더라도 손을 뒤로 젖혀서 손바닥이 위로가게 하고 따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
간혹 술잔은 오른손으로 권하면서 술병을 왼손에 들고 따르는 경우를 보게 되는 데, 이 경우에는 오른손의 술잔을 상대에게 권한다음 왼손에 있는 술병을 오른손으로 옮겨 잡고서 따르는 것이 예의이다.
술좌석이 멀리 떨어져 있어 앉은 자세로는 술잔을 권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가까이 앉은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으나, 깎듯이 예의를 차려야 할 처지라면 일어서서 술을 권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서 직접 권한다.
이 때에 술잔을 받는 사람의 오른쪽에 서서 권하게 되면 술잔을 받는 사람이 오른손을 뒤로 젖혀서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왼쪽에 가서 권하는 것도 술잔을 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단, 자리배치나 여건상 어쩔 수 없을 때는 양해를 구하면서 따른다.)
술잔을 권하는 사람이 부득이 일어서서 따르게 될 경우, 같이 예의를 차려야 할 자리라면 술잔을 받는 사람도 함께 일어서서 받는 것이 예의이나, 앉아서 받아도 될만한 자리라면 "앉아서 따르시지요"라고 사양하는 것도 겸양의 미덕이다. 또 따르는 사람이 서서 따를 때 잔을 받는 사람마다 일어서면 좌석이 어수선해진다.
따르는 사람이 윗사람일 경우가 많은데 이때 윗사람이 “앉아서 그냥 받으시요”해 주는 것이 좋다.
술을 두손으로 따르는 이유 예로부터 어른에게 술잔을 올리고 술을 따를 때에 도포자락이 음식물에 닿을까봐 왼손으로 옷자락을 쥐고 오른손으로 따르는 풍속이 생겼다. 이런 예법은 소매가 넓지 않은 양복을 입고 살면서도 왼손을 오른팔 아래에 대고 오른손으로 술을 따르는 풍습으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3)왜 술을 오른손으로 따르는가?
왜 우리나라는 오른손으로 술을 따르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한 번쯤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로서 오른손을 언제든지 칼을 뺄 수 있는 위치에 두기 위해 왼손으로 술을 따른다. 한국과 중국은 예의를 중시 여기는 문화로서 오른손에 무기가 없으니 안심하고 마시라는 뜻에서 오른손으로 술을 따른다.
서양은 양손에 총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양손을 식탁위에 올려 놓는다고 한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4) 술을 받을 때
술을 받을 때에도 따를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따르는 이의 연령과 지위들을 고려하여 공손히 받아야 한다. 술잔을 받을 때에도 반드시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으로 술잔을 받쳐들 듯이 하여 반드시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야 한다.
다만 아랫사람으로부터 술잔을 받을 때에는 한 손으로 받아도 무방하나 흐트러지기 쉬운 자리이니 만큼 아랫사람에게도 잔을 깍듯이 받는 것이 보기 좋은 모습이다.
술잔을 받을 때에는 술을 다 따를 때까지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시하고 술을 다 받고 나면 반드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표시를 한 후 한 모금 이상을 마신 다음에 술 상위에 내려놓는 것이 상대방의 기분을 흐뭇하게 한다.
상대방이 술잔을 따르는 도중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과 안주나 음식물을 씹는 것은 대단한 실례가 된다.
본인이 술을 먹고 싶지 않을 때에는 조용히 사양하는 것이 좋지만, 초면에 술을 권하는 술이거나 첫잔인 경우에는 예의상 잔을 받고 나서 양해를 구한 뒤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일본 사람들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술잔을 하사하는 사배(賜杯)가 예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른을 공양하는 의미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술을 올리는 헌주(獻酒)가 예의다.
어른과 함께 하는 대작인 경우에는 어른이 먼저 마신 후에야 비로소 잔을 비우며, 웃어른으로부터 술잔을 받을 때에는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 하고 공손하게 두손으로 잔을 받을 것이며, 어른에게서 먼저 술을 받았으면 술잔을 오래가지고 있지 말고 곧바로 마신 후 어른에게 정중히 되올리는 것도 바른 격식이다.
또한 대작하기가 어려운 웃어른과의 술자리라면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이므로 돌아앉거나 고개를 돌려 잔을 비우는 것도 예의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현대와 와서 잦은 회식자리가 있는 만큼 윗사람이 아래 사람에게 편하게 마시라는 말을 한마디 해주면 좋을 것이며, 아래 사람은 편하게 하면서도 조심스러우면 될 것이다.
같은 직장내에서의 술자리는 이렇게까지 예를 갖출 필요는 없겠으나,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서 아직은 술자리에 익숙하지 않는 젊은 후배님들에게 이러한 기본을 가르쳐 주는 것도 함께 더불어 사는 선배로서의 할 일중에 하나라 여겨진다.
5) 왜 우리는 잔을 돌리는가?
서양사람들처럼 자기술잔에 자기가 먹고 싶을 만큼 따라 마시는 것을 자작(自酌)이라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동구 사람들처럼 잔을 맞대고 건배를 하고 마시는 것을 대작(對酌),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술잔을 주고 받으며 마시는 문화를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우리의 수작(酬酌)문화는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과 사람을 정신적으로 결속시키는 숭고한 수단이었다. 죽음으로써 약속한 것을 보증할 필요가 있을 때 한잔에 쏟아 부은 짐승의 피를 나누어 마시며 혈맹을 다짐하였다. 포석정의 본 뜻도 환락의 현장이 아니라 군(君),신(臣), 장(將), 졸(卒)이 한잔의 술을 나눠 마시며 일심동체를 다지는 의리를 다지는 자리였다.
큰 바가지를 뜻하는 대포(大匏)도 이러한 일심동체 관념에서 비롯되었다. 여러사람이 한잔 술을 나눠 마시려면 잔이 커야 했고 서로 나눠 마시는 술잔이 바가지 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침이 마르지 않은 잔을 상대에게 돌리며 인간적 유대감을 과시한다. 이런 현상은 분명 가까운 동료의식의 발현으로 술자리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하는 데 상당히 기여를 한다.
혼례식에서 합근례(合巹禮)라 하여 표주박에 술을 따라 신랑. 신부가 입을 맞대고 마시는 절차가 있었다. 이러한 돌림술의 규모를 줄인 것이 수작(酬酌)문화인 것이다.
상하의 차별없이 대포한 잔을 돌려 마심으로써 일심동체를 확인하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풍습인가.
자기가 마신 술잔을 돌리는 것을 반배(返杯)라 하는데 외국의 경우에는 가볍게 잔을 부딪친다든지, 첨잔을 하는 것으로 예의를 갖추지만 우리나라는 자기가 마시고 난 잔을 상대방에게 권하는 것으로 예의를 갖춘다.
반배를 할 때에는 자기가 마신 잔을 완전히 비우고 나서 반드시 자기에게 잔을 준 사람에게 반배하도록 하며, 만약 입에 대었던 부분에 음식물이 묻었으면 닦은 후 권하도록 한다.
잔을 권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관심의 표명이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어 모처럼 잔을 올리고 나서 그 잔이 되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그 잔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는다든가, 순서가 바뀐다든가, 아예 반배를 안해버리면 잔을 권한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잔을 권할 기회를 잃게되어 낭패를 보게 된다.
따라서 상대방으로부터 잔을 받았을 때에는 우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잔을 입에다 살짝 대어 관심을 표시한 후 상에다 내려놓은 후, 잠시 후 반배를 해도 무방하다.
일시에 잔이 집중된다거나 다른 이유로 반배가 늦어질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시간을 끌어도 좋지만 이 경우에도 가끔 미안함을 표시하고 순서가 뒤바뀌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반배를 하도록 한다.
(하지만 술이 많이 되었을 때는 잊어버릴 때가 있다. 이때는 잔의 주인을 물어봐도 실례라 할 수 없다.)
어른에게 술을 권하고 따를 때 주기(酒器)가 술병인 경우에는 오른손으로 윗부분을 잡고 왼손은 술병의 아랫쪽 밑을 받쳐들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따라야 한다. 술병을 한손으로만 잡고 따르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상대방에게 상표가 보이지 않도록 오른손으로 상표를 감싸쥐거나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상표의 중간에 가게 하여 따르게 되면 무슨 술을 따른다는 것과 술이 어느정도 되었을 때 자신을 통제하는 기능을 같이 하게 됨으로서 정신을 가다듬을 수도 있다. 술이 많이 취했을때는 혀끝이 마비현상이 일어나 알코올 도수와 상관없이 잘도 넘어 가게되고, 술병에다 물을 넣어 따라 주더라도 술과 똑같이 마시는데 심지어 “카~”소리까지 하면서 마신다. 이건 내가 직접 실험 해본 것이다.
酒器가 주전자인 경우에는 오른손으로 주전자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뚜껑을 누르며 잔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따라야 한다.
만약 잔이 조금이라도 넘쳐흐르게 되면 사과를 드려야 하고 처음부터 넘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용기가 불투명하여 술이 어느정도 남았는지 모를 경우에는 미리 술병을 열어 보든가 흔들어 보아 남은 양을 ①짐작(斟酌)하면 흘러 넘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 항상 술잔을 주기전에 술병을 먼저 확보하고 술을 권하도록 해야한다. 술잔을 주고 술병을 찾게되면 자신도 당황하게 되고 술잔을 받은 사람은 머쓱하게 되기 때문이다.
위에 있는 절차나 얘기가 긴 것 같아도 습관화되게되면 술취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동시에 모두 이루어지게 된다.
주자(朱子)의 10후회(後悔)중에 醉中妄言醒後悔(취중망언성후회)은 “취중에 망령된 말은 술 깬 뒤에 뉘우친다.”라는 말이지만 술기운으로 어렵게 말을 하게되는 사람도 있어 듣는 사람이 잘 양해하여 취중에 있었던 일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음날 언급하지 않는 것이 주도이다.
애주가 치고 술로 인해 실수 한번 안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급적 음주중 공적인 일을 화제로 삼아서는 안된다. 술을 마시면서 공적인 일을 화제로 올리면 갑자기 간이 커져서, 회사와 상사를 성토하게되고 횡설수설하다가는 결국 실언을 하기 쉽고 그 결과는 사마난추(駟馬難追)가 되어 나중에 화(禍)로 변해서 돌아오게 된다.
그저 술자리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덕담이나 운치있는 재담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상대방이 좀 지나치더라도 어울려 있는 자리라면 화를 내는 것은 삼가하는 게 좋다.
자칫 하다가 술자리가 배반낭자(杯盤狼藉)가 되어 험악한 일이 생겨 위에서 말한 대로 술깨고 후회할지 모를 일이고, 술이 지나치다 싶으면 상대를 집으로 안내하거나 데려다 주고 가는 배려가 좋겠다.
너무 자주 술자리를 깨는 상습범(?)이 되면 다른 사람들이 같이하는 술자리를 기피하게 되어 술친구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술 취하는 과정
첫째 : 긴장된 입이 풀리는 해구(解口),
둘째 : 곰보도 예뻐 보이는 해색(解色),
셋째 : 억눌려 있던 분통이나 원한이 풀리는 해원(解怨),
넷째 : 인사불성이 되는 해망(解妄)
▷술 마시는 요령(4訓)
첫째 : 술잔을 돌릴 때 가급적이면 주량이 센 사람에게는 권하지 말고 술을 잘 못하는 사람한테 권하라. 주량이 센 사람한테 권하면 자신한테 술잔이 되돌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 술잔의 3분지 1의 양은 늘 남겨놓고 다른 사람이 권할 때나 비로소 비우고 돌려라.
셋째 : 가급적 술잔은 2~3개 갖고 있는 사람한테 집중 공략하라. 그러면 그 사람으로부터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은 그만큼 늦어지거나 적어진다. 따라서 잔이 없는 사람이 많아져 술잔의 공백을 분산시키는 계기가 된다. 여기 한 수를 더해서 술을 주면서 잔이 없는 특정인을 지목하여 “한잔하시고 술잔이 없는데 저분에게 한 잔 주시지요”라고 하면 확실히 자기에게는 잔이 안 온다.
넷째 : 가능한 한 자신의 술잔을 비워두지 않는다. 술잔이 비면 자꾸만 돌려야 하고 잔이 없는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이 높다. 입에 술잔을 대지 않으면 마시라고 강요를 받으므로 늘 3분지 1은 남겨야 한다.
▷술자리에서 경계 할 사항(6戒)
첫째 : 대화중 옆 사람하고만 심취하지 말라. 그것은 좋은 매너가 될 수 없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친다. 잘 안 된다...^.^
둘째 : 상호간 의견대립이 민감한 화제는 가능한 한 피하고 공감대 형성이 쉬운 화제를 나누라.
세째 : 전체적인 화제를 주도하게 될 때 자신만이 잘 아는 화제로 이끌면 사람들이 피곤해 하므로 삼가한다.
넷째 : 사정상 부득이 먼저 좌석을 떠나려면 화장실을 가는 척하고 자연스럽게 벗어난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간다고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이때, 반드시 누군가에게 조용히 표시를 하고 가야한다)
다섯째 : 지나치게 점잖을 빼거나 말이 없으면 곤란하고 적당히 취한 척해서 분위기에 어울린다.
여섯째 : 다음날 전날 술좌석의 해프닝은 가급적 화제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취중에 지나치게 실수를 했을 때나 알아야할 사항이 있으면 직속선배정도가 본인에게 귀뜸을 해주면 빠른 시간내에 수습토록 하고, 윗사람은 지나치게 술자리에 있었던 일로 질책을 해서는 안된다. 만약, 그러면 다음부터 회식할 때마다 집에 생일. 제사. 문상등등의 일들이 갑자기 많아지게 된다.
공자(孔子)도 술을 좋아했고, 음악도 좋아했다.
하기야 흔한 말로 맨 정신에 무슨 음악이 되었겠는가? 우리도 노래방가면 맨 정신에는 뻣뻣하고 별 재미가 없으니 그때도 술 한잔하고 음악을 즐겼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공자가 주량에 대하여는 요즘말로 실수 안 할 정도로 양껏 마시면 된다고 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과 질서를 다 언급해놓고 술 부분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을 보면 제자들이 스승을 술꾼으로 표현할 수 없어서 적당하게 마시는 정도로만 언급해 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웅호걸(英雄豪傑)치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자가 없었고, 역사는 밤에 이루워진다는 말이 이불속에서 만들어진다라는 뜻이겠는가?
술이 함께 있는 자리! 그곳은 바로 영웅호걸들이 밤에 모인 자리였으며 밤기운은 사람을 분위기 잡게 하니 역사는 그들로 인해 변화되어 온 게 아니겠는가?
또, 술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수많은 시인묵객(詩人墨客)들로 하여금 빛나는 문학작품들을 낳게 하였으며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향기를 느끼며 삶의 여유를 갖는다.
술을 가까이 하지 않더라도 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이태백(李太白)이다. 술을 마시다가 달을 잡으려고 강속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술을 사랑했던 그의 시 한 수.
月下獨酌(월하독작 : 혼자 마시는 술)
꽃 사이 한 병 술, 친구없이 혼자 든다
술잔 들어 달님을 청하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
달님은 술을 마실 줄도 모르고, 그림자는 흉내만 내는구나
잠시 달님이랑 그림자랑 함께 즐기자, 이 봄이 가기 전에
내 노래에 달님은 서성거리고, 내 춤에 그림자는 흐늘거린다
취하기 전엔 즐겁지만, 취한 다음엔 각각 흩어지리
영원히 맺은 담담한 우정, 우리의 기약은 아득한 은하수
20세기 전반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예이츠의 시다.
Drinking Song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그것뿐
한 잔의 술을 들며 그대를 바라보고 한 숨 짓는다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look at you, and I sigh.
조선조 당쟁의 회오리에 휩쓸려 부침을 거듭한 정치인, 송강 정철!
미려한 문장으로 국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는 술을 사랑한 풍류가객이니 그의 남긴 빼어난 권주가 하나를 보자.
장진주사(將進酒辭)
한 잔(盞) 먹사이다 또 한잔 먹사이다.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사이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달 엇더리
(풀이)
술 한잔 먹세그려~
꽃을 꺾어 셈하며 다함 없이 먹세그려
이 몸이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졸라 메어 가나,
좋은 상여에 만 사람이 울며 따라 가나,
억새와 속새와 떡갈나무와 백양 숲 속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에 회오리바람이 불 때 누가 한 잔 먹자고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들이 휘파람을 불며 놀 때 가서야 뉘우친들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최초의 사설시조인 장진주사(將進酒辭)를 쓴 송강은 꽃을 꺾어 술잔을 셈하며 술을 마실 정도로 멋과 풍류를 즐긴 주당파(酒黨派)다. 술꾼들이 늘 술 마실 핑계를 찾듯 송강은 기주유사(嗜酒有四)라 하여 술을 마시는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번째 : 기쁠 때 술을 마신다
두번째 : 슬픔은 술로 푼다
세번째 : 또한 먼데서 벗이 찾아오면 어찌 아니 마실 수 있겠느냐
네번째 : 권하는 잔을 뿌리칠 수 없어 마신다
우리나라 기생중에 문학에 뛰어난 여인들이 많았다. 황진이와 쌍벽을 이루고 유희경의 연인이었으며 허균의 문우(文友)였던 기생 매창(梅窓)의 시인데 정말 멋지다.
회취객(膾醉客)
취하신 님 사정없이 날 끌어 다가
끝내는 비단적삼 찢어놓았네
적삼 하날 아껴서 그러는게 아니어
맺힌 정 끊어질까 두려워서 그렇지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결론적으로 술은 많이 마시면 안 좋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절주(節酒)하면서 정(情)을 많이 쌓는 매개체(媒介體)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강조해둔다. 술자리에서 정도를 넘어서는 언쟁은 삼가 해야한다. 모든 잘못의 시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①짐작(斟酌): 이 글자는 참 재미있는 것 같다. 본래 斟은 ‘술 칠 침’자였는데 침작이 짐작으로 변화되었다. 유리가 개발되기 전에 술병이 들어다 보여지지 않으니 술을 따를 때 흔들어보거나 어림잡아 따르다보니 의미가 변화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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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