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정주석 |
‘거지, 도둑, 대문은 없다.’, ‘정낭은 있다.’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조용한 중산간 마을, 상명리에 들어서면 요즘은 사라지고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성읍민속마을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제주지역 전통 대문이 정낭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195가구 416명이 살고있는 상명리는 2007년 정낭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모든 가정에 정주석과 정낭을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상명리 정낭마을’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혹시 한림읍에 들어서서 길을 헤맬 경우 정낭이 있는 집이 보이면 ‘이곳이 상명리구나’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정낭마을’은 순수하게 주민 주도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의미있는 성과다.
작은 중산간마을 상명리는 지정문화재가 없다. 마을사람들은 이름난 관광지나 문화재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면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마을의 자랑거리를 찾던 중에 비교적 농촌 특성이 잘 보존된 문화경관을 깨달았다.
특히 돌담이나 올레, 경작지, 정낭, 제주지역 재래식 화장실인 통시 등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고 있는 점을 마을의 상징으로 키우기로 했다.
그래서 집집마다 정주석과 정낭을 세웠다. 어떤 집은 돈을 많이 들여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든 대문을 헐어야 했기 때문에 쉽게 승낙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끈질긴 설득과 마을발전이라는 큰 뜻에 마을사람들이 마음을 모았고 실천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상명리 사람들은 옛 것을 지키는 것을 지론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상명리에 가면 시멘트 포장을 지양한 흙과 자갈길, 구불구불 좁은 올레, 금방이라도 돼지가 튀어나올 것 같은 통시 등 마치 1970년대에 멈춰 선듯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현대의 편리함 대신 과거의 불편함이 주는 고즈넉한 전통미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생활문화가 곧 마을의 자산임을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정낭마을’ 상명리는 이제 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7년간 유지해온 ‘정낭마을’에 체험거리를 더해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진화를 꿈꾸고 있다.
감귤과 콩, 쌀보리, 양배추 등을 생산하고 있는 농촌마을의 특성을 살리고 안전하고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농가레스토랑 ‘수눌음밥상’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명리는 지난해 지역 소재의 농협으로부터 매입한 농산물 저장 창고를 방문자센터와 농가레스토랑으로 리모델링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상명리 1호 마을기업으로 추진 중인 ‘수눌음밥상’은 체험휴양마을로 발전하면서 방문객들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시설이기도 하지만 주민들이 외식이라도 하려고 하면 금악리나 저지리 등 인근 마을로 가야하는 번거로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명리는 또 ‘수눌음밥상’에 올릴 음식의 재료들은 공동농장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이용하고, 소규모 판매장을 마련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1석3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는 농가레스토랑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지난 4월 전남 완주군에 있는 채식전문 농가레스토랑 3곳을 현지 답사하기도 했다.
안익주 이장은 “마을의 경쟁력을 위해 늘 마을공동사업을 고민하던 끝에 농가레스토랑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완주군 사례를 보면서 농업을 중심으로 주민 참여가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자 상명리 ‘정낭마을’사업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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