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행 거리 |
주행시간 |
누적시간 |
도착시간 |
0~49.7km |
6시간 38분 |
|
12시 38분 |
~100.1km |
7시간 48분 |
14시간 26분 |
20시 26분 |
~149.8km |
11시간 32분 |
|
07시 58분 |
~195.2km |
10시간 24분 |
36시간22분 |
18시 22분 |
~251.5km |
14시간 58분 |
|
09시 20분 |
~297.6km |
10시간 43분 |
62시간 03qns |
20시 03분 |
~349.5km |
13시간 35분 |
|
09시 38분 |
~399.9km |
11시간 54분 |
87시간 42분 |
21시 42분 |
~449.5km |
13시간 27분 |
|
11시 09분 |
~496.2km |
11시간 47분 |
112시간 56분 |
22시 56분 |
~549km |
15시간 12분 |
|
14시 08분 |
~602km |
12시간 40분 |
140시간 48분 |
02시 48분 |
~622km |
6시간 58분 |
147시간 46분 |
09시 46분 |
2013년 계사년의 새 아침에 올해 4가지의 개인목표를 세웠다. 그 중의 하나가 ‘한반도 종단 성공하기’.
작년에 537km에 도전하여 실패를 경험하고 더욱더 올해는 나름 열심히 준비한다고 계획을 세웠다.
매월 한번의 울트라 대회 참가였다.
추운 겨울, 따뜻한 남쪽 부산에서 시작하는 부산비치를 시작으로 한국일주에서 진행하는 충주중앙탑에서 단양까지, 청남대울트라 사전주, 성지순례 222km, 천진암울트라 마지막으로 원주에서 홍천까지의 50km사전 답사 및 설악산 마등령등산을 끝으로 모든 훈련을 끝내고 한반도 종단을 성공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준비를 한다.
준비물 중 그 동안 고수들이 장거리를 뛰면서 가게에서 차가운 물/음료등으로 인하여 배탈로 인하여 더 이상 진행을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터라, 매실엑기스 및 오디 액기스 2병씩을 가방에 넣고 100키로마다 적당량 병에 부어서 물을 희석하여 먹기로 한다.
사실 항상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아무리 많은 공부를 하였더라도 항상 불안하드시 마찬가지로 나름 준비를 한다고 하였지만 성에는 차지 않고, 어차피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을 하고, 또한 올해는 누구에게도 힘들면 그만두고 돌아오겠다는 얘기를 한적이 없다.
인간의 내면 어딘가에 입으로 흘러나온 얘기는 거의 실제가 되는 수가 많다. 해서 올해는 절대로 힘들면 돌아오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배수의 진을 치고 싸웠던 옛 조상들처럼 나 또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대회에 임한다.
드디어 출발일은 다가오고, 며칠 전부터 준비한 거대한 가방을 메고 동서울 터미널로 향한다. 동서울에서 목포까지 가는 데는 왜 그리도 피곤하고 비몽사몽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목포에 다다를 쯤에야 정신이 들었고, 지금부터는 난생 처음으로 해남 땅끝마을로 들어간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땅끝 마을.
벌써 아는 많은 울트라맨들이 도착하여 각자 인사며 여러가지 준비에 바쁘고, 난 친구 송근중이와 이학준 후배와 함께 진짜 땅끝탑 즉, 토말탑이 있는 바닷가로 갔다 왔다. 여기가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육지로서는 가장 끝 지점. 이곳에서 한양까지가 일천리이고, 또 한양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가 이천리. 그래서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한다고 한단다.
저녁에는 모든 주자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모두 주자들이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달릴 주로를 조금이라도 기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드디어 오리엔테이션도 끝나고 이제는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와 조용히 잠을 청한다.
워낙 잠이 많은지라 뒷날 아침 일어나서 들은 얘기는 지난밤 많은 비가 와서 잠을 제대로 못잤단다. 한데 난 전혀 비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잠을 푹 잔 경우이다.
드디어 일요일 오전 4시 기상하여 식사를 하고 마라톤화, 마라톤복등등을 챙기고 100km CP로 보낼 가방을 맡기고 갈두산 정상에 있는 땅끝 가념탑으로 이동. 하지만 지금도 간간이 이슬비가 내리고 정상에 올랐을 때는 자욱한 안개며 비가 내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비와는 아랑곳없이 달려야 한다. 사실 날씨가 더운 것과 비 오는 것어느 것이 더 나을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비가 오면 가장 중요한 발바닥에 물집으로 인하여 대회를 포기하기 일쑤이다. 따라서 비 오는 것이 더 주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며, 이번 대회도 첫날의 비로 인하여 많은 주자들이 포기하고 어렵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2013.7.7일(일) 오전 6시! 출발!!
(출발지 ~ 149.8km(담양 죽녹원 앞))
드디어 한반도 종단의 시작을 일리는 행사가 끝나고 모두가 굳은 의지로 종단을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한발짝 한발짝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 또한 작년에 나타난 데쟈뷰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가능한 천천히 나아간다.
작년 종단에 함께했던 음성의 병걸형님과 함께한다. 계속해서 비는 세차게 내리고, 지난 금요일 급하게 옷수선가게에서 만든 신발카바를 신었지만, 조금은 어설프고 조잡하다. 그래도 방수커버다 보니 물은 많이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나중에 이 방수커버는 조금 더 개발하여 내년에 효율적으로 써야 할 필요를 느낀다.
가면서 포항에서 온 여성주자와 얘기를 하면서 훈련방법 등을 묻고 작년에 못한 완주를 하자며, 통일전망대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주행을 계속한다.
드디어 49.7km지점. 첫번째 확인점인 제 1CP에 도착한다. 강진의 북일기사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너무도 푸짐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주식당이나 전라도쪽의 식당이 푸짐하다는 것을 익히 알지만, 홍어에다 꼬막에다 가추가추 준비하여 주신다. 덧붙여 누룽지까지.
밥 한 그릇에 누룽지 3공지를 먹고 다시 출발.
영암 IC 못 미쳐 춘양교차로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주자를 봤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얘기를 못하고. 결국 그분은 앞선 주자들을 따라갔는데 결국 첫 알바였을 것이다.
우리도 그곳을 지나 영암IC를 왔는데 표지판이 없다. 다행히 진행요원들이 이곳에서 우측으로 빠지란다. 아마도 진행요원이 없었으면 알바를 했을 것이다. 사실 먼 길을 가면서 주로도 대로 갈수는 없겠지만, 알바를 하는 순간 힘은 빠지고 기분은 영망이 된다.
언덕위의 하얀집을 지난 곳에 트럭위에서 핫도그며 라면을 팔고 있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산에서 나오는 물로 머리를 감고 라면 한 그릇을 먹는데 알바를 한 선두권주자들이 들어온다.
그래도 이분들은 워낙이 고수님들이라 또한 초반이라 크게 개의하지 않는 눈치다.
다시 출발하여 이제 첫 환복지점인 100km지점을 향하고, 모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곳에 가면 씻고 잠도 잘 수 있다 잖은가? 거의 선두권으로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그런데 잘려고해도 잠은 오지 않고 그대로 출발!
그런데 얼마 안가 잠이 쏟아진다. 도저히 갈수가 없어 맞춤한 원두막을 찾아서 셋이서 잠을 청하고 20여분을 잤을까 잠이 깨어 다시 진행한다.
드디어 광주진입 전에도 그냥 길거리에서 잤다. 그런데 난 어디에서건 누우면 자지만, 같이가는 병결형은 잠을 못 잔다. 어쩌든 잠을 자야 장거리에 문제없이 갈 수 있는데 걱정이다.
대인교차로를 지나 안보회관쪽으로 달리면서 다음 번 식당에서는 소주를 한잔 먹고 잠을 청해야한다느니 아니고 맥주를 한잔만 하라느니 라고 서로얘기하는 찰나, 앞서 뛰던 병걸형이 땅바닥에 쓰러지고. 오전 2시 56분. 일단 한 사람은 환자를 돌보고, 나는 운전자를 찾아 나섰다. 다행히 탑차가 사고승용차를 가로막고 있었고, 운전자는 내려서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음주를 한 것으로 보였다. 긴급히 진행본부에 연락, 경찰에는 다른 분들이 연락을 해주셨고, 119에 연락을 하니 정확한 위치를 대란다. 간신히 옆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알려주고. 머지않아 구급차가 왔다. 다친 부상자는 피가 나지 않겠금만 해주면 병원 안가고 그대로 달리겠단다.
하지만 이렇게 되었는데 병원에 안 간다는 것이 말도 안되고, 보호자가 되어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내리면서 더 이상 못 가겠단다. 발목이 심상찮음을 느낀 모양이다. 잠시 후 마라톤연맹 회장님 및 주로감독님이 오셔서 간단한 사고 내역을 얘기해주고 다시 사고 난 지점으로 다시 이동. 그런데 두고 간 주로도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병원을 나올 때 부상자가 가지고 있던 주로도를 가져와서 다행히 주로를 찾아서 다시 진행할 수 있었다.
장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달림이가 아무리 주의를 하더라도 지금처럼 음주에 무면허라면 당해 낼 재간이 없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는 본부에서 뒷 운전자가 잘 볼
수 있는 큰 안전봉을 모두 지급하여 가방에 꽂고 달리고 있는 중인데.
다시한번 병걸이형이 무사하길 빌면서 그의 몫까지 열심히 달려서 통일전망대에 가리라 맘먹고.
149.8km ~ 251.5 km구간(죽녹원à경천주유소)
지난 봄에 가족들과 순천만을 구경하고 죽녹원을 구경했던 기억이 생생한 곳. 남양옥빈관앞 국시거리에서 국시를 한 그릇 잘 먹고 평상에서 좀 자고 다시 출발. 햇빛은 내리쬐고 그래도 비보다는 나은 햇볕!
추월산이 꽤나 높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고.
드디어 전주를 들어선다. 이번 종단 중 처음으로 알바를 한 곳.
밤이 되어 다시 비는 쏟아지고 같이 가던 일행이 먼저 가고, 난 뒤에서 잠을 자고 혼자전주를 들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나보다 뒤에서 오고 있지 않은가. 물어보니 나를 기다린다고 식당을 잡아놓고 진행요원에게 내가 오면 어느 식당으로 오라고 얘기를 하라했다는데 진행요원은 SK도원주유소삼거리에서의 좌회전 했다 바로 우회전을하는 얘기만 중점을 두고 얘기하기에 거기만 집중. 혼자서 주행하는데 비가 쏟아져 좀 쉬었다가 다시 달리는데 어디선가 차가 나타나 쥐띠가 맞냐고. 그곳 친구가 차를 몰고 와서 맛있는 에너지원을 주고선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얼마나 고마운지.
친구야 고마웠어.
또다시 잠에 취해서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잠을 해결하고 나니 제법 많은 달림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거기서 홍규후배등과 만나서 달리는데 아무리 달려도 나와야 할 안골 네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한참만에 보이는 길가의 아주머니에게 안골네거리를 물으니 지나왔단다.
그 동안 오면서 핸드랜턴으로 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확인을 했는데. 다시 한번 택시기사에게 묻고 돌아선다.
돌아오면서 보니 안골네거리표시는 없고 견훤로라고 되어있다.
그러면서 뭔 주로도를 이렇게 만들어놓았냐고 불평을 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주로도를 보니 분명 ‘안골네거리(견훤로)’라고 되어있다. 비록 힘들고 어둡지만 주로도를 제대로 봤으면 문제가 없는데. 당시 육칠명이 함께 했었는데 아무도 보지 못한 듯.
전주를 지나 고산교차로라는 곳을 지나는데 기억이 맞다면 군대시절 그곳에는 유격장이 있었고 뒤쪽의 높은 산에서는 포탄훈련을 했던 곳이 아니었던가 싶다.
251.5km~349.5km(경천 주유소 ~수름재 식당)
갈수록 힘은 더 들고, 작년에 왔던 데쟈뷰가 오지 않길 많이 기도했는데 아직은 괜찮은 것을 보니 남보다도 많이 주로에서 조금씩이나마 수면을 취한 결과이리라.
대둔산을 지나, 아주 높은 배티재고개를 지나고, 금산군 복수면 사무소앞에 도착하니 그곳 동호회에서 아이스홍시와 수박화채를 준비하여 주신다. 얼마나 꿀맛인지.
영동의 진용이 형님이 지난밤에 달리기를 접고 자봉을 하시면서 아이스홍시도 주시고.
바로 앞이 복수면 사무소인데 30여년 전의 친구가 이곳이 고향인데 지금은 소식이 끊어지고 복수면에 들러볼까하다가 그냥 다시 Go.
이제 대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장터 소머리국밥집까지를 가는데 주로도와 많이 다름을 느낀다. 다행히 몇 번 이곳을 주행했던 분들과 함께다 보니 길을 잘 찾아가신다. 힘들고 힘들어도 저 멀리 장터국밥 집이 보이고 그곳에는 쥐마클 친구들과 한상준이가 대산에서 와서 기다리고 있다 자기일인 양 양말을 벗기고 발가락 테이핑을 다시 해주고 너무 고맙다.
사실은 발가락 테이핑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런데 난 그 동안 발가락 테이프를 다 써버려 없는데 다행히 상준이가 넓은 테이프를 가져와서 아주 멋지게 테이핑을 해주었다.
땀을 뻘뻘흘리면서 테이핑을 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정말 난 행복한 놈이구나 그리고 나도 언젠가 친구나 달림이를 위해서 이런 자봉을 해야지 다짐해 본다.
또한 쥐마클 친구들이 맛있는 음식을 해와서 가방에 넣어주고 먹기도 하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도희 형님 이희우 형님 홍유수형님 그리고 남원의 전준섭동생과 함께 대전 유등천을 끼고 가서 둔산대교를 지나 대전MBC를 지나고 간다. 유수형님과 준섭이 동생과 함께하는데 도저히 잠은 오고 어느 주유소를 들렀는데 거기서 유수형님이 넉살좋게 우리의 입장을 얘기하니 흔쾌히 2층의 자기들이 사용하는 방에서 한 시간을 자란다.
처음으로 방바닥에서 며칠 만에 한 시간 꿀맛 같은 잠을 자고 다시 출발. 한데 배는 고파오고. 읍내 네거리 쯤에 밤 1시가 넘은 시각인데 문을 닫지 않고 주인내외만 앉아서 소주를 기울이는 포장마차에 들러서 라면을 부탁한다. 그랬더니 너무도 고맙게도 라면과 함께 남아있는 식은 밥도 함께 준다. 마침 끊는 라면 속에 식은 밥을 넣으니 한결 먹기도 편하고. 남편 분도 백키로 울트라를 더러 하셨단다. 너무도 고마운 두분 덕분에 배를 채우고 다시진행.
두분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제부터 청주 시내를 통과하여 350CP 수름재 식당으로 향한다. 날씨는 햇볕이 쨍쨍하여 많이 덥다. 긴 청주시내를 통과하여 수름재 식당에 도착해서 발가락 파우다처리만 하고 수박을 먹고 남달모의 회장님과 전화통화를 하고 거기서 처음으로 회사에 전화를 해 본다.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온 터라 많이 걱정이었는데 별 사항은 없는 것 같고 몇 가지만 주문을 하고 다시 진행.
349.5km ~449.5km(수름재 식당~원주 농협 서부지점)
가장 어려웠던 구간이었다.
청주에서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 날씨는 덥고, 자동차는 쌩쌩, 차도와 주자간의 거리는 거의 50CM. 이런 악조건이 항상 있기 마련. 하지만 꼭 본인이 가야 할 길. 누구도 대신해주는 이 없다.
작년에 280키로지점에서 데쟈뷰가 와서 결국 접었는데 이 구간에서 올해도 데쟈뷰가 왔다.
백마령을 지난 음성을 지나서 충주에 들어서기까지 또 모텔아비숑까지 가는데는 힘들었지만 겨우 겨우 찾아서 아비숑을 가기 전 식사를 하고 들어가서 정비를 하고, 먼저 온 일행과 1시간을 자고 가자고 하고 대회본부가 마련해 준 가장 아늑한 공간 모텔방에서 눈을 붙인다. 그런데 얼마나 잤는지 모르지만, 이제 가 잔다.
그런데 잠이 들지 않은 상태라 오히려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별로다.
하지만 어쩌랴. 단 한걸음도 내가 가지 않으면 누가 줄여주지 않는 것을.
세사람 일행이 다시 출발한다. 모텔아비숑을 지나 오래지 않아 작년과 똑 같이 갔던 길을 계속해서 쳇바뀌를 도는 것 같다. 해서 왜 온 길을 또 가고 또 오고 하냐고 앞의 두 분에게 다그친다. 그러니 이분들이 아 이양반이 데쟈뷰가 왔음을 직감한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 구간거리를 봤더니 대략 4.5km!
그 구간에서는 어떠한 교통표지판도 보지 못하고 산은 높고 불빛을 비추면 온통 사람모습. 나를 두고 먼저가시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고마운 두 분은 결국 나를 혼자두지 않고 함께 갔었다. 얼마 있으니 묵계삼거리가 나온다. 아 이제야 제 길을 찾은 것 같다.
종단을 가기 전 위성지도로 도상연습을 몇 번 하였는데 그 때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묵계삼거리다. 주로도 상 한곳은 우회전, 한곳은 좌회전이 되어있어 뇌리에 박혀있었나보다. 바로 좌회전. 이제는 혼자라도 주로도를 보고 찾아갈 수 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 데쟈뷰가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아니다. 계속가면서 아침이 될 때까지 힘들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지난번 주로 탐색 차 한번 달려본 지점 원주 서부농협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꼭 CP전에는 어쩜 그렇게 거리가 긴지 나만의 생각인지 실제로 주로도의 거리와 상이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데 아마도 심리적인 영향인 것 같다.
드디어 서부 농협. 자봉님들이 그곳에서 주자들을 위하여 봉사를 해 주시고.
449.5km ~ 549.5km(원주 농협서부지점 ~ 합강정 휴게소)
이제 서서히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어렵지 않음을 느낀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지만, 그런대로 달릴 만 하다. 농협을 지나자 마자 잠잘 곳을 물색한다. 역시 특수부대 중대장 출신인 유수 형은 다르다. 가게근방에서 박스를 구해서 건물에 계신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3층 복도부터 5층복도까지 한명식 박스를 깔고 한 시간을 자기로 한다.
서로 잠자기로 한 시간은 모두가 칼이다. 모두 정한 시간에 일어나 준비하고 박스 치우고 다시 출발. 깨운 하기 이를 데 없다.
고맙습니다. 유수형. 그대 있었음에 부끄러움도 없이 남의 빌딩건물통로에서 잠을 이렇게 멋지게 잘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우리네 인생이겠지요.
지난 3주전 사전 주를 해 본 곳이니 만큼 어렵지 않게 나간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사전 주때는 쉽게 갔던 것 같은 삼마치터널이 오늘따라 왜이리 먼지. 시간에 쫓기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걷고 뛰고를 통하여 삼마치터널을 지나 이제는 500cP까지 모두 내리막이다. 랜턴으로 비쳐본 나무들은 한결같이 사람의 모습이다. 데쟈뷰는 남아있었고.
내려가는 중에 원주에 있는 친구 부석이가 와이프와 함께 와서 음료수를 주고 간다. 그리고는 홍천으로 빠지는 지점에서 좀 기다려달라고. 알바를 할 가능성 때문에.
홍천의 파레스모텔 도착 전, 회사 마라톤 동호회장 고현준 부장 및 김만복 부장께서 와서 응원을 해주시고 음료수도.
파레스 모텔 도착하여 정비 후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데 이내 출발을 하잔다.
그곳에서 구춘옥씨가 빵이며, 과일을 한 그릇 준다. 그걸 가방에 넣었더니 무게가 만만찮다.
비는 계속해서 세차게 내리고. 인제대교를 지나 내리막코스를 오고 있는데 남달모의 김대석 총무가 차를 가지고 이곳까지 왔다. 맛있는 미숫가루와 토마토 쥬스를 내민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 동안 주로에서 먹은 음료수는 인스턴트였다면 처음으로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것. 대석씨 복 많이 받을 거여.
합강정 휴게소가 가까워 올수록 비는 더 세차고. 겨우 도착한 합강정휴게소. 이제는 80여키로 어떠한 경우가 온다 해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549.5KM ~602km (합강정 휴게소 ~ 향로봉 민박)
세찬 비바람속에 컵라면 하나를 먹고 출발. 이제부터는 한계리를 지나야하는데 라면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세 사람이 들어가서 칼국수를 시켜 먹고 다시 출발.
그런데 왠 사람들이 그렇게 빠른지. 300지점에서 동행했던 친구 용관이와 박채규형과 한계리 입구까지 간다. 한데 두 분은 이곳에서 자고 온단다.
하여 나 혼자 열심히 걸어서 용대리에 도착한다. 도착하기 전 CP에서 용대리 보건소에서 물집처치 및 저녁을 먹고 가라는 친구전화가 있어 그러마고 하고 찾아가는데 반대편에서 준섭씨가 밥 먹으러 오라고 손짓이다. 그런데 난 물집처치가 바쁘다보니 그냥 지나 용대리 보건소에 갔다. 그곳에는 약속처럼 같은 동년배인 보건소장이 기다리고, 차가운 물로 맛사지를 하고, 약간의 발 처치를 하고 30여분을 잤다.
친구에게 고맙기 그지 없다. 지금까지도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니 상준 친구에게 꼭 물어 고마움을 전할 참이다.
워낙 산속의 기온을 알 수 없어 대석씨에게 빌린 긴 윗도리 옷을 입고 혼자서 걷는다.
진부령을 혼자서 오르는데 왜 그리 잠이 오는지. 노래를 부르며 가다보니 한계리에서 자던 일행이 나를 앞서간다. 그러면서 아마도 방송국기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나 보다.
거의 한계령 정상을 다 올랐을 무렵 아까 지나갔던 기자가 나에게 와선 인터뷰를 하잔다.
우선 아까 혼자서 노래를 부르던데 어떤 노래였냐고. 그런데 알 수 있어야지. 대충 둘러대고 이것 저것 묻는데 기억나는 게 왜 이런 힘든 달리기를 계속해서 하냔다. 아마도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한 얘기가 생각난다. 그분도 떠나고 이제 내리막인데 뜀박질이 가능한지 한번 뛰어본다. 그랬더니 오르막에서는 아주 힘들었는데 문제가 없어 이제부터 좀 빠른 속도로 뛰어간다. 혼자다. 하지만 무섭지 많다 이 길은 한 길밖에 없으니 알바 할 걱정도 없고.
얼마나 갔을까. 깜빡이가 반짝이면서 자는 주자를 본다. 다가가서 보니 구미에서 온 신외식 씨.
이제 이분이 앞서고 내가 뒤에서 602지점을 향해서.
이제 응원하러 온 분들의 차가 많이 보이고, 이분들이 먼저 몇 키로 남았다고 알려주고 어떨 땐 내가 묻고. 그런데 처음엔 6키로 남았다 했다가 한참을 가서 거의 다왔겠지하고 다시 다른 분에게 물으면 8키로 남았다하고 얼마나 속았는지(?) 결국 마지막에는 얘기하는 분에게 괜히 헷갈리니 남은 키로 수를 알려주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오전 3시쯤에 602키로 지점 도착.
602키로 지점에 도착해서 밥을 한 그릇 먹고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한다. 이제 남은거리 하프거리. 아무 문제없고 좀 늦게 들어간다고 무슨 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가장 많은 2시간여를 자고. 이미 거의 많은 주자들이 출발을 하였고. 쥐띠클럽의 근중, 왕주, 창곤 나 그리고 후배 학준이와 함께 천천히 출발
602km ~ 622km( 향로봉 민박 ~ 고성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서로가 걸으면서 달려온 얘기를 나누며 흐뭇한 기억에 젖어보면서, 도로공사를 한창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가슴이 멍하다. 우측 저 멀리로 김일성 별장이 보이고, 아직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 대한민국. 머지 않은 곳에 우리의 또 다른 고향 북한이 있는데 거기를 가지를 못하고.
통일이 되는 그날 우리는 다시 부산에서든 땅끝에서건 평양을 지나 삼천리 금수강산을 달려볼 수 있는 날을 기원해 보면서.
걸어가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 모두가 달려간다. 나 또한 천천히 전화도 하면서. 마지막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드디어 저 멀리 출입국 사무소가 보이고, 언제인지 현숙이가KUMF 깃발을 빼어와서는 들고 뛰란다. 얼떨결에 들고 622km최종 지점 통과!!!!
아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해 왔던 곳인가?
이제는 정말 내 두발로 땅끝에서 여기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조국의 산하를 구경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장하다. 이신옥!!
이제 그 동안 주인이 괴롭혀만 왔던 두 다리야. 지금부터는 푹 쉬어라.
중간중간의 글이 아마도 헷갈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로도를 다시 보면서 달렸던 구간을 떠 올리면서 썼지만 아마도 정확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 싶다.
2013.7.17
작성자 이신옥