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령의 노래
권갑점(시인, 함양문인협회장, 2017년 항공문학상(중편소설), 2018년 협성문화재단 뉴북 프로젝트 당선(2019년 올해의 우수도서선정(문화관광부)), 시집<천년숲>, 산문집<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 <지리산을 쓰다>,<상림별곡> 등)
하늘과 땅이 손을 내밀어
천령봉 우뚝, 문화의 횃불 밝혔으니
우러러 오롯한 모음의 꿈이 하늘에 닿아
단군의 축복은 천. 지. 인의 첫걸음이어라
천령은 하늘의 시작
아득한 옛날, 처음 하늘이 열리던 고갯마루
태양의 성화는 천령문화제의 태동이었으니
반만년 역사 속 힘찬 웅비는 천상의 뜻이어라
천령의 문화여! 천령의 예술이여!
천령은 땅의 시작
백두대간 거쳐 지리산을 건너온 바람
숨 고르고 휘이- 다볕 팔경 둘러보니
언 땅에서 피어난 초록초록 보리같은
환난을 지나온 희디흰 쌀 눈같은
사람, 사람들의 풍년가는 뿌리 깊어라
천령은 사람의 시작
천년을 이은 애민정신의 산실, 대관림은
고운선생 풍류도로 울울창창 인문학의 숲이었으니
매화꽃 얼비치는 선비의 글 읽는 소리
천지간 문향으로 그득한 청백리 고을이어라
하늘과 땅이 손을 내밀어
천령봉 우뚝, 태양의 성화는
세계유산 문화고장에 쏟아진 축복이어라
영원불멸, 찬연하게 타 올라라
천령의 문화여! 천령의 예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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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숲
권 갑 점
모퉁이 돌면 숨은 듯 바람, 유년의 저녁이 불어오네
쑥 캐던 보리밭에서, 문득 일어난 한 생각이 최초의 바람인 것을,
사랑이 깊어진 후 알았네
열두 살 해 질 녘은, 염소울음 흥건한 노을이었고, 아버지의 부재가
똬리로 앉은 어둠이었네
제비꽃 한 철도 소소한 미풍인데, 아버지의 바람은 왜 죄가 되었는가
지평선 너머가 궁금한 나를 불러낸 것은, 동트는 스무 살 휘파람,
꿈이 웃자란 도시 숲에서, 패랭이꽃 바람도 어느새 불혹이라네
봄을 품은 한 생각으로, 굴참나무 숲에 천년 바람이 부네
네 앞의 바람이 인因이었다면
내 뒤의 바람은 연緣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